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관리와 건강을 ‘마른 몸’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경향은 유독 여성에 한해 강하게 나타난다. 올해 초 발표된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인 인체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경도 이상 비만 남성이 47%로 늘어났지만, 여성은 22.5%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여성의 신체가 여성호르몬 영향으로 지방을 더 많이 축적하게 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얼마나 체중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히려 예전에는 차라리 ‘살만 빼면’ 사회가 요구하는 미적 기준에 다가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기에 근육까지 추가된 셈이다.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크롭 톱(Crop top: 배·허리·배꼽을 드러내는 윗옷)은 복직근 외곽선이 보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패션 아이템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민경은 운동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뚱뚱해도 운동을 잘할 수 있고, 국가대표가 될 정도로 열심히 운동해도 여전히 뚱뚱할 수 있으며 그대로도 멋질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운동과 식이로 조각되고 포토그래퍼의 사진 보정으로 완성되는 보디 프로필의 육체는 미학적으로 아름답지만, 그것을 보면서 운동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지는 않는다. 나도 살을 빼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뿐이다. 그러나 점차 민첩해져 가는 김민경의 육중한 몸은 ‘나도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를 따라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고 싶고, 힘이 세어지고 싶다.
그동안엔 감량이 없는 여성의 운동은 ‘살도 못 빼면서 왜 운동하나’라고 폄하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론상으로 보고 들은 게 많은 필자조차도 기존의 신체 이미지상(像)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했으니 말이다. 고백하자면 이전에는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와 관련한 일련의 주장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추상적인 메시지의 반복으로만 느껴졌기에 강한 자존감의 일부 정도로만 이해했다. 그러나 이번에 김민경이 본의 아니게 만들어낸 서사는 말로만 듣던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라는 게 무엇인지 피부로 깨닫게 해주었다. 소위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을 의식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가 멋져 보인다.
현대사회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아의 알맹이에 집중하고 싶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김민경이 그 합일점을 찾을 수 있는 범례가 돼주어 반갑다. 여성신문에서 이 일을 두고 ‘이 여성의 운동은 여성운동이다’라고 중의적인 표현을 한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는 특별한 신념을 가졌다기보다는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가녀리고 약하다’는 전형성을 넘어 그저 최선을 다해 재능을 펼친 여성의 이야기가 환영받는다는 것은, 그것을 깨줄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던 이들이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뚱뚱한 것도 예쁘게 보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이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엄격한 외양의 잣대에서 자유로워질 때가 되었다.
첫댓글공감하긔. 특히 " 그동안엔 감량이 없는 여성의 운동은 ‘살도 못 빼면서 왜 운동하나’라고 폄하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 여성이 운동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감량 목적이라고 생각되어지고, 감량을 못하면 운동 실패라고 보였잖아요. 그런데 그와는 관계없이 운동 할 수 있다는 걸 민경쓰가 보여줬긔.
평범한 여성이 안하던 운동을 하고 의외로 쉽게 해내는 모습을 딱 한명이 보여줬는데 그 이후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생각해보면 너무 신기해요..이래서 보이는 롤모델이 중요하구나 싶고.. 미개했구나 깨달음, 시야가 번쩍 트이는 해방감 이런 걸 너무 허무하게 느끼게 됐긔ㅋㅋㅋㅋ 그냥 웃기려는 예능이었지 계몽 시키자는 의도적인 캠페인도 아니었잖아요ㅋㅋㅋ
첫댓글 공감하긔. 특히 " 그동안엔 감량이 없는 여성의 운동은 ‘살도 못 빼면서 왜 운동하나’라고 폄하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 여성이 운동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감량 목적이라고 생각되어지고, 감량을 못하면 운동 실패라고 보였잖아요. 그런데 그와는 관계없이 운동 할 수 있다는 걸 민경쓰가 보여줬긔.
22 살도 못빼면서 왜 운동하냐 이거 진짜.. 그냥 건강을 위해 한다니까 살도 못빼는데 무슨 건강하냐고 그러고요.. 제 자신이 튼튼해지는걸 득근하는걸 기능이 강화되는걸 느낀다니까요..?
좋은기사긔
내용좋네요 저는 "재활"운동 중인데 왜 살 못빼냐 체력없냐 몸매가구리다로 허구헌날 까이거든요ㅎㅎ 민경쓰 응원하긔
너무 좋은 기사긔 운동뚱 유튭 댓글만 봐도 운동하고 싶다 힘 쎄지고 싶다는 댓글 엄청 많더라구요 저도 그렇고욤
넘사 월클 장미란 선수 외모에 대해 가타부타 말 붙는 거 보면서 정말 정말 싫었거든요
제발 나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운동이 살빠지는거면 한국 남자 야구선수들은why,,,, 민경쓰 운동해서 넘 좋냄
평범한 여성이 안하던 운동을 하고 의외로 쉽게 해내는 모습을 딱 한명이 보여줬는데 그 이후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생각해보면 너무 신기해요..이래서 보이는 롤모델이 중요하구나 싶고.. 미개했구나 깨달음, 시야가 번쩍 트이는 해방감 이런 걸 너무 허무하게 느끼게 됐긔ㅋㅋㅋㅋ 그냥 웃기려는 예능이었지 계몽 시키자는 의도적인 캠페인도 아니었잖아요ㅋㅋㅋ
맞아요 심지어 복불복 걸려서 한거고요?ㅜ
글 잘 읽히고 내용이 마음에 와닿긔.
미용을 위한 운동이 아닌, 운동 그 자체로의 운동.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당
진짜 김민경 의식을 바꾸고 있긔 너무 고맙긔
타이틀이 멋지네요 여성운동
여성의 몸이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
저도 민경장군 운동뚱시작한거보고 필라테스 시작할수있었긔 누구나할수있는 운동이란 인식이생기더라긔
멋진글이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