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허용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반된 이미지가 뜻밖의 울림을 주는 시적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표현이 대표적 예입니다. 아우성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온통 시끄럽게 하고 소란을 떠는 행위인데 소리 없는 아우
성이라니? 독자들은 뜬금없는 표현에 당황해 하지만 깃발이 펄럭이는 장면과
오버랩되며 묘한 울림을 주는 것입니다.
모순이란 창과 방패를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흔히들 앞뒤가 전혀 안 맞는 말을
할 때 모순이라고 합니다. 한비자에 다음과 같은 재미난 일화가 있습니다.
초나라의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저잣거리에 나가 창을
팔 때는 '이 창은 너무나 날카로워 그 무엇이라도 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며
뒤돌아 서서는 사람들에게 방패를 보여주며 " 이 방패는 너무다 견고하고 단단하여
그 어떤 창도 감히 뚫을 수 없다.'며 자랑을 하였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어떤 사람이 상인에게 '그럼 그 창으로 방패를 뚫어 보시구려.' 했더니
머쓱해진 상인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모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모순투성이입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올여름 극단적인 호우로 인하여 지하차도에서 참변을
당한 사건이나 할로인 축제 때 스트레스를 풀러 갔다가 인파에 밀려 압사를 당한
이태원 참사 역시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여줍니다.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도 그러합니다.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실익은 정치인
자신의 당리당략에 집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며 표를 구걸하지만
완장을 차고 한 자리 앉으면 금새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국민을 섬긴다는 초심은 버리고 반장 노릇하기 바쁜 인간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창과 방패 과연, 누가 더 강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