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
대관령에서 진고개까지 24km는 백두대간 길이다. 대관령 목장은 대관령 휴게소를 시작으로 숲이 우거진 산길을
지나 주위가 확 트인 능선 전망대에 도달하면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산등성이는 東으로 가파른 경사를 짓
고 西로 물결처럼 잔잔하게 뻗어있다. 동쪽을 제외하곤 초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광활한 고원을 바라보며 상기된
감정을 어찌할 줄 몰라 한동안 멍해진다. 푸른 초원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그 사이로 임도가 기어 다니며 돌과
나무는 말끔히 치워져 소가 한가로이 풀을 띁는다. 거대한 토목공사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 것 같다. 선자령, 곤
신봉, 매봉, 소황병산이 백두대간에 나란히 놓여 있다.
매표소
제주올레 길 답사 때 두 분을 만나 제주도 안내를 잘 받았다. 그때 요산의 강원도 우리 명산 탐방길에 동행하기
로 했었다. 제주도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 도착. 즉시 픽업을 하여 강원도로 내달린다. 첫날은 산행이
무리다. 오후 가볍게 산책할 만한 코스를 찾다가 대관령 삼양목장으로 정했다. 제주도 말 목장, 바다 전망처 등
어쩌면 제주 풍광과 흡사할지 모르겠지만, 강원의 최고 명승지가 아닌가...
청연교
제주도 두 선생은 한라산 오름 전문가이다. 오름 사이트를 운영하며 완답도 하고 책도 썼다. 한라산 백록담 아래
에 있는 오름들은 오름 자체가 산이라 자연스럽게 산꾼이 된 같다. 예기 나눠보니 본토 산도 많이 다녔다. 산 얘기
하면 서로가 막힘이 없다. 결국,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 때 일행이 된 인연으로 계속 친분을 맺고 있다.
목장쉼터
셔틀버스는 약 20분 간격 논스톱으로 달려 동해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부터 광장까지는 5개 산책코스로 나누
어져 있으며 각 코스마다 버스 정류장이 있다. 하산길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5:25) 동해 일출 전망대
삼양목장은 대관령
잡목과 숲을 제거하고 초지를 일구는데 40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초지로 조성된
목장 면적 600만 평은 여의도의 7배에 달하는 규모다. 놀라운 것은 목장에
기르고 있는 소의 수가 젓소 육우
합
쳐서 900頭라고 한다. 넓은 초지에 소는
보이지 않고 관광 온
사람만 보인다. 이제 목장은 단순히 소만 키우는 곳
이
아니라 각종 구경거리 놀거리를 제공하면서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망대
한 선생
강 선생
대관령에는 풍력발전기 53基가 설치되어 있다. 초원의 삭막함을 덜어 주고 볼거리도 제공한다. 날개가 돌아가는
것도 있고 멈춘 것도 있다. 며칠 전 에너지를 전공한 친구를 만났는데 최근에 국내 풍력발전단지를 시찰하고 왔다
며 풍력발전기의 실태를 들려 주웠다. 손실이 크다며 그래도 자꾸 설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15:35) 바람의 언덕(1구간 550m)은 대관령 제일 높은 지대 동해와 마주하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구간이다.
대관령 최고의 바람이 부는 곳으로 바람 맛보기 코스. 산책로는 폭 1.2m에 목책이 설치되어 있어 따라만 가면 광
장까지 이어진다.
바람의 언덕 주변 드라마, 영화(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15:40) 숲속의 여유(2구간 930m) 초지를 만들면서 숲으로 남겨둔 곳이다. 사막을 두고 삭막하다고 한다. 푸른
초원을 거닐면서도 삭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숲은 어디서나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숲속의 쉼터
'樂山의 하루'
철쭉
(16:00) 사랑의 기억(3구간 650m) 이 구간은 영화 '연애나무'의 촬영지이며 그때 배경으로 찍은 나무가 있는 곳
이다. 영화가 유명해지며 CF에도 출연하고 드라마, 다른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다고 한다. 항상 사람들이 들끓는다.
목책로
'연애소설 나무'
영화 '연애소설'에 등장한 나무 영화를 안 봤으니 별다른 느낌은 없고 내 상상력으로 감상에 젖기란 많이 부족하
고 애써 짜내기란 시간 낭비 그저 영화의 명 장소로 오래 남기를 바랄 뿐.
'연애소설 나무' 쉼터에서 백두대간 선자령 감상
'연애소설 나무' 쉼터에서 목양견(보더 콜리)의 양몰이 구경 (제2공연장)
(16:10) 초원의 산책 (4구간 1,470m) 해발 1,000m 초지 집중 지역으로 여기가 초원의 중심이다. 소 방목장이
집중으로 배치되어 있다.
소 방목장
미국 서부영화의 목장과 소떼를 비교하게 된다. 목장은 훌륭한데 소가 영 부족하고 말은 없다. 대신 작업차가 있다.
소 방목장
소 방목장
먹을 거 천진인데 사람(우리) 보고 달려오는 이유가 뭘까? 양은 공연이 끝나면 별도의 먹이를 주던데 소는 공연이
없잖아...
우사牛舍
선자령이 잘 보이는 곳
(16:35) 마음의 휴식 (5구간 900m) 구간은 양, 타조가 한가롭게 노는 모습을 마음에 담아보란 뜻이다.
양 방목장
양 방목장
동해전망대에서 청연주목원 광장까지 4.61km 1시간 10분 걸렸다. 걷기의 달인답게 볼 거 쉴 거 다 하면서 여유
롭게 내려왔다. 강원도 가볼 만한 곳으로 늘 추천한다. 버스로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길은 우리나라에 이보다
더 훌륭한 등산로는 없다. 강원도 산세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1,000m가 넘는 고지를 밟아보고 초지를 걷고 우리
나라 최고의 강풍을 맛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양물이 공연장
양몰이 제 1공연장
(16:50) 청연정
청연 주목원
주목나무 공원
주목
고사주목
거북바위
청연폭포
광장 한편에 공원을 만들고 주목을 중심으로 식재를 하며 '주목나무 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주목은 고산 추운 지
방에 자라는 나무이다. 대관령 일대에 초지를 조성하면서 향후 사라지게 될 처지를 염려한 듯 산 아래에 공원을
만들어 키우고 있다. 죽은 나무는 죽은 대로 옮겨와 세월을 증명하고 잘 자란 나무는 현지에 보호수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그 덕에 참나무, 소나무도 잘 생긴 놈은 초원에 우뚝남아 연애소설 나무처럼 좋은 날을 기다린다. 동해
전망대를 지나 소황병산으로 가다 보며 만나는 광경이다.
2017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