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의 일이지만 너무나 엄청나고 멍청한 체험이라 올려 봅니다
약초 산행중 격은 일인데 챙피해서 말도 못하고 있다가 지금에야 올려 보는 겁니다.^^
깊은 산 골짜기를 헤메고 있는데 산돼지나 노루로 추정 되는 동물이 지나간 길에 무언가 땅을 파고 뿌리를 캐 먹은 흔적이 아주 여러 곳이 있더군요 도데체 무얼 캐 먹었나 궁금하여 자세히 관찰 하던중.... 이게 웬일입니까?
바로 천남성 뿌리를 집중적으로 캐먹었더군요 잎은 잘라서 버리고 뿌리만 먹었더라고요
이런 독초를 왜 이렇게 많이 캐 먹었을까 하며 궁금해 하였는데 불현듯 동물들은 부상을 입거나 병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몸에 좋은 것들을 먹고 몸을 치료하는 본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생각이 나더군요
나도 나름 산야초를 연구 한답시고 거의 안먹어 본 산야초가 없다시피 이것도 씹어보고 저것도 씹어보며 수 없는 이름모를 풀들을 체험해 본 터라 갑자기 천남성의 맛은 어떨까 궁금해 졌죠.
독초라고는 해도 어떤 독이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일단, 흔하디 흔한 천남성 한 뿌리를 쑥 뽑아 보았습니다
해파리같이 생긴 뿌리가 별로 맛을 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손가릭에 힘을 주어 꾹누르는 순간 껍질이 홀딱(?) 벗겨지고감자같은 맑은 속살이.... 꼭 맛을 보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예쁜 모습으로 내손에 들려 있는 겁니다.
일단 냄새를 맡아 보았으나 전혀 거부감이 없고, 앞니로 살짝 깨물어 보아도 아무 이상 없고 ....
그래도 독초라는데.... 하는 겁은 나서 덩어리의 반 정도를 앞니로 깨물어 잘근 잘근 씹으며 맛을 보는데 식감은 꼭 감자와 똑같은 식감인데 맛은 아무 맛도 없더군요 맵거나 쓰거나 시거나 .... 정말 아무 맛도 없었어요.
암튼 평소 다른 산야초를 씹어보던 그 습관대로 삼키지 않고 앞니로만 씹다가 그냥 뱉어 버렸습니다
뱉어 버리고 나서 이게 정말 독초가 맞는 것일까? 하고 의심하는 0.1 초도 안되는 그 순간 갑자기 입 안이 불에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몰려 왔습니다.
얼른 가지고 간 패트병의 물로 입을 헹구려고 한모금 입에 부어 넣었는데 헹굴 수가 없더군요
통증이 심해서 가글을 못하고 그냥 물을 입에 물고 있다가 뱉어내는데 뱉어 낼 수도 없어서 그냥 입을 열고 땅으로 흘려내리고 말았는데 .... 그 물이 놀랍게도 입에서 땅까지 방울 방울 떨어지는게 아니고 본드처럼 끈적끈적하게 붙어서 땅까지 떨어지는 겁니다
작은 음료수 병이고 먹던 물이라 반 병밖에 되지 않아 다섯번 정도를 그렇게 입에 넣고 땅으로 흘리고를 했는데 놀랍게도 계속 그렇게 끈처럼 변해서 입에서부터 땅까지 연결 되었다고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흘러 내리더군요
결국 물이 떨어져 그냥 꾹 참고 산을 내려 오긴 했지만 통증은 아주 대단 했습니다.
결국 약 15일 정도를 통증에 시달리며 밥도 간신히 먹었고(자존심탓도 있지만 마누라가 알면 산에 못 다니게 할까봐) 티를 내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참으며 한달을 보낸 끝에야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약간의 충치로 신경이 쓰이던 치아가 하나 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완전히 충치가 사라졌고 치아가 아주 완벽한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제가 올린 "이가 아프거나 입냄새가 심하시면" 이라는 글을 보셨듯이 그 비법 때문에 치아 걱정은 하지 않는 편이지만 충치는 그 천남성 때문에 완전히 사라진듯 합니다.
그러나 그 천남성의 고통이 너무나 극심해서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그 방법은 권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참 황당하고도 멋진(?) 체험이었다고 저는 자부 합니다.
지금도 산에 가면 처음보는 산야초는 항상 씹어보며 연구하지만 천남성만큼 강한 독초는 아직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천남성만 보면 그 생각이 나서 한뿌리를 쑥 뽑아서 해파리 같은 뿌리를 꾹 쥐어 알맹이를 빼서 냄새를 맡아보고 아무냄새도 없는 그뿌리를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세히 들여다 보다 버리곤 합니다
첫댓글 감사 ~
잘 봅니다
그렇게 독성이 강하군요
큰일날뻔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