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6] 목소리 論 [정정내용 있음]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입력 2017.04.10 03:07 | 수정 2017.04.12 12:13
‘觀相不如音相(관상불여음상)’이라는 말이 있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얼굴을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목소리는 오장 육부의 공명(共鳴)이다. 오장육부의 어느 쪽 기관이 강하고 약한지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지고, 성격과 기질이 달라진다. 목소리가 달라지면 건강에도 이상이 오는 경우가 많고, 건강에 이상이 오면 그 사람의 운세(運勢)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도가(道家)에서는 사람을 품평할 때 목소리를 중시하는 전통이 있다. 공부와 내공(內功)이 진전되면 목소리가 달라진다. 맑아지면서도 탁음이 사라진 저음으로 바뀐다. 반대로 술, 담배를 많이 하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면 목소리가 탁해지고 갈라진다. 기름기가 다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수 패티김은 밖에서 저녁 약속을 안 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목소리로 먹고사는 가수의 생활신조로는 맞는다고 본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립대학 총장협의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교육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소리의 5단계를 중시하였다. 황, 태, 중, 임, 남이다. 황은 가장 낮은 저음이고 남은 가장 높은 고음이다. 황은 토(土)에 해당한다. 태는 금(金), 중은 목(木), 임은 화(火), 남은 수(水)에 해당한다. 목소리가 저음이면서 굵은 목소리는 황에 속한다. 보스 기질이 있는 목소리이다. 마피아 영화에서 보스로 나오는 배우 말런 브랜도의 목소리가 황(土)이다.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렸던 가수 레너드 코헨의 노래 '아임 유어 맨(I'm your man)'이 황의 음조이다. 토(土)는 중심과 포용력, 안정감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태(金)에 해당하는 목소리였고, 김영삼은 중(木), 노무현은 임(火)이었다. 박정희는 종을 때리는 듯한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YS는 목(木)의 인정이 느껴지는 목소리, 노무현은 화(火)의 격발하는 기운을 담은 목소리였다. 안철수는 그동안 목소리가 '베이비토크(baby talk)'에 가까웠다. 남(水) 음조의 소리로 컴퓨터 백신을 연구하다가 지난 5년 동안 정치판에 들어와 엎어지고 뒤통수 얻어맞고 코피 터지는 풍파를 겪으면서 목소리가 아래로 내려왔다고 여겨진다. 내공이 쌓였다는 말이다. 목소리는 멘털을 나타낸다. 다만 대화할 때 목소리는 아직 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