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만나는 모든 것들 언젠가 다시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만나는 그 모든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입니다.그러니 소중하고 감사하고 기쁘지 아니한지요?
생의 몇 번째 봄과 마주하고 있는지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생의 마지막 봄날을 지금 건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는 해마다 각 사람 안에 희망의 씨앗 뿌리시고 기다리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요?
적절히 양육되기만 한다면 그 씨앗은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숨결은 가장 작고 외진 정원과 인간의 마음속까지 도달하여 활기를 불어 넣습니다. 그래서 바야흐로 봄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분께서 우리를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는 것은 ‘단지 기다리시는 것’이 아닐까요?
봄이 되어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잎이 나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지루하고 답답하게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도 있었고 안타깝고 아쉬운 순간들도 지나고 나약하고 무기력한 시간도 건너고 나니 희미하게 희망의 빛이 자라고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눈앞에 펼쳐보이는 봄의 시간들.....
하선재 정원에는 내가 관심을 갖고 돌보는 산딸나무 레드 피그미와 체로키 치프가 있습니다. 이른 봄꽃들이 모두 지고 난 뒤에 피는 꽃인데 올해는 체로키 치프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실수와 잘못 때문에 올해는 꽃을 피우지 않고 건너가려나 봅니다. 그분께서 가꾸시는 정원에는 늘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조화로운 질서와 시간과 계절의 변화 어느 한 순간도 허투루 지나가는 것은 없습니다.그 모든 것은 자기의 때가 있고 누구나 그 때를 기다려야 하고 또 비켜주어야 합니다. 때를 기다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 때에 가장 빛나게 하십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기다림의 끝에는 늘 기쁨과 평화가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꿈꾸는 시간이지만 다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아니어도 괜찮고, 나여도 괜찮습니다.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봄이면 더 괜찮을 것입니다.
올 봄에는 제비가 찾지 않은 둥지는 비어있고 후투티는 찌르레기에게 밀려 둥지에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집 옆 갈대숲에 둥지를 틀었던 산꿩은 들고양이들의 등쌀에 집을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이나 자연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좀 더 바라보다 보면 그 또한 그분의 섭리임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바삐 지나가는 봄을 무심히 스쳐가게 놓아두면 올해의 봄도 여느해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잠깐만 멈추고 서서 고요히 바라보면 아주 특별한 봄임을 담박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의 첫째날부터 이어지는 창조의 순간들이 바로 내 눈앞에서 영화속 장면처럼 펼쳐지는 장엄한 순간을 함께 하고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봄이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를 그만두고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봄을 걷고 만지고 느끼며 더 오래 바라볼 일입니다.
서로 마주봄, 함께 바라봄,깊이 들여다 봄.....
거기 오직 우리를 위해 그분께서 준비하신 보물찾기가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오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24.4.24. 봄비 가득한 남촌에서 띄웁니다
섭씨 20도 모든 사랑스런 것들을 품어안고 키워내기에 가장 적합한 온도입니다. 봄이라 부르는 계절도 이 온도에서 싹을 틔우고 땅 속 깊은 뿌리가 머금은 물기를 뿌리에서부터 가지끝까지 밀어올리는 때도 그러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변화는 섭씨20도에서부터 시작입니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람 사이, 낯섬과 친숙함의 사이에서도 그렇지 않을는지요? 오늘 내마음의 온도 섭씨20도에서부터 시작해 봅니다. |
和의 분위기 뜻이 맞아 사이좋은 상태가 되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서로의 뿌리가 필요한 양분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폭풍에도 견딜 힘으로 서로 붙잡아 주고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그런 때가 있었지요. 의지가 필요한 이에게 곁을 내어 주는 것....오래된 나무가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
지구정원사 예수 저녁 산들바람 불어올 때 지는 해를 눈으로 배웅하는 시간...어떤 말도 감정의 표현도 필요하지 않은 시간입니다. ...당신께 감사하기 위하여 해뜨기전에 일어나야 하고 동틀녘에 당신께 기도해야 함을 알게 하시는(지혜16,27) 바로 그 시간, 지구 정원사의 집 정원은 봄이 더욱 빛납니다. 무엇하나 보태거나 덜어낼 것 없는 빛이 찾아오는 시간 ...기다렸습니다. |
염화시중의 미소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니 땅이 진동하는구나. 백양사 우화루 쪽마루에 앉아봅니다.꽃비가 내리는 집에서 스치듯 만난 풍경하나... 백양사 고불매를 바라보는 뒷모습에서 봄볕같은 미소가 느껴집니다. 세상 만물 처처에 부처 아닌 것이 없으니.... |
봄을 품에 담다 오늘 이 순간을 담아서 간직하는 분들에게 오래오래 고운 빛으로 함께하기를 순간 빌어봅니다. |
인드라망 우주 만물이 나와 이어지는 순간, 봄이 우리에게 모든것이 참 사랑스럽다고 말을 건넵니다. 꽃이 피는 순간처럼 지는 순간에도 그럴 것입니다. |
벚꽃이 마당에 하얗다 벚꽃이 피고지는 봄날을 생각하면 늘 떠나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꽃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피고 지는 것이 닮고 싶은 사람의 성정과도 흡사함에 놀라기도 합니다. 동백꽃과 벚꽃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미련없이 당당해 보이기도 하고 고고한 기품이 배어 있는 기개가 느껴지기도 합니다.그래서 나는 벚꽃지는 장면이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꽃비가 내리듯 한번에 흩날리는 장면을 오래 오래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 장면...사진을 찍기 위해 찾았던 어느 산골 분교의 쉬는 시간 전교생일듯한 아이들 네명이 분교 마당을 뛰어다니는 쉬는 시간에 분교마당에 하얗게 내려 쌓인 벚꽃....이제는 그 분교도 문을 닫아 벚꽃이 피고져도 찾는이가 없는 산골 분교의 봄날.....우리의 생도 그러할 것입니다. 기억합니다. |
월요일의 말차 카페와 리틀포레스트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이 강변 유채꽃이 산뜻한 봄날 자전거를 타던 길을 걸었습니다. 최근에 읽은책, 한잔의 말차에서 시작되는 12달 동안의 12개 이야기가 이어지는 '월요일의 말차 카페' 우리집 텃밭에도 상추와 대파와 감자가 자라고 완두콩이 자랍니다. 모두가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와 책과 현실이 걷다보니 어느새 연결되어 있는 작은 인연들 혹은 섭리... |
카운터 테너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이 부르는 아일랜드 민요 '와일드 마운틴 타임'을 듣고 있습니다. 흔히 '제3의 성'으로 불리는 카운터 테너는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투명한 소리를 단아하고 깊이 있게 드러냅니다. 안드레아스 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슴과 머리를 함께 공명시키는 그의 창법과 함께 여성의 고음에서 남성적인 깊이를 아우르는 음악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와일드 마운틴 타임은 봄날의 아득함과 가슴뛰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을 때 혼자 듣는 음악입니다. 영화로도 알려진 아일랜드 감성의 어느 한자락 끝이 우리네 감성과 많이도 닮았습니다. 오늘처럼 보름달이 차분한 봄밤에 듣기 좋고 보면 좋을 음악이고 영화입니다. |
도덕경 27장...잘 가는 자는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아무리 걷고 걸어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그저 생명과 치유와 평화와 환희만 솟구치게 하고, 아니 온 듯 다녀 가면서 하느님의 영광만 드러낼 뿐 자신의 자취나 흔적, 이른바 생태 발자국을 조금도 남기지 않았으면.... 그분께서는 당신의 정원 지구별이 지속하기를 바라셔서 우리를 정원사로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에 따라 좀 더 작고, 좀 더 느리고, 좀 더 가난하고, 좀 더 불편하하더라도 함께 오래 오래 지속되기를...그 정원에서 무엇보다도 새들의 지저귐과 피는 꽃들로, 자라는 나무들 아래서 쉬게 되기를....그렇게 가꾸어 가는 서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
차 한 잔의 시간 차를 마시는 일은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에서 한 발 물러나 사유하는 여유를 줍니다, 和,敬,淸,寂 그 중에 오늘은 화를 붙잡고 싶습니다 나는 매일 혼자서 차와 다기를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어 혼자 마십니다. 그 시간 동안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침묵하거나 음악을 듣습니다. 이 모든 것은 즐겁고 설레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차를 다 마시면 다구를 정리하고 책을 읽거나 눈을 감고 앉아 있습니다. 고요히 앉는 곳 오랜 세월이 함께한 많은 것들을 생각합니다. 우리 인생은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입니다. 쓰다가도 달고 흐릿하다가도 선명해집니다.대부분은 지난 뒤에야 깨닫지만 가끔은 지금 느끼고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모두의 봄날을 위해 마음 모으는 아침입니다.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