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작가약력*
시인이자 환경운동가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년<<월간문학>>과1989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신동엽 창작상.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시집
《빨치산 편지》(청사, 1990)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실천문학사, 1993)
《돌아보면 그가 있다》(창비, 1997)
《옛 애인의 집》(솔출판사, 2003)
《강물도 목이 마르다》(실천문학사, 2008)
산문집
《벙어리달빛》(실천문학사, 1999)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좋은생각, 2004) I
《지리산 편지》(대교북스캔, 2008)
《멀리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오픈하우스,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