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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People-윤보라, 내 작은 조언
또 한 번 내 존재감을 느낀 날이었다.
2017년 10월 24일 화요일인 바로 어제가 그랬다.
오후 3시 반쯤해서 나를 찾아온 여인이 있었다.
내가 9년 동안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 모임의 윤보라 회원이었다.
바로 그 윤 회원이 나로 하여금 존재감을 느끼기 해줬다.
“이거요.”
그러면서 내민 윤 회원의 손에 작은 사각 봉투가 들려 있었다.
보나마나 빤했다.
결혼초대장이었다.
그래도 일부러 받아서 펼쳐봤다.
오는 10월 28일 토요일 낮 12시에 전북 전주의 알펜시아 예식장 1층 마리아주홀에서 신랑 이화석 군을 배필로 맞아 결혼하다는 내용의 초대장이었다.
우편으로 보내도 될 것을 직접 발걸음해서 들고 온 그 정성이 참 고마웠다.
몇 해 전에, 결혼 날을 잡은 집안 조카 하나가 집안 어른인 내게 남 손을 빌려 초대장을 전한 그 무례가 떠올랐다.
그러니 집안 혈육이 아니면서도 굳이 나를 찾아준 윤 회원의 그 행실이 나로서는 고맙기 짝이 없었다.
고마운 마음에, 내 윤 회원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그리고 초대장에 적힌 초대의 글을 읽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평생 든든한 남자가 되어주고 싶은 한 여자를 이제야 만났습니다. 평생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한 남자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처음이라 어설픈 두 남녀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함께라서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자리를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귀한 혼사에 발걸음 할 수가 없었다.
아내와 함께 내 고향땅 주흘산을 올라야 할 선약이 있었고, 그 선약 또한 내겐 소중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몇 푼 축의금만으로 대신 할 수는 없었다.
뭔가 의미 있는 보탬을 해야 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 날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를 위한 덕담 한마디 해주는 것이 괜찮겠다싶었다.
그래서 다듬고 다듬어 ‘내 작은 조언’이라는 제목으로 A4용지 한 장짜리 글을 써봤다.
그 글, 곧 이랬다.
평생 든든한 남자가 되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평생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둘의 그 다짐, 내 평생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나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서 한 지붕 아래 한 솥밥 먹고 산지가 2017년 올해로 39년째입니다.
그 긴 세월에 참 많이도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한 삶 속에서 두 아들 얻었고, 큰며느리 맞아들였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까지 얻었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나를 그렇게 행복하게만 놔두지를 않았습니다.
많이 다투게도 했습니다.
이런 저런 많은 꼬투리들이 있었지만, 그 핵심은 아내는 남편인 내가 세상사에만 빠져 가정에 소홀한 것으로 섭섭해서였고, 나는 결국은 가정을 위해 세상사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나에 대한 아내의 몰이해로 섭섭해서였습니다.
그렇게 다툰 세월, 돌이켜 참 후회스럽습니다.
마음 탁 터놓은 대화로 그 섭섭함을 풀 수 있었음에도, 우리 둘 모두 앞서 나서지를 않고 상대의 눈치만 살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내의 존재를 가볍게 보고 우격다짐으로 일관했던 내 잘못이 참 큽니다.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습니다.
참 바보였습니다.
물어 답을 듣진 못했지만, 아내도 마찬가지 아니겠나싶습니다.
이제 새로운 가정을 엮는 둘은, 뒤늦게 후회하는 나와 아내와 같은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억세게 껴안으시고, 어느 한 순간도 놓지 마세요.
그래서 몸으로도 하나 되고 마음으로도 하나 되어야 합니다.
그리해야 오늘도 복되고 내일도 복되고 다가오는 모든 날들이 복된 삶으로 엮어지는 겁니다.
잘 사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2017년 10월 28일 기 원 섭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