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유 논란에 대한 해석

[하율]

다소 긴 글입니다만, 고급유와 일반유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원문 출처의 링크를 클릭해서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스마트폰이나 PC화면에서 올바르게 보이질 않네요;;

[원문 출처]

https://blog.naver.com/claptonplus/221663801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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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동호회의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 고급유에 대해서 짚고 넘어갑니다.

일반유를 넣어도 문제 없다, 일반유 넣으면 엔진이 망가진다, 연비가 좋아지더라, 연비랑 상관없다....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간혹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확한 해석을 못하는 이유는 역시 기본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원리를 이해하면 "내 차에 고급유를 넣어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1. 일반유/고급유를 정의하는 옥탄가, 정확한 뜻은?

가솔린은 인화점 -43도...시베리아에서도 불을 붙이면 연소가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가솔린 엔진은 점화플러그에서 불꽃을 튀기면 바로 폭발이 이루어집니다. 반면에 발화점은 300도 입니다. (제조사와 유종에 따라서 차이가 있음) 발화점이란 자연발화가 되는 온도, 즉 불을 붙이지 않았지만 온도가 높아져 스스로 폭발을 일으키는 온도입니다. 자연발화로 폭발이 이루어지는 디젤 연료의 발화점이 280도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스톤이 엔진 내부의 공기를 압축하는 것만으로 온도가 높아져서 280도 정도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기름은 온갖 종류의 탄화수소로 이루어져 (특히 자연발화의 경우) 폭발시점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디젤엔진은 가솔린보다 진동이 크게 되죠.(혹자들은 "디젤엔진은 자연발화 폭발이라서 소음,진동이 심하다"라고 하는데, 썩 정확한 설명은 아닙니다. 단지 힘이 세서 진동, 소음이 심한 것이면 가솔린 고배기량 엔진도 동일하겠죠… 폭발 타이밍이 예측불가라서 그렇습니다. )

그런데 우리는 고급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디젤엔진의 자연발화에 대해서 설명하느냐? 가솔린 엔진의 노킹이 자연발화에 의해서 이루어지거든요. 그리고 노킹을 방지하기 위하여 고급유를 사용하니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지요.

가솔린 엔진은 점화플러그가 불꽃을 튀기면 실린더 내에 화염이 퍼져서 폭발이 이루어집니다. 화염이 퍼지는 속도가 거의 일정하여 소음, 진동이 적고, 부드러운 회전질감이 나옵니다. 그런데 가솔린 연료도 온갖 종류의 탄화수소로 이루어져 발화점이 들쭉날쭉합니다. 실린더 내에서 화염이 전파되기 전에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게 바로 노킹(knocking) 입니다. 노킹은 출력저하, 연비저하 외에도 실린더와 밸브, 피스톤에 무리를 주어 엔진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제조사는 노킹이 일어나지 않도록 차종별로 권장 옥탄가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고급유와 일반유를 구분하는 기준인 옥탄가는 바로 항노크성(anti-knock)을 수치화한 것입니다. 이소옥탄의 함유율이 곧 옥탄가이고, 숫자가 높을수록 노킹이 발생할 확률이 적습니다. 옥탄가는 RON, MON 그리고 두 가지의 평균인 AKI가 있는데,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소옥탄의 함유율은 절대값인데, 옥탄가가 100이 넘는 것은 뭐지? - 이 질문이 나와야 합니다. 간단히 말씀 드리면, 이소옥탄보다도 항노크성이 좋은 성분이 존재합니다. 이런 성분이 포함된 경우 옥탄가가 100을 넘어갑니다. Ex: 에탄올, LPG는 순수 이소옥탄보다도 항노크성이 높음)....)

<이상적인 형태의 이소옥탄, 다른 형태의 n-헵탄은 직선형태에 가까운데 노킹을 유발함>

2. 노킹에 영향을 주는 압축비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이론은 “보일-샤를의 법칙”입니다. 온도, 압력, 부피의 관계를 설명한 이론인데, 한마디로 온도와 압력은 서로 비례하고, 부피와 온도/압력은 반비례 합니다. 즉, 실린더안에서 피스톤이 올라가서 연소실의 부피가 작아지면 온도와 압력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분자의 운동에너지도 상승하죠. 그래서 온도와 압력이 되도록 높을 때 폭발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인 엔진의 구동입니다. 한 실린더에서 나오는 폭발력이 높아져 크랭크축의 토크를 높이는 것이죠. (여기서 같은 양의 연료를 써서 토크를 높인다- 연비에 영향을 줍니다. 이 내용은 글 말미에…)

여기서 압축비를 설명하겠습니다. 피스톤이 엔진의 맨 하단에 위치할 때(하사점), 그리고 맨 상단에 위치할 때(상사점), 그 부피의 비율이 압축비입니다. 압축비가 10:1이다 –예를 들어, 500cc의 연소실 공기를 50cc까지 압축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압축비를 높여서 12:1로 만든다고 가정합시다. 500cc를 42cc까지 압축합니다. 그만큼 내부온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이는 바로 연료가 스스로 발화하는 노킹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압축비의 엔진은 거의 고급유가 필수이죠. 고압축비 엔진으로 출력을 높였다 – 이런 광고를 많이 했는데, 일반유를 넣던 차가 고급유 셋팅으로 바뀐 점은 도통 언급하지 않죠.

그리고 터보엔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터보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 출력,연비 등의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추세가 되어버렸습니다. 터보엔진은 자연흡기보다 실린더에 더 많은 공기를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산소가 실린더 내에서 압축된다? 연소 효율이 높아지는 반면에 실린더 내부온도가 상승합니다. 노킹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높아지는 압축비 + 터보엔진의 유행으로 고급유를 필요로 하는 차종도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인식을 바로 잡겠습니다. "럭셔리 차량이므로 고급유를 써야한다"는 개념입니다. 터보엔진 차량들이“고급유 권장”인 경우가 많은데, 터보엔진은 누가 먼저 썼느냐? 독일, 미국 업체들입니다. 벤츠,BMW, 폭스바겐 계열, GM, 포드입니다. 이중에서 포드만이 미국에서 일반유 권장입니다. 일본 브랜드들은 기존의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내구성이 기득권으로 작용하고, 하이브리드에 더욱 집중하는 형태였습니다. 일본업체들은 최근에 와서야 터보엔진을 사용하고 있죠. 이렇게 터보엔진이 저변을 넓혀가는 시기에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고급차니까 당연히 고급유를 써야 한다”와 같은말이죠…이런 주장은 소비자들이 짊어지는 비용상승에 대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그러면서 포드가 일반유 권장인 것은 마치 브랜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탓을 돌립니다. (포드가 유일하게 모든 터보엔진에 일반유 권장인데, 그 이유는 엔진소재, 설계, 자체개발 ECU에 대한 자신감에 근거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폭스바겐이나 쉐보레는 고급차가 아닌데도 고급유를 권장합니다. 고급유를 써야하는지의 문제는 엔진의 압축비가 얼마인지, 터보차저 방식인지가 결정합니다. 노킹의 위험이 있는 방식이라면 고급유를 써야 하는 것이죠. 브랜드뱃지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3. 노킹 심화학습

자, 이제 본격적인 노킹 공부입니다.

가솔린 엔진의 4행정은 "흡입-압축-폭발-배기"입니다. 아래의 GIF가잘 보여주죠.

점화플러그에 불꽃을 튀기면 화염이 전파되어 폭발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점화시기”가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점화시기=폭발시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화염이 전파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실린더의 압력이 가장 높을 때, 폭발이 이루어진다면 최대치의 출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점화시기를 앞당기면 피스톤이 상사점(TDC, Top dead point)에 더욱 가까울 때 폭발행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점화시기를 너무 앞당기면 노킹의 위험에 직면합니다. 화염이 전파되는 시간 동안 실린더의 압력과 온도는 더욱 빨라집니다. 그래서 피스톤이 상사점에 도달하기 전에 폭발이 이루어져 버립니다. 심한 경우에는 땅~ 소리를 내면서…..여기서 제조사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최대치의 출력을 얻고 싶은데, 온갖 탄화수소들이 조기점화를 일으켜 버릴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십시오.

X축이 크랭크축의 각도, Y축이실린더 압력입니다. 실린더 압력은 곧 출력과 비례하는 것이죠. (실제 실린더 압력은 피스톤이 상사점에서 살짝 내려왔을 때 가장 큽니다) 크랭크각 40도에서 점화를 하면 출력은 높지만, 그래프 윗부분이 쭈글쭈글합니다. 노킹이 일어난 것이죠. 30도에서 점화를 하면 최대치에 근접한 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에도 노킹의 위험은 존재합니다. 여기서 점화를 지연시키면 빨강색, 노랑색 선과 같이 출력이 낮아집니다. (점화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점화진각, 늦추는 것은 점화지각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제조사에서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 고급유셋팅으로 30도에서 점화가 이루어지도록 설정. (고급유를 써서 40도에서 점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 그래프에서 출력 상승이 없음)고급유를 쓰면 조기점화가 발생하지 않으니 점화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이죠.

- 일반유셋팅으로 10도에서 점화가 이루어지도록 설정. 만약 조기점화가 발생해도 초록색 그래프 정도에서 폭발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노킹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한 셋팅인 것이죠. 일반 양산차의 셋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고급유 또는 일반유를 쓰는지에 따라서 1사이클에서 얻어지는 출력이 달라집니다. 제조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그 차이는 10%정도라고 합니다. 곧 고급유 권장인 자동차에 일반유를 넣으면 10% 출력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4. 노크센서 (knock sensor)

차를 좀 아시는 분들은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차에는 모두 “노크센서”가 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 즉, 고급유 권장인 차에 일반유를 주유하는 근거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노크센서는 실린더블록에 부착되어 엔진의 주파수를 탐지합니다. 특정영역의 주파수로 노킹을 감지하면 ECU에 신호를 보냅니다. 점화를 지연시키라고….그리고 노크가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진각을 시키려고 ECU에 또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이 센서가 “옥탄가센서”는 아닙니다. 노킹이 발생했을 때에만 그것을 ECU에 알려주는 것이지, 실시간으로 연료의 옥탄가를 분석하는 센서가 아닙니다. 연료통에 있는 휘발유의 옥탄가는 차가 모르는 것이죠. ECU는 오직 엔진에서 연소되는 연료의 옥탄가를 주파수로 추정할 뿐입니다. 노크센서를 이용해서 옥탄가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가정해도 노킹이 랜덤으로 발생하니 제조사는 기계적 안전성에 치중하는 셋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노킹이 없을 경우 노크센서가 점화시기를 계속 앞당기도록 한다고 했습니다.언제까지? 더 이상 앞당길 수 없거나 노킹이 일어날 때까지.... 노킹이 일어나면 큰일 나는 것 아닌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엔진 안에서는 "땅"소리가 나는 심한 노킹 외에도 가벼운 노킹이 일어납니다. 이런 가벼운 노킹은 엔진의 효율적인 구동을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점화시기를 되도록 앞당기는 것이지요. 점화시기를 필요 이상으로 늦추는 지나치게 안전한 셋팅은 효율적이지 않은 것이죠. 포드의 수석 엔지니어 Stephen Russ는 이런 노킹이 일반적으로 탐지되며 엔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caranddriver 기사 말미 참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 옥탄가의 기준을 짚고 넘어 가겠습니다.

5. AKI, RON 규격과 오해

우리나라는 유럽, 일본과 같은RON 규격을 사용하고, 북미에서는 AKI를 사용합니다. 그럼 RON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테스트 엔진에 연료를 넣고 600RPM 정도의 저속으로 돌립니다. 이 때 엔진의 압축비를 점차 증가시키면서 항노크성을 실험합니다. 이 테스트는 1972년에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여름, 겨울에 옥탄가 수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단점과 저속주행 환경만을 테스트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실주행 환경에 근접하게 테스트한 MON 수치가 나왔죠. MON의 실험은 흡입공기 150도에 900RPM으로 실험합니다. 그렇게 하니 RON보다 8~12 정도 수치가 낮게 나옵니다. 그리고 AKI는 이 두 가지의 평균입니다. AKI=(RON+MON)/2

그래서 RON과 AKI는 4~5 정도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애초에 RON과 MON이 8~12정도 차이가 있으니, 평균값 AKI는RON과 4~5의 차이가 있음)

다음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RON-AKI 변환표 입니다.

편하게 이해하기에는 아주 좋은 자료이지만, 정확한 개념은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고 가셔야 합니다. MON까지 알아야AKI 수치가 나온다는 것, RON만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정보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주행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그런데 여기서 국내 소비자들의 오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급유 권장인 차종이 있는데, 한국에 들어오니 일반유 권장으로 돌변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한국일반유는 미국 기준으로는 고급유니까 넣어도 상관없다”라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유행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이는 RON과AKI 규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의견이니 무시하시면 됩니다. 한국의 고급유는 RON94 이상을 의미합니다. 미국 기준으로 89AKI 정도인데, 오히려 미국이91AKI를 고급유로 분류하므로, 고급유의 기준은 미국이 높습니다. 한국의 휘발유 품질이 높아서 괜찮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높은 옥탄가=우수한 품질"이 전혀 아닙니다. 한국의 휘발유 품질이 우수한들 옥탄가는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리 품질 좋은 일반유인들 노킹 방지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죠.

중간 점검을 하자면, 미국에서 고급유 권장인 차종은 한국에서도 동일해야 합니다. 물 건너오며 일반유 권장으로 변신할 수는 없는 것이죠.

6. 고급유 = 고품질휘발유?

이쯤에서 해외 기사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구글에서 Premium fuel myth 같은 검색어로 찾아보면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실제로 Premium이라는 단어가 고품질휘발유로 오해하게 만들어, 불필요하게 높은 옥탄가의 연료를 주유하여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기사들은 일관되게 “옥탄가는 품질과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옥탄가가 낮다고 이물이 많이 포함되거나 엔진의 내구성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참고한 기사들은 KBB,Consumer report, Forbes, New York times 등의 신뢰도가 있는 기관입니다.)

먼저 edmunds.com의 기사는 다른 기사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됩니다. 여기서는 고급유 권장/필수 차량을 정리하였는데요, 첨부 파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onsumer report는 premium gasoline이라는 단어가 품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고급유는 무엇이 다르냐?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서 첨가제를 넣습니다. 알킬화하여 옥탄가를 높이는 것이죠. 그리고 예전의 고급유는 카본침전물이 없도록 첨가제를 넣어서 엔진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유에도 이런 첨가제가 들어갑니다. 배기가스를 위한 정부규제에 따른 결과인데, 메이저정유사들은 모두 이런 첨가제를 일반유에도 넣어야 하는 것이죠. "엔진의 내구성을 위해서 고급유를 주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옛말이 되어버린 것이죠. 물론 노킹이 없다는 경우에 한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고급유 권장인 차량이라도 일반유를 주유해보라고 제안합니다. 노킹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노킹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유 주유는 엔진 내구성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저의 개인적인 의견도 일치합니다. 고급유와 일반유가 옥탄가 외에도 품질 차이가 있다면, 그 정도는 미미할 것이고, 이런 미미한 차이에 의해서 고장이 나는 경우는 0.1%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그 정도 차이 때문에 고장이 난다면 어차피 고장이 날 엔진이었는지도 모르죠. 이 정도의 미미한 가능성까지 걱정해가며 고급유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저의 계산입니다. (내용추가 : 고급유를 썼을 때 엔진이 부드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부드러움"이 내구성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의견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그것은 최소 10만km, 아니면 20만km 이후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20만km를 탄다면 꽤나 오래 차를 소유하는 것인데, "고급유가 내구성에 영향을 주냐?"라는 질문에는 차량의 보유기간도 고려를 해야합니다. 그 동안 고급유만 넣기도 힘들고, 때가 되면 차도 바꿀텐데.... 비용을 중시한다면 일반유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출력이 중요하다면 당연히 고급유지요.)

https://www.edmunds.com/fuel-economy/to-save-money-on-gas-stop-buying-premium.html

https://www.nytimes.com/2019/04/11/smarter-living/premium-gas-worth-it-octane-summer-ethanol.html

https://www.kbb.com/car-news/should-you-use-premium-gas-/2100006472/

https://www.caranddriver.com/reviews/comparison-feature/a28565486/honda-cr-v-vs-bmw-m5-ford-f-150-dodge-charger/

https://www.forbes.com/sites/tombarlow/2011/07/12/do-you-really-need-premium-gas/#5b0b0d7d5272

https://www.consumerreports.org/fuel-economy-efficiency/why-you-might-not-actually-need-premium-gas/

https://www.cbsnews.com/news/americans-waste-2-1-billion-a-year-on-premium-gas/

7. 각 제조업체들의 권장 옥탄가

국내에서 각 제조사가 제시하는 기준은 위와 같습니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는 거의 전차종이 고급유 필수/권장 입니다. 그런데 위의 표는 권장/필수를 구분하지 않았네요. 예를 들어, 벤츠의 amg나 BMW의 M 계열은 모두 고급유 필수입니다. 일반 차량들은 고급유 권장이고요.

그러면 왜 어떤 차는 고급유 권장이고, 고급유 필수이냐? 지금까지 설명된 내용을 이해했다면 답이 나옵니다.

(외국과의 비교를 위해서 용어를 짚고 넘어 갑니다. Premium fuel “required”는 고급유가 요구된다, 즉 필수라는 뜻입니다. “recommended”는 권장이고요. 이 차이를 혼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언급하고 갑니다)

위 자료와 첨부파일의 edmunds.com과 비교하면 미국에서는 고급유필수인데, 국내에서는 "권장"인 차량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차종은 비교해보시길.... (포드 링컨은 일반유 권장으로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는데,Edmunds 자료에는 "고급유 권장"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어디서 차이가 오는 것일까요?

일단 압축비가 13:1 정도인 차는 무조건 고급유 필수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공기를 많이 압축해서 온도를 올리니 태생적으로 고급유를 써야 하는 것이지요. 점화시기를 늦춰도 일반유를 쓸 수 없는 것입니다.

<포드 머스탱의 매뉴얼 - 일반유 권장을 명시, 고급유 사용 시 출력 상승>

최근의 2.0L 터보엔진은 거의 압축비 10:1 정도인데, 포드, 혼다를 제외하고 모두 고급유를 권장합니다. (포드 역시 고급유를 쓰면 출력상승이 있다고 매뉴얼에 명시합니다.) 쉐보레는 미국에서 트레버스, 이쿼녹스, 말리부, 크루즈 모두 고급유 권장이지만 국내에서는 일반유 권장입니다. 그럼 한국 GM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연료 차이 때문에 그렇다는 한국GM의 해명이 그다지 석연치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GM의 터보엔진이 본래 일반유에도 정상적으로 구동되도록 설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GM뿐만 아니라 모든 "고급유 권장"인 터보엔진이 그렇다고 봐야죠. 다만, 미국시장은 이런 부분을 다루기에 더욱 조심스럽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포드는 흑연강, 단조알미늄, 나노설계 등을 광고하는데, 이것이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며, 미국에서도 모든 터보차량이 일반유 권장인 것은 자신감의 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음은 차례대로 BMW 3시리즈, 벤츠 E클래스의 매뉴얼 입니다. 모두 고급유 권장입니다.

BMW 320i 같은 경우는 출시시기에는 일반유 권장으로 발표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자 고급유 필수로 입장을 변경한 사례도 있습니다. 수입사의 실수인지 고의적인지는 알수 없으나, 처음 출시될 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죠.

기술 외적으로 제조사는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유를 써도 기계적으로 문제는 없는데, 만전을 기하고자 고급유를 권장으로 발표하는 것이지요. 일반유를 써도 되긴 하는데 만약 일반유 쓰다가 보증기간에 엔진트러블이 생기면? 소비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고급유 권장이라는 조건은 제조사의 입장에서 아주 좋은 면피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엔진 보증기간 동안은 고급유를 추천합니다.

8. 고급유는 연비에 영향을 줄까?

이론적으로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고급유는 엔진의 점화시기를 늦출수 있게 하여 출력만 높이지요. 한 엔진사이클 내에서 분사되는 연료의 양이 같으니, 연비차이는 없고 출력만 다르게 됩니다. 실제로 유명한 전문매체인 Consumer report, Kelly blue book등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인간행동요인(human factor)를 고려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실험실에서 엑셀러레이터를 일정하게 밟아서 일반유와 고급유를 비교하면? 당연히 연료 소모량은 동일하고 출력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에 반응하여 행동에 변화를 줍니다. 우리는 실제 주행에서 고급유를 쓰던 일반유를 쓰던, 원하는 속도가 나올 때까지 엑셀을 밟을 것입니다. 고급유를 사용할때 엑셀을 50만큼 밟았다면, 일반유를 사용할 때는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해 60을 밟는 것이죠. 한 엔진사이클에서 소비되는 연료는 같지만, 같은 거리를 가는데 더 많은 사이클이 필요한 것입니다.

결국 일반유를 사용할 때는 고급유를 사용할 때보다 깊게 엑셀을 밟을 것이고, 이는 결국 더 많은 연료를 쓸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고급유를 쓰고 연비가 좋아졌다", "옥탄부스터를 쓰더니 연비도 좋아졌다"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이 단순한 플래시보 효과는 아닌 것이죠.

그런데 얼마나? 여기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차종마다 다를 것이고... 같은 차종에 고급유/일반유 연비차이를 실주행 환경에서 비교 실험한 사례도 못 찾겠습니다. 고속주행이 많다면 고급유를 썼을 때 연비차이가 더욱 크겠죠. 다만 그 연비차이가 연료 비용의 차이만큼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급유와 일반유는 10% 가까운 가격 차이가 있지만, 연비차이는 절대 10%가 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car and driver에서 실시한 테스트 결과를 보여 드립니다. 4가지 차종 중에 닷지 차저는 자연흡기 엔진입니다. 최소 87aki, 권장이 89aki인데,93aki 연료를 주유해서 어떤 결과를 바란건지… 왜 테스트를 했는지 모르겠네요.. M5는 옥탄가 91/93 두 종류…2정도 차이의 옥탄가 연료를 비교한 것인데, 테스트 결과값이 크지 않은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Cr-v도 87 권장옥탄가로 고급유권장이 아닌데…93aki를 주유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건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3가지 차량의 테스트 결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겠습니다. caranddriver에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테스트 조건을 잡은듯 합니다. 실제로 기사에는 “고급유 별거없다”는 식인데, 신뢰성이 상당히 떨어지네요)

유일하게 테스트의 의미가 있는 F-150만이 출력 5.5%, 연비 3.5% 정도의 상승이 있네요. 특히 0-60와 0-100마일은 차이가 큽니다. 다른 테스트에서는 실제 출력이 10% 정도 차이가 있는데, caranddriver의 테스트는 차이가 좀 적네요.(caranddriver에서 어떻게 테스트를 했을지.. 못 믿겠네요…) 이 차이는 곧 옥탄가의 차이를 엔진 ECU에서 반영하여 점화시기를 최대한 앞당긴 결과입니다.

고급유가 영향을 주는 출력, 연비,내구성…. 이제는 내구성만이 남았습니다.

9. 고급유가 내구성에 영향을 줄까?

고급유 권장인 차량에 노킹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필수이면 두말 할 필요가 없고요...

먼저 차를 얼마나 탈 것인가?-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차량 보유기간은? 짧으면 5~6만km에서 차를 바꾸고 20만km를 탄다면 아주 오래 타는 것입니다. 먼저 차를 짧게 보유하는 분들이 다음 오너를 위해서 고급유를 주유하지는 않겠죠? 그런데 20만km를 탄다면? 현재 복합연비 10km/L인차량을 일반유 1500원/리터를 기준으로 연 2만km를 주행한다면, 연 3백만원의 유류비가 지출됩니다. 고급유로 주유하면? 리터당 200원 정도 차이인데, 연 40만원....20만km 동안 고급유만 주유하면 일반유만 주유했을 때보다 4백만원 더 지출합니다. 그런데 엔진수리비 얼마죠? 수입차들도 1천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고급유 주유가 일종의 보험이라고 한다면, 4백만원의 보험료는 과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나 고급유 문제로 엔진이 고장나는 경우가 극히 적은 것을 생각하면요...

위에서 설명했듯이 일반유가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즉, 일반유/고급유 권장인 경우에는 일반유가 엔진내구성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고급유를 쓰면 회전질감이 부드러우니 내구성에 좋기야 하겠지만, 요즘 엔진 소재기술이 발전하여 우리가 차를 보유하는 동안에는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차를 보유하는 동안에 고급유에 들어가는 추가금액이 예방 비용으로는 과하다는 계산입니다. (출력이 높은 차량이라면 고급유가 개인에 따라서 가치가 있죠. 3백마력 넘는 차량에 10%의 출력차이는 체감이 더 큽니다.)

다만, 노킹이 생기는 경우에는 치명적입니다. 고급유 권장인 차량에 일반유를 주유해도 일반적으로 심각한 노킹이 그리 쉽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만… 발생했을 때의 비용이 크니 걱정 안 할 수가 없지요.. . 고급유권장인 차량에 노킹이 생길 확률이 크겠죠? 정신건강을 위해서 최소한 보증기간 내에는 고급유를 주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급유 필수인 경우에는 당연히 일반유를 주유했을 때 영향이 있습니다. 특히 고출력 차량의 경우에는 수리비가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푼 돈 아끼려다가 엔진 고장나는 불상사는 없어야겠죠? 특히 이런 차를 구매하는데, 고급유 때문에 망설인다?..... 능력이 안되는지, 환경이 안 되는 것인지….차 구매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10. 결론

고급유 필수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권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애매함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것이죠. 그런데지금까지 이론적인 부분을 살펴본 결과, 노킹이 없다면 일반유를 주유해도 좋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해외의 매체들은 고급유로 돈 낭비하지 말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합니다. 엔진보증기간 동안에는 만약의 고장을 대비하여 고급유를 쓰는 게 좋다고 생각되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이 비용이 아깝다면 일반유를 쓰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것입니다.

고급유 필수인 경우,

A. 되도록 고급유를 쓰되,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때는 일반유를 써도 된다. (매뉴얼과 동일)

고급유 권장인 경우,

A. 내 차의 출력을 온전히 뽑아내고 싶다면 고급유만 써라. 단, 이 때 고급유가 연비를 향상시킨다고 위안은 삼지 마라.

B. 노킹이 없다는 가정하에 일반유만 써라. 되도록 정해진 주유소에서 주유하라. 고급유와 혼합하는 것은 의미없다. 이 때 엔진보증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명심하라.

일반유 권장인 경우,

A. 주유비가 아깝다면 폐차할 때까지 일반유만 쓸 것

B. 터보엔진일 경우 엔진에 따라서 출력향상이 있다. 출력에 목 마르다면 고급유를 써라

고급유 주유의 여부는 결국 일반적인 이론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개인의 성향, 차량을 파악하였다면 결정이 한결 수월할 것입니다.

"뚜렷한 가치관이 있을 때는 결정을 내리기가 더 쉽다" - 로이 디즈니

[bmercury]

^^ 정리된 정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율]

저도 저 자료보고 참으로 기뻤습니다. ^^

[노부렉끼]

고급유를 구경도 못할뿐더러~~노킹의 노자도 느끼질못하고 있습니다. 구형차량에 알리안트파워로 관리하고 있으니 말이죠~~~아침부터 고급진 정보 감사합니다^^ㅎㅎ

[하율]

어허~ "노" 부렉끼님이 왜 "노" 자를 모르신다고 하십니까~~ ㅋㅋㅋ

[노부렉끼]

헤헤 센스쟁이 십니다요 ㅋㅋ

[nankai]

거짓진술 현장적발.....^^

[하율]

구라치다 걸리믄 손모가지 날라갑지요~ ㅋㅋ

[nankai]

타짜 실사판 볼 수 있는건가요?^^

[노부렉끼]

[김세호]

어려운 글이지만 잘 이해하려고 긴 글을 다 읽고 갈무리를 하였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은우아빠]

정보는 고급진데 제차가 고급지지 못하네요~~ ㅎㅎ잘봤습니다~~

[쿤이]

좋은정보네요 잘봤습니다 ^^

[매직달피]

정독했습니다

[미소앙마]

가끔 ig 3.3 타는데, 노킹은 한번도 못느껴봤어요~
제가 타는건 거의 견인용으로 살살타는게 대부분인데다 새차라서 더 못느끼는것일수도 있지만, 페트롤의 효과라고 믿고있습니다^^ㅋ

[황진부]

ㅋㅋ 원인이 있는디 해결방안은 아직이죠~ 예휴~

[수수깡]

깔끔한정보 감사합니다

[아프로디테]

디젤만 탈때는 관심도 없었는데 최근 3.3 가솔린 차량 가져오면서 일반유+패트롤로 관리 하고 있네요.
국내 3.3엔진도 고급유 권장인가요?

좋른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