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로 트레킹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데, 어제 오후에 눈이 많이 내려 쌓였고 오늘은 날씨도 포근해서 오랫만에 오후 산책에 나서본다. 이사온 후로 다섯번째 '걸어서 동네한바퀴'다.
얼마 전 이사 온 후 틈틈이 '걸어서 동네한바퀴'를 하고 있는데 '성북올레길' 중 길음로구간(5코스/약3.5Km), 북악하늘길(1,2코스/약6.5Km), 개운산 공원 순환코스(4코스/약3.5Km)를 걸었다. 이제 남은 곳은 상대적으로 집에서 떨어져 있는 천장산, 청량공원(3코스/약3Km) 뿐이다.
하지만 오늘은 성북올레길이 아닌, 정릉 산책을 나선다. 정릉(정릉동)은 개운산(돈암동) 다음으로 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북악하늘길과 맞닿은 정릉 뒷편의 산길을 포함해 약 3.5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조용하고 한적하며 특히 눈 쌓인 정릉은 운치 있다. 한여름에도 시원해서 쉬어가기 좋고, 사철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정릉은 인근 주민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곳인데 접근성도 좋아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정릉 입장료는 1,000원인데 성북구민은 50% 할인된다니 얼마나 좋은가.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수요일)엔 무료로 개방하며, 청소년 및 65세 이상은 항상 무료인데 단, 월요일엔 열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 후문쪽으로 나가서 약 1Km남짓 걸으면 정릉 매표소에 도착하는데, 숭덕초등학교 앞에서 내부순환로가 지나는 하부의 정릉로를 건너면 우이신설선 '정릉역'이 있고 아리랑고개가 보인다. 우측으로 아리랑시장을 지나서 깨끗하게 포장된 넓고 완만한 길을 조금만 오르면 정릉이다.
마을버스가 근처까지 다니고 주변이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 거의 몇십년만에 다시 찾은 정릉 일대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모처럼 영상의 포근한 봄 날씨라 가는 길에 도로의 눈은 거의 다 녹았고, 아리랑시장을 지나는데 지붕 위의 눈이 녹아 처마 끝으로 흘러 내린다. 그런데 추위가 완전히 풀리니 이번엔 미세먼지와 황사가 말썽이다. 몇일간 맑던 공기와는 아주 딴판으로 먼 하늘이 뿌옇다.
오랫동안 벼르다가 모처럼 갔는데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산으로 오르는 길은 눈이 쌓여 안전 때문에 폐쇄했단다. 하는 수 없이 평지의 산책로만 잠시 둘러보고 나온다.
해설사를 동반해야하는 능침구간도 코로나로인해 현재는 접근불가라 먼 발치로만 바라본다. 미처 녹지 않은 눈이 남아 겨울의 삭막함 대신 운치를 더해준다. 왠지 앞으로 자주 들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정릉(貞陵)은 역성 혁명으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이다. 정치적 배경이 없던 이성계는 권문세가의 후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종의 정략결혼을 통해 강씨 집안의 도움을 받았고, 강씨의 요청으로 둘째 아들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는데 이것이 화근이 된다.
이성계의 첫번째 부인 한씨(신의왕후)는 조선을 건국하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6남2녀나 두었다. 그 중에 다섯번째가 신덕왕후 사후에 왕자의 난을 일으킨 태종 이방원이다.
태조는 지금의 정동 영국대사관부근에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을 조성하고 인근에 흥천사를 세웠으나 형제의 난으로 즉위한 태종이 정릉을 현재의 자리로 옮기며 왕비로 인정하지도 않아 일반인의 묘에 가까웠고 능의 석재 등은 광통교 공사에 사용되었다.
현종때에 이르러 비로소 종묘에 신덕왕후의 신주가 모셔지며 왕비로 인정받고 정릉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고종황제가 태조를 '태조고황제'로 추존하면서 함께 '신덕고황후'로 추존되었다.
태조(이성계)의 능은 구리시 동구능에 있고, 신의고황후 한씨의 능은 북한 지역에 있으며, 태종(이방원)과 부인 원경왕후 민씨의 능은 서초구 내곡동 대모산 끝자락의 헌인릉중 헌릉에 있다.
한편 신덕왕후의 원찰인 흥천사도 태종에의해 그 규모가 축소되었는데, 중종때 화재로 완전 폐허가 되다시피 하였고 그 곳의 대종(大鐘)만이 현재 덕수궁에 남아있다.
정조18년에 이르러 지금의 위치로 절을 새로 옮겨 지으며 신흥사(神興寺)라 했던 것을 고종 2년에 흥천사(興天寺)로 다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정면과 측면 각각 3칸씩의 다포계(多包系)양식에 팔작지붕의 극락보전(極樂寶殿)을 비롯, 명부전(冥府殿), 용화전(龍華殿), 칠성각(七星閣), 독성각(獨聖閣), 만세루(萬歲樓), 대방(大房), 종각(鐘閣)등 당우(堂宇)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비록 정릉 뒷산은 오르지 못했으나 집에서 도보로 약 1Km남짓 되는 곳이니 언제든 다시 오면 될 터. 평일 오후인데도 산책나온 사람이 제법 눈에 띈다.
정릉을 나와서 인근의 흥천사(興天寺)를 향해서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골목길이 북악산길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니 흥천사 표지석이 보인다.
북악산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성북근린공원인데, 지난 번에 버스로 이동해서 정릉 뒷산의 펜스를 거쳐 팔각정까지 갔던 성북올레길의 시작점이다.
오늘은 흥천사 경내도 돌아보고 길도 더 알아볼 겸 좌측으로 내려간다. 먼저 적조암에 들리고 내려선 흥천사(興天寺)는 꽤 넓은 터에 자리잡고 있는데 뭔가 공사가 덜 끝난 듯 넓은 절 마당 공터가 다소 어수선하다.
경내를 대략적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경쾌하고 맑은 풍경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흥천사 외곽에 데크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정표를 보니 우측은 돈암2동 주민센터를 거쳐 성심여대역으로 가는 방향이고, 좌측은 정릉 방향이다.
우리 동네 방향인 좌측으로 가니 북악산로 아래로 굴다리가 나있다. 정릉에서 흥천사로 길이 환상(環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아리랑시장을 거쳐 정릉역을 지난다.
내부순환로 밑의 정릉로를 따라가니 동소문로가 고가도로의 형태로 내부순환로와 정릉로 사이를 수직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참 특이한 3층 구조의 길이다.
정릉로에서 동소문로로 올라서 고가도로를 건너면 길음시장이다. 아파트단지 정문을 통과하면서 트랭글 궤적을 보니 8자형으로 약 8Km 정도를 걸었다. 동네 주변 길의 윤곽이 이제야 어느 정도 파악되는 듯 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성북올레길 3코스 청량공원/천장산 구간만 다녀오면 '걸어서 동네 한바퀴'는 끝난다. 인접한 강북구의 '북서울 꿈의 숲'도 멀지 않으니 조만간 가 볼 것이다.
그밖에 인접한 동대문구 낙산과 대학로, 종로구의 북악산 팔각정에 이르기까지 성북구는 지척에 트레킹 할 곳이 참 많아 좋다. 봄이 되면 갈 예정인 북한산성 16성문중에 보국문도 집에서 곧바로 성북올레길을 따라 도보로 가능하니......^^
새해들어 처음 실시한 나의 '걸어서 동네한바퀴', 정릉과 흥천사를 돌아 본 모처럼의 오후 트레킹은 성공적이었다. 이처럼 가까이에 좋은 트레킹루트가 많은데 코로나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하루 속히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기를......^^
서울 숭덕초등학교
내부순환로(상) / 정릉로(하) / 숭덕초 앞 육교
우이신설선 정릉역
마을버스(성북22) 정류장
흥천사로 이어지는 길(좌) / 저만치 정릉이......
정릉(貞陵) 입구
신덕황후 도서관도 있다. (코로나로 폐쇄 중)
재실(齋室)
조선왕릉 세계유산
홍살문
향로(香路)와 어로(御路) / 오른쪽 어로로 걷는다.
'신덕고황후' 능
비각(碑閣)
산길 산책로 및 등산로 폐쇄
능침도 해설 중단 / 출입금지
금천교(禁天橋) : 능역과 속세를 구분짓는 다리
정릉입구로 나와 우측으로 흥천사 이정표가 있다.
정릉 내부 산책로 안내도
흥천사(興天寺)로 가는 길 / 누군가의 저택 담장
오르막길 벽에는 멋진 벽화가 ......
북악산길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북한산이 뿌옇다.
흥천사(興天寺) 표지석
적조사(적조암이 적조사로 승격?)
적조사 대웅전
흥천사에서 무료 커피나눔을 했던 듯.
공사가 덜 끝난 입구
명부전
극락보전
종각 / 풍경
삼각선원도 있다.
흥천사 외곽 산책로
돈암2동 주민센터
내 삶과 죽음은 타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될까?
평안을 잊어야 평안하고, 깨달음을 잊어야 깨닫게 되나니 ......
북악산로 아래 굴다리
굴다리를 통과해서 바라본 북한산이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옇다.
한잔의 차와 여유 / 다시 원점의 카페 '길모퉁이'
'한라산 도새기' / 전지적참견시점 이영자 맛집방영
마을버스(성북22) 노선도
정릉 진입로 입구
아리랑 시장
아리랑 고개 입구의 우이신설선 '정릉역'
오늘의 동네한바퀴 : 약 8Km (2.5시간)
첫댓글 역사적으로 유명한 정릉의 해설에 감사드립니다.
아리랑고개,등등 옛추억을 상기 시켜주는 얘기도 고맙습니다.
건강 챙기기도 좋고, 역사적 얘기가 충만한 동네 한바퀴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울둘레길, 강화나들길, 평화누리길 등을 모두 다 섭렵하고 계시는군요.
왕성한 활동 잘 보고 있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마무리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