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연휴는 나에겐 넘 많은 추억거리를 남긴 주말이었다
지난 6월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인 포항에서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돌아오는 600km 3박4일간의 요트항해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이순신장군배 요트대회에 참가하기위해 딜리버리를 신청했다.
양양에서 통영까지는 260여마일, 483km 이다.
자동차로라면 5시간, 비행기라면 1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5노트-6노트 정도의 요트 선속으로는 45~48시간 정도는 예상해야 하는 긴 거리이다.
딜리버리를 신청한 이유는 크루인원(4명)도 적고 해서 이번기회에 요트실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아직도 젊은나이(?)에 도전정신의 모험심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10월1일 양양수산항으로 즐겁게 이동~
원거리수상레저활동신고서를 작성해서 해경출장소에 신고하였다.
이웃사촌인 에델바이스호(4명), 내가 탄 비너스호(4명)
예정시간 보다 약 15분이 지난 9시 45분에 동시 출항~~~~.
수산항 방파제를 호기있게 빠져나가 약 0.5 마일을 비너스가 앞에 서고 에델바이스가 뒤에서서 항해를 시작하였다.
예상대로 너울성 파도가 2-3m로 일렁이고 있었다.
0.5 마일쯤 되는 지점에 정치망이 있어 이것을 비켜 항해하는데, 갑자기 엔진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더니 엔진 과열경보와 함께 엔진이 멈추었다. 급히 회항을 하여 점검을 해보니 해수인입밸브에 이물질이 가득차서 냉각수공급이 안되어 있는 것을 발견...급 수리한 뒤
다시 준비를 하고 13시에 출항~~ 그러나 또 다른 문제.. 다시회항~~~이러기를 네 번...
이런 상태로 항해가 가능할까..마침 송이축제로 들썩이는 양양남대천에 있는 직원들은 이런사실도 모른채 한잔술 콜이 이어진다. 포기하고 처음처럼 이슬한잔 ~ 유혹이 앞선다..
과연 출항 할 것이냐? 해는 어느 덧 뉘엇 뉘엇 산마루에 걸리고 있는 시각. 우선 엔진 상태를 지켜보고자 그 사이에 식사를 하였다. 맛도 없었다. 고민과 고민. 팀 멤버들의 얼굴을 보면 실망과 불안감이 교차하는데~~~ 갈까? 말까? 가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러나 창원에서 이곳까지 딜리버리를 위해 달려온 스키퍼인(선장) 변박사님이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보고 안되면 포기하자는 말에 다섯 번째 출항을 결정했다.
오후 6시 50분. 최종 시험을 해 보기로 했다. 전원 승선하고 파도를 넘어 속도를 내 보는 데, 문제가 다시 생기면 딜리버리를 접고, 그렇지 않다면 가는거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
모두 불안한 심정일터. 계류줄과 펜더를 하나도 접지 않고 출항하여 먼 바다로 나아 갔다.
해는 지고 밤바다에 비치는 육지 불빛은 우리들의 불안한 마음만큼 밝았다.
마리나에서 전화가 빗발친다, 괜찮냐? 계속 비상대기 할까? 에델바이스에서도 성화다. 강릉을 지나고 있는데 빨리 오라고~~~
하조대를 지날 무렵, 마리나에 전화하여 Go할 테니 철수 하라고 얘기하고 이제는 앞만 보고 제노아를 펼쳤다. 5.5노트- 6.5노트 속도, rpm을 조금 올릴까? 아니야~ 나더라도 더 멀리가서 사고나라~~~
밤 바다는 언제나처럼 푸근하게 가슴에 안겨 왔다. 밤하늘을 빼곡이 채운 별 빛은 언제나 나를 동화속의 주인공처럼 추억과 상상의 나래 속으로 유인하였다.
주문진을 통과하자 (마의 남애항 정치망을 안전하게 지났다는 신호) 모두들 마음이 편안해 지고, 아까의 불안했던 마음이 점차 줄어 들어 이제는 장거리 항해의 기댐과 셀레임으로 채워진 듯 했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고가고, 이럴 때 빼놀수 없는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역쉬~~ 음료수는 이슬이여~~~
작은 랜턴을 희미하게 칵핏에 켜 놓고 간단한 음식을 차리고, 또 몇몇 분이 집에서 준비해 오신 풋고추, 장조림, 쌈장을 곁들여 오가는 대화는 지루한 줄 모르고, 뱃전을 스치는 물소리와 멀리 비치는 희미한 육지의 불빛은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원래 요리는 좀 하는편이지만 네명 중 내가 나이가 젤 적은 관계로 졸지에 주방쉐프로 임명받았다.
근데 이것 장난이 아니다 계란을 삶다가 배가 출렁거려 냄비속의 뜨거운 물이 쏟아지면 바로 화상이다, 한손으로 잡고 한손으로 라면 끊이고.. 내가 생각해고 신기하다..^^
에델바이스는 삼척을 지나고 있었다. 7.5노트의 속도로... 비너스도 아직까지는 트러블없이 사천 앞바다를 순항하고 있다. 제노아 펼치고 엔진 rpm은 2100으로 올려 7노트 속도로~~
밤 11시부터 2인 2조 워치시스템으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새벽바다는 20노트의 북서풍과 더불어 2~3미터 높은 파도에 세일을 펼친터라 작은 실수에도 배가 전복될 수 있어 초보자 2명은 대기하고 베테랑인 변박사와 나는 1인 2조 워치가 되었다.(사실 나두 이렇게 큰 파도에서 야간항해는 첨이었다...)
이렇게 새벽을 즐기고 있는 사이 문제가 하나 생겼다. 엔진과열 기미가 있어 엔진을 끄고 세일로만 항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다와 바람에 취한 우리는 모두 진정한 세일링의 참맛이 이것일 거라고 칭찬하며 세일링을 즐겼다.
밤바다를 가르며 정동진을 지났다. 하지만 소리없이 파도를 헤쳐 가는 우리를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아무도 우리의 은밀한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았다. 아니, 있다면 우리를 걱정해 주는 팀 멤버들과 가족들의 문자 메시지~~ 하지만 이것은 즐거움을 두 배로 세 배로 만들어 주는 보조제가 되었다.
이틀째 아침이 밝았다...호미곶이 저 멀리 남쪽으로 보인다...일출은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바람도 한결 시원하고 수다를 떨면서 호미곶을 멀리 보면서 내려간다.
밤새 제노아 한 장으로 7노트 이상 달렸다.
오전에는 바람과 파도가 잔잔했다. 엔진도 불안하여 속도를 올릴 수 없으므로 메인세일을 펼쳤다. 5노트-6노트를 달려 준다. 고맙다 세일아.
오후가 되자 바람이 자고 바다도 잔잔해 진다. 엔진이 말썽을 부리지 말아야 할텐데... 하며 걱정반 믿음반 상태인데 또다시 냉각수가 배기라인으로 나오지 않아, 또 한번 엔진룸을 열고 바닷물을 힘껏 빨아내어 해수 인입라인의 에어를 제거하고 엔진을 가동시켰다. (오후에 10L를 더 보충하였고)
오후 11시경. 마의 울산 앞바다.... 엔진이 갑자기 꺼졌다. 또 엔진 과열이겠거니 하고. 세일로만 달렸다. 최대 10노트도 나왔다.
그렇게 계속 15-20노트의 북서풍을 받으며 2-3미터의 파도를 가르는 한 밤의 쿼터런 세일링을 변박사님과 교대로 즐겼다. 하지만 졸리기는 했다. 에델바이스는 광안대교가 보인 단다.
(양양수산항 ~ 경남 통영항 운항항적)
비너스는 메인과 제노아의 힘으로만 7-8노트로 달린다.
긴급 점검 들어간 변박사님의 표정이 어둡다
프로펠러에 뭔가 걸렸는데 문제는 후진기어가 다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 스타트 모터를 많이 돌렸던 터라 항해등까지 꺼지는 밧데리 부족 문제가 나올까 걱정이 된다. 어떻게든 시동이라도 걸어놔야 할 텐데.... 레버를 아무리 움직여 봐도 꼼짝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진다.
다행이 바람이 거세져 엔진이 꺼져있지만 10노트 가까이 속도가 나온다.
만약에 배에서 떨어진다면 바로 실종될 수 밖에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밤새 세일로만 거제도 외도앞바다까지 내달렸다. 파도가 워낙 높은지라 배의 요동이 심하고 파도가 배에 부딪혀 얼굴과 바지를 흠뻑 적셔 놓는다..온몸에 힘을 얼마나 많이 주었던지 어깨와 양팔이 뻐근하다
교대할 수 있는 사람 한명만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만 가득할뿐~~ 변박사님과 2인 1조로 선실이 아닌 갑판위에서 침낭하나로 파도가 넘쳐 엉덩이 쪽이 축축했지만 교대로 새우잠을 청했다.
거제도 옥포항 앞 해상에 접어드니 바람이 약해 진다. 이러면 세일로 통영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변박사님이 다이빙을 준비한다. 슈트까지 입고 막상 뛰어들려고 하는 순간 바람이 또 불어주는 것이 아닌가. 파도는 역시 2m 내외. 멤버들과 내가 말렸다. 좀 더 안전한 곳에 가서 하자구...
(외도 앞) (예인중) (폐그물 제거)
다시 헤딩을 매물도 방향으로 변경하고 쿼터런으로 4.5-6.5 노트의 속도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지심도를 지날 무렵, 하늘도 무심하시지 바람이 거의 없다. 시속 2-3노트..... 하는 수 없이 오후 한시경 지세포로 선수를 돌리기로 했다. 먼저 간 에델바이스호는 막 통영 충무 마리나에 입항했단다.
이렇게 지세포만 입구와 지심도 사이를 한 시간 가량 헤매다가,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어 거제 요트학교에 지원을 요청해 주기를 부탁했다.
삼일째..10월 3일 개천절 ~~~~ 휴일이라 학교에 아무도 없을터인데~~~하는 걱정이었지만 역시 요트인들의 의리를 대단한 것 같다
휴일이라 쉬고 있던 윤성수 팀장님께서 흔쾌히 요트학교로 나오셔서 모터보트를 가지고 지세포항 외항방파제 1.7마일 밖의 비너스를 요트학교로 예인해 안전하게 접안시켜 주셨다.
14:00경 요트학교 폰툰에 접안하자마자 변박사님은 식칼을 들고 물에 뛰어 들어 엄청난 폐그물 덩어리를 스크루에 있는 것을 떼어내었다. 폐그물과 로프의 양이 마대자루 한 자루 분량은 되어 보인다. 이것을 매달고 12시간 이상 항해를 했으니, u~cccc
어쨌든, 무사히 문제 해결을 마치고, 거제요트학교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린 후 딜리버리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항해시간은 43시간 엔진고장에 폐그물을 달고 온 것을 감안하면 엄청 빠른 속도였다.
지세포에서 통영으로 육상 이동은 마산에서 대학을 같이 다닌 친구가 도와주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치 않은 친구여... 통영에서 지세포에 도착하여, 두 시간 가량을 목 빠지게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린 진정한 친구 손호윤,,,일행들도 있고 해서 “자 오늘은 여기 까지만 신세질게 다음에 또 만나자“ 작별인사를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통영시외터미널....인근 식당에서 소주를 곁들여 회 한접시...이 맛이야!!!
인생에 좋은 추억으로 남으리...
첫댓글 시간상 지세히 못읽었어. 암튼 즐거웠겠네.....^^
좋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