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재경직, CPA(공인회계사), 취업,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진로에 대해서
작성자: doogie99
CPA, 행시 재경직, 한국은행,금감원 정도를 놓고 고민하고 계신거죠?
경제학과를 지망시는 분이라면, 저 넷 다 뭘 선택하더라도 큰 무리 없을 만큼
다들 훌륭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공인회계사부터 짚어보죠.
회계사 합격후의 진로는 크게 둘로 나눠집니다.
Big4 회계법인에 들어가는 합격생과 그렇지 못한 합격생 이 둘이죠.
물론 Big4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경우라도 자신의 적성과 개인적 선호에 따라서
Big4 입사보다 더 큰 만족을 얻는 경우가 없진 않겠으나(금융권 공사 등), 일단 대부분의 합격생은 Big4 회계법인 입사를 원하죠. 일단 그런 대형회계법인에 들어가야만, 회계사로서의
전문지식을 폭넓게 배울 수 있고, 그런 전문지식이 소위 잘나가는 회계사가 되기 위한 기반이 되거든요.
물론 그런 대형회계법인이 아닌 로컬 회계법인등으로 가더라도 열심히만 하면
길이 보이겠지만, 대형회계법인에 비해서는 여의치 않은 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님의 경우, 회계법인 입사를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고려대 경제학과의 경우
나이 30이전에만 합격하면 거의 확실히 법인 입사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합격할 수 있냐 없냐만 걱정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회계사 시험의 경우, 요즘 합격인원이 증대되고 지원자수는 90년대에 비해 감소하여
이전에 비해서는 합격이 다소 용이해졌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게 만만한 시험이라는 소리는 결코 아닙니다. 여전히 죽도록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합격할 수 없는 시험입니다.
하지만, 예전과 분명히 달라진 것은 2~3년 시간 잡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진짜 죽도록 열심히 공부하면 어느정도 합격을 확신할 수 있는 시험이라는 점입니다. 이건 다른 고시류에 비해 회계사 시험이 갖고 있는 상당한 장점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공인회계사의 전망을 보면, 확실히 공인회계사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90년대 초중반에 비해 그 merit가 다소 감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2000년 이후매년 1000명씩 회계사 합격생이 배출되는 등 경쟁은 앞으로 점점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데, 감사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거든요.
회계제도와 관련된 각종 규제들이 보다 엄격해지고 있는 추세도 위험요소이고요.
그러나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포화상태라고는 하나 회계감사라는 것은 오직 공인회계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전문영역이고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하는 직무이므로, 일단 그것만으로도 회계사는 강점이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형회계법인들이 사활을 걸고 경영컨설팅 등 경영관련 기타 업무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고 지금까지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고요.
즉, 예전의 회계사에 비해 회계사합격생이 누릴 수 있는 부의 기대치는 감소했고, 표준편차는 커졌다고 보면 될 텐데요.
그렇다고 해도 회계사는 여전히 매우 매력적인 전문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의 기대값이 감소했다고 해봐야 일반 대기업 입사자의 그것보다는 높을 것이고(물론 대기업에서 성공해서 이사 이상의 자리에 오르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지만, 그 확률은 정말 낮죠.)
편차가 커졌다는 것은,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일테지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앞서나가게 될 수 있다면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다음으로 행시 재경직~너무나 매력적인 고시이지요.
안정적이고, 권위(소위 갑과 을의 관계에서 고위 공무원은 거의 언제나 갑의 입장에 서죠)와 명예를 얻을 수 있고, 사회적인 인지도도 매우 높고,
합격할 수만 있다면, 상대생이 도전해볼 만한 최고의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장점들만큼 너무나 리스크가 큰 시험이란 점입니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붙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고시가 어렵다는 게 당연한 거지 그게 단점이라니 장난치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지나칠 문제만 아닙니다.
이건 님이 고려대 정경학부를 다니는 우수한 인재라고 해도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뛰어든다고 붙을 수 있는 그런 시험이 아니거든요.
저도(연세대 상경계열 99학번) 제대 후 행시 재경직과 공인회계사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었는데요, 바로 이 합격 가능성 문제 때문에 공인회계사를 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공인회계사란 직업에 매력을 느껴왔으나, 행시가 가진 많은 매력들 때문에 망설여졌었거든요. 하지만 행시는 죽도록 열심히 해도 합격을 확신할 수 없는 시험, 회계사시험은 그래도 죽도록 하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회계사 시험으로 진로를 결정했죠.
실제로, 2년전에 행시 재경직에 붙은 제 친구의 예를 보면, 나중에 알고보니(연수원에서 연수 후에야 성적을 확인하게 되더군요) 10등이라는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했음에도,
합격자 발표전에는 전혀 합격을 예감하지 못하고, 이번엔 떨어진 것 같으니, "군대를 가네, 한번 더 시험을 보네" 별 걱정을 다하면서 다 죽어갔었죠.
그렇게 우수한 답안을 제출하고도, 출제교수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으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아는 이 친구는 2차 합격자 발표전까지 전혀 합격을 예감 못했고, 심지어는 80명의 2차합격자 중 3~4명을 떨어뜨리는 3차시험을 앞두고도 초긴장이었죠.
게다가 사시와 회계사시험(물론 지금도 엄청나지만,예전에 비하면~~)의 인기하락과 사회 전반의 공직 선호도 증가등으로 상대의 엘리트들이 점점 더 행시 재경직에 몰리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합격은 더 어려워지지요.
작년인가부터는 유예제도도 없어서 1,2차를 한해에 붙어야 하고, 행시의 합격 인원이 감소 추세인 점도 리스크를 증대시키고요.
마지막으로 행시 재경직의 경우 현재 60명정도를 뽑고 있지만, 제가 알기로 약 30등이내로 합격하지 못하면 경제관련부처(재경부,국세청,산업자원부,기획예산처,금감위,공정거래위원회)에 배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행시 재경직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할 경우, 회계사나 한국은행, 금감원보다 일반적인 기준에 비추어봤을 때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너무 힘듭니다. 그러니 심각하게 고려해보셔야죠.
물론 행시 재경직이 아무리 힘든 시험이라고 해도 님이 고위공무원으로서 국가발전에 기여해보겠다는 남다른 포부를 가지고 있다면,당연히 도전해보셔야죠.
하지만, 단순히 안정성, 사회적인 인정 이런 거 때문에 행시 재경직을 택하신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도전해보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니까요.
다음으로 한국은행, 여기에 대해선 저도 그다지 아는 바가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은이 매우 훌륭한 직장이라는 점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한은에 입행하시려면 일단 학점관리에 최선을 다하셔서 학점이 4.0에 육박할 수 있도록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도록 관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은의 경우 전공시험을 매우 중시한다는데, 특히 미시나 거시 등 경제 관련 과목의 경우 매우 난이도 높은 문제가 출제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은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경우, 보통 2~3학년때부터 강도높은 경제학 스터디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아실 수도 있겠지만, 한은은 서울대 경제학과가 아니면 연세대나 고려대는 물론 서울대 경영학과까지도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 매우 특이한 조직이라고 들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제 친구는 지네 과 출신들은 자기밖에 모르므로 파벌 따위는 없다고 열변을 토하지만, 서울대 이외의 다른 학교를 다니는 모든 친구들은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물론 그 친구들이나 저나 모두 전해들은 얘기에 불과하므로 확실한 건 아니구요. 뭐 제 생각엔 실력만 확실하다면, 학벌이 아주 많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안 될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금감원, 현 시점에서 금감원은 매우 매력적인 직장이라고 생각됩니다.
금융권 전반에 대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요,
실제로 금감원의 힘이 매우 강하다보니 소위 꽃보직이라고 불리는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금감원의 간부 출신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죠.
게다가 안정성 측면에서도 공사에 버금가고요, 연봉도 상당수준이고~~~(초봉 3000이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고의 직장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요 현재의 금감원의 지위가 매우 어정쩡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민간조직도 공무원조직도 아닌 애매한 조직인데요, 공무원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의 명백한 하부 조직이지만, 금융감독위원회가 90년대 후반에 생긴 얼마 안된 조직이고, 실무업무를 대부분 금감원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금감위가 금감원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금감원이 여전히 강력한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재경부에 있는 친구말을 들어보면 금융감독과 관련한 개혁안이 나오면 반드시 포함되는 게 금감원 조직 개편 문제라고 합니다.
거기서 항상 논의되는 것 중 하나가 금감원을 공무원 조직으로 만들어서 확실하게 금감위 밑으로 포함시키는 거라네요.
이 경우 금감원은 지금과 같이 금감위와의 애매한 관계를 이용해 자신들이 행사하던 대부분의 권력을 금감위에게 고스란히 이양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금감원을 공무원조직으로 편입시킬 경우 금감원 직원을 공무원 몇급으로 인정해줄까도 큰 문제인데, 제가 들은 바로는 금감원 말단의 경우 7급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물론 7급 공무원도 요즘 매우 좋은 직장이지만, 금감원 정도를 목표로 두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야망은 보통 7급 공무원 이상에게 맞춰져 있잖아요.
물론, 금감원의 미래에 대해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으니, 정말 이런 시나리오대로 간다는 보장은 없지요.
하지만 금감원을 지망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업무 그 자체보다는, 금감원이 주는 안정성이나 권위 등을 선호해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점은 반드시 고려하셔야겠죠.
써놓고 보니 글이 무진장 길어졌네요.
질문하신 분이 워낙 진지하고 공손한 자세를 보이셔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쓰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제가 아는 대로 늘어놔보긴 했는데요,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직업들에 대한 세간의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겠죠.
물론 지금으로서는 막막한 느낌이 더 크겠지만, 자신의 적성과 어떤 직업을 택했을 때 수행하게 될 업무를 잘 비교해보시고 뭔가 하나를 딱 정하시면 되는 겁니다.
시간이야 꽤 걸리겠지만 일단 시작하시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애착도 점점 커질 것입니다.
님이 고려하시는 네 직업 모두 다 객관적으로는 손색없이 좋은 직장이니까요.
아, 그리고 님이 저 넷 중 어떤 길을 택하시건 군대는 최대한 빨리 다녀오시기를 권합니다.
넷 다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서 준비해야 하고, 군대는 가능한한 빨리 갔다오셔야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행시나 CPA의 경우 합격후 장교로 가는 것도 가능하나 CPA의 경우 군미필 합격자가 급증해서 장교 자리를 얻으려면 또한번 경쟁을 해야하고
행시의 경우 장교로 가는 건 거의 보장되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군대 미리갔다와서 붙는 것이 더 낫다고 하더군요.
첫댓글 금감원이 국가기관에 편입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금감원의 태생 배경을 알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