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제주도 한번 여행합시다 !
- 당신은 지난번에 다녀왔잖아요?
- 당신은 안 가봤잖아? 비행기도 안 타보고... 누가 알면 나이 오십이 넘도록 이제까지 뭣하면서 살았느냐고 말할라.
하기는 신부가 오늘까지 우물안 개구리가 된 것은 신랑탓만은 아니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우리 신랑은 신부에게 늘 불만인 것이 같이 등산이나 여행을 못다니는 점이었다.
신부는 그냥 집과 시장과 교회 사이를 오가는 것에 만족이었고 특별히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김포공항에 간다는 신랑의 말에 놀라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티케팅을 한후 신랑은 신부에게 설명을 하였다.
- 항공권은 예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공항에서 출발전에 반드시 티켓팅을 해야 좌석이 배정되지. 이것 KE 1245가 편명이고 탑승구 번호와 보딩타임 그리고 좌석번호도 중요하고. 국내선의 경우 보통 보딩타임 20,30분전에는 공항까지 나와야 해. 좌석번호는 오른쪽 부터 A열, B열, C열 ... 로 되어 있고.
그런데, 앗차 !? !? 이를 어쩌지 !?
갑짜기 신랑은 생각이 났다. 약봉지를 챙기지 못한 것이다.
어휴... 이를 어쩐담...
하루 세번, 정해진 시간에 파킨슨병 약을 복용해야 하는 그로서는 여행가방을 챙길때 약봉지를 빠트린 것은 큰 실수가 아닐 수 없었다.
- 어떻게 하지요 ?
신부도 걱정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 뭐, 죽기야 하겠어. 한 이틀 약을 안 먹으면 어떤지 한번 두고 보자구 !
용감한 사람들 !! 그들은 그렇게 마음 편하게 결론을 내리고는 용감하게도 파킨슨병에 도전장을 냈다. 아니 렌트카 운전도 해야 하는데... 어쩔려고...
신부는 공항내 출발수속을 받으면서도 마음의 동요가 안 보였다.
- 비행기는 죽으면 죽으리라 하는 마음가짐으로 타는 거야.
신랑은 공수훈련을 받을 때 교관의 말이 생각났다.
- 훈련생 여러분 ! 낙하산이 안 펴저서 죽으면 죽는 것입니다 ! 어차피 한번은 죽어야하는 목숨, 조국을 위해 산화하면 그 얼마나 명예로운 일입니까 !
- 죽으면 살리라...
신부는 구약성경의 에스더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죽으면 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 포로 생활시절에 궁녀에 불과한 에스더가 아핫수에로 왕에게 홀을 내밀면서 한말이다.
이때 왕이 홀을 잡아주면 궁녀를 사랑한다는 표시이고 왕이 궁녀가 내민 홀을 외면하면 그 궁녀는 왕을 미혹한 죄로 사형에 처해진다는 것인데
노예의 신분에 불과했던 에스더는 죽을 각오로 왕에게 홀을 내밀어 왕의 총애를 받았고 이스라엘 민족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여 해결한 이야기다.
- 비행기 내에서는 핸드폰을 꺼야 하고 저쪽이 화장실이고 비행시간이 길면 기내식이 나오는데 이렇게 앞 등받이 탁자를 펴고 식기를 놓으면 되고...
신랑의 설명이 계속되는 사이에 벌써 비행기는 이륙을 위한 가속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신랑이 노력을 해도 신부는 다소 겁이 나는지 신랑의 손을 꼭 붙잡았다. 신랑은 그녀의 체온과 맥박과 또 부드런운 손길의 촉감을 느꼈다.
부르릉 릉 릉 !!! 덜컹 ! 스르르 ! 기우뚱 !
드디어 이륙을 했다. 신랑이야 수없이 많이 비행기를 탔지만 신부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저기가 행주대교, 저기가 일산 아파트 !
신랑이 설명을 하는 사이에 비행기는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고 강화도 마니산과 인천공항이 눈아래 들어왔다.
신부는 신기한 듯 육지와 흰구름과 기내를 번갈아 바라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휴... 안심이다 하면서 신랑은 일단 이번 여행을 잘 왔다고 생각했다.
첫댓글 가슴이 두근두근한 여행길 기대됩니다, 기다릴래여.ㅎㅎㅎㅎㅎ
지금 1차 클라이맥스 직전입니다 !!
잠실베래모님! 옆지기님과 아름답고,좋은 여행되세요~
지엄님 ! 오랜만입니다 ! 그동안 잘 지내시구요? 구혼여행기 쓰려니 스스로도 우습기만 합니다.
본인들이야 물론 즐거운 여행이였을텐데 왜? 내가슴이 이렇게 아프게 메어오는지...그래두 기왕나선여행 행복한 시간이기를 기대해 봅니다.짜릿한 처음 접해보는 신부의 비행기의 경험을 통해 다음엔 혼자서의 비행기여행을 계획할수있을거예요.
신부는 정말로 비행기를 무서워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