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이 되었다
나는 친구 오빠네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돈이 필요했다
오래 소식이 없는 오빠를 찾아갈 요량이었다
시장통안의 분식집은 찌는 듯 무더웠다
여덟군데나 되는 연탄 아궁이에서 열기가 새어나오는데
나는 친구 오빠네 식구들과 도너스를 튀기고 만두를 삶아냈다
등에서는 땀이 콩죽같이 흘렀다
이 고달픔이 지나가면 오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인내를 다하였다
다른 종업원들은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가게를 떠났지만 나는 한달은 견뎌냈다
하루는 두통이 오면서 어질어질했다
그리고 쓰러졌다
연탄가스 중독이었다
친구 오빠네 집에서 휴식
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육신의 고통보다 그리움이 더 진했다
부산 해운대는 큰언니가 살고 있어서 나는 무작정 포항을 떠났다
오빠가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바보같이 부산행을 감행했다
해운대 바다에는 가을이 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여름의 추억을 더듬으며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마냥 바닷가에 서 있었다
대체 오빠를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다음날 아침 막 잠에서 깨어나 나도 서러움에 가득차 눈물을 훔쳤다
형부는 이마를 만져보더니 '처제가 몸살이 났나보다' 하고 약을 사왔다
나는 약을 그대로 받아 먹었다
형부가 시내 구경을 시켜 준다고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부산시내를 내려다보는데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수많은 사람들 속에 그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무모한 짓이었지만
그리움은 너무 강렬했다. 사랑은 아름다운 고통이다, 사랑은 슬픈 행복이다
국이 오빠를 못 만나는 부산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포항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언니가 나의 느닷없는 가출에 온갖 히스테리를 부리며 질타했다
이리저리 고뇌가 많았던 나는 언니와도 트러블이 있어 말없이 부산으로 떠난 것이다
온갖 욕을 얻어 먹고 위로가 될까하고 시골에 있는 엄마한테 갔다
"어디가면 간다고 해야지..." 언니한테 전해듣고 엄마도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쓸쓸한 마음 어디에도 발 붙일 때가 없었다
나는 다시 포항으로 돌아왔다
언제 오빠가 포항에 돌아 올 지 모르는 일이었다
내 예감은 적중했다. 그는 또 내곁을 멋지게 날아들었다.
계속......
첫댓글 가혹한 사랑이군요
참으로~~
아 사랑은 이제그만
믿지못할 그사랑도 이제그만~
그런 노랫가락이 생각나네요
불현듯~~
생각처럼, 말처럼 된다면 사랑은 그만하지요
믿기 힘든 사랑을 왜그리 오래했는지...
다, 운명이겠지요 ㅎㅎ
사랑은 무모하고
사랑은 용감하고
그래야만 사랑을 얻을 수 있나 봅니다.
예고편을 보면 다시 만나 는듯 하네용. 기대 고대해보며~ㅎ
어리석고 무모했죠 ㅎ
지금은 저런 사랑은 못하겠죠.
저 나이에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맞아요, 요즘 사람들은 저런 사랑은 못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