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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계역, 쌩초대장님을 기디리다 시간을 잘못 알았나 싶어 전화를 한다.
이정, 청강님도. 두고 간 줄 알았다고 나와 같은 생각.^^
"삼수갑산님 산행 내렸죠?"-쌩초대장님
"네?"
"짝꿍이 잘 안해주니까 삐져서 내린거예요. 관리를 잘해야지 뭐해요."-이정님
"그러게."
수원 시청앞,반가운 얼굴들,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이딩으로
의지를 불태우신 강태공님, 국토종주라니. 모두의 시선과 관심을 받으며 라이딩
후일담을 나누는 중이다. 참으로 멋지지 말이다.
커플룩에 달달한 애정을 담아오신 영국신사, 영국왕비님, 푸른빛 셔츠가 참 곱다.
반가움과 첫돌 잔치에 대한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는듯 그 시절(?)을 회상하는 대원들의
열기에 차 안은 후끈 달아 오른다.
오늘 산행은 된 비알이 있어 녹록치 않을거란다. 촛대봉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을거라는
베타대장님. 뱀재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되니 힘들면 흑목정상에 들렀다 다시 싸리재로 내려와
탈출하면 40분정도 시간을 단축할수 있다는데 난 거기에 꽂힌다.
정이 형아"를 향한 그리움을 미처 달래지 못한 심통님은 스칼렛님을 꿰차고 앉았는데
뭐니? 혹시 삼각? 뭐 그런 관계....
"나 정이형한테 가려고 지난 번에 양치를 열 번도 더 했는데 스칼렛님한테 하트 날려서
나 삐졌어."
두런두런 자장가처럼 들리는 소리들을 자장가 삼아 깊은 수면 속에 빠져든다.
얼핏 야시시...한 이야기도 들리는것 같고.
복면을 한 심통님, 설마 그 복장으로 산행하는건 아니겠지. 숨막혀 죽을것 같아서...
"야 여기보라구. 진짜.. 이쁜 척 좀 하지 말고.."
스치는 전원 풍경들이 마음을 잡아 끈다. 평화, 아늑함, 회색으로 채색 된 공간,
그냥 달리고 싶다. 며칠째 부대끼는 속, 산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벌재다.
배낭의 짐을 옮겨 담고 스틱을 손봐 주는 정렬님, 시작도 하기전에 꽉 막힌 속이 울렁증을
동반한다.
"약 좀 먹었어?"
"약, 매실, 할 수 있는건 다 했죠. 근데도 어지럽고 죽겠네. 암인가."
"그럴지도 몰라."
이미 출발한 대원들의 뒤를 부지런히 쫓는다.
초장부터 오름이다. 숲은 유년을 지나 청년으로 접어 들었다. 우거진 덤불과 잡목들과 나무들,
그 사이를 일렬로 걷는 대원들, 벌써부터 차오르는 가쁜 숨에 야릇한 비명이 터진다.
"벌써 애를 낳으면 어떡혀. 기운이 쑥 빠지네."
"그러게요. 나도 모르개 낳아버렸네."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내어 준다. 지나는 심통님을 붙잡는다.
"지금 사라지면 산행 끝나야 볼텐데."
온몸은 땀으로 흥건하고 이마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땀, 눈이 쓰리다. 단 한번의
숨쉴 여유도 없이 가파르게 오르는 길, 숨통이라도 끊을것 같다.
"아이. 집에서 시원한 선풍기 틀고 누워 있으면 누가 뭐라고 하나. 팔자야 팔자."
왕비님, 신사님, 나미님 얼굴에서 비오듯 땀이 쏟아진다. 먼저 가라며 길을 내어주시는데
몇발작 걷지 못하고 나무둥치에 쓰러지듯 몸을 걸친다. .
"우리가 꼴찌예요?. 어떡해요."
"아냐. 스칼렛 있잖아. 아직 우리뒤에 몇명 있어."
안도전님, 서성인다. 앞서 간 걸까. 뒤에 오는 걸까. 기다려보는 님이다.
"물 이리내. 내꺼랑 바꿔."-정렬
"아녜요. 소화제라 내 배낭에 두고 수시로 먹어야 해요."
"아이고 안 뺏어. 얼른 이리내."
짐을 다 덜어준지라 미안해 핑게를 대보지만 무건 물병은 정렬님 배낭으로 이사를 간다.
"달라고 할 때 주지. 쎈 척해." 푸른달님이다.
문목대 2.5km..
기운을 주체하지 못하는 청년의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도, 부는 바람도
지친 나그네의 옷섶을 살펴주기엔 무리인가 보다.
오직 힘들다는 생각 하나뿐.
지친 땡벌님, 도저히 배가 고파서 더 이상 못가겠다며 행동식을 펼친다.
잠시 지체하면 둔한 발걸음이 더 더뎌지니 마다하고 걷는다.
그나마 바람이라도 불어주니 다행이다. 햇살도 잠시 자리를 비켰다.
"꼬랑지. 오늘은 더덕 안 캐?"
"더덕이 뭐 아무데나 있나."
"내가 ㅇㅈ 누려 하면 바로 거기에 있당께. 어떤 놈들은 ㄸ 을 누고 바위로 덮어 둔데도 있어서
더덕 캐려고 바위 치우면..."
'아 더러."
"스텔라 누나! 화이팅!!"
앞서 간 줄 알았던 걷지요, 청강 스치고, 여우 스치고, 모두 스친다.
갑자기 등이 훅 밀리며 내 발걸음이 앞으로 쏠린다. 이정님 손길이다. 아 이 민폐.
다 같이 힘든구간을 나 혼자 티내는것 같아 이를 앙다물어 보지만 새는 신음을 어찌하오리.
선수들 얼굴도 지쳐 보이긴 마찬가지다.
젊은오빠 영국신사님, 생글님 등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체력에 늘 감탄사다.
땡벌님은 일행들이 사라질 때까지 에너지를 보충한 후 탄력이 붙은 체력의 시너지 효과를 활용해
우리 앞을 스쳐 홀연히 사라진다.
여기서부터 또 죄다 사라진 산행기를 다시 시작한다. 뭣이 문제인디? 비싼 돈 주고 바꾼 노트북도 무용지물...
그지 차림으로 사무실에 나와 가출한 애들 기억하며.....기계치도 아닌데 내 카페가 문제인가. 저장하려면
카페 주소가 잘못 되었다니 여태 문제없던 카페가 왜? 왜?--여튼 속에 불 나는걸 잠시 커피로 ㅎㅎ
e-세상님, 영월화님, 경한님, 나미님, 그들은 지금 자신과의 싸움에 몰입 중이다. 영월화님의 지친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이는건 왜일까. 데이지님의 미소를 볼 때마다 활짝 핀 내면의 꽃이 표정으로 반사 된듯
그 미소에 반해 자꾸 사진을 들여다 보게 된다. 순수함이란 말하지 않아도......
이놈의 된 비알! 한번쯤 꺽어줘도 될 터인데 그저 오르라 한다. 몇번을 염치고 꼴찌고 상관도 없이
나무둥치에 기대 저질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밀려오는 구토증, 머리와 귀에서 매미가 운다. 빙빙 돈다.
어디서 요상 야릇한 소리가 비집어 나오고 그 소리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욕 터지기 일보 직전에 능선에 오른다. 이정님의 매너 손이 수시로 내 등을 밀어 준 덕분이고
정렬님 배낭으로 이사간 짐 덕분이다.
쉬기를 반복하는 중에 스칼렛과 골마 대장님 나타난다. 스칼렛님의 호위무사 같다.
"아휴. 정말 미치겠네. 오늘 산행 왜 이렇게 힘들어요."
바위에 내팽개치듯 몸을 걸치는 스칼렛, 우린 일어선다.
"아 언니! 나 오자마자 가면 어떡해요?"
"미안. 내가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서두르지 않으면 민폐등극 할거야. 곧 나 따라올텐데 뭐."
이따금씩 불어주는 바람, 회색으로 색칠된 공간, 숨어버린 햇살, 폭신한 흙길, 세상은 이래서
공평한가 보다. 힘든 산행 길에 위안이 되는것들을 나열하며 힘을 내 본다. 곁눈질 틈새로 비경이
접사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노닥노닥 기억을 저장한다.
문목재다. 앞서 간 대원들은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일어서려는 그들을 불러 바위에 앉힌다.
"스칼렛!"-나
"사랑해!"-대원들
"나 스칼렛 이름 불렀다."-나
"소심하기는. 아니 왜 자기 이름을 안 불러요?"-이정
"양보한거야. 난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ㅋㅋ"-나
"언니. 질투하는구나."-스칼렛
"들켰네."-나
제대로 한번 쉬어보자고 털썩 주저 앉는다.
"선두 빨리가면 뭐혀. 우리가 안 가면 어쩔겨. 빨리 가 봐야 술이나 더 마시지."
늦는 핑게를 후미 기준으로 합리화 하며 이래 걸으나 저래 걸으나 출발은 같이 할 터인데 뭐하러...
오늘은 몹시 위안이 되는 말이다.
이 터널은 무엇에 쓰는 용도인고. 더덕 넝쿨을 올리려는 걸까. 설마...더덕이 남아나지 않을테고
이리 흔하면 더덕이 아니겠지.
두런두런 기척소리, 영월화님과 e-세상님이다.
"우린 뭐 좀 먹고가려고. 허기져서 안되겠어요. 좀 먹고 가요."
영월화님은 과일을 통째로 들고와 마음껏 가져다 먹으란다. 체리, 포도, 살구 염치불구 한줌 쥐어
골마 대장님과 나누어 먹는다. 포도 한알의 위력..기운이 난다.
얕으막한 오름을 몇번을 반복하다 급하게 내려치기 시작한다.
"아 진짜. 난 내리막 길 나오면 두렵다니께. 왜 내려가는 거여."
"올라가려고 내려가지 왜 내려가."
"이봐요. 산신령님 통째로 올라 오는거 안 좋아해요. 목을 좋아해. 목을 내놓으라고."
해맞이 제단 위에 올라 선 누군가에게 재치있게 던진 말을 재치있게 받는다.
"아 난 또 통째로 원하시는 줄 알고."
해맞이 제단을 급하게 돌려내리니 경상북도 저수령이라 새겨진 커다란 표지석이 보이고 우린 임도로 내려 선다.
설마 선두? 버스 옆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을 향해 가려는 나에게
"어디 가?" -정렬
"저기로 가는 거 아니에요?"-나
"아녀. 여기로 올라가야지. 힘들다며 왜 기운 빼."_ 정렬
"여기가 맞아요. 저 두사람 불러야겠네."-대장님
"이정~~!! 스칼렛~~!!"-정렬님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자 싶어 다시 시작되는 비알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첫댓글 힘든 기색 전혀 안보이던디~
저 끝에 저수령은
mony 벌러~ 알바간거임~ㅋㅋ
알바비 모아서 언니 맛난거 사줘야징~ 힘내세욤!!!
덕분에 늘 즐겁고 힘이 되어요.
곧 만나요 스칼렛님^^
자아알 접하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네 영국신사님^^
체력이 정말정말 대단하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곧 뵈어요
아기자기 잔잔한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발자국 하나 하나 다 보입니다. 건강 잘 챙기고 완주하세요.
감사드립니다.
양산박님도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완주하시는 그날까지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