“건설기계 조종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점차 줄고 있습니다. 건설기계대여업이 존속될 수 있을 지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업계에선 건기조종사 고령화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고요.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장상수(62·남) 아주직업전문학교장의 말이다. 지난 달 중순 국내 처음으로 열린 건설기계 정비기능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장 교장. 심사소감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젊은이들이 건기 조종을 회피하고 있어 걱정”이라는 뜬금없는 걱정을 늘어놨다. “나중에 따로 보자”는 약속을 해뒀고 결국 기자가 그를 다시 찾았다.
‘소설’을 막 지난 계절이어서 그런지 어깨가 움츠러들던 지난 25일 오후. 전철을 타고 한시간여 앉아만 있어선지 점심이 채 꺼지지 않아 더부룩한 몸을 이끌고 안양에 있는 00역을 나와 총총걸음으로 그의 학교를 찾았다.
10년전 북적였는데, 이젠 한적
아주직업전문학교는 건설기계 조종만을 가르치는 전문교육기관. 과목은 굴삭기·지게차·기중기, 그리고 소형건기. 1998년 노동부 인가를 받았고 이듬해 1월에 설립했다. IMF 여파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고, 명퇴자나 해고자들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설립 초기에는 20~30대 젊은이들로 학교가 북적였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사람들과 막 배출된 사회초년생들이 뒤엉켜 고통스럽게 경쟁하던 때였죠. 저희 학교가 실업자 재취업을 돕는 역할을 하다보니 정부의 지원이 쏠쏠했죠. 무료로 취업교육을 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현재 학교 입학생은 한해 146명. 3개월 과정이니 한기에 35명 남짓. 초창기에 비하면 입학생 수가 크게 줄었단다. 더 심각한 것은 20~30대 비중이 절반도 안 되는 점. 40대 이상이 과반이란다.
“학생 수가 몇 년 전부터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요. 게다가 입학생 대다수가 40대 후반 이상입니다. 젊은이들이 줄고 있는 거죠.” 건기대여업계의 위기를 그는 조종사 입학생 수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6년 전인가? 군포에 있는 한 공업고교가 중장비과를 자동자과로 통합한 적이 있습니다. 중장비과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이죠. 정확한 통계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전국 대부분의 공고 중장비과가 사라지거나 다른 과로 흡수됐을 겁니다.”
그는 또 하나의 사례를 들려줬다. “몇 달 전 군부대로부터 한 통의 공문이 날라 왔는데 건기 조종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중 입대를 앞둔 이들을 추천해 달라는 겁니다. 기술병으로 차출해 여러 혜택을 준다는 것이었죠. 아쉽게도 추천을 못했습니다. 군복무를 앞둔 학생이 한명도 없었거든요.”
그는 젊은이들 중 건기조종을 배우려는 이가 없는 이유로 실효성 없는 정책을 꼽았다. “예전엔 교육이 무료였는데, 언젠가부터 계좌제라는 게 생겨 정부지원액 한도를 만들어 놨습니다. 1인당 평생 200백만원으로 정했죠. 무분별한 지원에 따른 예산낭비를 막겠다는 취지였죠. 근데 이게 여러 기술을 익힐 기회를 차단하고 말았습니다.”
공고 중장비과 다 사라져
초년생이든 재취업자든 적성에 맡는 걸 최종 선택하기까지 여러 기회를 줘야 하는 데 ‘200만원 계좌제’는 이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저희 학교만 해도 3개월 과정 학비가 1백90만원입니다. 그 거 하나로 한도에 다다르죠. 게다가 자기부담금이라고 해서 정책적으로 학생에게 20%를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는 건설업 침체와 건기대여업자들의 무관심도 젊은이들의 건기조종 회피의 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건설경기 부진이 일자리수를 줄게 했죠. 취업이 안되는데 누가 배우려 하겠습니까? ‘제 코가 석자’인 건 알지만 건기대여업계의 무관심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여업자들이 후배양성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그러면서도 건기업자들이 유능한 조종사 양산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말썽 없이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조종사를 원하겠지요.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론 턱도 없습니다. 예전엔 6~9개월 배워 조종면허를 받았습니다. 그 뒤 부기사로 선배 숙련자들 기술을 어깨너머 배우고 익혔죠. 하지만 지금은 3개월 배워 두 기종 면허를 땁니다. 시험에 합격할 기본기술만 가르치는 거죠. 부기사도 없어졌고요.”
그는 이어 갓 면허증을 딴 조종사들 역시 기술을 연마해 취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우려했다. “성남의 한 학원은 면허증 가진 조종사들에게 기술을 가르치죠. 하수관거, 트럭상차, 산깎기 등 현장기술을 가르치거든요. 근데 수강생이 별로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국비 지원이 없는데다 취업도 여의치 않으니 제돈 들여 기술을 익히려는 이가 없다는 것. 그는 아주직업학교도 기술과정을 설치하려고 고민하다가 그만뒀다고 했다. “성남의 그 학교 쪽 나겠더라고요. 개설해봐야 지원자가 없으면 말썽이니까요.”
장 교장은 건기조종을 배우려는 자가 줄어들고 사라지면 결국은 건기업의 토대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런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한숨을 토했다. 서둘러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큰 일이라는 것.
그는 우선 직업학교 지원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제혜택 같은 게 있겠죠. 배움의 질을 높이려면 필요합니다. 기술을 제대로 가르칠 환경이 돼야 하기 때문이죠.”
'새터민 지원책' 고려할 만
그는 아울러 조종사(기종별)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기종은 조종사가 턱없이 부족한데 어떤 기종은 넘쳐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죠. 요즘 기중기는 조종사가 모자라 모셔가기 전쟁이 일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또 새터민(탈북자)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고 했다. 젊은이 지원이 없는 공백을 새터민이 채워줄 수 있다는 것.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새터민에게 우리 사회에서 정착할 기회를 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장상수 회장은 대담 말미에 건기업의 활성화야 말로 국가부흥의 밑거름이라고 했다. “건기업의 부진은 분명 국가적 문제입니다. 나라경제의 기초가 건설업 아닙니까? 건설업의 기초는 건기업이고요. 다시말해 건기업이 살아나야 건설업이 살고 국가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죠. 꼭 그래야 합니다.”
장 교장은 국립중앙직업훈련원을 졸업하고 기아산업에서 근무했으며, 직업훈련소에서 교사직을 역임했다. 1979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으로 파견돼 건설기계·자동차 정비를 했다. 1982년 현 아주직업전문학교의 모태인 한독자동차·중장비정비학원을 설립했다. 현재 폴리텍대학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부인과 1남1녀를 두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