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會者定離) 려자필반侶者必班)
“범선이 몰려옵니다!”
마대위가 귀도에 도착한 지 나흘째 되던 날 새벽,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만독혈왕을 제외한 오마왕들과 함께 대종사와 북해성녀를 지키며 명상에 잠겨있던 마대위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뭔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운명적 만남에 대한 예감은 여전했지만 전혀 강해지지 않았으니 광뢰마는 아닌 모양이다.
마대위는 혼세마왕등과 함께 천천히 천막 밖으로 나갔다.
바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는데, 무림맹주인 사도헌과 정파 수뇌부들도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 앞에는 중년사내 한 명이 뭔가 보고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범선을 발견한 사람인 모양이다.
“범선 다섯 척입니다. 선체의 크기로 보아 한척 당 오십여 명은 족히 탑승할 수 있습니다.”
그때 홍소미가 나서서 물었다.
“다섯 척이면…, 해룡방 소식이 분명하겠군요.”
“그렇습니다. 돛에 황룡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홍소미가 사도헌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며칠 전, 해룡방에서 범선 다섯 척을 동시에 출항시킨 적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해룡방은 사마들의 손에 넘어가 있었던 게 분명해요.
중원으로 연락해 해룡방을 치라고 해야겠어요.”
그녀의 말에 사도헌이 고개를 끄덕인 후, 주위에 있던 정파 수뇌부들에게 말했다.
“해룡방과 감숙성의 일은 차후에 해결해도 늦지 않소. 중요한 건 오늘 일전이오. 여기서 이기지 못한다면, 해룡방과 감숙성을 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오.”
그는 다시 홍소미에게 명령했다.
“홍부각주는 즉시 신독문주에게 적이 출현했음을 알리고 독계를 펼치도록 하라.”
“존명!”
홍소미는 허리를 숙인 후, 즉시 신형을 날렸다.
곧이어 그곳에 있던 이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횡대로 길게 늘어섰는데, 좌측에는 주로 천외패황궁 고수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들 긴장된 표정으로 조용히 서 있었는데, 다가오는 일전에 대비해 마음을 가다듬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홍소미가 신독문인들을 데리고 왔다.
마대위는 홍소미곁에 있는 신독문주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소리쳤다.
“형님!”
신독문주인 독존 제천중이 수하들을 줄줄이 이끌고 나타났다. 제천중은 마대위의 모습을 보고는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잘 있었느냐?”
“예. 형님께서는…?”
“나와 식솔들은 모두 이곳으로 무사히 올 수 있었다. 그보다 너의 단전이 회복되었고, 대단한 무공도 갖추었다니 정말 반가운 소리더구나.”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응시하더니 제천중이 말했다.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자.”
그는 즉시 맹주 사도헌에게 다가갔다.
“독계는 모두 준비되었소이다.”
사도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주께서 수고가 많으셨소. 그럼 적이 오기 전에 즉시 시행하도록 합시다.”
그의 명에 따라 제천중은 수하들을 시켜 그곳에 있던 모든 정파고수들에게 단약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마대위도 단약을 들고는 냄새를 맡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먹지는 않고 휙 던져버렸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쓸모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혼세마왕이 다가와 물었다.
“대위야. 이 어르신네도 이걸 먹어야 하느냐?”
마대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마왕들에게 말했다.
“드시는 게 좋을 겁니다.”
혼세마왕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얼마나 지독한 독이기에 우리 같은 고수도 먹어야 하느냐?”
“독성이 강한 독은 아닙니다. 단순히 내공을 흩어지게 하는 산공분에 불과할 뿐입니다. 하지만 공기, 물등 모든 방법을 통해서도 퍼져나가기 때문에 ”
“산공분? 그까짓 거라면 여기 있는 고수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
“물론 그렇지만, 이 독을 막기 위해서는 약간의 내공은 필요한 법이지요. 그리고 비슷한 고수들끼리의 싸움이 장시간 이어진다면 약간의 내공손실이라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법이죠.”
“그렇군. 이보다 더 좋은 하독술은 없겠어.”
신독문인들은 모두에게 해독약을 먹인 후, 분화구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산공분을 뿌렸다.
이것은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금방 날아가 버리는 여느 산공분들과는 달리 한번 뿌려두면 어떤 환경 하에서도 하루는 족히 그 효과가 지속된다. 따라서 분화구내에서 장시간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면 해독약을 복용한 쪽이 분명 유리할 것이다.
하독이 끝나고 난 한 시진 뒤, 마침내 사마의 무리들이 분화구 위쪽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천천히 분화구 안쪽 초지로 들어왔는데, 모두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잠시 후, 광뢰마가 가장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백 명이 훨씬 넘는 흑의인들이 따라왔다.
광뢰마가 나타나자 천외패황궁에서 온 고수들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더러운 배신자!”
“그동안 잘도 본궁을 속여 왔더군.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뼈를 묻어야 할 게다.”
그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광뢰마의 손에서 전광이 번뜩였다.
번쩍! 파지지지직!
다음순간 살이 타는 고약한 냄새가 피어오르더니 방금 광뢰마를 향해 소리쳤던 두 사람이 숯덩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정파의 고수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십장이 넘는 거리를 격하고 광뢰마의 우수에서 전광이 번뜩이는 것을 보았을 뿐인데 절정고수급 인물 두 명이 죽어버렸으니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정파의 최고수인 소림삼신승들은 물론, 무제 사도헌조차 그가 어떻게 손을 썼는지 알지 못할 정도였으니, 실로 가공할 무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뢰마가 매서운 눈길로 정파 고수들을 쭉 둘러보았는데, 그의 시선을 받은 사람들은 가슴속 깊이 한 가닥의 냉기가 스치는 듯했다.
그가 웅혼한 내공을 실어 입을 열었다.
“본좌는 하찮은 미물 따위가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분화구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내공에 모두들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광뢰마가 다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너희들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주마. 본좌와 함께 새롭고 참되며, 영원히 존재할 왕국을 건설해볼 생각이 있는 자는 지금당장 이쪽으로…….”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파고수들 한쪽에서 냉소가 터져 나왔다.
“흥! 광뢰마 이 개새끼야! 지하에 잠든 삼십육마군의 원혼이 무섭지도 않느냐!”
소리친 인물은 바로 혼세마왕이었다.
그 순간, 광뢰마의 우수에서 다시 전광이 번뜩였고, 모두들 숯덩이가 되어 뒹굴고 있을 혼세마왕을 상상하며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혼세마왕의 앞에는 마대위가 버티고 서 있었는데, 그의 가슴에 다소 그을린 자국이 있었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마대위가 광뢰마의 일격을 몸으로 대신 막은 모양이었다.
순간 경악에 찬 목소리가 광뢰마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서, 설마 대력금강기! 네놈이…, 네놈이 아직 살아있을 줄이야…….”
혼세마왕이 마대위의 어깨를 잡았다.
“괜찮으냐?”
마대위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속이 다 뒤집어지는 듯한 충격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넘어오려는 핏물을 꿀꺽 삼킨 후 고개를 끄덕였다.
“견딜 만 합니다.”
광뢰마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과거의 대종사라 할지라도 자신의 이 일격은 감당할 수 없으리라고 자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즉시 광풍마와 광우마에게 전음을 날렸다.
[천산의 후예는 내가 맡을 것이니, 너희들은 즉시 수하들을 이끌고 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라.]
훗날 무림대전이라 불릴 피비린내 나는 혈전은 그의 이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광풍마와 광뢰마가 행운유수와 같은 신법으로 치고나가자 그들의 뒤를 따라 수백 명의 고수들이 일제히 뛰쳐나갔는데, 옷깃 나부끼는 소리는커녕, 먼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마왕들과 무제 사도헌은 광풍마를, 그리고 소림삼신승은 광우마를 협공했고, 나머지 고수들은 모두 어지럽게 섞여 난전을 벌이게 되었다.
장풍과 검기가 난무하고, 밝은 빛무리를 이룬 수강이나 검강이 하늘을 날아다녔다. 절정고수들의 용호상박의 일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대위와 광뢰마 두 사람만은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서로에게 다가섰다.
광풍마가 마대위의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대력금강기는 대단하구나. 하지만 더 이상의 요행은 없을 줄 알아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온 몸에서 부른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광뢰마의 온 몸을 둥글게 감쌌고, 동시에 푸른 전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와, 마치 뱀의 혓바닥처럼 사위를 휩쓸었다.
마대위는 천하에 그 어떤 무공으로도 지금 광뢰마가 시전하고 있는 순수한 뢰(雷)의 기운을 막아내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뢰(雷)는 전 우주에서 가장 파괴적이고 강력한 힘이라 이에 대응할만한 힘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믿어볼만 한 무공은, 역시 대종사와 북해성녀의 심혈이 깃들인 대력금강기밖에 없었다.
마대위의 몸에서는 하얀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반경 일장 가량의 둥근 광막(光膜)을 형성했다.
그 위로 푸른 전광의 폭풍이 미친 듯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파지지지!
마대위는 광뢰마의 무상광천뢰가 강기막에 작렬할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건 단순한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었다.
조화(調和)와 상생(相生)의 깨우침에 바탕을 둔 마음과 정신을 역행하는, 극단적으로 파괴적이고 악마적인 무상광천뢰의 마기(魔氣)가
그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마대위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태극혜검의 구결이었다.
태극(太極). 궁극(窮極)의 근원(根源)을 뜻하며, 만물을 낳은 모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태극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음과 양의 조화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킨다.
마대위도 물론 이러한 의미들을 깊이 깨우치고 있었지만, 파괴의 절대적 극단에 서 있는 무상광천뢰를 조화와 화합의 세계로 고양시키기는 어려웠다.
현재 그는, 불가의 예를 든다면 만물이 공(空)이며 무(無)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우치고는 있었지만, 그 공(空)과 무(無) 그 자체도 없다는 지고무상한 단계에는 들지 못했던 것이다.
무상광천뢰의 전광은 끊임없이 마대위의 강기막을 두드렸을 뿐 아니라, 이따금 위기에 빠진 광풍마와 광뢰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니 전반적인 전황에서 다소 우위를 잡아가던 정파측은 최고 수뇌부들간의 싸움에서는 패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집단과 집단간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두 집단의 최고수들간의 싸움이다. 전체적인 전세가 불리하더라도, 고수급 인물들이 이긴다면, 상황은 금방 역전될 수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번 귀도에서의 일전에 있어서 그 핵심도, 결국 마대위와 광뢰마의 대결 결과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대위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광막은 눈에 띠게 줄어들었고, 무상광천뢰의 전광은 더욱 사나운 기세로 사위를 누비고 있었다.
마대위는 고통 속에서 점차 죽음이 임박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가물가물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은은한 노인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온 것은.
‘아이야!’
깜짝 놀란 마대위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광뢰마 외에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머리 속에는 강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자신이 기다리던 운명적 만남의 주인공이었다.
마대위는 즉시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웠다. 그러자 예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이야!’
그 목소리는 마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영혼과 공명하며 울리는 것 같았다.
‘누구십니까?’
‘아이야, 나를 모르겠느냐?’
‘아, 호…, 혹시 대종사님…?’
‘허허, 언제는 사부라더니 이제는 왜 그렇게 부르느냐?’
마대위의 감겨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오냐, 오냐. 내 너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느니라.’
‘사부님! 사부님! 크흑!’
‘대위야. 안타깝지만 이 사부가 세상에 머물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아, 안됩니다. 사부님! 이렇게 떠나시면 저는…….’
‘허허, 회자정리(會者定離)요 려자필반侶者必班)이라 하지 않았더냐. 너의 깨우침이 얕지 않거늘 어찌 이 사부에게 칭얼대려 하느냐.’
‘사부님…….’
‘이 사부가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느니라.’
‘그게 무엇이옵니까, 사부님?’
‘내 너의 몸을 빌어 세상의 마지막 해악을 제거하려하니, 너는 이 사부를 믿고 마음을 깨끗이 비우도록 하여라.’
마대위는 대종사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즉시 깨달았다.
그는 대종사의 말대로 즉시 마음을 비우고 명상에 들어갔다. 그러자 비워지 그의 마음속으로 새로운 영혼이 자리 잡았다.
비잉!
다 허물어질 것 같던 마대위의 강기막이 한 차례 울렁거리더니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순간 광뢰마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마대위에게 다가갔고, 이 모습을 본 오마왕들은 즉시 달려가 그를 구하려 했지만 오히려 광풍마의 공격에 큰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광뢰마의 손에서 무지막지한 전광이 일어나 마대위를 향해 몰려갔다.
마대위는 전광이 코앞까지 다가올 때까지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우수를 불쑥 내밀었다.
그러자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뢰공이 소리도 없이 깨끗이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가.
오마왕들은 물론 광풍마와 광우마도 경악에 찬 표정으로 손을 멈추었다. 게다가 광뢰마는 아예 사색이 된 얼굴로 주춤 뒤로 물러서기까지 하는 게 아닌가.
사마들과 오마왕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 무영금강수…….”
상대의 모든 경력을 무위로 돌려버리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무학이며, 바로 만상여의신공, 조화신보와 더불어 대천산파의 삼대절학 중 하나이기도 하다.
광뢰마가 발악이라도 하듯 전광을 미친 듯이 난사했다.
파지지직!
하지만 마대위의 손짓 한 번에 전광은 깨끗이 사라졌고, 그의 신형은 어느새 광뢰마의 코앞에 서 있었다.
마대위의 입에서 전혀 다른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너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주었건만 기어이 악마의 무공을 익혀 세상을 어지럽히려 하다니, 용서할 수가 없구나.”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광뢰마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서, 설마 천산의 후예…?”
“이제야 알겠느냐? 내 하늘을 대신해 너의 힘을 깨끗이 거두어가도록 하마. 다시 태어나거든 참된 삶을 살도록 하여라.”
마대위가 그의 머리위로 서서히 손을 뻗었다.
“아, 안돼!”
광뢰마는 미친 듯이 뒷걸음쳤으나 그의 신형은 이미 허공에 떠 있었다.
마대위의 손이 일순 하얗게 빛나는 듯 하더니 광뢰마는 머리부터 가루로 부서져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광풍마와 광우마가 즉시 신형을 날려 도망치려 했지만, 마치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곤충이라도 된 것처럼 허공에서 멈추었다.
동시에 그들의 몸에서도 흰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서서히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광뢰마와 광풍마, 그리고 광우마를 일순간에 제거해버린 마대위는 그 자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대위야!”
“마소협!”
오마왕들과 홍소미가 달려와 마대위를 안아들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사마들이 모두 죽음을 당하였음에도 그의 수하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맹렬한 기세로 무공을 펼쳤는데,
결국 그들 모두 죽음을 당한 후에야 참혹한 싸움은 끝을 맺었다.
마대위는 사흘을 더 잠든 후, 다시 깨어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맹주 사도헌이 무제란 명호를 양보하겠다는 의사까지 비추었지만 그는 너털웃음을 한번 터뜨린 후 사양했다.
무당파의 장문인인 청학진인은 이전의 일을 모두 불문에 부치고 마대위를 다시 문인으로 받아들였다고 공언했을 뿐 아니라, 마대위가 인정을 하든 말든, 운현궁주직을 맡겨버렸다.
물론 마대위는 쓴웃음을 한번 흘렸을 뿐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는 않았다. 그런 것들은 이제 그에게 있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귀도에서 신독문에서 며칠 머물렀던 마대위는 다시 중원으로 돌아왔다.
무림맹과 무당파, 그리고 마교에서까지 찾아와 그를 모셔가려 했지만 마대위는 갑자기 행방을 감추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 후, 몇 주의 시간이 흘렀고, 제령에서 작지만 의미 깊은 변화가 일어났다. 천외패황궁 제령지부가 사라지고 대신 은혜원이라는 현판이 내걸린 것이다. 그곳에는 수백 명의 고아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는데 모든 비용은 놀랍게도 천외패황궁에서 지불했다.
그런데 때때로 무림인들이 그곳을 방문했는데, 모두 정파의 최고 수뇌부급 고수들이었고, 마교의 마존들도 몇 차례 다녀갔다.
심지어는 천외패황궁의 십패천들도 가끔 내려와 며칠 머물다 가곤 했는데 이들 세 부류의 인물들이 마주치는 경우에도 결코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화창한 어느 봄날, 비월강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강둑 바위위에 마대위가 서 있었다. 한동안 강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사부님…….”
수많은 생사고비를 넘기고 난 이후에 겨우 찾아온 평화요 안식이었다.
그때 수많은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대위는 미소를 머금은 채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무협지 결만은 너무 빨리 끝나서 허무 하게 느껴 집니다.ㅎ
그동안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