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빠져나와 하우스텐보스 턱밑까지 달려 짐을 풀었다.
이번이 다섯 번째 규슈 여행이다.
위도상으로는 제주보다 아주 약간 내려가 있지만 몸으로
느끼는 그곳 날씨는 매우 차고 춥다.
2019년 4월 하우스텐보스를 방문했을 때 입구에 우람한 위용을
자랑하는 오쿠라 호텔에 압도되었었다. 당시 하우스텐보스 1인당 입장료
77,000원도 파격적인긴했다.
당시 튜울립 천국이던 하우스텐보스는 매우 강한 인상을 주었었다.
언젠가 다시 여길 오면 오쿠라 호텔에 숙박을 하리라 다짐을 했었는데,
이번엔 아들이 유숙하고 있는 2층 목조 주택에서 일단 하루를 묵는다.
하우스텐보스 앞바다에서 유입되어 하이키세토를 거쳐 사세보로 흐르는 바닷물은
상당히 맑은 편이었다. 얕은 바닷물에는 농어를 비롯한 감성돔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손만 뻗어도 잡힐듯한 고기들을 왜? 이 동네 사람들은 낚시질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농어, 감성돔등이 마치 잉어들처럼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하우스텐보스 입구, 4월 초의 오쿠라 호텔 모습)
단아하지만 조금은 위압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오쿠라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로렐라이 호텔'에서 일단 온천욕부터 하고
저녁 식사를 마쳤다. 해수 온천이라는데 나름 꽤 느낌은 좋았다.
그런데 식사로 주문한 메뉴가 손이 많이 가는지 50여 분 만에
겨우 나왔다. 다른 손님들 간단한 음식은 빨리빨리 나오는데~
식당에서 이렇게 오래 주문음식을 기다려 본 것도 처음이다.
급기야 매니저로 보이는 여성분께서 살며시 다가와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과의 말을 이어갔다. 혹시 저녁식사 후에 딴 스케줄은 없었냐며
조곤조곤 말하고 있었다.
50분을 기다려 나온 문제의 음식 ~
미안하다며 식당에선 생맥주 한잔과 주스 한잔을 서비스로 내왔다.
( 그 와중에 단품 손님들을 다 처리했으니 식당으로서는 괜찮은 장사를
한 셈이다! )
동네 제방 길에 핀 나리꽃~
이 동네 날씨가 따듯하긴 한가부다. 이렇게 꽃이 핀 걸 보니!
그런데 왜 이렇게 느낌이 추운 걸까? 바닷물이 있어서 그런가?
맑은 바닷물이 유입되는 어촌을 겸한 곳이다.
작은 고기잡이 배가 보인다.
그런데 낚시꾼이 하나도 없다?
우리 같으면 꾼들이 요절을 낼만도 한데~
다음날은 사세보 옆으로 해서 서해대교라는 곳을 가 보았다.
마치 울돌목을 연상할 만큼 바닷물살이 쎄고 급류가 지나는 곳이다.
사실은 근처 어디 가 볼 데가 마땅치도 않았고 내가 바다를
보고 싶다 하니 아들이 이곳을 안내했던 것이다.
흐르는 물은 맑고 기세가 등등했다.
자그마한 어시장을 겸한 언덕배기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주 먹음직한 회덮밥이었고 가격도 적당했다.
이곳에서 먹어본 미소시루는 내 생애 최고였다.
관광지를 겸한 동네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자! 이제 나의 이번 여행 최종 목적지인 우레시노 온천을 향해 움직일 차례다.
가는 길에 아들이 종종 물 뜨러 간다는 산속으로 올라갔다.
꼬불꼬불 좁은 산길을 올라 목적지에 도착했다.
과연 좋은 물이 나올만한 동네였다.
약수터 뒤 텃밭엔 보기에도 싱싱한 무공해 케일이 자라고 있다.
약수터에서 우레시노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嬉野(우레시노)는 일본의 3대 온천이라고 하니 대단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하겠는데,
일본에 좋은 온천이 그 얼마나 많던가?
일정이 촉박하게 예약을 한 관계로 겨우 두 군데 저녁 식사가 제공되는
료칸을 잡을 수 있었다.
전에도 숙박한 적이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묵어 유명한 화락원은 방은
있는데 저녁 식사가 안 되어 패스했다.
대신 요시다야와 가수이엔 호텔을 각 1박씩 간신히 예약했다. 그것도 1월 초에
발생한 서 일본 지진의 여파로 항공기부터 줄줄이 예약 취소 덕분이 아닌가 생각
된다.
이번 여행은 뭘 보러 간 것이 아니라 그저 며칠 온천을 하고 푹 쉬는데
중점을 둔 것이라 온천욕 하는 걸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북해도로 스키여행을 갔을 때는 하루에 8번의 온천을 하기도
했으나 이번은 그저 하루 2번이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우레시노~
산간에는 거의 녹차밭으로 뒤덮여 있고 그저 소박하고 깔끔한
동네다.
몇 군데 전에 갔던 곳을 돌아다봤다.
우리나라 시골도 그렇지만 여기도 동네에 도대체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제주의 올레길을 본떠서 만든 우레시노 올레길이 유명하지만
실상 이곳 사람들은 올레길을 별로 다니지 않는다.
올레길 뿐만 아니라 대체로 일본인들은 등산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레시노 뒷산을 넘어오는 5시간짜리 올레길은 몇년 전 가족과 함께
이미 완주한 적이 있다.
온천 하나로 먹고 사는 우레시노~
하늘의 구름도 평온해 보인다~
흔히 제주나 보성의 녹차를 맛본 분들이 간혹 녹차맛이 별로라 생각하기 쉬운데,
우레시노의 녹차를 마셔 보면 녹차맛이 이런 거였나? 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온천물만큼이나 따스하고 온순한 느낌이 드는 동네^
그간 몇년에 걸쳐 와락구엔, 소엔, 와따야베쇼, 요시다야, 가수이엔 까지 총
5곳을 묵어 본 셈이다.
시오타 강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다이쇼야,세이류도 한번 묵어보고 싶은 곳이긴 하다.
허나 굳이 숙박비가 많이 드는 료칸이 아니더라도 그저 허름하게 잠만 잘 수 있어도
온천을 자주 하며 오래 머물고 싶은 동네이다.
며칠 사이에 피부는 몰라보게 윤이 나고 반질반질해진 거 같다.
짧은 3박 4일간의 온천을 마치고 사가 공항으로 달린다.
끝없이 펼쳐진 사가 평야에는 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고 있다. 우리가 멀리하고
있는 밀을 이들은 열심히 심어대고 있다. 식량 자급자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다가오는데 말이다.
그저 희망사항으로는 4월 초쯤 우레시노를 가로지르는 강가에(시오타 강) 축 늘어진
벚꽃이 무리지어 필 때 온천 겸 벚꽃 감상을 하러 와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데~
아마도 그때는 이 동네 방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은 어려울듯하다.
첫댓글 멋진 여행하셨읍니다
일본을 자주 여행 하시네요
건강하셔서 더많은곳 여행하셔서
좋은 자료 많이 올려주십시요
감사합니다.잘 봤읍니다
자세한 설명 해주시니 참좋네요
시간상 짧은 여행만 가능하다보니
일본을 주로 많이 가는 편입니다.
사실 자세한 여행기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마론님을 엔카가수로 모십니다
발음 좋으시고 음정,박자 좋으시고 목소리도 좋으시고요 ㅎ
맛있는 음식 다 드시고 구석구석 잘 담으셨네요
여기도 규슈이지만 우리동네는 저런 시설은 없고
그냥 온천만 바글바글 합니다
200엥에 거의 가시끼리 (전세)~
50분을 기다리셨다니 우리한국사람들은 곤혹스럽지요
일본 사람들을 기다리는것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여질때도 있어요
피부가 반잘반질해서 돌아오신 마론님
부럽습니다
아휴~
어림없는 말씀입니다요^
불러 녹음할때는 잘했는지 알았는데,
이제와 들어보면 참 엉터리임을 실감한답니다.
가리나무님 사시는 동네도 온천이 많군요!
200엥 이면 거의 공짜 수준인데요~
우리나라의 목욕탕도 1만원 수준이니까요~
거참 식사한번 폼나게 해 보려다 큰코다친 셈이지요^ ㅎㅎ
남자들은 온천 안 좋아 하는데 마론님은 특이
하시네요
저는 몇년 전 일본 유후인에서 단독 료칸을 빌렸지요
별장식이라 무지 비싸대요
여동생 딸 저 셋이 갔는데 1인당 250,000원 셋이750,000원 거금을
평생에 한번 썼어요
단독실내 온천
단독 노천온천이 딸린
그리고 아소산을 보면서
공동 노천탕에서 즐긴 온천을 잊을 수 없어요
겨울밤
온천생각 나는 밤입니다
그러게요!!
남자들이 온천을 안좋아 하나요? ㅎㅎ
아들도 열이많은 탕은 별로 인데 유독 온천은
잘하는 편이지요.
단독료칸은 아무래두 비쌀수밖에 없겠지요.
가이세키 석식이 아름답기는 하나 사실 료칸의
요금은 좀 고가인건 맞읍니다.
뭐랄까 풍류를 곁들인 온천탕 값이랄까~
저도 아소산을 멀리 바라보며 즐겼던 산아이 고원 호텔의
노천탕을 지금도 기억한답니다.
겨울 여행 제대로 하셨네요.
온천과 바다와 미식까지..
게다가 가까우니
금상첨화지요.
얼마 전
일본 유명 료칸에 대한 기사를 본 뒤론
일본 온천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떨어지긴 합니다만...
겨울 여행이라 하기엔 좀
미흡하지요.
눈과 설산이 있고 온천을 겸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매번 그렇게 할순 없다보니~
온천물이 계속 나오고 탕에 있던 물은 자연스레
흘러 나가는걸로 알고 있는데, 문제의 그 온천은
좀 이상하긴 합니다.
그렇다 해서 그동네 온천을 몽땅 불신하지는 않습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일본의 인상을
사진으로 잘 잡아오셨네요
이끼가 자라는 나뭇가지 풍경에도 눈길이 머물지만
깔끔한 상차림 음식, 회덥밥에 눈맛 입맛 몇번으로 오르내리며 머물게되네요 ㅎ
제 주변에 일본여행한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다고 하더군요.
온천여행 하고싶은 곳입니다
아소산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온천~아름다운 그림 상상해봅니다!
네에,, 깔끔하고 정돈된 일본입니다만,
지난 30여년 불황의 여파로 백성들의 활기가
사라지고 어떤 면에선 좀 측은한 느낌이 들 정도의
현재의 일본 상황이라고 저 나름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온천, 특히 눈 쌓인 겨울의 온천은 정말 추억에 남는
멋진 일이죠.
비록 잠시이기는 하나 멀리 아소산을 보며 노천 온천을
하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답니다.
전 온천은 아마도 한 40년전쯤에
부곡하와이 온천을 다녀 왔던게 마지막
인것 같습니다.
시애틀 북쪽 만년설이 쌓여있은 고봉에
노상온천이 있다하여 신비스런 마음에
찿아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요.
가까운 온양이나 도곡온천 에라도 한번쯤
가볼 요량 입니다.
온천을 그다지 즐기지 않으시나봅니다.
허긴 겨울이라고 꼭 온천을 해야할 이유는 각자
나름일테지만,
시애틀 만년설위에 온천~ 듣기만 해도 전율이
느겨질만큼 매력적인데요. ㅎㅎ
저도 도고 온천을 한번 가 볼까~ 생각중입니다.
오랫만에 마론님 글과 잘찍은 사진을보니
마음속까지 후련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네요
일본에 가 있는듯한 느낌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여가를 내서 휴식하심에 박수 짝짝짝!!!
칭찬해주고 싶어요
짧은 휴식이지만 큰 활력소는 경옥고나 박카스보다 수백배는 더 나을듯, ㅎ.
자주 일상탈출 하시길,,,
그리고 이렇게 눈도 즐겁게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실은 윗층 의원이 겨울 동계휴가를 며칠
한다고 해서 우리도 약국 문 닫고 날랐답니다.
그저 만만한게 가까운 일본이다 보니 며칠
온천하고 푹~ 쉰다고 그리했네요.
일상탈출도 물론 바람직하지만, 요즘은 약국일에
묵묵히 매진중입니다.
예전에 좀 과하게 탈출을 많이 했걸랑요~
그래도 시간 만들어 짬짬이 다닐건 다녀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