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과잉수요 ② 해외송금제한 ③ 외국인거래금지…김치프리미엄 키웠다
넘치는 수요, 너도나도 코인투자 열기…가상화폐 투자자 300만명
외환송금 제한, 비트코인 송금액 규제하자…김치프리미엄 10%→50%↑
외국인 거래 금지, 中·日서 코인 신규유입 막혀 한국만 외딴섬처럼 투기거래
◆ 韓 가상화폐 거품 경고 / 비트코인 국내서 왜 더 비쌀까 ◆
`김치프리미엄`이 한국 가상화폐시장의 과도한 거품을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내외 가상화폐 간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프리미엄`이라는 말은 지난해 초 투자자 사이에 은어로 쓰이기 시작하다가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우리나라만 유독 가상화폐에 `김치프리미엄`이 붙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김치프리미엄은 10% 이내로 글로벌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30% 이상으로 치솟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 8일 오후 50% 수준을 넘어섰다. 9일 오후 2시 빗썸거래소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390만원이지만 해외 거래소에서는 평균 1600만원에 거래됐다.
국내 비트코인에 800만원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만약 가상화폐시장이 폭락한다면 글로벌 시장보다는 국내 거래소 투자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김치프리미엄같이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리스크는 정부 당국이 아니라 전적으로 투자자 책임이지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병리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어 정부 차원에서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한국에서의 과도한 비트코인 수요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매수량이 많은 국내에서의 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기만으로 프리미엄이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국내·해외 간 가격 차이가 나면 저렴한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서 비싼 국내소에 되팔아 그 차익으로 쉽게 이익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정상적인 시장흐름이라면 이 같은 세력으로 인해 가격 물타기가 벌어지며 자연스럽게 거품이 해소된다. 그러나 오히려 김치프리미엄이라는 거품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어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활발한 차익 거래를 통한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구조적 요인을 지목한다.
대표적으로 금융당국의 `외환 송금 제한`이 있다. 해외 비트코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해외로 돈을 송금해야 한다. 그러나 외환송금액 한도가 지금은 1년에 5만달러(약 5000만원)로 제한돼 있다. 그 이상 외환을 송금하려면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10월 은행권에 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해외 송금은 제한하도록 지시하며 경직성이 더욱 커졌다. 그로부터 3개월간 김치프리미엄은 10%에서 50%로 수직상승했다.
9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서울 광화문 고객센터 앞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가상화폐 가격을 지켜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송금제한액 이내에서의 차액을 노리는 소액 `갭(Gap)투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외국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송금하고, 2~3일 뒤 입금을 확인하고 거래수수료를 지불하고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다시 한국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보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 거래소에 비트코인을 묵혀두고 있는 게 더 간편하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홍콩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가상화폐 투자자 A씨는 "실제 국내외 차익을 노리고 홍콩을 찾는 투자자들 100명 중 99명은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면서 "개인투자자가 김치프리미엄으로 상당한 이득을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김치프리미엄은 당분간 해소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국인 국내 거래소 이용 금지 조치도 김치프리미엄 폭을 확대하는 데 한몫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외국인들의 국내 거래소 이용을 전면 제한했다. 이로 인해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국내 거래소로 유입되던 가상화폐 숫자가 급감했다. 이로 인해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거래소 내 코인 공급이 줄어들면서 국내 시세는 더욱 상승하게 됐다.
외국으로 나가는 돈과 국내로 들어오는 돈이 모두 막히게 되는 구조적 이유로 국내 비트코인은 국내에서만 머물게 됐다. 여기에 투기세가 더해지며 거품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화폐 전문가는 "외딴섬에서 토끼가 무한히 증식해 비정상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진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바닷물이 빠지고 들지 못해 염도가 계속 올라가는 사해와 같은 상황"이라면서 "물길이 터지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물고기가 죽게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전문가들은 김치프리미엄을 해소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유동성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코인썰] 2018년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