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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아이리스를 너에게 (evelove0305@hanmail.net)
창작실: 20대 planet 1
제목 :아이리스를 너에게
편수 :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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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수업을 일찍 끝마치고 교정을 나와 도서관을 향하고 있었다. 며칠전 많은 술을 마시고
준과 대화하던 기억은 났지만 그 후의 기억은 하나도 나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내도 그녀는
기억을 찾을 수 없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너무 많은 일들이 그녀를 말이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안의 세계에 빠져 오로지 공부에만 최선을 다하였다. 대학교 1학년때 많이 하는 미팅 소개
팅도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 그때 그녀는 두 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벤츠에서 내려 자
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현은 순간 피해야 겠다는 생각에 뛰기 시작했지만 그들 손
에 잡혀 벤츠로 태워졌다. 교정의 학생들은 아무도 나서질 않았고 여학생들은 소릴 질러대었다.
그들은 그녀를 차에 태우자 마자, 거즈 손수건으로 그녀를 잠들게 하였다. 몇시간 이나 지났을
까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지하방 같았다. 자신의 손은 묶여
져 있었고 입엔 자갈이 물려져있었다. 꼼짝 달짝 할 수 없었다.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사나이들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장윤호에게 연락왔나? "
" 예 왔습니다. 근데 저 여자랑 사촌 사이라던데요.."
" 뭐..? 그럼 사랑하는 여자가 사촌이란 말야? 훗 역시 녀석 우릴 실망 시키지 않는군.."
이현은 그들의 대화를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자신이 사촌이라니..그의 순수한 열정은 이제 한순
간의 재가 되 버렸다.
' 그도 이 사실을 알까....'
그때, 윤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디있니 ? 이현아!"
" 이제 왔군...먼저 이야기 해 우리 조직으로 들어오겠다고..."
" 그래 좋아 여잘 먼저 풀어줘..."
그들은 이현을 끌고 그의 앞으로 데려갔다. 윤호는 아무 상처가 없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안도
의 한숨을 쉬며 그들이 그녀를 문으로 데려 가는걸 지켜보았다. 순간 그의 뒤에 서 있던 사나이
는 각목으로 그의 어깨를 내리쳤고 이현은 비명을 질렀다.
이현은 그날 이후로 윤호를 볼 수 없었다. 아무도 그의 소식을 알지 못하였다. 이현은 심한 자책
에 시달렸고 아버지와의 대화도 인사가 전부였으며 소현 또한 대입에 눈 코 뜰새없이 바빴으며
준 또한 교정에서 얼굴을 보기가 힘이 들었다. 그녀는 어두워진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의
자아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는걸 느꼈다. 요즘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지하방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
졌다. 그녀는 천천히 서랍장에서 앨범을 꺼내었다. 오래된 먼지는 그녀의 눈을 따갑게 했지만,
그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앨범을 넘기기 시작했다. 절제되지 않은 슬픔이 차오르는것을 느
끼며, 모든 그리움이 그녈 흔들어 놓고 있었다. 이젠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사
랑하던 자신을 사랑했던 모든것이 멀어지는 이 외로움의 절벽...그녀는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
며 앨범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 내앞에 가로 놓여있는 이 모든 불행들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사랑하는 사람도 날 사랑하던 사람도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이렇게 되버리는 걸까?
엄마 내가 너무 이기적이서 이렇게 되버리는 걸까?
엄마 내가 미워서 나한테 벌주는 거야? 나한테 이렇게 벌주는 거야?
나 살 수가 없어 숨을 쉴수가 없어 '
그녀의 눈동자는 자신의 어머니의 웃는 모습에 멈추었다. 그녀의 미소에 똑같이 미소지으며, 사
진을 힘없이 바닥에 떨어뜨렸고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침실로 걸어갔다. 어두운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불을 켜지 않은체 자신의 서랍장에서 하얀통을 꺼내었다. 그것은 수면제 였다. 그녀는
통에 약을 모두 꺼내 삼켰다. 순간 중심을 잃은체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 7 -
얼마나 지났을까....소현은 불껴진 집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 이상해 두 사
람을 불러 보았지만 적막함만이 느껴졌을 뿐이었다. 순간 불안한 느낌에 그녀는 언니의 방문
을 열자 쓰러져 있는 언닐 발견하였다.
" 언니! " 그녀는 언니를 일으켜 깨워보았지만 옆에 있는 약병을 보곤 얼른 거실로 나가 전화길
들어 119로 신고 하였다. 전화를 끊은후 다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분 뒤, 사이렌 소리
가 들리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동생의 걱정스런 얼굴이 제일 먼저 보였고, 그녀의 옆엔 아버지가 그
리고 그의 뒤에는 준이 걱정스레 그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웃어보였다. 그녀가 눈
을 뜨자 소현을 얘써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며 언니의 손을 잡았다. 순식간에 따뜻한 온기가
자신의 몸을 감싸 안는것 같았다. 오랜만에 소현의 손을 잡는것 같았다. 아주 잠깐 예전의 두사
람으로 돌아갈 수 있을꺼란 생각을 했지만 준의 얼굴을 보자, 이내 다시 차가워지는 자신을 느꼈
다. 두 사람의 눈동자는 잠시 서로의 생각을 읽으려 애쓰는듯 하였고 소현과 아버지는 두 사람
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 바보같구나.. 너..정이현 이렇게 약한 사람이었어? "
" 나도 약한여자야..오빠가 한번이라도 날 바라봐 줬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거야.."
" 그래 모두 내탓이구나..근데 나도 어쩔수가 없어 내마음 스스로도 제어가 안된단 말야..
네가 그렇듯 내맘도 그래 되돌릴수 없어..나 유학가 일주일 뒤에..
언제 돌아올지 몰라 거기서 경영학을 더 배우고 올려고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 될 거야.."
" 왜 그걸 이제 말하는거야? "
" 급히 결정을 내렸어 번복하진 않을꺼야.. 다시 인연이 닿으면 그때 다시 만나겠지... "
이현은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아 버렸다. 생각하기 싫었다. 자신의 감정이 집착일지라도 그를 사
랑하는 자신의 맘은 진실을 넘어선 바램이었기에......준은 가만히 그녀를 응시한 후 밖으로 나갔
고 소현은 밖으로 나오는 그에게 다가왔다.
" 이야기좀해 "
" 그래."
두사람은 병원의 휴식처로 서로를 외면한체 여름의 햇살을 맞으며 걸어갔다.
" 유학..진짜 가는거야...? "
벤취에 살며시 앉으며 그녀는 그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옆에 준은 조심스레 앉았다..
" 그래 집에서 권유가 있었고 나도 공부 욕심이 생겨서.......네가 많이 보고 싶을거야..."
" 오빨 너무 사랑해서 잊지 못해서 죽음까지 택했던 언니가 불쌍하지도 않아?
그렇게 피해 버리면 어떡해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
준은 화가 난 듯 그녈 차갑게 바라보았다.
" 너도 나 사랑하잖아? 그렇게 말하지마..난 그저 잠시 좋아한 사람이니 ?
사랑까진 아니었어? "
소현은 냉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그래 나...그냥 잠깐 좋아했어.. 그러니까 나한테 신경쓰지마
잘됐어... 오빠가 우리 자매에게서 그렇게 떠나버리는거 잘됐어..
다신 우리 앞에 나타나지마..."
소현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듯 서 있는 그를 외면한체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를 붙잡고 싶은 자신
의 나약함을 얘써 참으며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나왔다.
준은 이현이 퇴원후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으로 떠나갔다. 이현과 소현은 그를 잊기 위해 바쁜하
루를 보내었다. 이현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학 졸업후에 운영할 카페에 대한 경영 공부를 하
느라 여념이 없었고 소현은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고 환경에 적응하는라 정신
이 없었으며 그런 와중에 수업이 끝나고 리포트를 다 쓴후 틈틈히 아버지의 카페를 도와주었다.
맘 한 구석에 그를 그렇게 떠나 보낸 죄책감에 힘들었지만 그녀는 내색하기 싫었다. 다시 언니
와 전으로 돌아간 사실에 만족하려 하였다. 그녀는 나름대로 행복하였다. 맘속에 조그마한 공터
는 자신의 바쁜생활로 활기를 찾길 바랬다.
- 8 -
가을이 깊어진 10월
이현은 몸이 피곤해 일찍 집으로 돌아온날 집앞에서 우체부를 보곤 얼른 우편함에서 편지를 꺼
내었다. 그 편지는 놀랍게도 준이 소현에게 보낸 편지었다.
보고싶은 소현에게
여기 온지도 벌써 석달이 다되어가.
네얼굴이 아른거릴때마다 난 너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틈틈히 꺼내봐
우린 참 많이 멀리 떨어져있네..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조금씩 그리움이 커져가고 있어..
네가 언닐 너무 많이 사랑한단걸 그리고 나 또한 사랑한단거 알아
너의 눈동자는 언제나 날 바라보면서 그런 이야길 했거든
나도 오빨 사랑한다고 날 놓지 마라고
우리의 자그마한 추억들은 언제나 내 기억속에 있을꺼야
불행히도 우리의 사랑이 지금 끝난다 해도 널 지우지 않을꺼야
나 기도할께 네가 날 잊지 않게 해달라고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이렇게 끝내지 않을꺼라고 나 기도할께 네가 날 잊지 않개 해달라고
사랑이란게 한순간 이별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영원한 것이라고 믿어
너에게 내가 절대적이듯이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될꺼란걸
그렇게 너에게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라..
낯선 세계에 이방인 처럼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나에게 언제나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건 널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야..
빡빡한 유학생활의 시작과 입에 맞지 않는 음식에 힘이 들어 괴롭지만
언제나 웃을 수 있게 만드는건 너의 존재야.. 소현아 더이상 널 위한
사랑을 망설이지마. 난 다시 너의 옆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꼭 최선을
다할꺼야 그럴꺼야..사랑해 소현아 이 말로도 모든걸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리워.....
보고싶어....
1999년 10월 준
그녀는 편지를 갈기 갈기 찢어버렸다. 무엇이 그들을 떼어놓지 못하는지 그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내맘도 이렇게 순수한데..난 왜 안되는거야'
그때 자신의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그녀는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났지만 술에 취한 소현이
불쑥 들어왔다. 그녀에게서 여러가지 술의 냄새 섞여 독한 냄새가 났다. 몸을 가누고 있는듯이
신기할 정도로 그녀는 취해 있었다. 그녀의 회색 가을 코트는 그녀의 얼굴을 더욱 우울하게 보이
게 하였다. 촉촉한 그녀의 눈에서 가을의 쓸쓸함이 베어 나왔다.
" 소현아 술많이 마셨어 ? "
"...응....너무 괴로워서 마실수 밖에 없었어 "
그녀는 발음이 부정확하고, 말을 하는것이 힘겨워 보였다. 그녀는 언니에게 웃으며 촉촉한 눈빛
으로 미소지었다. 순간 동생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자신의
아픔 자신의 모든것이 절망에서 허우적거릴때의 그 고통을 잊고 싶지 않았다.
" 언니 미안해 언니가 그렇게 된 후에 나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내가 너무 미웠어..
그 사람을 보낸 후 나 많이 슬프지만 이제 웃는법을 배웠어
방법이 뭔지알아? 그건....언니가 웃으면 나도 웃는거야..
다신 언니 힘들게 하지 않을께.."
그녀의 눈동자에서 진실된 아픔이 밀려나왔다. 이현 그녀가 가지지 못하는 순수한 진실이... 그
녀는 동생을 조용히 포옹하였다.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준과 비슷한 라일락 향기가 났다.
잠시 멈짓한 그녀는 이내 평온하게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 그래.....괜찮아.......너도 어쩔수 없었잖아. 감정의 제어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니까.."
"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올꺼야.."
" 그........래 "
술에 취한 그녀는 침대 위에 편지를 보지 못하였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았다.
" 언니....여기서 자도되?.."
" 그럼.... 언닌 친구한테 편지좀 쓰고 잘께..."
" 그래 "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버렸고, 이현은 잠이 든 그녈 본 후 편지를 들고 화장대에 앉았다.
볼펜을 든 그녀는 작은 책꽂이에 꽂혀있는 연습장을 꺼내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오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마..그립다고 말하지마..나 오빠...다 잊었어..아니 잊은지 오래됐어.....
언니보다 난 오빨 사랑하지 못해..하루 하루 힘들어지는 언닐 보니까 내가 더 힘들어
다시 우리 자매에게로 돌아오고 싶음 언닐 택해줘.....부탁이야....
난 이미 다른 사람 만나고 있어 오빨 사랑 하는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냥 좋아했을 뿐이었어........
스쳐간 인연으로 간직할께...길게 쓰지 않을께..미안하단 말로...내 사랑을 끝낼께..
안녕 건강해.............
- 소현 -
이현은 편지를 접었다. 그녀는 웃음 지으며 잠을 자는 동생의 편안한 얼굴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
라보았다.
'절대로 너에게 그 사람 빼앗기기 싫어...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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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후....
2005년...7월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풍성한 나뭇가지를 싱그럽게 7월의 부드러운 바람에 리듬을 맞추는듯 움
직였다. 실로 그녀가 바라보는 이곳의 풍경은 한번도 서울에서 느껴보지 못한 설레임과 포근함
을 느끼게 해주었고, 사람들의 표정은 세상의 모든 욕심을 버려 넉넉한 미소가 자연스러워 좋아
보였다. 여름의 향기는 호수를 둘러싸고 플라타너스를 감싸 재즈의 숨결처럼 그녀의 가슴에 와
닿았으며 라일락 향기가 어디선가 날아와 바람을 맞으며 편안함을 만끽하였다. 그때 자신을 부
르는 소리에 이현은 뒤를 돌아 보았다.
" 정이현씬가요...? "
" 예.."
두사람은 함께 호수가 보이는 야외 벤치에 앉아 서로에게 눈인사를 하였다.
" 많이 컸네요..갓난아기때 봤었으니까..결혼은 아직...? "
" 예..아직 짝을 못만났어요.."
원장은 인자하게 웃으며 자신이 들고온 앨범을 펼쳐 그녀가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현은 조
용히 앨범속의 어머니의 모습을 하나 하나 세심히 바라보았다. 좀더 일찍 오지 못한 것이 후회
가 됐다. 한번도 맘의 여유가 없었던 27년동안의 시간들은 그녀를 일에 파뭍히고 세상을 알아가
게 해주었다.
" 정말 많이 닮았네요...이건 산모때 쓴 일기장이이예요.."
그녀는 하얀색표지에 A4용지 크기의 일기장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현은 잠시 너무 놀라 원장
을 바라보곤 이내 일기장을 펼쳤다. 그녀의 가지런한 글씨들이 사랑을 듬뿍 담아 정성스레 적혀
있었다.
" 이렇게 늦게 찾아와서 너무 죄송하네요..처음엔 아버지께
모든 이야길 듣고 엄마의 존재를 부정했어요..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을꺼예요
정말 잘 간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원장님.."
이현은 원장이 가르쳐준 엄마의 산소를 가기 위해 다시 자신의 차를 타고 요양원에서 10KM 벗
어난 산소로 갔다. 어머니가 좋아하던 바이올렛은 분홍색화분에 담겨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녀
의 이름을 발견하자 그녀는 화분을 놓고 잠시 어머니의 묘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흐르는것을 참
고 그녀는 대신 웃음을 지어보였다. 행복한 미소를 보여 주고 싶었다.
'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이렇게 늦게 찾아와서 미워하지 않을꺼지..?
나 벌써..스물일곱살이야.....시간 너무 잘간다 그지..?
아버지가 3년전에 엄말 따라가서 엄마 지금 행복해?
그래..엄마라도 행복해야지...이 못땐 딸 걱정마,,
아버지 대신 카페두 경영하고 장사도 그런대로 잘되구..
이 정도면 행복하니까..걱정마....'
그녀는 하늘에서 보고 있을듯한 엄마가 보고 싶어 고개를 들었다. 맑고 청명한 7월의 하늘은 그
녀의 미소 만큼이나 행복하고 눈부셨다. 이현은 한동안 꼼짝하지 않은체 그곳을 올려다 보았다.
소현은 명동거리의 화려한 조명아래에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매일같이 이 거리
의 사람들을 지켜보는것이 어느세 익숙해질때쯤 그들의 얼굴과 눈빛만 봐도 그들의 패션경향을
느낄수 있었다. 막연하게 느꼈던 대중의 기호가 이제 쉽게 파악이 되었다. 7월의 뜨거운 햇살아
래 짧아지고 화려해지는 사람들의 옷은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거의 일률적으로 변화되고 있었
다. 소현은 한가지의 유행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의 패션이 그리 이뻐보이지 않았다. 서주가 디
스플레이한 옷들을 하나 하나 체크한 소현은 인터넷을 뒤지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모든 정
보를 찾아보고 있었다. 급히 청소를 마친 서주는 미니 자판기에서 커피두잔을 빼서 한 잔을 그
녀 앞에 내려 놓았다.
" 아침에 모닝 커피 한 잔"
서주의 환한 미소에 소현도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땡큐..언제 마셔도 향기가 좋아..서주야..이 스타일 괜찮지..?
그녀는 패션잡지에 실린 보라색 진을 가리켰다. 두 사람이 반년 전부터 시작한 이 -체리넛- 옷
가게는 두 사람의 꿈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15평 남짓한 가게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각종 진의
소재로 치마 바지 자켓 모자 악세사리가 모두 두 사람의 안목으로 직접 디자인되 걸려있었다. 대
학에서 알게된 두 사람은 같은 학과 같은 디자이너 동아리에 함께 다니며 서로의 꿈을 알게된
뒤 동성 친구 못지 않게 친해졌고. 또한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다. 서주는 여성스런 외모에 사려
깊고 활달한 친구였다. 비슷한 성격인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당겼으며 두 사람은 함께 패션계
에서 어느정도는 알아 주는 한 디자이너 밑에서 일을 하곤 반년전 이곳 명동의 가겔 오픈 하였
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패션은 감각의 돛을 달고 항상 새롭게 변해가 사람들의 패션도 하루가
늦다 시피 변하고있었다.
" 서주야..이거봐! "
" 뭔데.? "
" 패션몰에서 콘테스트를 해..수상만 하면 자회사 프리랜서로 채용한데.."
" 여기 최근에 생긴 패션몰이네.신촌에 있는 페르네스..
왜 어제..신문에서 젊은 사장으로 이슈가 된 그 패션몰이야 기억해..? "
" 그래..? 어때? 우리 해보자..포트폴리오를 이번주 안으로 재출하면 된데.."
" 그래..난 아직 자신이 없어..소현아 네가 해보는것이 훨씬 좋을것 같아..
소현이 너 정도면 실력이면 내도 괜찮을거야.."
" 어떻게...혼자내..."
하지만 서주는 이현의 얼굴에서 열정을 느낄수 있었다. 두 사람은 점심으로 시원한 냉면을 시킨
후 맛있게 먹었고, 몇분이 지났을까 한 여자 손님이 들어오자 반갑게 인사하였다. 허리까지 오
는 긴생머리에 짙은 화장을 한 여인은 얼핏보아도 10대 후반인걸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몸에선
술 담배 냄새와 너무 많이 뿌려버린 독한 향수가 코를 찔렀다. 소현은 서주를 테이블에 앉게 한
후 그녀에게 상냥하게 말을 시켰다.
"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
그녀는 말없이 소현을 스쳐 맘에 드는 옷을 세벌 가리켰다.
" 이 옷들 입어보고 싶거든요..괜찮죠? "
" 그럼요.."
소현은 그녀가 옷을 입는것을 도와주며 직감적으로 그녀가 화를 풀기 위해 들어왔단걸 알 수 있
었다. 세 옷을 모두 입어본 그녀는 예상대로 미안한듯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 담에 올께요.."
소현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이내 서주에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주는 웃으며 그
녀를 끌고 컴퓨터 앞에 앉혔다.
" 자..게임 한판해..정신 건강에 이로워..그냥 웃어버려.."
소현은 애써 화를 가라 앉히기 위해 서줄 보며 웃었다.
" 미스리 나 시원한 물 한잔만.."
" 예..조금만 기달려요.."
서주는 마음을 가라 앉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웃고 있을때 그는 진정으로 웃는 자신을 이미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녀곁에
친구가 되어 줄 수 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는 조금씩 서주 자신을 답답하게 하였다. 하지만 섣부
른 고백으로 그녀를 잃는것은 더욱더 싫었다. 곁에서 그녀를 수호성처럼 지켜주고 싶었다. 그
는 시원한 물을 그녀에게 준 후 웃어보이려 애쓰는 그녀를 응시 하였다.
' 넌 웃을 때가 제일 이뻐..내가 니곁에 있는 한 지켜줄께..항상 그렇게 웃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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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스치는 거리의 사람들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몸에선 행복의 향기가 났
다. 그녀가 결코 가질 수 없는 행복의 향기가 그녀를 어딘가로 걸어가게 하는듯 하였다. 하얀 실
크 원피스는 연두색의 격자무늬가 새겨져 우아함이 그녀를 돋보이게 하였고 노란색 자수가방은
아기자기하게 작은 무늬들이 수 놓여져 있었다. 컬이 들어간 갈색 머리칼은 길게 하늘거렸다.
그녀를 스친 사람들은 한번씩 다시 그녈 보았다. 그녀는 그들의 시선이 오늘 따라 싫었다. 그녀
의 발걸음은 소현의 가게로 향하고 있었다. 몇번인가 그 가게를 스쳐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소
현을 못 본지가 1년이 되었다. 3년전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들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공허 하게
둘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 두 사람은 1년뒤 서로의 방을 마련하면서 더욱 멀어
지기 시작하였다. 아버지의 기일에만 얼굴을 봤다. 이현은 소현의 가게가 보이자 망설여졌다.
그녀는 소현과 서주가 즐겁게 손님들과 이야길 하는걸 보며 천천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현
을 보자 소현은 자신이 들고 있던 옷을 떨어 뜨렸다. 서주는 소현과 이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오랜만이네..소현아...바쁘니..? "
소현은 얼른 떨어뜨린 옷을 주우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 아냐..저기 테이블에서 조금만 기달려.."
" 저기..소현아 다름이 아니라 저녁에 우리 카페에서 술이나 한잔 같이 할래..친구? "
서주는 이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 예.이서주입니다."
" 친구도 같이 와요..마치고 와.."
웃으며 고갤 끄덕이는 동생에게 이현은 웃으며 가겔 나왔다. 당황하던 동생의 모습을 생각하자
작은 슬픔이 밀려왔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기엔 두 사람의 틈은 어느세 켜져 버렸다. 하늘에
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을 아버지가 그리웠다. 7월의 하늘은 구름이 흘러 부드러운 솜사탕의
달콤한 내음이 나는듯 하였다. 행복이란 두 글자가 그리워졌다. 부모님의 이혼이 있기전 그래도
단란 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현은 슬픔의 끝에서 느껴지는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의 절망으로 그녀는 눈물이 나는 것을 애써 참아야만 하였다.
저녁 10시가 훨씬 넘은 시간 카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짙은 칵테일의 향기 어느세 익숙
해 진듯한 담배의 혼탁함이 뭍어 나왔으며 저마다 술과 이야기 재즈 음악에 취해 그들은 자유로
와 보였다. 보라색 안개와 비가 모여 만들어 놓은 듯한 그 어둠은 묘한 설레임으로 사람들을 자
극하는 듯 하였다. 강남의 카페중 이곳 -헤라 파인-카페는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손님들 사이에
서 유명하였다. 세 사람은 카페 중앙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서주는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르고 있
는 어색함에 말을 열기가 머쓱하였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척 명랑하게 분위기를 주도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잔이 많이 비워질때쯤 이현은 감각의 무딤으로 조금은 자신을 주체하기
가 힘들어보였고 소현에게 무언갈 이야기 하고 싶어하였다. 둘다 말이 없이 그의 이야길 들어주
는 듯 고갤 끄덕였다. 와인 립스틱의 이현은 차가운 이미지가 오늘 따라 더욱 짙어진듯 하였다.
" 소현아..너 참 바보야.."
소현은 언니를 바라보았다. 서주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 왜 그 사람 그렇게 보냈어? 그렇게 보내면 우리 두 사람 괜찮아질꺼라 생각했어?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는데...우린 너무 멀어져버렸어..
아버지의 죽음은 우리에게 가족이란 이름을 지우게 만들었어..
이게 모두 그 사랑이라는것 때문이야...네가 모르는 것이 있어..모르는것이...
소현아 결코 네가 알 지 못하는것이 말야.."
소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 또한 힘이 들었다. 세상에 두 사람뿐이 자매..언닐 그리워하
면서도 항상 자신의 맘을 닫게 하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막연하게 자신안에 모든것이 그녀의 맘
을 닫아 버리고 있었다.
" 왜 이렇게 됐냐고 서롤 탓하지 말았음해..언니와 나의 생각이 달랐을뿐이야..
그 사람 때문은 아니야..조금은 서로를 멀리 했는건 모르지만 그것 때문이 아냐.."
" 그래..? 그렇게 너처럼 생각하면 우린 서로를 이해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마 난 너 이해 안해...아니 너 이해 못해...내말 매정하게 들릴줄 모르지만
우린 결코 좋아지질 못해..왜 말 안했었어? 그 사람 아님 안된다고..
그 사람 나만큼 사랑한다고...왜 바보 같이 당하는거니? "
" 언니..그 사람 사랑했었다 해도..그 사람 없이 못산다고 했어도
이제 옛날 이야기야..다시 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조금씩 시간이 우릴 전처럼 되돌릴꺼야"
" 아니 그렇지 않아..절대로...."
소현은 이현의 냉소짓는 미솔 보며 믿고 싶었다. 그녀가 자신을 미워하는 철저한 자기비하라는
것을 언제나 완벽하던 자신을 저렇게 비하하고 있을뿐 이란것을..사랑하는 사람에게 뒷 모습 밖
에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아픈 사랑에 견딜 수 없어 하는거라고..자리에서 일어난 소현은 그녀를
부축하려 몸을 낯추었다.
" 싫어. 너랑은 가기 싫어..그냥 내버려둬...더 마시고 싶으니까.."
소현은 서주를 찾기 위해 문 밖으로 나갔다. 쓸쓸한 뒷 모습의 서주가 순간 문을 열고 자신을 바
라보는 소현을 돌아다 보았다.
"소현아...? "
" 어..."
" 왜그래..?"
" 아냐..언니가 술에 많이 취했어..너 술 많이 안마셨으니까 언니 좀 데려다줘.."
서주는 얼른 카페 안에서 그녀를 부축해와 자신의 차에 앉혔다. 하늘은 흐려 비가 올듯 하였고,
여름의 탁탁함이 짙게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 소현아..너도 타.."
" 아냐..나 좀 걷고싶어..우산 있으니까 걱정말구.."
서주는 짧게 인사를 하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그녀의 뒷 모습을 응시하였다. 두 사람 사이에
공존하고 있던 무거운 벽속에 자신이 갇혀 버린듯 하였다. 또다른 슬픔 한 줄기가 그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소현이 일러준대로 그녀의 집으로 출발하기 위해 차에 오르자, 술냄새가 그의
코를 쾌쾌하게 하였다. 차는 출발했지만 소현의 슬픈 미소가 계속 해서 서주의 가슴을 아리게 하
였다.
'언제쯤 너에게 친구 아닌 연인으로 다가 갈 수있을까..?
그런날이 오긴할까..? 나 6년동안 너만 생각했었는데.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때, 이현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 소현아..이소현..우린 친자매가 아냐..아니라구.. '
순간 서주는 차를 급하게 도로 옆으로 세웠다. 그녀는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가슴속의 가득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그의 맘 깊은 곳의 황량함이 순간 깊어졌다. 옆
에 있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모든 자신감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현에게 느껴지
는 무너짐의 끝에서 소현을 보호해야만 한다. 서주는 한동안 그곳에 차를 정차 시킨체 생각에 빠
져있었다.
소현은 흐린 여름밤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안의 깊숙히 존재하고 있던 아픔이 그녈 괴롭
히고 있었다. 이겨내고 싶었다. 강해지리라 채찍질 하던 그 모든것들이 한순간에 절벽으로 떨어
지고 있었다. 그녀는 울고 싶었다. 모든 슬픈 응어리들을 걸러내고 싶었다. 그녀는 서서히 모든
사물들이 부풀어 오르는것을 느꼈다. 한방울의 눈물이 눈에서 흘러내리자 하늘에서 조금씩 빗
줄기가 뿌리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차라리 잘된거라 생각하였다. 빗소리에 자신의 흐느낌이 파
뭍혀지길 바랬다. 하얀 면바지와 소라색의 니트가 적시며 비는 세차게 그녀를 흔들기 시작하였
다.
' 오빠....뉴욕에서 행복하게 지내는거지..? 나도 오빠가 날 잊어버렸듯 잊고 싶었어
그런데 왜 난 이렇게 힘든거야..? 오빠가 떠나간 흔적들이 언니와 날 괴롭혀.. 미워 오빠가...'
굵어진 빗방울들의 세찬 반격들은 그녀의 눈물과 절망을 모두 쓸어 버리려는듯 강하게 몰아치
고 커져버린 그리움과 아픔들은 그녀를 흔들어 놓았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슬픔과 싸우고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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