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그에게 닥쳐올 때어느 누구도 그를 보호해 줄 수 없다.

[황찬민]

자식도 의지가 되지 못하고
부모와 친척도 그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
죽음이 그에게 닥쳐올 때
어느 누구도 그를
보호해 줄 수 없다.

이같은 진리를 아는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계를 잘 지키고
마음의 장애를 제거하여
빠르게 깨달음에 이른다.
(법구경)

주지살이를 하다 보면 돌아가신 이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줄 때가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다보면 고인과 제주들의 기구한 사연들을 듣게되는데, 사연없는 죽음이 없다는 옛 말이 실감납니다.

아함경에 '빠다짜라 비구니'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위성에 사는 한 부자의 딸인 빠따짜라는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부모와 세 오누이를 모두 잃고 완전히 미치다시피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옷이 벗겨진 줄도 모른 채, 소리쳐 울면서 거리를 헤매다가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설법하고 계시는 기원정사 근처에 이르렀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녀를 불러들이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빠따짜라여, 남편과 아들이 끝까지 너를 보호해 줄 수는 없느니라. 또, 설사 그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해도 그들은 너를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라.

빠따짜라여, 그들은 이 세상에서 그들의 업에 따라 생존했고, 그들의 업을 키워 갔던 것에 불과하니라.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은 이 같은 진리를 바르게 알아, 계행을 잘 지키고, 마음의 장애를 제거하는 선정을 닦아 마침내 열반에 이르느니라.”

빠다짜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려 머리를 깍고 비구니가 되었고, 머지않아 성문과를 성취하였다.

부모자식은 전생부터 이어진 천륜관계입니다. 하지만 지어진 업은 각각이라 오는 길도 다르고 가는 길도 다르니 어찌할 것인가요? 이 도리를 몰록 깨달아 생사를 여위소서!

감산덕천 선사는 노래합니다. "어머니와 자식의 정은 자석이 바늘을 끌어당기듯 하지만 타고난 묘한 성품은 본래 그대로 원만히 이루어져 있네.

내가 우리 어머니를 보니, 나무에서 불이 나온 것 같아서 나무는 이미 타 버렸지만 불에는 본래 ‘나’가 없다네.

살아서도 그리워하지 않고, 죽어서도 모르는 척 하시니 이제야 내 몸뚱이야말로 석녀가 낳은 것임을 알겠네."

계룡산인 장곡 합장

[휴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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