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미술이 화려하고 많아졌다. 모두 리터럴한 배경과 소품들이고 상징적인 요소를 최소화 해 스토리텔링이 단순해졌다. 그 이점으로 스토리 자체는 이해하기 쉬워지고, 분위기나 이미지로 설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각 캐릭터의 특성이나 차별점이 비주얼적으로나 연기적으로 확연히 보여 설득력을 갖춘다. 이건 무대 전 나왔던 연기수업이나 내부회의 장면에서 이미 설명이 되었지만, 한눈에 봐도 보스, 오른팔, 칼잡이, 책사, 총잡이 등등 바로 구분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개인적으로 랩라인의 문체나 색이 상이하게 다른 게 이 팀의 장점이라 생각하는데 이번 무대에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II. 대비와 분리의 승리
Scene 을 만드는 구간과 가무의 구간이 적절히 섞여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뜯어보면 자잘하게 분리되어있다. 연기, 춤, 노래, 각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할지 가이드라인이 확실한 편. 연기를 봐야하는 시퀀스는 심플한 미술이 주가 되고, 군무 시퀀스는 풀샷과 화려한 효과로 대비를 준다.
이 부분 직전 눈건강을 앗아가는 밝은 폭죽? 조명?이 무언가 리셋 시키는 느낌을 주면서 영화적인 Scene 과 댄스 무대로 넘어가는 전환을 한번 짚어준다.
사실 이 정도의 대비를 주면 연출이나 장면이 따로 놀 수도 있는데 오히려 찰떡이다.
안무나 액션 둘 다 영어로는 choreo라고 부른다. 미리 합을 짜놓는 다는 공통점이 있어 융합시키기 편리하지만, 이 무대에서는 오히려 시각적인 대비를 분명하게 줌으로서 좋은 임팩트를 준다. 연기 시퀀스는 액션의 위주로 보여주지만 안무가 주가 되는 시퀀스는 액션이 안무로 변한다. 덕분에 자연스럽고 부산스럽지 않게 씬이 연결된다.
또한 액션 자체 폭력성의 수위를 적당히 조절해 무대의 일부로 납득할만하게 만들어서 불쾌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액체 피 대신 조명을 사용한게 좋았음)
서스펜스의 사용이 기가 막히다. 발자국 소리나 총이 발포되는 소리, 칼이 허공을 써는 소리 등 적당한 순간에 몰입감을 높인다. 예외로 어떤 시퀀스들은 같은 수위의 액션이 있어도 무성영화에 더빙만 똑 떼어놓은 듯 효과음이 쓰이지 않아 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짝이가 진눈깨비 혹은 비처럼 내리다 붉게 물드는 장면의 아름다움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비슷한 느낌으로 특수효과가 실사에 가깝게 묘사된 부분과 비유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교차되어있어 전개가 단조롭지 않다.
III. 공간의 이해
멤버중에 영화연출 공부한 사람 손들고 나오세요 왜냐면 고마우니까요. 트래킹 샷으로 로운이 느리게 걸어들어가고 반대편에서 다원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빠꾸없이 발포되는 총. 칠드런 오브 맨 롱테이크 도입부인줄 알았어.
주호 액션신의 POV 캠은 예고에서 봤을 때 과연 효과적일까 의문이 있었는데 본방 보고나니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화면이 답답해 보이지 않게 빠른 진행과 적당한 여백이 관건이었던 듯.
1차 경연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활용이 좋다. 프레임 바깥에 공간이 연장되어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무대가 실제보다 넓다는 착시를 일으켜 장면이 전환될 때 같은 배경을 쓰더라도 신이 전환되어 다른 setting으로 이동했다는 인상을 준다.
전반적인 킹덤의 무대연출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1. 복잡한 동선과 카메라로 공간을 재단해서 시청자 (시점) 의 위치를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만든다.
2. 단순화된 연출로 큰 틀에서 무대를 보여주어 시청자에게 무대공간을 이해시킨다.
전자의 장점은 예쁜 그림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장면연결이 끊어지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후자는 장단점으로 꼽을 만한 것이 딱히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그만큼 효과적이나 단조로울 수도 있다. 팀의 색깔에 따라 장단점이 갈린다.
다시 <The Stealer> 로 돌아와서, 특이하게도 이 무대는 1과 2를 결합한듯한 형식이다. 무작정 섞기 보다는 따로 또 같이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킨 듯 하다.
파란 공간 (외부) - 어두운 복도 (전환점) - 붉은 공간 (내부) 의 구조로 첫눈에 이해하기 쉽지만 중간중간 컷의 사용이 다양해 같은 배경도 다른 시점으로 느껴진다.
내부를 정면으로 비추다가 다음 컷에서는 복도 시점을 정면으로 비춰 전환을 암시한다. 복도와 내외부가 수직으로 연결된 구조라 가능한 연출이다.
외부를 크게 보여주거나 주호를 따라 가로로 누비던 카메라가 찬희를 팔로우하며 방향을 틀고 킬링파트를 조명한다.
(쉽지 않은 미션... 가히 이 무대의 thesis 수준인 라인)
(덧. 가사의 이미지화가 효과적이다. 쉽지않은 mission. Desire dire. I'm on Fire. Never let a good crisis go to waste 등등 새로 쓴 가사가 아주 👍👍)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유독 천장이 높은 걸 잘 활용하는 느낌이 있다.
결론.
앞으로의 방향성을 한 치 예측할 수 없다는게 이 프로그램과 우리 팀의 관전포인트인 듯 하다. 소위 “빡센" 이미지를 가지고 계속 무언가를 더하다가는 과해질 수도 있고. 무대의 결 자체도 더 대중적인 메세지를 보고싶은지 (라쏘뷰?) 매니악적인 어필을 보고싶은 지 (더 잔인하게라던가 더 잔인하게, 또는 Stop it Now) 구분이 어렵다.
그래도...초단위로 “미친거 아니냐"는 말을 육성으로 해가며 볼 수 밖에 없는 무대를 보여주니까 매주 (또는 격주의) 목요일이 기대된다는 말만 할 수 밖에.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말을 하려면 끝이 없어서 조금 줄였지만 진짜 너네 미친거 아니냐. 연기도 노래도 춤도 랩도 뭐 하나 양보를 안 하냐...
어찌됐든 매번 많은 연구와 공부와 사람의 영혼과 연골이 갈린듯한 무대를 보며 킹덤 시작한 이후로 매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얘들아 몸 챙겨. 멍든 거 보면 마음이 쓰린데 또 무대 보면 자랑스럽고 어느 쪽으로나 감정선이 요동친다.
다음 주는 쉬어가는 느낌으로 보게 되겠지만 금방 또 견디고 또 다음 무대를 볼 생각에 엄청 기대돼!
스케쥴이 어떤 지 모르겠지만, 쉴 수 있다면 푹 쉬고
볼 수 있을 때 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