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네~ 형은요?"
"어~ 나도 잘 지냈지 뭐... 아참~! 사람들 잘 몰라도 걍 편하게 행동해~ 내가 잘 소개해 줄께~"
"아~ 형 걱정마세요. 저 아시자나요~"
그래... 잘 알지... 중국집 딸.... ㅠㅠ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선녀시대를 마중 나간 사이... JY양과 KS군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난 일단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모두에게 선녀시대를 소개해주었다.
호삼씨: 이 친구는 버지니아에서 놀러온 KJY이라고 해~ 인사들 해~
JY(女): 어머!? 나랑 이름이 똑같은 거? 와~신기하다. ㅎㅎㅎ 넘 반가워요~ ^^
JY(男): 아... 이 분이 그... KJY씨? 반갑습니다.
B.T.군: 오호~ 키도 크고 잘 생기셨네... 근데 우리 연배가 아닌 거 같은데...^^;;;
호삼씨: 아... 우리보다 좀 동생이지... 니들하고 대화가 통하려나 모르겠다. 세대차가 좀 나서...
S.B.양: 오빠랑 통한다면 우리랑도 통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ㅋㅋ
호삼씨: 흐흐... 그렇게 되는 건가? ^^;;;;;
JY(女): 근데 오빠~ 둘이 어떻게 알게 된 거에요? 오빠 버지니아에도 있었어요?
호삼씨: 아냐... 그.. 그게... 흠.... 좀 웃긴데...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됐어. 한류열풍사랑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걍 거기서...ㅋㅋㅋ
JY(女): 정말로? ㅋㅋㅋㅋ 아 웃겨... 카페로도 만나고 하는구나...ㅎㅎㅎ
호삼씨: 어.... 그게 뭐... 그렇게 됐네... ^^;;;
'니들이 한열사를 아냐?'
우리는 배가 고파서... 일단 음식부터 떠온 뒤에 더 이야기 하기로 했다.
어찌보면 한열사에서 첨으로 나의 음식을 맛보는 행운을 선녀시대가 갖게 된 듯 하다. ㅎ
물론 그 맛은... 예의상 당연히 좋다고는 하겠지만서도...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갈비를 미리 사다가 재어놓지 못했던 점... 그게 가장 맘에 걸린다.
양념맛이 좀 더 깊숙히 배었어야 했는데....^^;;;
잠시 후 오븐에서 바싹 구운 훈제치킨도 꺼내어 골고루 나누어주고...
TV도 보고 맥주도 함께하며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가졌다.
특히 BT군과 나는 그동안 너무 바쁜 일정들을 꾸역꾸역 소화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있었던 터라...
이틀 전 중간고사를 끝마친 이유도 있고... 이렇게 긴장을 풀고 편하게 즐기기는 정말 오랜만인 지라... 상당히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
티비를 보는데... SB양과 JH양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풋볼에 관심이 많았다.
스포츠 채널에 고정시킨 뒤, 내내 대학풋볼 경기를 보며 가끔씩 탄성을 지르곤 했다.
너무 스포츠 쪽에 집중이 되어 있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나는 선녀시대에게 자꾸 말을 걸었다.
호삼씨: 우리 학교가 이번에 웬일로 이렇게 잘 하는 지 모르겠네... 9승 무패였다가... 오늘 게임에서 아깝게 역전패 했어~
JY(男): 아~ 우리학교한테 맨날 발리던 학교가 바로 펜스텟인데... 올해는 좀 하네요~ 울 학교 올해는 죽쑤고 있어서 전 할 말 없네요.-_-;;
호삼씨: ㅋㅋㅋ 그렇구나... 난 뭐... 순위 이런건 별 관심 없으니 뭐... 근데 아참~ 얘들아~ 이 친구는 퍼듀 다녀... 퍼듀 대학 알지?"
B.T.군: 퍼듀? 인디애나에 있는 퍼듀?
JY(男): 네~ 맞아요. 시골이죠... 근데 여긴.... 우리학교보다 더 시골이네요...^^;;;;
B.T.군: 오호~ 너 퍼듀 다니는 구나... 이야~ 그 학교 좋은데... 하지만 내가 젤 시러하는 학교가 바로 퍼듀야~!
JY(男): 네? 왜요?
B.T.군: 날 떨어뜨렸거든....-_-+
그렇다. 퍼듀 기계공학과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던 BT군... 리젝션 메일을 받고 광분을 했다는 후문이....--;;;;
이 때부터 였을까? 평소답지 않게 나의 룸메이트 BT군은 선녀시대를 약간씩 경계하는 듯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질투를 하는 듯 해 보였다. 흠........ 퍼듀 때문에? ^^;;;;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누구든 칭찬을 들으면 어깨가 들썩인다.
집에 있는 거의 모든 재료를 다 꺼냈던 것 같다.
당장 내일 굶게 되더라도... 오늘은 기분이 좋구다.
맘껏들 먹어다오~ ^^
갈비찜에 넣은 고구마와 당면이 조금 남고... 스파케티 면도 좀 남았을 뿐...
다른 음식은 모두 동이 났다. 다행히도 아직 배가 안 찬 사람은 없는 듯 해 보였다.
자~ 이제 뭘 먹어야 할까? 아님 뭘 해야 할까?
모두에게 내가 제안했다.
호삼씨: 우리 게임할까?
B.T.군: 게임이요? 오호~ 재밌겠다!
JY(女): 오빠 게임 할 줄 아세요?
호삼씨: ..........--;;;;
S.B.양: 무슨 게임 할까?
J.H.양: 글쎄... 뭐가 좋을까...?
그런데 느닷없이 JH양이........
"전국~!! 노래자랑~!!!! 빠~빠빰 빠 빠빠빰~~ "
'엥? 이건 또 모야???'
갑자기 한명씩 일어서더니 빠빠빰 거리며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아닌가?
나름 반응 속도가 빠른 나는... 뭔진 모르지만 일단 눈치를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알고보니... 젤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 마셔야 하는 기습 게임이라나 뭐라라...^^;;;;
선녀시대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ㅋㅋㅋ
손님이라서 그랬나? 방정맞게 벌떡 일어서기를 꺼려서였나? 암튼 그가 걸렸다.
"원샷~!! ㅋㅋㅋ"
그는 맥주를 벌컥벌컥 단숨에 마셔버렸다.
한 두 번 게임을 해본 목구녕이 아니었다.
일정하게 상하운동을 하는 그의 목젖...
'이 녀석... 맥주를 마실 줄 안다.'
아~ 이 얼마만에 해보는 게임이던가?
2년 전... 워싱턴주에서 일본 아이들과 했던 그 때.... 그게 아마 마지막이었으리라...ㅠㅠ
우리는 중구난방으로 시끌벅적... 어떤 게임으로 할 지 의논하다가...
결국은 타이타닉이라는 고전게임을 하기로 결정했다.
선녀가 사온 소주 6병이 게임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첫 판이라... 얼마나 따라야 잔이 떨어질 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소주 잔이 없어서... 산사춘 잔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소주 잔보다 넓은 원주로 인해 부력이 한층 커졌다. (공대식 표현 이해하삼.ㅋ)
어찌 되었건 게임은 시작되었고...
모두들 술 잔이 놓인 테이블을 앞에 두고... 빙 둘러앉아...
초집중 모드에 돌입... 누군가가 실수 하기만을 숨죽이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거의 가득찬 술잔에 선녀시대가 술을 따를 즈음.... 내가 장난으로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살짝 쳤더니...
헐.... 이런.....--;;;;;
선녀시대가 채 따르기도 전에.... 술 잔이 서서히 가라앉는 게 아닌가?
아...... 억울했다. 다른 사람들도 한 번씩 다 쳐봤는데... 하필 내가 칠때 가라앉을 게 뭐람...
난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젤 만만한 선녀시대를 물고 늘어졌다.
호삼: 너 왜 빨리 안 따르니? 그거 반칙이야~
선녀: 에이~ 형~ 걍 드세요~ 남자가 뭔 말이 많아요~
호삼: 야야야~ 난 몰랐어... 그거 쳐서 떨어지면 친 사람이 먹는건 줄 진짜 몰랐어.
선녀: 아 놔~ 형이 걸린 거에요~ 일단 드시라니까요~
실랑이를 벌이는 우리가 너무 답답했는지...
어느새 여론은... 우리 둘 다 마시기를 원하고 있었다.
음... 결국 둘 다 마셨다.
'ㅋㅋㅋ 나이수~'
물고 늘어지길 잘 했다. ㅋㅋㅋ
난 술 많이 마시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게임은 너무 재밌다.
이 재밌는 게임을 오래 하려면... 살아 남아야 한다.
그리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아야 한다.
블랙홀을 찾아... 그 한 명만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본 선녀시대는 블랙홀이 아니었다. 게임을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블랙홀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BT........
같이 생활하는 나의 가장 측근이지만...
내 오늘은 너의 거대한 위장을 잠시 빌리마....ㅠㅠ
용서해다오... 지금 이순간... 난 게임을 더 원하고 있다.
그 후로 타이타닉 게임이 계속 진행되면서... 옵션게임으로...
죽음의 경기... 세종대왕... 그리고 전국노래자랑? ^^;;;
이런 것들이 중간중간 곁들여졌다. ㅎ
바로 이어진 죽음의 경기에서 JH양이 걸렸다.
그녀에겐 맥주 한 잔(150ml 정도 되었던 듯)도 약간 부담스러웠나보다.
쉽게 들이키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느닷없이 흑기사를 불러 재낀다.
'헐....'
비겁한 난... 잽싸게 눈을 돌렸다.
선녀가 응해줬다.
우리는 선녀가 원샷을 끝마치자 마자... 늘 그렇듯.... 선녀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강요했다.ㅎ
선녀는 아직도 얼굴을 찌푸리며 작은 트림을 살짝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는 급미소를 띄우며... 사람들의 집중된 시선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춤 춰 주세요~ㅋ"
"뭐? 춤??? 무슨 춤???"
"섹시하고 귀엽게~ 원더걸스 춤~! ㅋㅋㅋ"
아... JH양... 여간 당황한 기색이 아니다.
얼굴이 최대한 빨개지며... 어쩔줄을 몰라하는 JH양...
인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우리들... 급기야 동료인 SB양이 일으켜 세운다. ㅋ
한 5분간의 실랑이 끝에... 짧고 성의없는 그녀의 어깨춤이 나왔고... 우린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
그리고 이어진 타이타닉에서는 JY양이 걸렸고... 그의 든든한 남친인 KS군이 대신 다 마셔줬다.
가진 자의 여유... 졸 부럽다.
이어진 옵션 게임에서...
다시 한 번 죽음의 경기를 치뤘다.
화살표를 따라 숫자를 천천히 세어갔다.
그런데 헉...... 나다.
믿겨지지가 않는다. 나라니....
나 정말 게임 잘 하는 놈인데... 또 걸리다니....ㅠ
마셨다.
벌써 배가 부르다.
슬슬 겁이 난다.
블랙홀을 공략하는 수 밖에...
그리고 다시 타이타닉... ㅋㅋㅋ
역시... 블랙홀인 BT가 걸렸다.
'이런 잼병... 너 게임 진짜 못한다. --;; '
사실은 BT가 술을 따르는 동안... 내가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얍실하게...
BT는 벌써 얼굴이 벌겋다.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안 걸려서 너무 기쁘다.
술을 세팅하는 동안... 또 한 번 죽음의 경기를 치뤘다.
이번엔 젭알......
눈을 감고 기도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화살은... 나에게로 또 다시...
'이런 C양... 오늘은 날이 아닌가부다. ㅠ'
아~ 좀 전에 마셨는데... 또 마셔야 하나? 아... 정말 싫다...ㅠ
내가 잘 하는... 몸으로 때우는 수가 있었다.
흑장미를 불렀다.
흑장미가 거절을 하면 두 잔을 마셔야 한다는 JH양의 말에...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다가 왠지 착해 보이는 SB양에게 부탁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명백한 오판이었다. ㅠ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게임신이었던 것이다.
전체 게임판을 자신의 의지대로 주무를줄 아는... 그야말로... 게임의 여왕...ㅠ
맥주 한 잔을 소주 마시듯이 단 숨에 들이킨 SB양...
그래도 초면인지라... 본인도 어색했는지...
"소문이 자자한 궁중떡볶이 해주세요~"
"궁중떡볶이? 지금???"
"네~ 지금요~"
"아... 담에 해주면 안될까? 지금은 떡이 남은 게 없거든~"
"아 그래요? 음... 그럼 다른 거 시켜야 겠넹...ㅋㅋㅋ"
"아~ 젭알...ㅠ"
"오빠~ 오빠도 섹씨춤 춰주세요."
"섹시춤?"
"네~ 섹쉬하게~ 유후~"
"아 놔............... 원더걸스 춤? 이렇게? 이렇게?"
텔미 도입부를 약간 흉내내 보았다.
반응이 좆치안타. ㅠㅠ
쏟아지는 비난과 불만에 찬 그들의 목소리... 그다지 관대해 보이지 않았다. ㅠㅠ
그 때 갑자기 누군가가 외친다.
"봉춤을 추세요~ 저기 스탠드에서...ㅋㅋ"
'뭐? 봉춤? 이건 또 몬 소리??? '
그렇다. 저 쪽 구석에 있는... 길쭉한 스탠드형 등을 부여잡고 봉춤을 추라는 소리다.
한 마디로 망가지라는 소리다.
'내 참... 살다살다... 가장 연장자한테 이런 걸 시켜도 되는 것인가?'
그들의 말에 의하면 시켜도 된다고 한다. --;;;
몹시 빼고 싶었다. 그러나 뺄 수가 없었다.
아까 JH양의 원더걸스춤 빨리 안춘다고 면박주는데 앞장선 그 앞잡이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난 심호흡을 크게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서 나름 섹시하게 봉에 다리를 꼬아 걸고...
왼쪽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리며 웨이브를 아래위로 떨어주었다.
정말 못 봐줄 장면이었다.
이하는 생략하겠다.
낯이 너무나 뜨거워... 계속해서 양 볼에 손을 대고 있어야만 했다.
그 후로... 줄 곧 BT만 마시게 되더라... 블랙홀...--;;
세종대왕 게임... 정말 못하더라...
아얘 말을 말던가... 입만 열면 영어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등신...ㅠㅠ
'내가 널 지켜주고 싶다만... 그럼 나는 누가 지켜주니? 미안하다.'
결국 맛이 갔다.
BT군은 금방 맛이 가버렸다.
맛이 간 상태에서 추태를 부리지 않는... 주사가 전혀 없는 BT군...
그는 조용히 방에 가서 숙면을 취한다. 참 좋은 버릇이다. ^^
우리는 계속해서 분위기를 이어갔다.
타이타닉도 이제 맥주가 없어서 못 할 지경이 되었다.
난 이제 다들 각자 집에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게임의 여왕 SB양...
"오빠 술 좀 더 사올까요?"
"응? 더 마실래?"
"네~ 분위기 좋자나요~ 제가 사올께요."
'그래... 넌 사올 맛 나겠지... 게임의 여왕....'
JY(女)이가 따라나섰다.
그래도 내 체면이 있어서 손에 20불 쥐어주었다.
나머진 알아서 니들이 보태라...^^;;;;
잠시 소강상태...
막간을 이용해 주변 정리를 했다.
난 또 다른 안주를 위해...
새우를 녹이고, 계란말이를 준비했다.
그러는 사이 맥주원정대가 도착하고...
여왕이 자리에 앉자... 다시 게임이 지속되었다.
이렇게 다시 분위기가 업되고 있는 중...
헐... 갑자기 시커먼 그림자가....
헉! 좀비다...!!!
BT군이 일어난 것이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ㅠㅠ
그래도 함께하고 싶어서... 자다 깨서 밖으로 나온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왜 또... 블랙홀 할꺼면서....ㅠㅠ
내 가슴이 제일 아프다.
그와 반대로... 다른 이들은 씨익~ 하고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술이 좀 취했는지... BT가 오늘은 말이 좀 많아진다.
특히 선녀시대에게 약간 거칠게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의바른 선녀는 그저 싱글싱글 웃으며.. 애써 속으로 삭히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마... 그 정도라면... 약간 불편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참아줘서 고맙다. ^^
그런 것 같다.
나보다 한 살 어린 BT군...
그동안 나와 함께 살면서... 말 못한 사연이 얼마나 많았을까?
한 살 형도 형이라고... 하고 싶은 말도 다 못하고... 대부분 네네~ 하며 잘 따르던 BT의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 난 왠지 더 미안한 맘이 든다.
차라리 친구였으면 더 좋았으련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렇게 꾹꾹 참고 나한테 꼬박꼬박 형님 대접을 해준 BT가 갑자기 더 고마워 진다.
사실 뭐.. 선녀도 그렇게 불쾌할 만한 상황은 아녔지만... 내가 BT를 이해하려다 보니... 표현이 이상한 쪽으로 흐른 것 같다.
실제로는 다들 말도 잘 하고... 정말 즐겁게 잘 놀았다. ^^
세대차가 좀 있는 선녀가 재밌었어야 하는데...
물론 본인 친구들하고 놀때보다야 당연히 재미 없었겠지만...
그래도 형, 누나들 비위 맞춰가며... 함께 웃으며 즐겨주었던 선녀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에게 나도 잘 해주고 싶다.
가끔은 내가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섭섭함들...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다 풀어주고 싶다.
또 이야기가 엇나간다. 이런....^^;;;
이렇게 신나게 즐긴 우리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들 즐거웠는지... 다음에 또 온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냉철하게 판단하자면...
육체적인 피로와... 금전적인 타격은... 나도 관대하게 넘길 수 없는 두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그들을 배웅하며 내가 할 수 있던... 최대의 방어적인 표현은....
"응~ 근데 바쁘면 굳이 놀러오지 않아도 돼~ 공부가 더 중요하지 않겠니? ^^ "
정말... 형편없다.
저걸 변명이라고....
내 수준이 저렇다.
아이들은 모두 집에 갔고...
이제 선녀시대를 재워야 한다.
내방에서 자라고 그렇게 권했지만...
끝내 마루에서 잔다고 한다.
다행히 울 집에는 어떤 아주머니로 부터 공짜로 얻은 푸톤(접이식 쇼파겸 침대)이 하나 있다.
거기서 재워야 했다.
"너 여기 좁지 않겠어? 보자....키가커서 기장이 이거 안되겠는데?"
"괜찮아요. 저 원래 잘 쪼그리고 자요."
"그래... 오늘 새우도 먹었으니... 몸이 잘 오그라들거다."
"............-_-;;;"
그는 바로 뻗었다.
나도 바로 뻗었다.
BT는 이미 뻗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뻗은 채로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8시 반...
이상하게 일찍 눈이 떠졌다.
원래 아침 잠이 많지 않은 나였지만...
보통 그렇게 술을 마시고 나면 아침에 맥을 못 추는데... 이상하게도 일찍 눈이 떠지더라...
'아침으로 뭘 해주나...'
먹을 게 없다.
어제 다 먹었다.
미역국이 있긴 했지만... 세 명 먹기엔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사줘야 했다.
안 그래도 어제 선녀가 포~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오늘은 베트남 쌀국수나 먹어야겠다. ㅋ
선녀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전이란 게 여간 피곤한 노동이 아니더라...
10시쯤 되자... BT군이 일어났나부다.
밖에서 달그락 소리가 난다. 설거지를 하는 듯 했다.
내가 가서 도우려 했다.
"형이 어제 요리 다 하셨자나요. 설거지는 제가 할께요. 가서 쉬세요~"
"아냐~ 같이 해~"
"에이~ 제가 할께요. 그럼 그냥 마루만 정리해주세요."
"그래 알았다."
마루는 사실 아침에 내가 다 정리해놔서... 이제 정리할 건 선녀시대밖에 없었다.
저렇게 푹 자고 있는데... 어찌 정리를....^^;;;
그래도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나서 그런지... 선녀도 곧 일어났다.
선녀가 씻는 동안 대충 정리가 다 끝나고...
나갈 채비를 하고 모두 밖으로 나왔다.
나와 BT는 내차를 타고 주차장을 나섰고...
선녀는 길가에 세워둔 본인 차를 몰고 내차를 따라오기로 했다.
그런데 지나가다 보니... 선녀의 차에 노란 주차위반 딱지가 붙어 있는 게 아닌가?
그걸 얼른 감추는 선녀시대... 이미 늦었다. 우린 봤다. ㅠㅠ
아... 미안하다. 아침에 차를 뺐어야 하는데.... ㅠㅠ
대신 내준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멋쩍은 듯 웃음 짓는 선녀...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란다. ^^ㅋ'
이런 의미부여... 이젠 나도 질린다. --;;;
베트남 음식점에 도착했다.
각자 취향대로 쌀국수를 주문했다.
주문할때 선녀의 네이티브 발음을 보고... BT가 좀 부러워했다.
하지만 난 부럽지 않았다.
난 늘... 내 발음이 좋지 않은 건... 한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여기서 30년을 살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을 나만의 똥고집일 것이란 예감이 든다. ^^
온 김에 우리 학교 캠퍼스도 살짝 구경시켜주고...
다음 날 대사관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일찍 가야 한다던 선녀를...
그냥 그렇게 돌려 보냈다. ^^
짧은 하룻밤이었지만... 덕분에 즐거웠고...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잘가~ 선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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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글이 좀 사적인 내용이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해외 한인소식의 범주에 들어가니... 별 문제될 일은 없겠죠? ^^;;;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서 내 이야기도 아닌... 남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줄 압니다.
서로 친분이 있으면 아무래도 그를 묘사하는데에 있어서 객관성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
하지만 제가 본 선녀시대님은... 아니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그가 제게 보여준 모습으로는...
꽤 괜찮은 밝은 청년이었기에... 이렇게 제법 긴 후기까지 쓰게 되었네요. ㅎ
처음 선녀시대님을 이곳 한인방에서 보고... 혹은 자게에서 활동하는 모습들을 보았을 때는...
선녀시대님께는 좀 죄송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똑똑한 친구 같은데... 아직 철이 좀 덜 들었구나...'
할 정도로... 가끔은 상대방 댓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에 약간 실망하곤 했습니다.
또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첫 대면을 하려다 보니... 저도 좀 긴장했던 건 사실입니다.
혹시 만나서 대화라도 안통하면... 버럭 화라도 내지 않을까? ㅋㅋㅋ
하지만 그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래도 형이라고... 얼마나 깍듯하게 하고 그렇게 예절이 바른지...
내심 놀라고 또 놀랬습니다. ^^
제 생각입니다만... 다른 분들도 많이 그러실 것 같습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쌓아가는 본인의 이미지...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건... 본인 자신이 더 잘고 있을 텐데...
이상하게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내 손가락은... 왜 이렇게 심술을 부리는 건지...^^
암튼 뭐.... 이상 제 생각이었구요, 저도 아직 철이 덜 든 관계로... 뭐라 말할 입장이 못 되지만...
이미 두 번이나 만난 선녀시대님께 마지막으로 한 마디 건네자면...
"조금만 더... 리프트 아이언~ 응? ㅋㅋㅋ"
그럼 담에 뵈어용~ ^^
첫댓글 ㅎㅎㅎㅎㅎ..... 똑같은 상황을 선녀시대님이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군요....ㅎㅎㅎㅎ ..... 모노 드라마처럼....ㅎㅎㅎㅎ.... 잘 봤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시고 원하는 바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후에 음식점 차리면 한번 들리겠습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 음식점 차리면 한열사 아뒤 말씀하삼. 무료로 드려요~ㅋㅋ
신변잡기 글임에도 등장인물들 세심하게 배려해서 글을 쓰셨네요. 잼있어요~*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선녀시대님은 선녀같이 예쁘신지.. ^^;; 두분 우정 잘 가꾸세요~*
선녀님은 선녀같지 않고... 나무꾼 같습니다. 힘이 많이 좋아 보이더군요. ㅎㅎ
'니들이 한열사를 아냐?'.. ㅋㅋㅋ 뭔가... 자랑스러움이 마구 묻어나네염ㅋㄷㅋㄷ 귀여우세요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럼요~ 자랑스럽고 말구요~ㅋㄷㅋㄷ 근데 한열사도 모르더라구요. ㅎ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천둥소리님 말대로 선녀시대님의 입장 글읽고 싶네요..ㅎㅎ
아.... 입장이 난처하네요...ㅎㅎ 제가 하도 중국집 딸 이야기로 선녀님 이미지를 망쳐놔서... 걍 재밌으라고 그렇게 표현한 건데... 후환이 두렵네요. ㅋ
냐하~~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재밌네요.. ! 감동감동 ㅠㅠ?ㅎ 크흐! 선녀님은 어째 안 보이시네요 댓글에~ㅎㅎ 전 주부이지만 요리는 완전 꽝인데..부럽네요. 호삼님..! 성격도 호탕하면서 시원시원`ㅎㅎ
요리에 자신감을 가지세요~ 남편님 맛난 거 많이 해주시구요~ㅎㅎ
역시 게임이 빠질수 없죠 ㅋㅋ 근데 동창회 나가면 20살 후배들한테 밀리는게 마구 느껴지는데 호사마님 대단하시네요 ㅋㅋㅋ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 실텐데 ㅎㅎ
벌써 밀리시면 안됩니다. 게임도 계속 변합니다. 꾸준히 공부하셔야 합니다. 근데 술은 정말 그만 드실 건가요?
호사마님 정말 잼있게 읽었습니다.ㅎㅎ 담에 다른 에피소드로 얼른 찾아와주세요
에피소드는 생각해 둔 게 있긴 있는데... 별로 재미가 없는 소재라서... 망설여져요. ㅋㅋ
정말 글 잼나게 잘 쓰시네요..잘 읽었습니다..ㅋㅋ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ㅎㅎ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좋은 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ㅎㅎ
네~ 감사해요~ㅎㅎ
끼리끼리 논다더니...ㅋㅋㅋㅋㅋ 호사마님이랑 선녀님이랑 참 잼나게 글 쓰시는 분들이 잘 어울리시네요...ㅋㅋㅋ 좋은 만남...오래도록 소중한 만남이길 바랍니다...그리고...참 부럽습니다....요즘같이 어려운때....마음에 맞고 통하는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 선녀님이 영 조용하신게 지금 한참 알바하느라 바쁘신가 봅니다...^^ 이렇게 조용할리가 없는데...하하하
일이 정신없이 바쁘다고 하시네요. 월요일 쯤이면 글이 올라올 거에요. ^^
글 진짜 잼있게 쓰시네요~~ 같은 한국에 살아도 까페분들 만나기 힘든데 정말 대단한 인연이시네요~~ 너무 잼있어요~
인연인가? 풉~! 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호삼님 .. 맛있는 음식 먹고싶어요~ ㅋㅋ 선녀시대님이 잠시 들어오지 못하는 순간을 틈타 글쓰신건 아니시죠?ㅋㅋㅋㅋ 호삼님 글 너무 재밌어요!! +ㅁ+
엇? 어떻게 아셨나요? ㅋㅋ 선녀님은 이곳시간 일요일 저녁에 일이 끝난다고 하시네요. 아마도 월요일이면 슬슬 활동하실 듯... ㅋㅋ
애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글 잘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댓글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가진 자의 여유...부러우면 노력하^^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면... 저 여기 글 쓸 시간도 없었을 겁니다. ^^
좀 들이대요
호삼님,정말 간만에 아주 크게 많이 웃었어요.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저는 경제 파탄의 핵심에 있는 미시건에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요리에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으신데 저히 남편과 매우 비슷한 성향인 것 같아서 한 번 더 웃었네요.남편은 일본에서 10년 경력의 요리사인데요,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주를 생각중인데,호삼님이 그 곳에서 학교를 다니셨군요.오스틴 살기 어떤가요.바쁘신 것은 알지만 혹시 시간적 여유 조금 있으실 때 정보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내용이 많아서 쪽지로 설명 드렸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력도 별로고 성격도 별루인데, 주변의 참 좋은 분들의 많은 도움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으니까요. 홍콩에 첨 와서 얼마후 지도에 컴파스로 사방 백킬로 원을 그려보았는데, 술한잔 같이하자 할 사람이 없더라구요. 얼마나 슬펐는지...., 암튼 좋은 관계 많이많이 만드시길...
컴파스 까지.....ㅠㅠ 그래도 젬스가시러 님은 이쁜 딸래미도 있으시고... 행복한 가정이 있으시자나요. 전 그게 너무너무 부러운걸요~ ^^
그래서 사는겁니다. 단하나의 삶의 이유이자, 책임이자, 즐거움이자, 위로이자, 의미이자, 방향이자........ 또 뭐더라.. 암튼 조금은 슬프지만 살아가면서 점점 자신의 존재는 잊게되더군요. 가끔 한심하단 생각도 들지만,,,, 본능이 절 그렇게 가라고 합니다
글 넘 재밌어요^^ 배운적도 없는 요리를 글케 잘하시다니 정말 마이 부럽습니당 남자중에 요리잘하는사람 드문데 호삼씨는 1% 에 해당되시는 멋진분이세요 다음에 식당차리면 연락주세요 한열사에 연락주시면 매상 팍팍 올려드립니다 ~~어머님이 하신 요리프로도 궁금하네여~~
새콤달콤님 고마워요. ㅎ 어머니는 80년대에 아침시간에 주부들이 하는 그런 프로에 나오셨어요. 제목은 저도 잘 기억이 안 나네요. ^^;;;
간만에 올라 온 글 잘 봤습니다! 저는 가끔 알콜로 내 정신상태를 씻어 버리곤하죠!! 그래서 새로운 정신이 자리잡냐고 고생하기도 합니다. ㅎㅎ 음식 잘하는 것은 살면서 자기가 맛본것을 흉내낸다고해요! 특히! 요리 잘 하시는 어머니 음식을 먹고 자랐으니 요리가 남다를 수 밖에요!!
오랫만에 한열사와서... 호삼씨의 사람냄새나는 글을 읽으면서 마음도 넉넉해 졌답니다.... 선녀시대님은 내가 그럴 줄 알았지만 아직 순수함이 많이 남아있는분 같아요.... 그나 저나 나 호삼씨 요리 먹고싶어 어떻하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훈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