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나이
싱싱카 높이보다 작은
꼬마가
싱싱카를 탑니다.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 사이로
요리조리 다닙니다.
할아버지가
아기에게 묻습니다.
"몇 살이야?"
저만치 가서
싱싱카를
멈추더니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합니다.
손가락 세 개를
보여주며
웃습니다.
감씨
내 성은 감씨
단짝은 홍씨
출석부에
나는 첫 번째,
친구는 맨 끝.
자기소개를 하면
처음 들어본다며
"감씨도 있느냐"고
묻는다.
잘못 보면
김씨로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감씨
내 친구는
안 익어도 홍씨지만
나는 아무리 잘 익어도
홍씨가 될 수 없는
진짜 감씨
겨울 산이 좋습니다
봄
여름
가을 내내
꽃들의
끊임없는
이야기꽃 대신
겨울에는
바람과
햇빛과
눈 이야기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듣습니다.
간혹
뿌리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겨울 산이 좋습니다.
담쟁이
여름 내내
잎사귀 아래서
열심히
지도를 만들었다.
겨울에는
지도를 보며
또 다른
꿈을 꾼다.
귤
품을 줄 안다.
나눌 줄 안다.
김춘남_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앗,앗,앗』 『아직도 피노키오』, 시집 『달의 알리바이』 등이 있습니다. 부산아동문학상, 최계락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첫댓글 김춘남 선생님
좋은 동시에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