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광주광역시의 <호남직업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는 성지고 3학년 <최*웅> 아버지입니다. *웅이가 고1학년을 지날 무렵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의 홍역을 호되게 앓아 갑자기 변해 버린 것에 저는 무척 당황했고 어이없어 하며 좌절했습니다.
서울의 집 바로 옆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겠다해서 대안을 찾다가 어떻게 말그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인 <영산성지고>를 알게 되었고 난생 물설고 낯선 전라도(제 고향은 경상도입니다)에 있는 영광에 아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정많고 아름다운 전라도 땅을 밟게 되는 호사를 누렸지만,노심초사.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부하고 생활할 아들 생각에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간간히 보는 아들의 얼굴과 말에서 그의 학교생활모습을 미루어 짐작하곤 했습니다.말 그대로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 였죠.
그러는 동안 제 자신이 병인 줄도 모르고 병들어 갔습니다.본래,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기 즐기고 의료기<영업>을 해서 그럭저럭 밥 먹고 사는 제가 서서히,사람 만나는 것이 부담되고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러니 하는 일은 자연히 소홀해지고 결국은 집 밖으로는 나가지도 않게 되었습니다.그 다음은 <안 봐도 비디오>식으로 진행 . 가정은 풍비박산 나고.......
저는 서울에서 부모님 계시는 고향 <삼천포>로 올해 1월에 홀로 내려 오게 되었습니다.우리가 흔히 하는 말 그대로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 겁니다.그 삼천포에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큰 아들로서 모시기는커녕 허리 아프신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 얻어 먹고 벌이도 없으신 아버지가 가끔 찔러 주시는 용돈으로 담배 사피우고...<무위도식>하며 하루하루를 죽이며 보냈습니다.
결국은 7월말에 병원에 갔습니다.예상 못 한 것은 아니였지만, 심한 우울증이라더군요.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은 날부터 신기하리만큼 마음이 안정되고 잠도 잘 오고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도 그렇게 두렵지 않게 되더군요.
우선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삼천포 시립도서관>에 운동삼아 걸어가서 이 책 저 책 빌려와서 읽고 또 반환하고 하는,말 그대로 <신선놀음>으로 매일매일을 그럭저럭 별 생각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던 날이 반복되던 10월말쯤 도서관에서 책을 또 대출받아 나오는데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민아(제 이름입니다.) 웅이, *웅이가 집(삼천포)에 왔다."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웅이가 오다니?
애비보기를 개가 닭 보듯이 하던 아들.
그런 아들만 보면 못 잡아 먹어서 환장했던 애비.
그 웅이가 왔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가슴이 쿵당쿵당 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멀잖게 느껴지던 집으로 가는 길이 그 날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든지.아마 이런게 <아인슈타인>이 발견했다는 바로 그, 유명하면서도 실상은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상대성 원리>인가 싶더군요.^*^ 일각이 여삼추.
좌우지간 숨차게 집으로 왔습니다.그리고 보았습니다.!사랑하는 나의 아들 *웅이를.묻고 싶은 말은 태산같이 많은데 입에서는 찔금찔금 참새오줌마냥 몇 마디만 겨우 나왔습니다.
*웅이가 종이쪽지를 한 장 내밀었습니다.서울에 있는 ** 전문대학의 합격 통지서였습니다.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웅이가 대학에 갈거라곤.이 못난 애비의 최고 희망사항은 아들이 고등학교라도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우리 아들 *웅이가 너무 잘 생겨보였고 믿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친구들 애들이 어디 <영재고>를 다니니,<특목고>에서도 공부를 잘하니,유학을 보냈니 하던 얘기들에 속으로 자존심 상했던 저는 우리 아들도 비록 명문대학은 아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科를 찾아서 진학을 한다고 하니 좋아서 환장할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제 삶에 목표가 생기더군요.최소한 아이들(고1학년 될 *웅이 여동생도 있음) 학비라도 벌어서 보내주자.이번에는 애비가 능력이 안돼서 할아버지가 등록금을 주셨지만 다음부터는 내가 벌어서 등록금도 주고 용돈도 주고...
시작은 그렇게 하자.여태까지 없었던 삶의 목표가 *웅이로 인해서 이제 생겼으니.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그리고 찾았습니다. <보험>영업입니다. 이제 저의 <제3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되었고 앞으로 하나님의 은총으로 모든게 잘 되겠지요.^*^
엉뚱하고 예민하며, 농땡이도 잘 치는 *웅이.그러나 심성 하나만은 고운 *웅이를 맡아서 여러가지로 애 많이 쓰신 <전라도>하고도, 영광에 있는 <성지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께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려야하는 게 아들을 학교에 맡긴 애비의 도리인데도 직접 찾아뵙지는 못하고 이렇게 글로써나마 "고맙습니다"라고 인사 올립니다.
특히 *웅이 2학년때 담임이셨던 <은 희상>선생님과 광주에 있는 <호남직업학교> 실내건축학과에서 *웅이의 3학년 과정(위탁)을 담임 맡고 하도 속이 썩어 위장병까지 생기셨다고 농담삼아 웃으시면서 말씀하시던 미남이시고 학생지도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신 <이 광우>선생님께 다시 한 번 더 ,고맙다고 허리굽혀 인사드립니다.
왠지 낯설고 별로 갈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전라도땅.그 곳에 있는 <영광>영산 성지고등학교와 <광주> 호남직업학교에서 받은 고마운 은혜.아름다운 인연으로 생각하고 평생 살겠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건강하시고 얼마남지 않은 올해, 좋은 일들로 갈무리 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