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비온다는 예보를 들었음에도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공부한다고 책상에 앉아 보지만 잠이 쏟아져 방바닥을 두 어깨에 지고
하루종일 뒹굴다가 황금같은 토요일이 지나갔습니다. 참 아깝습니다.
일요일 새벽 전날 그리고 그리던 밭으로 달려갔습니다.
형님은 치악산 단풍 보러 간다고 하시던데 이 가을을 잘 마무리하지 않으면
후회막급일 것 같아 단풍감상 대신 밭일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치악에 갈 것도 없이 고운 단풍이 집 앞에 까지 와 있었습니다.
은행잎이 얼마나 고운지요.
푸른 하늘과 노랑 단풍... 조물주가 우리에게 내려준 고운 빛입니다.
어제 내린 비와 함께 노랑 잎들이 떨어졌습니다.
놀이터가 온통 노란색입니다. 차암 곱습니다.
일찍 행구동 밭으로 향했습니다.
약 두 시간 정도 비닐을 벗긴 것 같습니다.
비온 다음 날 비닐제거 작업을 하니 확실히 좋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땅이 굳어 호미질을 하든지 살살 구슬려야 하는데 진밭이라 그런지
맨 손으로도 잘 벗겨집니다.
먼지를 온 몸으로 뒤집어 써야 할 필요도 없고요.
역시 비온 다음날 씨앗을 파종한다더니 비닐 멀칭 제거작업도 비온 후가 좋습니다.
9시, 한숨 돌리려고 트럭으로 왔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트럭 왼쪽 앞바퀴에 바람이 빠져 삼분의 일 정도가 주저앉은 겁니다.
<클났다. 오늘 오후 장모님 짐 실어드리기로 했는데!>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형님 클났어요. 클났어요."
"무슨 일?"
"펑크요. 10시쯤 가져가면 고쳐주실 수 있나요?"
"안돼. 오늘 등산가려고 하는데."
"그럼 지금 당장 갈 테니 좀 기다려 주세요."
역시 형님이 최고로 좋습니다. 다른 곳은 문닫아 쉬는데 못난 동생이 부탁하는 거 잘 들어주시니 말입니다.
남은 일거리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횡성으로 내달렸습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달리는 차창으로 내다보는
횡성댐 풍경이 절경입니다.
먼산의 단풍과 에머럴드 색을 가진 물의 조화!
가을을 품은 횡성댐입니다. 저 물을 퍼 마시면 더없는 보약이 될 거라는 느낌!
물과 단풍, 푸른 하늘을 더 담아보았습니다.
녹색을 가진 물이 날씨가 추워지면 검푸른 빛으로 변하겠지요.
그 때는 산이 흰 옷으로 갈아입을 테지요.
횡성댐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따라 좋은 모습을 보여 주네요.
동생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하여 짐을 실으니
장모님의 녹두가 1톤 트럭에 가득입니다.
컴컴한 밤에 동생네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장모님도 함께였는데 동생의 일을 하루 도와주시겠답니다.
"뭘 도와주랴?"
"할 건 많지. 콩도 모아야 하고 녹두도 모아야지. 아직 마르지 않았을 테니 비닐 부터 벗겨야겠어."
"그래 하자."
천여 평 되는 밭에 장모님과 누님, 동생과 황골농부 넷이 갔습니다.
밭이라고 하지만 작물이 없는 밭은 그냥 풀밭입니다.
풀과 엉긴 비닐을 제거하는 작업은 숫제 사투死鬪라고 해야 할 판입니다.
그래도 예초기로 바랭이를 대충 잘라내고 제거작업을 하니 한결 수월합니다.
젖은 흙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석자 비닐을 잘라 치마를 만드니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바지가 더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동생이 집에서 날라온 국수를 참으로 먹었습니다.
막걸리와 함께 먹는 국수맛이 일품입니다.
배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한없이 들어갑니다.
천평 밭의 비닐제거작업이 한나절 동안에 끝났습니다.
점심식사 후 오수午睡를 조금 즐기고는 다시 다른 천평 밭으로 향했습니다.
녹두를 모으는 작업입니다.
밑에 깔린 것이 덜 말라 좀 언짢았지만 그냥 모으기로 했습니다.
한 줄로 쌓아놓고 위에 비닐로 덮어 놓으면 옆으로 공기가 통하여 잘 마른다고 하네요.
저녁까지 일했습니다.
일하면서 나누는 덕담이 일을 덜 힘들게 합니다.
내일 지나서 모레 또 한번 비가 온다네요.
비닐덮어 비맞히지 않기를 당부했습니다.
동생이 탈곡기를 빨리 구해야 하는데 기계를 뭘 사야 할 지 고민을 합니다.
부흥기계에서 나온 것으로 사겠다고 하는데 저는 발산공업이나 성부산업에서 제작한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대형기계를 원하고 있으니 아마도 부흥 아니면 발산이 될 것 같습니다.
몇 십 만원 더 주더라도 기계는 큰 것을 구해야 한다네요.
여러가지 잡곡을 탈곡할 수 있는 성부를 권하고 있는데 큰 게 나오질 않는다고 하네요.
일하는 도중에 간간히 보이는 개망초의 어린 싹입니다.
"저걸 먹느니 시래기를 먹겠다."
장모님의 한마디입니다. 무청도 맛나지만 망초의 어린 싹이 입맛을 돋우는 나물인지 모르십니다.
특히 유기농 밭에서 제초제 같은 거 먹지 않고 천기를 받고 자란 나물의 유익함을 안다면 저런 나물이 보약일 겁니다.
이건 도랑가에서 일 보다가 발견한 미나리싹입니다.
역시 자세를 낮추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보배란 생각을 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휙휙 지나치면 저런 보물을 발견할 수 없을 테지요.
저걸 낫으로 써억써억 베어 가져가니 그제서야 장모님이 반색을 하시네요.
좋은 나물이라고요. 사위가 장모님 맘에 드는 짓을 했군요.
유쾌한 기분으로 오늘의 농사일기를 마칩니다.
내일부터 찬 바람이 일어난다지요.
이 글을 읽는 님들 건강 조심하시고 늘 고운 날들 되세요.
첫댓글 마음이 차분해지고 풍요로워지는 풍경 입니다.
언제 자리잡고 이처럼 안정되게 전원생활을 할수 있을지~
참 부럽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건강하시지요
저야 주변분들이 농사를 하시니 즐기는 정도이고 직장다니면서 주말농사일을 하도 있습니다
여럿이 일하면 이바구하며 하니 힘든줄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하게 되나봅니다.
수확 많이 하세요.
조심해야 할 것은 잔소리나 험담은 삼가하고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도와주시는 장모님마음 울친정 엄마 마음일겁니다.
거둠이 하시느라 고생 하셨어요.~^^
한푼두푼 벌어 자식들이 필요한 것들 사주시는 장모님
당신의 몸을 아끼지 않으시면서 일하시는 목적은 오직 자식들에게 보태주는 거랍니다.
사위의 입장에서 볼 때 많이 안타깝습니다. 72세 연세이면 이젠 자신을 위하여 편히 사실 때도 되었거든요.
열심히 일하시고 밭 한켠에서 드시는 점심이 꿀맛일 것 같습니다.
행복이 흘러 넘치는 모습입니다.
부지런한 노동 후에 오는 간식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화계원님 감사합니다.
쉬엄 쉬엄하세요.
가을걷이가 끝나야 농부는 한시름 놓지요.
청옥님 감사합니다.
풍요로운 가을걷이 풍경을 봅니다 비가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 -그저 우리 농부들은 그렇게 사는건가봐요-가을 미나리가 싱그럽게 보이는군요
쉬엄쉬엄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동생의 농사일을 생각하면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을에 씨를 넣은 분들을 생각하면 자주 오는 비가 보약일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야 알곡을 모두 거두어 들였기에 아무래도 좋습지요 ㅎㅎ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형만한 아우가 없다 하드니 맞는 말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건강하시고 고운 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가을걷이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농부의 일기가 전해옵니다.
건안하세요.
천수만님 감사합니다.
늘 고운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행복해보이십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
저는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얼른 가시길 기다리는데 고통스럽네요.
건강조심하시고 행복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