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대
손옥자
주산지 왕버들
고요해 보이지?
서로 조용히 누르고 있기 때문이야
호수가 어느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뿌리 때문이고
틈만 나면 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뿌리도
호수가 지긋이 누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고요의 안개가 피어오르는 거지
세상엔
지상으로 올라서려다
수몰 된 뿌리가 많고 수몰 된 길이 많고
수몰 된 언어가 많고 많고……
수몰 되지 않기 위하여 오래 엎드린 뿌리들이
새 가지를 내고
새 잎을 내고
새 길을 내고
드디어 푸른 계절이 도란 거리는
한 시절을 내는 거야
ㅡ「시인정신」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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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어떤 시대 / 손옥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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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3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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