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7일 (수요일)은 와이프 생일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항상 그렇듯이 업무관련 지역
현장답사후 저녁회의가 늦어지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사무실에서 보내준 생일
케이크도 자르지 않고 그냥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다음날인 28일 와이프에게 전화하여,
"여보! 우리 토요일날 대명콘도 퍼블릭에 공치러 갈까?"
"그러지 뭐, 대명퍼블릭도 좋던데, 강촌퍼블릭보다 훨씬 더 낫더라"
순순히 응한다. 아니게 아니라 와이프는 요즘 지하연습장에서 열심히 연습한다.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100순이 쯤 되니까 조금은 알고 조금은 재미가 붙은 걸루 생각한다.
새벽5시에 일어났다. 08:01분 티엎이니까(실제 가보니 리프트 타고 올라가는
25분을 더해야 진짜 티엎시간이 됨) 1시간반 정도면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6시에 출발했다.
강북강변로-덕소-팔당-양수리를 연결하는 6번국도...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정경은 서울근교 제1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으며,
언제 다녀도 싫증나지 않는다.
가을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드문드문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들이 강물에 투영되어
더 아름답게 보인다.
갈 때 찐 옥수수 5개, 찰떡조각 4개, 물 2통, 음료수 1통 등으로 무장하고 대명에 도착하니
7시 반, 통상 퍼블릭은 Join 해서 치는 경우가 많은데, 금요일 갑자기 부킹 부탁해서 된 것이기에 조인할 사람도 없고 조인해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이 기회에 둘이서 오붓하게 하자 싶어 둘이서만 나갔다.
부부사이라도 예외는 없다. 매 홀당 1타씩 접어주기로 하고 캐디피 내기 스킨스게임을
하기로 했다. 와이프는
“내가 속는 거 같아. 지난 번에도 107개 쳤는데 100 넘는 나하고 내기하면 내가 맨날
질꺼 아냐”
“뭔 소리야, 내가 87~8개 친다고 해 봐. 거기에 매 홀당 1타씩 접어주면 18홀에 18타,
87개 더하기 18개 하면 얼마야? 백다섯개에서 백여섯개 정도 아니야.
그 정도면 고부고부지 뭐“
“아니야, 아무래도 내가 속는 거 같애”
“엄살떨지 말구 4만원 내놔”
“왜 4만원이야?”
“홀 당 5천원 씩이니까 당신 3만원, 나 6만원 하면 9만원에 18홀, 전후반 니어 2개씩
이니까 만원씩 2만원, 그러면 되쟎아“
와이프는 지갑에서 만원 짜리 석장과 천원 짜리 10장을 꺼내준다.
“천원 짜리는 뭐야?”
“당신이 내기한다고 천원 짜리 준비 해 오라고 그랬쟎아”
맞긴 맞다. 천원 짜리 스크라치 하려고 준비하라고 했었다.
“어쨋든 4만원 줘.”
천원짜리는 다섯 장씩 딱지로 묶었다.
캐디피도 결국은 내가 낼꺼구 돈관리도 나보구 하라고 했으니까
나는 만원 떼어먹고(ㅋㅋ) 6만원만 냈다.
어차피 트면 배판 하다가 마지막 가면 남을 꺼 뻔하기도 하고...
.
.
.
.
리프트 타고 올라간 첫 홀에서 나는 파, 와이프는 오비에 보나마나 양파다.
“첫 홀은 몸 푸는 셈 치고 봐줘서 그냥 넘어간다.”
난 5천원 짜리 인심을 거하게 썼다.
“그러세요”
캐디까지 합세한다.
“그럼 다음 홀부터는 발진과 동시에 군가다. 무조건 주는거야”
그런데 다음 홀에는 내가 OB 파, 와이프는 따블,
그 바람에 5천원 잃었다.
“거 봐. 당신도 이기지 꼭 나만 이기나, 내가 더 억울한 거 같아”
아무튼 5천원 와이프에게 줬다.
.
.
.
7홀에서 8홀 사이는 오솔길로 30m 정도 이어졌다.
“어? 지난 번 왔을 때는 이 길로 안 갔던 것 같은데...”
와이프는 9월 23일 연습장 월례대회를 대명 퍼블릭에서 했었다.
“뭐 이 길로 안 와, 이 길이 맞는데 정신없어서 잊어버렸겠지”
“아니야. 안 갔었어. 아무리 정신없어도 지난 주 갔었던 걸 기억 못할라구
그런데 이 길 좋다. 여보”
입술을 뽀죡히 내민다. 난 가볍게 입맞춤 해 주고
“행복이 뭐 별거냐? 이런게 다 행복이지. 돈 많다고 행복한 것두 아니쟎아”
“당신 말이 맞아”
같이 맞장구 쳐 준다.
8번 홀로 걸어 내려왔다.
.
.
.
주머니를 뒤져보니 나인 홀 두 바퀴 지나가는 동안 이기고 지고 비기고 해서
4만원 정도 남았다. 17홀에서 캐디피 주고 18홀 마무리 하니 1시 반 정도 되었다.
“배는 별루 고프지 않은데 당신 어디가서 밥 먹을래?”
“나두 배 별루 안고파. 아까 찰옥수수하고 찰떡 먹어서 그런가봐”
“그럼 집에 가다가 나중에 배 고프면 어디가서 먹자”
“지난 번 왔을 때 용문산쪽에서 9천원짜리 한정식 먹었는데 맛있더라.
가다가 배고프면 거기가서 먹구 아니면... 여보, 여기서 미사리쪽이 먼가?”
“덕소 지나서 팔당대교 건너가면 되지. 그런데 미사리는 왜”
“지난 번에 oo이 그러는데 거기 비빔국수 맛이 끝내준대. 우리가 거길 갈라고
그랬는데 xx가 자기가 쏜다고 막국수 먹자고 해서 딴 데 갔는데 별루였어”
“그래? 그럼 비빔국수 먹으러 거기로 가지, 그 집 이름 알어?”
“아니, 집 이름은 모르고 전화번혼 알어”
“그럼 전화해 봐. 전화해서 나 바꿔 줘”
와이프는 거의 길치수준이다. 자기가 확실히 아는 길 말고는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하고 수시로 내가 알려줘야 한다. 작년 경원대학교 골프과정에
보냈는데 길 모른다고 해서 분당-수서간 도로를 밤에 두 번이나 답사시켜주고
어디서 내려가야 한다고 지형지물까지 알려줬는데도 또 그냥 지나치고 전화로
물어와서 가르쳐 주느라고 난리친 적도 있다.
“여보세요? 거기 상호이름이 뭐예요?... 망향 비빔국수요?
팔당대교 넘어 미사리 쪽으로 가면 되요?
가면서 길 왼쪽에 있어요? 아니면 오른쪽에 있어요... 왼쪽이라구요?
그럼 유턴해야 되겠네요.
얼마나 가면 돼요? ... 얼마 안 가면 된다구요?
알았습니다. 가면서 길 왼쪽이래”
.
.
.
도착해서 보니 국숫집 이름이 ‘망향 비빔국수’다.
메뉴도 없다. 벽에는 ‘보통, 곱빼기, 왕곱빼기’ 뿐.
“곱빼기 둘 주세요”
“선불이예요. 물은 셀프예요”
잠시 기다리니 곱빼기가 무슨 냉면대접으로 하나 가득 나온다.
“우와 많다. 뭔 국수가 이렇게 많이 나와”
“응~ 많다고 그러기는 하데. 왕곱빼기 안 시키길 잘 했네”
“그런 거 같아”
반찬은 백김치 한 가지.
“어 매워, 뭐 이렇게 맵지?”
“햇고추를 쓰니까 그렇게 맵네요”
주인장 말씀이다.
나는 다 먹을 때까지 물을 세컵이나 마셨다.
와이프는 말도 안하고 먹는다.
나중에 얘기하는데 너무 매워 말하다 보면 물 마셔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단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두 사람 다 끝까지 먹었다.
...따뜻한 부부애가 느껴 지네요,,,,부럽네요,,,저희 집은 저만 운동 하고 울 대장은 안하거든요,,그래서 시간날때 같이 하고 싶어도 못하구요,,,,한번씩 운동 나갈려고 해도 눈치보이고 허락해서 나간다해도 미한하구요,,,,,에구 언제나 향기님처럼 알콩 달콩 운동 하면서 숲속에서 뽀뽀하고 국시 먹고 뒷풀이 꺼정,,,,,,,나도 오늘은 이불 속에서라도 한번 꾜셔봐야 겟네요,,,같이 운동 하자고,,,,,,,이쁜 글 감쏴 ,,,,,맘 까지 행복이 젖어 드네여.....
ㅎㅎㅎ 저도 한때는 양수리에 자주는 아니지만 일년에 한두번은 갔었는데... 지금은 안가본지 오래 되엇습니다. 이제 많이 변했겠군요. 오해마시길 장인어른 산소가 거기에 잇었는대 지금은 다른곳으로 이장을 하였답니다.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제 와이픈 골프를 못하니 저에겐 그런 행복(?)은 오질 않겠꾸~~ 전 비빔 국수나 먹으러 가야겠는데 그것도 혼자서는 못가겠꾸~~어쩐다죠???
첫댓글 행복이 별것아니죠?....ㅎㅎ....이런게 행복이죠.......보기 좋습니다.
옛날에 같이 테니스 칠 때는 맨날 테니스 얘기하다 빤쓰 바람에 스윙폼 연습하기도 했는데 요즈음은 집에서 퍼터 가지고 놀고 있어요. ㅎㅎㅎ
...따뜻한 부부애가 느껴 지네요,,,,부럽네요,,,저희 집은 저만 운동 하고 울 대장은 안하거든요,,그래서 시간날때 같이 하고 싶어도 못하구요,,,,한번씩 운동 나갈려고 해도 눈치보이고 허락해서 나간다해도 미한하구요,,,,,에구 언제나 향기님처럼 알콩 달콩 운동 하면서 숲속에서 뽀뽀하고 국시 먹고 뒷풀이 꺼정,,,,,,,나도 오늘은 이불 속에서라도 한번 꾜셔봐야 겟네요,,,같이 운동 하자고,,,,,,,이쁜 글 감쏴 ,,,,,맘 까지 행복이 젖어 드네여.....
같이 하는 운동이 좋지요? 꼭 골프가 아니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등산이라도 같이 하시면...
등산은 매주 토요일 오전에 하고 있습니다,,,,,,,,,
국수집 약도나 전화번호좀 알려주세요~~~
진짜세요? 진짜면 알려드릴께요. 망향 비빔국수 031-794-2299, 올림픽도로 타고 미사리 조정경기장 지나 우측에 쉘부르 까페가 보이고 지나서 2분(?) 정도 가면 가는 방향으로 있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금요일 까페 "함께 나갈까요"에 올릴려고 하다가 너무 늦게 올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았습니다. 또 썬플님은 주말은 힘드시쟎아요. 그렇죠? 소금구이 오겹살도 무지 맛있는데 한번 뭉쳐 보시지요. ㅎㅎ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안달이님 오랜만이시네요. 한동안 제가 바빠서 까페에 들리지 못했습니다. 한가위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두분 잘 하셧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가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마님도 잘 계시지요?
행복이 묻어나는글...가을을 듬뿍 담아 오셨네요. 다음에는 저희 부부랑 같이 가요.![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거운 추석 보내시구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같이 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면 최대한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실 질투가 나네요??. 행복하시고, 즐거운 추석 명절을 보내세요~~~~~~~~~~!
질투는 뭘요. 행복이 별건가요? 추어탕 한 그릇씩 먹고 집에 돌아와 마주앉아 음악들으면서 냉장시켜 놓았던 와인 한 잔 마시는 게 행복 아니겠어요?
비빔국수 맛있겠다... 한번 묵어봤으면...
kaori님은 시간만 맞는다면 사 드릴 수 있어요. 곱빼기루요. ㅎㅎㅎ
행복한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입니다요^^ 즐거운 명절 맞이하길 바랍니다!
따슝모님, 오랜만이시네요. 잘 계시지요? 시간을 맞춰야 공이라도 한번 치는데 아직도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시간 한 번 맞춰 보시자구요.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ㅎㅎㅎ 저도 한때는 양수리에 자주는 아니지만 일년에 한두번은 갔었는데... 지금은 안가본지 오래 되엇습니다. 이제 많이 변했겠군요. 오해마시길 장인어른 산소가 거기에 잇었는대 지금은 다른곳으로 이장을 하였답니다.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제 와이픈 골프를 못하니 저에겐 그런 행복(?)은 오질 않겠꾸~~ 전 비빔 국수나 먹으러 가야겠는데 그것도 혼자서는 못가겠꾸~~어쩐다죠???
부부가 함께 하는 모습은 그곳이 어디이든 참 좋아 보이더군요...앞으로도 더 행복하세요..^^*
요즈음 주말에도 출근 잘 하지않고 가끔 같이 공도 쳐주고 그저껜 보라매공원에서 같이 조깅도 해 주고 그랬더니 최근 들어 많이 변했다고 하네요. ㅎㅎㅎ
참 보기좋은 글 입니다
그렇게 봐 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ㅎ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망향국수 길동에 있을때는 자주 같었는데.... 갑자기 먹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