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에 관한 시모음 24)
노랑장미꽃 당신 /최상섭
어제는 출근길에
갓피어난 노랑장미꽃 한송이를
보았답니다
봄비에 촉촉히 젖어 있더군요
당신을 닮은 장미였죠
오늘은 따사로운
사랑의 열기 때문인지
수증기가 아지랑이꽃 되어
피어 나더군요
당신은 내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봄비요
사랑스런 노랑장미꽃 입니다
사랑해요 내당신
당신의 영혼을 노랑색으로
물들이고 싶은 밤입니다
장미 한 송이 /천화선
너의 가녀린 몸 투명 비닐에 감싸 안고
장대비 쏟아지는 거리를 무작정 걷는다
너를 두 손으로 떠받들었지만
한 송이 꽃은 내 마음처럼 무겁다.
산중처럼 첩첩히 들러 쌓인 꽃잎
할 말 많은 내 마음 같으나
너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비를 막아주는 우산보다 아무 말 없이
함께 비를 맞아주는 네가 필요하다
땅바닥에 홀로 남겨진 너를
우주처럼 떠받들고 지그시 바라본다.
비닐 옷 벗고 흠뻑 젖어 울고 있다가
나를 향해 웃어주는 네가 좋다.
벼랑에 부딪칠 때마다
꽃잎 속에 숨긴 가시로 내 몸을 찌른다
가시를 숨기고 있는 네 마음까지 사랑하리라
안개꽃 피워 너를 감싸 안는다.
너는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다.
가을 뒤안길에 핀 장미 /임숙희
그리움 붉게 채색해놓은
아름드리나무에 매달려
추억을 끄적이며 떠나는
가을 뒤안길에
요염한 눈빛으로
뭇사람의 발길을 붙잡는
오월 햇살에 퍼지는
설렘의 향기는 어디 가고
따스한 봄날의 가슴 뛰는
황홀한 사랑의 잔영인가
한 여름날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달픔인가
붉은 입술, 청초한 얼굴로
스산한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비 맞으며 초연히
가을과 이별을 하고 있다
장미 /홍해리(洪海里)
겨우내 갈증으로 앓던
영혼의 목을 축여주는
너의 입술
어둔 잠에서 깨어
어질머리 나도록
오르는 불길
하늘에 펼치는 유월의 카아핏.
뉘에 올리는 제등이기
이리 향은 짙어라
입 다물고 소리치는 그대여
햇살은 사태 금빛 쾌청
하늘문을 여는 소리 들리고
문득 사라지는
파도여 불이여 사랑이구나.
꿈꾸는 장미화야 /藝香 도지현
이제 조금씩 풀자
가시와 함께 묶었던 마음
격정을 잘라내며
타오르는 불길도
스스로 잠재우고
안으로만 삭인
네 안의 또 다른 네가
인고한 세월을
인연의 굴레에 갇혀
족쇄가 되었지만
모든 것 순응하고 승화시켜
활짝 웃어보자, 장미화야
붉은 장미꽃 /정찬경
붉은 장미가
피는 밤에는
달빛도 희미하다
한 송이 붉은 꽃을
피우기 위하여
흘린 피
5월에 처참한 희생을
달은 밤새 쳐다보기만 했다
칠십 년 전 고지에서 흘린 피
씻어 보려 해도
물수건 하나 없어 칡잎을 사용했다
갈아지는 발바닥
상처에 붙일 반창고 하나 없어
흙을 발랐다
오늘 밤 달이 뜨면
코로나바이러스와
다시 전쟁을 시작한다.
4월 장미의 유혹 /장수남
검은 장미의 유혹
꽃샘추위 녀석들이 긴장을 하고
핫바지 바람을 일으킨다.
가로수 벚꽃행렬 터질듯 말듯
사월십삼일은 시장바구니 메고
장보러 가는 날.
싱싱한 고등어보다
요즘 제철이라고 많이 잡힌다는
도다리는 어떨까.
얼마 남지않은시간
늙은 핫바지. 젊은 핫바지 등등이
옹기종기 시이소를 탄다.
장미 한송이 /남낙현
A4 용지 묶음을 만지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백지 위에 선명하게 찍힌
선홍색 장미 한 송이
하얀 백지는 덩쿨이 없이도
붉은 장미꽃을 피웠다..
그 얇디 얇은 백지 몇 장에
내 손가락이 스치기만 하였는데
상처를 만들어 냈다..
행여 내 곁을 스쳐간 사람들의
하얀 마음속을
가시로 찌르지 않았는데도
선홍색 장미같은 진한 상처를
남겨 놓지나 않았는지
장미꽃 /풍류시인 민만규
그대
내 사랑으로 마음에 담으니
연분홍 꽃향기가
행복으로 피어나고
그대
뜨거운 내 심장에 담으니
멈출 줄 모르는
열정의 불꽃을 피웁니다
한 송이 장미꽃(2) /김태백
한 송이 장미꽃 아름답게 피어
하늘 바라보고 있는
색시한 장미꽃 한 송이 꺾어
당신께 보냅니다
장미꽃처럼 예쁘고 화려한
당신을 생각하면 지나가는
햇살도 잠시 쉬어가는
장미 한 송이 곱게 접어
당신께 보냅니다
때가 되면 한 송이 장미도
시들고 말라 버리듯이
당신도 세월 따라 점점 익어가는 것이
아쉬움에 싱싱하고 예쁜 장미 한 송이
당신께 보냅니다
장미가 /김경철
초록의 정원에서
핀 장미가
6월 더위에 지쳤는지
한 잎 두 잎 떨어져
붉은 꽃잎이
거리를 뒹구는데
아직도
피지 못 한
봉오리에서
더위와 악수한
붉은 장미가
머리를 보이며
웃을 준비를 한다
장미의 계절 /未松 오보영
고운 자태로
발길 모으고
은은한 향기로
마음 이끄는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이때
이시절의
표상입니다
6월의 장미 숲에서 /은파 오애숙
6월의 산책길에서
아침 이슬에 맺혀 함초롬히
젖은 네모습 물끄러미 보노라니
그 옛날 싱그러움의 젊음이
마음 속 그리운 꽃이 되어
휘날려 오는구려
어여쁜 너의 미소
어찌 이리도 청초한 건지
유월의 찬란한 햇살 닮았기에
우아한 빛으로 눈 부시게 하는가
그 옛날 화사한 그대 눈웃음
가슴에서 피어난다
지나 간 아롱진 추억
그 옛날 장미빛 달콤함이여
가슴에서 그 향그럼 꺼내어서
풋풋한 사랑의 입맞춤으로
녹아들고픈 까닭이런가
내게 살며시 속삭인다
이 아침 산책길에서
그 옛날 내 그대 해맑았던
그 호탕한 웃음보가 스며들어
붉게 타던 젊은 날의 그 사랑
살포시 첫사랑의 추억들이
망울망울 가슴에 피누나
장미의 순정 /김순태
똑똑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다가서는 당신
고귀하고 향기로움에 설렘으로
닫아놓은 마음의 문을 열었건만
황홀의 여운이 정착하기도 전에
차갑게 등 돌린 야속한 당신
축 처진 어깨 땅으로 들어가듯
수그리고 처량하게 돌아서는 뒷모습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 예고 없이 찾아온
이별로 시린 마음이 아려옵니다
잠시나마 화려했던 추억
청명한 하늘 자락에
한 잎 한 잎 날리며
먼 길 떠날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
빛바랜 장미 /김연식
세월에 기대어
시들어 가는 너에게
눈길 머무는 이유
이슬 머금고
수줍게 맺힌 꽃봉오리
활짝 핀 꽃잎보다
가슴은 뛰지 않아도
아련한 너에 세월이
느껴지고
그대와 나 닮았기 때문
한때 수줍고
한때 활짝 피었던
시절이 있었음에
애증의 눈길이 머무는 겁니다.
장미꽃 /김영길
길 가는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쳐다보니까
부끄러운 가 봐
얼굴이 빨갛게 붉어져 있네
누굴 닮아서
예쁜 꽃이 되었을까
마음씨가 예뻐서
겉으로 풍겨 나온 형상이
속마음의 표현이란다
겉과 속이
다 예쁘지만
우리는 보이는 네 얼굴만
보고 예뻐 즐거워하고 있구나
진짜는 속 마음이
더 아름다운데…
흑장미 꽃 사랑 /정든산천 노영환
꽃 중의 꽃
오월의 화려한 흑장미
흑장미 꽃 피면
신비로운 짙은 향기
나비 꿀벌 종일 맴도네
유혹의 향기 스치면
장미꽃 바라기 설레는 마음
그대는 꽃의 여왕 흑장미라네
장미의 시작 /곽상희
장미의 씨줄이 꿈을 꾸자,
하늘에 파란이 이는 소리 듣는다
산맥도 버티지 못해 물러나고
바다 깊은 곳에서 꽃불 타는
소리,
그 옛날 금별에서는
이슬방울 하나 떨어졌다 한다
너를 위해
바다의 혈맥에도
고요한 전율이 흐르고
산 너머 아득한 곳에는
길 잃은 땅벌레 하나 떨리는
눈금 긋는 소리
캄캄한 밤,
더 밝은 빛으로 걸어 온
너는
오직,
그 장미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