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수군재건사(13)
통제영 운주당 앞뜰.
"장구운!!!!!"
사도첨사 황세득이 쾌속선에서 내리자마자 운주당 앞뜰로 마하 15의 속력으로 내달았다.
"아이고,,헉헉.."
"황첨사, 무슨 일인데 순간속력을 그렇게 내는 거요?"
조방장 우치적이 물었다.
"장군, 녹도진 쪽으로 적선 100여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헥..헥."
황세득이 헉헉거리며 간신히 말했다. 이순신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100척이라.. 흐음. 놈들이 도발을 하는 모양이로다."
"장군, 당장 출전해야 합니다~!"
김완이 옆에서 신나게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이번에야 말로 자신을 먼 타향까지 잡아간 놈들에게 복수를 하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순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 당장 출전할 것이다. 전군..아니 내가 지목하는 군만 출전준비를 하라!"
오랜만에 제대로 회복한 군세로 출전해 즐거워 보였던 제장들의 얼굴빛이 순간 납빛이 되었다.
"아니, 장군. 전군이 다 출전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입부 이순신이 어느새 가져왔는지 두정갑을 걸쳐입다 물었다. 전라우수사 안위도 순간 긴장했다.
이순신이 말했다.
"경상우수군과 전라우수군은 유진장 휘하 군자격으로 고금도를 방어하라. 이번 싸움은 전라좌수군이 주력을 맡을 것이며, 충청수군과 경상좌수군이 따라 출전한다. 출전 준비하라!"
이순신은 이렇게 외치고는 날발과 함께 운주당으로 들어갔다. 입부 이순신과 안위는 띵한 얼굴이 되었다.
안위가 투덜거렸다..
"아니, 전위부대인 전라우수군을 출전시키지 않고 500여명 남짓한 경상좌수군이랑 판옥선 10여척밖에 안되는 충청수군을 출전시키겠다는 건 무슨 말씀.."
입부 이순신도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명군이 떼어먹을 지 모르는 예산을 지키라는 명이 아니면..이해하기 힘든 말씀이신데.."
충청수사 오응태와 경상좌수사 이운룡은 기쁜 얼굴로 이순신을 따라 들어갔다.
녹도진.
녹도만호 송여종과 흥양현감 최희량,별장 고득장과 낙안군수 방덕룡,여도만호 김인영과 사도첨사 황세득 ,그리고 보성군수 김선지..등의 조선수군 최전방 방어선을 지키는 장수들은 휘하 판옥선 20여척을 미리 이끌고 와서 매복중이었다.
황세득이 조용히 말했다.
"원래 첨사가 만호보다 위이나, 통제사 영감께서는 송만호, 자네에게 발포,녹도,보성군의 지휘를 맡기셨네. 방답첨사 장린의 휘하에는 최현감 자네와 김만호,방군수 자네들이 들어가야 할 것이네!"
송여종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핫..내 휘하에 10여척의 판옥선을 맡기시다니..통제사 대감 뵈는 눈 하난 하여튼."
최희량이 투덜거렸다.
"녹도,발포,사도,여도가 전부 내 고을에 붙어있는데 이건 뭐야.."
송여종이 쏘아붙였다.
"시끄러워, 임마! 고작 종6품 현감이 어디서.."
황세득이 무서운 얼굴로 소리쳤다.
"그만들 하라 했지 않는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꼴을 봐야 할지 암담하구먼! 응! 쯥..저기 장린이 오는구먼."
방답첨사 장린이 다가오자, 제장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순신은 충청수군 대장선에 타고 재빠르게 녹도로 향했다.
전라좌수군이 중심이 될 전투라고 했지만, 좌수군은 이미 최전방 방어선에 전부 투입된 상태였다. 핵심인 순천군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부사 김언공이 전라병사 이광악의 휘하로 들어가버려 어쩔수 없었다.
"흐이구..판옥선 아까운 10여척.. 군관이라도 좀 보내지.."
오응태가 투덜거렸다. 이순신은 말이 없었다.
순천은 전라좌수영에서 가장 큰 고을. 도호부였다. 1천여 호 이상을 거느린 넉넉한 고을이 바로 도호부인 만큼 물자 지원도 좌수영 최고라 할 만했다. 계사년에 권준이 순천부사로 있을때는 거의 좌수영 판옥선의 반이 순천 휘하였다. 하지만 칠천량 해전이후, 전군이 해체되는 바람에 좌수군도 흩어졌고, 사실 순천군 역시 이제는 병력이 라 해봤자 그게 그거나 마찬가지 였다.
이운룡이 먼바다를 가리켰다.
"녹도입니다, 장군."
이순신이 외쳤다.
"송만호에게 깃발을 보내라. 적이 발견되는 대로 포격하라고!"
송희립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깃발을 올렸다..
송여종이 깃발을 보는 순간, 발포만호 소계남이 소리질렀다.
"적선이 바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어!"
모든 제장들이 뒤를 돌아보자마자, 적선 100여척에서 콩볶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타타탕!!!!!!"
"아이,참, 시끄러워."
송여종은 내뱉고는 소리질렀다.
"전군, 학익진으로 성진~"
"판옥선 10여척 갖고 무신 학익진이야,임마!"
최희량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얼굴이 벌개진 송여종은 다시 조용하게 소리쳤다.
"..일자진을 펼쳐라..쩝."
소계남이 자랑스럽게 외쳤다..
"자, 개전 이후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조선 수군의 핵, 전라좌수군의 위용을 다시 보여주자!!"
송여종이 칼을 뺴들고 소리쳤다.
"전군, 방포하라!!!!!!"
적선이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조선수군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절이도 해전, 충무공의 21번째 승전이 시작되었다..
"콰콰쾅.."
"끼야야악.."
조선 수군의 막강 화력에 왜선들은 부지기수로 부서져나갔다..
송여종이 신나게 소리쳤다..
"적선을 거금도(절이도)와 녹도 사이로 몰아랏!!!!! 하하핫.. 가둬놓고 신나게 박살내보는 거야!"
전라좌수군은 예전의 막강한 기세로 적선을 자꾸 부숴나갔다.
녹도군과 사도군에서 방포된 대장군전 3개는 적의 대장선을 그대로 폭삭 가라앉혔다.
녹도군의 판옥선에서는 사부 황개똥이 열심히 무언가를 상자에 넣고 있었다..
옆에서 한 군졸이 물었다.
"사세가 급한데 형님은 뭐하시유?"
"기다려봐, 이놈아. 그리고 아참, 도선할 준비나 혀."
"..? 도선이요?"
군졸은 의아해했으나, 곧 적의 총탄이 날아오는 바람에 활을 당긴다고 그 말을 잊어버렸다.
송여종은 기쁘게 외쳤다..
"당파공격을 준비해랏!!!!!!"
녹도군 1,2호선들이 무서운 기세로 적에게 달려들었다.
"안되노! 이거 어제 갑판 도배한 신형 함선.."
"쾅!!!!!!!!"
판옥선의 무서운 당파공격에 왜선은 깨지고 부서지며 뒤로 넘어갔다..
"오매오매애... 깨지고 부서져도 좋으니까 뒤로 넘어가는 거는 말아라..제발..으악!"
왜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에 빠졌다. 조선 군사들이 장병겸을..휘둘러서 왜군들의 머리를 걷어갔다.
"..!"
"수급좀 걷어가마. 너 전번에 울 친척 코베어갔지? 그거에 비하면 작은 거야."
"코베는 것보단 머리를 베는게 더 심하지 않나..?"
옆에서 장졸들이 수군거렸다.
한편 송여종은 도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장졸들도 환도와 월패도를 꺼내들고 도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졸들 중에는 아까 그 황개똥과.. 승병들 몇이 섞여 있었다. 승병들은 의병자격으로 수군에 지원한 분들이었다.
황개똥이 손에 칼대신 나무 상자 몇개를 들고 땀을 흘리며 승병에게 물었다.
"살생을 금하시는 분들께서 예는 어인 일루 왔소이까? "
승병이 염주를 돌리며 되뇌었다.
"살생은 살생으로 갚으면 아니되는 법이지요. 허나 살생을 하는 추악한 자들에게는 응징만이 있을 뿐이외다.."
황세득은 갸웃하며 도선준비를 했다.
"도선하라!"
송여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선수군은 얼빠진 표정을 짓고있는.. 왜군에게 달려들었다.
"이얏!"
"크아악!"
"요놈, 아까 나한테 총날렸지? 그거 제대로 맞았음 전치 몇주였는지 아냐?"
"켁..니가 지금 방금 떄린거 이건 전치 몇준지 아냐 이 조선놈아..아악!"
"어디서 반말 짝짝 해대고 있어 문어놈들이.."
조선 수군은 신나게 적을 베어넘겼다. 그 와중에 황개똥은 혼자 상자에서 뭘 꺼내서 적선에 하나씩 굴리고 있었다..
"형님, 수급 안챙기시고 뭐하슈?"
"나는 이게 임무여,, 혼자 많이 베라."
황개똥이 중얼거렸다.. 한편 승병들의 무술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살생을 하는 자들에게는 응징만이 있을 뿐이로세!"
승병들은 똑같이 외치며 그..소문이 자자한..녹도선풍각을 날렸다!
녹도선풍각의 부활에 군사들은 감격해했다.
조선초기,녹도진이 개설된 이래 첫 만호였던 김천덕이 창시한 녹도 전통 무술, 녹도선풍각! 임란때까지도 부임한 만호들이 필수적으로 배우는 무술이 되었고 정운의 대에 와서는 전성기를 맞은 무술이 녹도선풍각이었다.. 그러나 정운이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하고 전쟁이 지리멸렬해지면서 녹도선풍각은 점차 쇠퇴하는 듯 하였으나.. 정운의 후임인 송여종이 다시 살린 덕에 다시금 녹도의 대표무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승병들은 녹도선풍각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머리 수(首)!!!!!!!!"
왜군 한놈의 머리통이 덜렁거렸다."..!"
"몸 체(體)!!!!"
왜놈 한놈이 명치를 얻어맞고 켈록거렸다..
"연속타, 顚(이마 전)!!!"
이마를 얻어맞은 왜병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왜병들은 허겁지겁 싹싹 빌기 시작했다..
"오매..스님들요..제발..그거 말고 따른 칼이라도 좋으니 제발 그 무술만은.."
그러나 승병들은 가차없었다. 조선수군 역시 바로 달려들어 적의 수급을 취했다.
이떄, 그런 군을 지휘하던 송여종의 눈에 적선 20여척이 ..통제사 상선으로 죽을 기세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황세득과 김인영도 그걸 보았는지 얼굴이 파래졌다..
"이럴수가.. 상선을 지켜야되!"
김인영과 송여종은 적을 계속 맡도록 하고 황세득은 급하게 상선쪽으로 달려갔다.
한편, 통제사 상선.
"오매, 저놈들이!"
김완이 놀라서 소리쳤다. 적선 20여척이 맞붙을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곧이어 적선에서 총탄 수백여개가 발사되었다..
"타타탕!"
"거 되게 시끄럽구먼."
오응태가 중얼거렸다. 이순신은 조용히 영을 내렸다.
"적을 남기지 말고, 방포하랏!!!!"
상선에서 발사되는 막강한 화포에 적선은 부지기수로 방포되었다. 이운룡과 오응태도 공격명령을 내렸다.. 특히 명량해전에서도 전투의 반을 버틴 통제사 상선의 위력은 막강 그 자체였다..
"방포하랏! 철전을 날려랏!"
"물러서지 마라! 뭐 물론 물러설 일도 없지만.."
이운룡과 오응태가 소리질렀다. 그떄였다.
적병 수십여명이 통제사를 겨누고 있었다. 부서져 나가는 흔들리는 배에서도 중심을 잘 잡고..
"타타탕!"
총알들이 무더기로 이순신에게 날라왔다..
"..!"
다행히 총알들은 모두 빗나갔다. 하지만 기둥에 행여나 맞은게 튕긴다면..이순신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계사년에 2차진주성 싸움때 충청병사 황진이 기둥에 튕긴 총알에 목숨을 잃은 일이 있었다..
형인 송대립이 예전 권율 막하에서 창의별장으로 있을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서 들은 게 있는 송희립의 얼굴이 불안에 휩싸였다. 송희립이 곧장 소리질렀다.
"통제사 영감을 보호하랏!"
순식간에 완벽한 ..무장체계가 작동되었다. 조선 수군의 버팀목인 이순신이 상선장대에 버티고 있고, 그 주위를 순식간에 날발과 송희립,권관 제만춘과 척후군관 임준영,그리고 김대복이 5각형 편대로 호위했다. 아들 이회와 조카 이분 역시 이순신의 앞뒤를 방어했다. 게다가 황세득과 오응태, 이운룡이 3각형으로 상선을 둘러싸고 호위를 하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적은 체념하고 그냥 대포를 맞고 부서져나갔다.. 군관들은 빈틈없이 이순신을 호위했다.
"절대..임진년의 사천해전때와 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놈들!"
사천해전때 이순신과 나대용이 적탄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겼던 일을 기억하며 송희립이 이를 갈았다..
전투는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붉은 노을도 지고..어두워 지고 있었다..
조선 수군은 하루 내내 싸움을 했다.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13편 종료..
더 적을까 했다가 14편으로 미룹니다.. 귀차니즘은 아닙니다..
충무공의 전투중 가장 사료가 적고(난중일기에조차 없더군요..이분의 행장을 봐야 그나마 자세히..)
서술하기 어려운 절이도해전..그러나 전과는 큽니다. 기억합시다. 21번쨰 승전..
아참, 원래는 경상우수군,전라우수군 전부 참전했는데 필자가 그냥 좌수군의 활약상을 부각시키려고 (경상우수군,전라우수군 밀어내기가 아니라;;)그런거니까..이해해 주세요..
대신 순천싸움에서는 이 두 군의 활약이 실제로 두드러 진답니다..
어쩃든 많이 읽어 주세요~ 리플 꾸준히 다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 Bless~..!
첫댓글 이야기는 어쩜 요렇게 재미 있게 쓰시나요 ~~ 담편도 기대합니다
오오오;ㅁ;!!!언제나 실감나는 소설이에요!!정말 잘 읽었습니다!!담편도 건필하세요>ㅅ<
재건하느라고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