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채비로 바빴던 하루
2024년 4월 3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이월 스무닷샛날
아침 기온이 영하 2도였던 어제와는 사뭇 다른
오늘 아침이다. 기온이 영상 7도까지 쑥 올랐다.
날씨예보에 오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 했는데
벌써 빗방울이 듣는다. 생각컨데 어제 한낮에는
영상 22도까지 기온이 올라가 일교차가 심했던
것은 오늘 비가 내리려고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찌되었거나 오지않을 것 같았던 이 산골에도
봄은 시작되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고
하고 비록 아침과 한낮의 일교차가 엄청 나기는
하지만 따스한 봄기운이 차츰 몰려오고 있으니
질기디 질긴 산골의 긴 겨울도 이제는 긴 꼬리를
감추게 되겠지 하는 바람으로 오늘을 시작한다.
어제는 봄채비로 산골 식구들 모두가 다 바빴다.
이른 아침부터 오전 내내 아랫쪽 도로가와 밑에
시냇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주워 분리하는
'봄맞이 마을 대청소'를 하였다. 도대체 그 누가
생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일까? 쓰레기의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담배꽁초, 캔커피, 우유팩,
과자봉지, 음료수 페트병, 아기 기저귀, 비닐봉지,
자동차 본네트, 타이어, 스키복, 스키화, 스키장갑,
스키폴대, 심지어 생리대까지 구역질이 날 정도...
과연 이 많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누구라고 해야겠는가? 한적한 시골길이라 걸어서
다니는 행인은 거의 없고 주민들이 버리지 않으니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자동차를 타고 지나
다닌 관광객들 소행이라고 여겨진다. 자동차에서
쓰레기 투기하는 것을 몇 차례를 목격하기도 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이 따로 있는가?
조금 귀찮더라도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가지고 가
분리배출을 하면 서로서로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자기집 아니라고 지나다니며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행위는 제발이지 근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주민이 사는 우리반 설다목인데 마을 대청소
하러 나온 주민은 겨우 9명이다. 우리 두 집 4명
제외하면 5명 그 중에는 팔순을 넘기신 어르신과
70대 중반 할머니, 나머지 3명은 도시에서 귀촌
한 사람이다. 거의 대부분 도시에서 귀촌, 이주한
사람들로 구성된 우리반인데 마을 일에는 협조가
너무 미약하고 소극적이다 못해 너무 이기적이다.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불러낼 수도 없는 것이라서
답답하다. 조금씩만 협조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대청소를 마치고 마을 경로당에 모여 부녀회에서
준비한 국수, 고기볶음, 메밀부치기, 떡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오후엔 아내는 아내대로, 촌부는 촌부대로 바빴다.
봄맞이 집안 대청소를 하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린
아내 덕분에 겨우내 묵은 때와 먼지를 다 벗겨낸
집안이 너무 쾌적한 느낌이라서 좋다. 봄은 봄이다.
촌부는 오늘 비소식이 있어 지난 가을에 바우골의
형수님께서 주신 꽃씨를 뿌려보려고 현관 입구의
여백을 꽃밭으로 일구었다. 여긴 꽃양귀비라고도
부르는 개양귀비와 수레국화 씨앗을 뿌려놓았다.
늦은 오후에는 멘토 맥가이버 아우네에 내려가서
이미 성목이 된 블루베리 6그루를 얻어와 심었다.
얼마전부터 제수氏가 캐다가 심어라고 했었는데
날씨 때문에 차일피일 미뤘었다. 대청소를 마치고
점심식사하러 경로당에 갔더니 이제 날씨도 풀려
심어도 되니까 캐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얼씨구나
하고 내려가서 맥가이버 아우와 함께 캐는데 꽤나
힘들었다. 우선 고추끈으로 가지를 묶어놓은 다음
삽으로 캐는데 어찌나 튼실하게 잘 자랐는지 애를
먹었다. 이서방 자동차 트렁크에 겨우겨우 들아갈
정도였다. 이미 내려가기전에 블루베리밭 한 쪽에
심을 구덩이를 여 섯개 파놓았기에 오자마자 바로
심을 수가 있었다. 아내도 나와 시냇물을 떠와서
물을 듬뿍 주었다. 그러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얘들아! 우리집에 온 걸 환영한다. 무럭무럭, 쑥쑥
잘 자라서 맛있는 블루베리 열매 많이 열리거라!"
아침운동 나갔던 아내가 비가 내린다며 부랴부랴
뛰어 들어왔다. 어제는 많이 바빴으나 오늘은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 하늘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촌부의 휴일이 될 것이다. 오늘은 뭘 하고 놀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