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앉아 인사 나누고 하늘땅살이 배움 열어요.
"온마음으로 배우겠습니다."
두 주 앞 우수 마지막날에 쇠뿔가지, 칠성초 모종 씨앗 넣었는데
그동안 날마다 물주고 따뜻한 낮에 햇볕 쬐여주고 마음 들였더니
가느다란 허리와 씨앗 껍질 모자 보여주며 움트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어디어디 싹이 움트나 살펴보며 한 번 더 응원하는 마음 보내주었어요.
지난해에 제주토종물고구마 씨앗으로 남겨두었던 것이 겨우내 까맣게 껍질이 말라서 싹 못냈던 일 있었어요.
그래서 홍천에서 제주토종물고구마 넉넉히 남겨두신 이모에게 받아서 다시 싹 틔워 심었지요.
올해는 조금 이르게 겨울 방학 동안 물에 담가서 선생님 집에 두었는데, 오늘 학교에 다시 가져왔어요.
다행히 두 씨고구마에서 뿌리가 나고 싹이 움트기 시작해서
오늘 학생들과 함께 이름 지어주고 더 사랑해주기로 했어요.
요리조리 모양을 살펴보기도 하고 마음 담아서 지어준 이름이
조금 더 동그란 아이는 "빵실이", 조금 더 길쭉한 아이는 "물개'가 되었습니다.
칠성초, 쇠뿔가지 싹 나고 제주토종물고구마에서 싹이 움트는 것 보면서 생명의 신비로움 느꼈어요.
앞으로도 밭에 심을 때까지 잘 자라도록 사랑으로 돌보기로 약속했어요.
그리고 씨앗 이야기 나누었어요.
우리가 왜 토박이 씨앗으로 하늘땅살이 해가고 있는지,
사고 파는 씨앗은 자식을 남길 수 없게 처리된 씨앗이고
한가지 종류만 많이 심게 되면서 여러 병충해에 약하고 농약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
유전자조작 씨앗이 나타나 우리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제철에 맞지 않는 남새, 과일을 먹느라 전기를 사용하고 비닐집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까지.
우리가 토박이 씨앗으로 하늘땅살이 이어가는 것이 우리 뿐 아니라 온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토박이 씨앗으로 하늘땅살이하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밥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누었어요.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이미 알고 있고 살고 있는 삶과 연결해 보니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은 이야기였지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모기가 너무 싫어." 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연구를 해서
지구에 있는 모든 모기가 다 사라지는 약을 만들어서 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었더니, 바로 잠자리가 먹을 게 없어서 다 죽는다는 대답이 나왔어요.
그리고 잠자리가 다 죽으면 잠자리를 먹이로 삼는 새나 다른 동물이 또 죽고
이게 계속 되면 결국 사람도 살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또 절기살이 시간에 장을 담갔는데, 우리 밥상에 곡식과 제철 남새와 장이 중요하다는 것.
남새가 나지 않는 겨울에 먹으려고 김치를 담그고, 묵나물을 먹고 이른 봄에 메들나물을 먹는다는 이야기도 했지요.
삶이 바탕이 되니, 어려울 법한 이야기도 아이들 입에서 술술 나오는 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이런 삶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이야기 나누고 나서 숲에 나물 찾으러 가보기로 했어요.
인수마을에서는 빈 땅이 별로 없어서 산너머 밭에 들어가지 못하는 때에 나물 구경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나중에 밭에서 만났을 때 더 잘 알아볼 수 있게 찾아보고 살펴보자 했어요.
마당에 나와보니 산수유가 활짝 피어있어요.
선배들이 장다리박은 무릉배추도 새잎을 내며 잘 자라고 있고요.
마당 한켠에 민들레와 냉이가 있어서 살펴봤어요.
삼광빌라 화단에는 원추리싹이 많아요.
원추리싹도 나물로 먹을 수 있지요.
산에 가는 길, 볕이 잘 드는 곳에 푸릇푸릇 여러 풀들이 돋아있어요.
애기똥풀이 가장 많고, 딸기 잎을 닮은 양지꽃(아니면 뱀딸기)싹도 많고, 쇠별꽃도 있는데
그 사이에 솜털 보송한 어린 쑥도 있어요.
냉이도 있어서 하나 캐서 향을 맡아보았어요.
너른숲 가는 길에도 쑥이 조금 있었는데, 둘레에 많은 현호색 잎과 쑥을 헷갈려하기도 했지요.
현호색 꽃 핀 거 보면 다들 많이 봤던 거라 "아~ 이 꽃!" 할텐데, 어린 잎만 보면 헷갈리나봐요.
4월에 꽃 필 때 다시 와서 보자 했어요.
도토리집 동생들도 만나서 반갑게 인사 나누고, 학교로 돌아와 날적이 그리고 썼어요.
오늘 배운 것 기억하며 연결되어있는 곁생명들 잘 살피며 하늘땅살이하는 삶 살자 이야기 나누고 마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