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이 참 좋더라
- 통영의 사량도(윗섬)를 다녀와서
이름이 같은 산은 많다. 지리산이든 지리망산이든 호기심을 자극하는 산이름은 아니다. 오히려 ‘사량도’라는 섬이름이 관심을 끌었다. 퍽 낭만적으로 들렸다. 벼르고 벼르다가 2011년 5월 8일 둘째 주 일요일 모 산악회를 따라 갔다. 칠현산을 산행하였다. 산행을 하면서 바다 건너 보이는 험한 암봉이 상도(윗섬)의 옥녀봉임을 알았다. 칠현산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하도(아랫섬)에 있다.
사량도를 검색하여 보았다. 낭만과는 거리가 먼 “사량도(蛇梁島)”였다. 상도와 하도의 두 섬 사이의 물길이 가늘고 긴 뱀의 형상이라는 데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하고, 섬이 긴 뱀의 모양이라는 풍수지리에서 유래한다고도 한다. 이름값을 하려는지 뱀이 많다니 따지고 보면 징그러울 수 있는 섬이다. 그러나 남해의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섬의 모습이 충분히 춘심(春心)을 들뜨게 하였다.
지리산은 원래는 지리망산이라 불렸다. 맑은 날이면 지리산의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바위산이라 다소 험난하고 무엇보다 땡볕을 걸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있지만 조망은 끝내주었다. 봄철 산행지로 적격이었다. 간간히 보이는 진달래꽃이 봄의 전도사를 자처하였다. 섬과 바다,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절경, 지리망산에서 옥녀봉까지의 주능선의 종주코스에 설치된 긴 로프와 수직의 철계단 타기는 기초유격코스를 방불케 하였다.
지난 해의 사량도의 배편은 통영에서 출항하였다. 그런데 이번엔 삼천포에서 출항하였다. ‘삼천포화력발전소’를 지나 그 앞 바다 가운데에 있는 섬이 사량도. 상도(윗섬)의 선착장은 여럿이었다. '돈지 선착장'의 북쪽 '내지 선착장'에 하선하였다. 내지초교를 산행의 들머리로 삼았다. 돈지마을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금복개'까지는 된비알이나 육산의 숲길이었다.
금복개에 이르니 주능선이 시작되었다. 하도(아랫섬)과 바다, 그리고 섬 주변의 작은 무인도들이 탁 트인 조망으로 매우 시원한 풍경을 이루었다. 사량도를 둘러싼 무인도들이 아름답고 청정의 푸른 바다가 환상적이었다. 굴양식장이 '옥의 티'이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바다가 푸르고 고요하니 바다위에 두둥실 떠 있는 기분이었다. 멀리 보이는 삼천포 화력발전소의 굴뚝마저 아름다워 보였다.
지리망산의 정상석에는 “지리산 397.8m"라고 적혀 있었다. 비교적 널찍한 암봉, 조망이 참 좋았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 식사를 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였다. 소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먹는 점심이야 말로 "분위기가 반찬이었다.”
지리망산에서 월암봉을 거쳐 주능선의 최고봉인 볼모산의 달바위(400m)에 이르는 바위길이나 가마봉과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거친 편마암의 바윗길이었다. 미끄럽지는 않더라도 헛디뎌 넘어지면 다칠 위험이 있어 매우 조심스러웠다. 철 계단은 거의 직각이고 밧줄구간의 밧줄은 너무 굵어 자칫하다가는 손을 놓칠 위험이 있었다. 조망 좋고 바람마저 불어 주어 상쾌는 하였으나 긴장은 풀 수가 없었다.
옥녀봉은 밧줄을 타고 올랐다가 수직의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와야 하는 위험구간이었다. 이정표에 보면 우회로에도 옥녀봉으로 가는 길의 표시가 있어 무심코 우회로를 따라가니 옥녀봉에서 철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로 길이 막혔다. 옥녀봉의 정상에 가는 것은 포기하고 나란히 솟은 세 개의 봉우리 중 가장 작은 봉우리로 올랐다. 옥녀봉엔 여전히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지체된 모습이었다.
옥녀봉에서도 바로 하산하는 것은 아니었다. 밧줄을 타고 암벽을 내려가 다시 마지막 작은 봉우리를 하나 더 올라야 했다. 그곳에서 가파른 바윗길을 하산하다가 사량중학교와 사량면사무소가 있는 선착장으로 가는 등산로와 대항해수욕장과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등산로의 갈림길에서 대항마을로 하산하였다. 가파른 바윗길에 계단과 안전밧줄이 설치되어 위험성은 없었다.
하산하면서 숲을 채우고 있는 야생화를 감상하였다. 뱃 시간까지는 시간이 넉넉하여 여유를 부렸다. 하산 길, 예비군 훈련장 아래 콸콸 흐르는 약수에 세수와 세족을 하고, 노점상이 파는 해삼과 멍게, 굴 등 해산물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긴장으로 굳었던 몸이 기분 좋게 풀렸다.
삼천포로 나와 푸짐한 회로 뒤풀이를 하였다. 세상사 부러울 것이 없었다. 옥녀봉을 우회한 것이 아쉽기는 하였다. 계영배(戒盈杯)의 진리, 채움의 포만감보다는 비움의 여유로움을 배웠다. 섬 산행이 주는 최대의 선물은 너른 바다와 섬이 이루어내는 비움의 풍경이다. 비우면 만족하고 행복해진다.
오랜만에 찾은 한토이다. 그래도 잊지 않고 반겨주는 한토인이 있어 더 기운이 났다. 산행의 매력이란 성취감이나 아름다운 눈요기도 빼놓을 수가 없지만 만나 즐거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요 행복이다. 참석할수록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인 산행이 아닌가 한다.
(2012년 4월 7일 통영의 사량도(윗섬)를 다녀와서 씀)
첫댓글 오랫만에 뵈어서 반가웠구요 사량도의 산행후기도 반가웠습니다
저도 반겨주는이에 속하지요 ㅎㅎ
건강 잘 챙기시고요
즐거운 사람들을 만나...더욱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 한토산행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오랫만에 읽어보는 맛깔나는 운선님 산행후기... 감회 또한 새롭습니다.
오랫만에 보는 운선님의 산행후기 방갑네요. 앞으로 건강이 허락되는 한 자주 산에 나오시구 한행후기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오랫만에 멋진산행기 보았네요..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 많은 한토.. 올해의 화두입니다.. ㅎ
많이 궁금했는데,, 건강하신 모습 사진으로 뵈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운선님의 산행기에는 운선님만의 특별한 맛이 있습니다...
오랫만에 느낀 그 맛!!
역시 좋습니다~!!
아까 들어왓다가 사진만 보고 나가서 서운했어요. 운선님 산행기 오랫만에 읽어보네요.
담에 뵈면 " 점심시간 또한 훌륭한 반찬" 이란 글에 부러움을 소꾸리에 담아서 드리겠슴다. 담 산행 때 재미ㅋㅋ 보시걸랑...꼬옥 반기는 인사해주세염.
뵙고 싶었는데 반가운 산행후기 고맙습니다..
분위기 반찬? 모습들이 그려집니다..ㅎ
기다리고있었어요!!!!모두가 그래서 더 반가웠어요 !!!건강하신 모습 반가웠습니다
가고싶었던 산~ 다시 한번 타고 싶었던 옥녀봉 밧줄~...사량도 지리망산을 그리워하면서 산행기 즐겁게 읽고 갑니다
모두들 운선님을 기다렸습니다~~^*^ 산행후기를 기다린건 아니구요~~ㅎㅎ
올만에 운선님의 산행후기를 읽으니 다시 사랑도 지리망산을 다녀온듯합니다~~섬산행의 최대의 선물은 정상에서 보는 넓은바다 겠지요~~운선님과 같이한 지리망산 정말 좋았구요 ~맛깔나는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