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Tour-548회, 팔레스키의 ‘라보엠’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 모임에 기념비적 만남의 자리가 있었다.
지난 2017년 7월 21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효령로 230 승정빌딩 B1층 ‘김선국제오페라단’(KSIOC)의 스튜디오 ‘마농’에서 있었던 ‘Book Tour’ 제 548회 모임이 그 자리였는데, 이날 그 자리에서 우리는 이태리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인 카를로 팔레스키(Carlo Palleschi)와 만날 수 있었다.
팔레스키는 이날 우리들과의 만남을 위해 특별한 준비를 했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감동이 있는 오페라라고 하는 푸치니의 ‘라 보엠’(La Boheme)에 대한 특강이었다.
‘로돌포와 그의 친구들은 젊고 가난하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파리와 무궁한 가능성의 장래를 약속하는 예술이 있다.’
팔레스키의 부인으로서 김선국제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김선 단장이, 팔레스키의 이날 특강 내용을 담은 작은 팸플릿을 준비했는데, 그 팸플릿 머리에 내세운 문장이 그랬다.
꿈과 희망이 그 짧은 문장에 농축되어 있었다.
과연 꿈과 희망이 그 오페라에 어떻게 녹아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아내와 함께 그 만남의 자리에 함께 했다.
1시간 정도 예상을 했던 특강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시간으로는 양이 차지 않았다.
특강을 맡고나선 팔레스키의 열정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50여 석 자리를 꽉 메운 청중들의 열기가, 팔레스키의 열정에 불을 붙였고, 한 번 불붙은 그 열정은 쉽게 꺼지지를 않았다.
결국 두 시간 너머까지 특강은 계속됐고, 그 끝에 자리를 함께 한 객석의 우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을 했다.
줄거리 요약에 의하면, 네 명의 친구가 다락방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소박한 사건을 다룬 4막의 오페라로,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죽음, 가난과 절망, 그리고 사랑과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의 특강은 그 4막 모두를 담아내지 못했다.
푸치니를 너무나 좋아하는 팔레스키로서,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2막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1막만으로 이날의 특강을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로돌포의 다락방을 무대로 펼쳐지는 1막의 줄거리다.
예술을 사랑하고 이상을 동경하는 네 명의 친구들은 파리 라틴구의 어느 아파트 다락방에 함께 기거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다. 손이 시리도록 추운 다락방에서 월세를 내지 못해 떨어야 하는 젊은이들 가운데 시인 로돌포는 잠시나마 추위를 면하고자 그 동안 애써 써놓은 연극 대본을 스토브에 넣어 불을 지핀다. 그런 중에 음악을 하는 친구가 돈이 좀 생겼다고 하면서 무척 흥분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를 축하하기 위해 오랜만에 다 함께 시내로 나간다. 잠시 할 일이 있는 로돌포만 방에 남는다. 차가운 밤이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의 달빛은 아름답기만 하다. 로돌포가 시를 쓰느라 골몰하는 조용한 다락방에 문 두르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락방의 다른 쪽에 사는 미미다.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은 없다. 미미는 순박하고 예쁘게 생겼으나, 마치 폐결핵 징후가 있는 사람처럼 병약한 모습의 아가씨다. 촛불이 꺼져 불을 빌리러 왔다는 것이다. 어두운 방에서 미미가 자기 방 열쇠를 떨어뜨린다. 열쇠를 찾던 두 사람이 무심코 손을 잡는다.
바로 이때 로돌포가 부르는 아리아가 그 유명한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a)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팔레스키의 제자라고 하는 테너 김상호가 우리들과 함께 객석에 있다가 뜬금없이 지목되어 무대로 나서서 그 아리아를 불렀다.
잔잔한 감동이 우리들 가슴에 담겨 들었다.
너무나 귀한, 기념비적 만남의 자리였다.
첫댓글 고향 친구들과 모임한다는 핑계도 말 못했네ㅡㅡㅡ.
좋은 자리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