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道길에 만난 동기소식 / 김혜란(국문), 이준호(임학)

[유대준]

서울은 눈구경 한번 제대로 못하고 겨울이 지나 갔는데 미세먼지 경보 속에 봄기운도 뿌옇고 탁하기만하다. 봄 기운이 깊어 가는 시절 남도를 다녀 오며 구례에 사는 김혜란 동기(국문)와 부여에 내려가 있는 이준호 동기(임학)를 만나고 왔다.

김혜란 동기는 전남 구례에 산다. 삼십 년 넘게 봉직한 교직 생활을 끝내고 6 년 전 나이 육십 넘어 홀연히 남도 천리 먼 곳에 새 삶의 둥지를 튼 김동기. 천하의 번거로움을 피해 강호의 자유로움을 택한 김동기를 구례에서 만나 함께 봄 기운이 익어 가는 화엄사 경내를 걸었다. 궁금 했던 원통전 옆 300살 홍매는 만개 시점이 지나 시들어 가고 있으나 깊은 매향은 아직 은은히 퍼지고 있고 구층암 지나 길상암 앞에 있는 250살 야생 매화도 꽃은 작지만 향은 여여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

김동기의 집은 화엄사에서 차로 십분 거리. 남편과 구십이 다 되어 가는 친정 노모를 모시고 5 마리의 진돗개를 키우며 살고 있다. 하사리 마을 맨 윗부분에 위치한 김동기의 집 마당에서 보면 하사리 마을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마치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 마당에서 평사리 들판을 내려다 보는듯 하다. 평사리.. 하사리.. 마을 이름도 비슷하고..

지리산 자락에 사는 김동기는 서울 사람 보다 바쁘게 사는듯 하다. 오백 평 정도 되는 집 주변에 여러가지 농사를 지으며 노모님을 봉양하고 커다란 진돗개 다섯 마리를 돌보는 것 자체가 작은 일이 아닐텐데 지리산 반달곰 보호 자원봉사를 비롯해 여러 지역 봉사활동과 마을 공동체 활동에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구례읍에 소유하고 있는 빌라를 국제여행네트웍과 연결해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기도 한다(펜션 숙박업 아님).

큰 산 밑에서 흙 내음을 맡으며 태양과 바람을 벗 삼아 살고 있는 김동기. 자연 속에서 늘 스스로 그러하게 늙어가는 그녀의 삶이 건강해 보인다. 건강함이 아름다움이다. 늘 그렇게 건강하게 살기를 빌어본다.

구례 사성암을 들린 김에 화엄사와 광양의 옥룡사지까지 돌아 보고 오며 부여에 들려 이준호 동기를 만났다. 古潭선생이라 불리는 이준호 동기는 새삼 소개가 필요치 않은 인사이다. 서울에서의 사업을 접고 인연 따라 부여에 내려 간지가 꽤 되었다. 어려서 집안 어른한테 한학을 익히고 나이 들어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한 이동기는 우리 세대에 흔치 않은 東과 西를 그리고 古와 今을 回通 하는 현대판 선비라 할 수 있다.

옛 말에 선비란 관직에 나가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관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모름지기 후학 양성을 위해 가르치고 베풀어야 한다 했는데 이동기의 삶 또한 그와 유사하다. 베이스 캠프는 부여에 쳤지만 그는 한학 한시 교육을 위해 대전이나 전주 등 타 지역에 다니며 강의도 하고 동기들한테는 동기 사이트를 통해 명심보감 같은 가르침을 계속하고 있으니 바로 선비의 태도라 할 만하다. 현재 부여 군청과 한학 교육을 위한 서당 설립을 위해 협의 중이라 하는데 이야기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동기를 만나는 자리에 이동기의 지인들이 합석을 했다. 아니 이동기가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 내가 합석을 하게 된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먹어본 ‘우여회’는 생각 보다 맛이 좋았고 안주가 좋으니 술이 빠질 수 없었다. 이동기가 들고 온 발렌타인이 비워지자 막걸리와 소주가 들어 왔고 친구 한 명이 또 합류하며 소주에 맥주가 가세를 했다. ‘우여회’ 안주가 추가 되며 이동기가 나갔다 오더니 4홉들이 대두병에 들은 한산소곡주가 등장했다.

한산소곡주는 충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약주로 소위 앉은뱅이 술로 알려져 있다. 돗수는 18도로 일반 소주급인데 단맛이 강해 알코올 느낌이 약하다. 마시기 편하고 술술 넘어 간다고 계속 먹다 보면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하게 된다. 그 정도 취하게 되면 앉은뱅이 술이라는 의미를 알게 된다. 서울까지 운전을 해야 하기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 나는데 이동기는 하룻밤 자고 내일 가기를 권한다. 동기의 호의를 뒤로 하고 서울향 고속도로를 올라타니 어느덧 주위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끝-

Ps: 사진 동영상 2편 첨부.

[유대준]

오랫만에 올리는 글 사진이라 몬가 어색...
꽃 소식과 함께 멀리 사는 동기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봄 날을 맞으시길...

[김인순]

남도길가는길에 혜란이와 이준호동기 소식-반갑게 보았습니다ㅎ
(혜란이가 서울에 있을때 산행을 잘했고 베낭에 응급용약을 갖고다니던 멋진 산여인이었지요)

[유대준]

여러해 전 72산에서 한 두번 보았던 김혜란 동기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머리엔 72산회에서 만든 산악회 스카프를 두르고..
김인순 동기가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친구도 잘 챙기고 있음을 알았구요.
즐건 봄날을...

[박부옥]

여행길에 벗을 만나 이야기 나눔은
여행의 맛을 한층 더 깊게하는 멋진 일이지요.
꽃향기와 함께 하는 동기소식 반갑습니다.
대준씨도 반갑구요~~^^

[유대준]

그래요 먼 곳의 벗을 만난수 있음은 큰 즐거움이지요.
답글 고맙고 건강한 봄철 맞으시길...

[정찬란]

매화꽃 소식이 안들리나 했더니
반갑습니다.
혜란이 사는 모습도 좋고
준호씨도 무척 반가웠겠네요.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떨치고 나설 수 있는
자유가 부럽습니다!

[유대준]

네 반가워요. 꽃소식이 좀 늦었나요?
담엔 좀 더 멋진 꽃 소식을 전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남명화]

유동기님 좋은 소식 봄냄새 모두 감사합니다.
혜란동기 잘 지내신다니 반갑습니다.
준호동기소식도 듣게 되어 반갑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제자리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십시다.^^^

[유대준]

네 남회장님 반갑슴니다.
댓글 감사 드리고 회장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여양구]

유동기 덕에 혜란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도 듣고 혜란이가 키우는
누리도 보았네요
혜란이가 놀러오라 했는데 못가고 있었는데
유동기는 바람처럼 여행 다니다 혜란과 준호동기를
만나 소식을 전하니 감사하고 부럽습니다

[유대준]

오랫만입니다. 누리를 아시는군요.
누리가 제법 진돗개의 카리스마가 있더군요. 좀 사납기는 하지만...
많이 바쁘신 듯한데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봄철 보내시길...

[이재모]

대준동기 글도 좋고 동기들 소식도 반갑고 올리신 동영상 노래도 좋습니다. 번잡힌 대도시를 벗어나 사는 동가들 삶의 멋이 느껴집니다.

[유대준]

반갑습니다. 동영상 노래도 좋다니 기분이 좋군요. 먼 길 운전하고 다닐때 즐겨 듣는 노래입니다. 격려 감사하고 늘 건강하시길..

[이강봉]

여행의 으뜸 요소는 여유,
특히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좋다.
자유로움이 더해지고 벗이 함께하는,
벗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도 좋다.

유대준 동기의 그러한 여유로움이 한껏 부럽다.

[유대준]

강봉대장 글 고맙구려. 無事老人 일없는 노인이 되고자 하나 늘 번뇌에 시달리니.. 好時節 잘 보내시구려..

[이강봉]

아직 老人然 하기엔 이르지 않남?
있는듯 없는듯 존재함이
나이 먹어가는 우리네들이
목표해야할 삶이기는 해도...

[유대준]

일없는 노인이 그 노인이 아닌데.. 암튼 강봉대장 의견엔 동감이오. ㄸㅋ

[이헌기]

새벽 일찍 출발하여 지리산에서 일출보고 당일 귀경했나요?
대준 동기의 부지런함과 체력이 놀랍네요.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고, 댓글단 동기들에게 일일히 답글 달아주는 섬세하고 배려심 높은 것도 알아줄 만해요.
언제 시간내서 휴먼 디자인 속편 강의도 할겸 소주 한잔 합시다.

[유대준]

지리산 자락에 鰲山이라고 구례에 있어요. 운해철이 되면 장관인데 철이 아니라.. 함께 하고자 했는데 독감이 심하다고.. 쾌차는 하셨는지.. 건강 잘 챙기시구려 함 봐야지.

[이준호]

長時間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룻밤 묵고 가라는 제의에 손사래를 치며 돌아서는 兄의 마음을 왜 모르겠소 마는
보내고 나니 섭섭한 마음이 쓸쓸함을 더합디다. ^^
當日의 못 다한 酬酌은 서울에서 합시다.

[유대준]

하루 묵고 가라는 인사가 지금 세상엔 없어진 말인데 오랫만에 들으니 참으로 정답다는 생각이..
서울에서의 만남을 기대합니다. 변화가 심한 기후에 건강 잘 챙기시고..

[오천]

사진 잘 찍는 유대준 동기가 궁금하던 동기 소식을 알려주니 너무 고맙습니다.
김혜란 동기와는 산행시 동업자로서 항상 대화를 많이 하였것 만 근래 얼굴을 볼 수 없어 무척 궁금하였는데 겅강한 야인으로 사시는 모습보니 건강한 삶이 참 보기 좋네요.

[유대준]

오천이란 이름이 익숙친 않으나 댓글 고맙습니다. 김혜란 동기하고는 산행시 대화를 많이 하셨섰다니 반가우셨겠네요. 말씀대로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김동기의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오천동기도 늘 건강하시길..

[김인순]

미안하지만 닉네임 '오천'님이 누구신지요?
닉네임으로 되어있으신 동기는 수정을 하시든지 옆에 이름을 남기어주시면 너무너무 고맙겠습니다~~~
(운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