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에 관한 시모음 25)
넝쿨 장미꽃 /박인걸
벽돌 담장에
유월절 어린양의 피가
새빨갛게 칠해져
오월 햇빛에 빛난다.
붙잡으려는 세력과
내보내려는 세력 사이에서
힘없는 어린 양들이
슬피 울며 숨을 거뒀다지요.
누군가가 죽어서
또 누군가가 살게 되는
대속의 규범에 따라 죽은
가엽은 양이여!
어린양의 영혼들이
넝쿨장미가 되어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寶血의 꽃을 피워 올리는구나.
들장미 /장수남
봄은 희망이래요.
어느 겨울 아빠가 그랬어요.
새싹이 곱게 자라면
예쁜 꽃을 피운대요.
나도 다 컸어요.
가을 옷 붉게 갈아입고
가을비에 옷소매 적시면
바람은 찾아온대요.
그럼 사계절 다 쓰는 거죠
떠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네요.
바람이 길을 다듬고
가슴을 열면 포옹하고
겨울은 하얀 면사포 날리며
우릴 기다린대요.
장미꽃 잎사귀에 눈물 방울이 맺혀 들고 /구순자
그렇게도 병원에 가기 싫어하던 당신이
병원에 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날 아침
장미꽃 잎사귀에 눈물방울이 맺혀들고
급하게 끊어오르는 흰죽의 거품이 가라앉을 때
등받이 의자에 기대앉은 당신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같은 것이 어른거렸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을 두고
우리를 속여오던 그 까만 슬픔의 그림자가
당신을 데리러 왔을 때서야
그 본 정체를 들러냈습니다
장 미 /박유동
담장에 흐드러진 덩굴장미
주먹같이 붉게붉게 피였는데
내가 하도 고와 입을 맞추려다가
내가 너무 탐스러워 살짝 꺾으려다가
그만 가시에 찔려 흠칫 놀랬더니
곁에 이뿐 아가시 깔깔 웃어 대네
방금 나하고 키스 해놓고는
고 봐요 장미가 싫어 하잖나요.
장미를 닮고 싶다 /노정혜
장미를 닮은 나이고 싶다
장미에게도 아픔이
비바람 추운 겨울도 있었다
아픔이 만든 예쁜 모습
향 짙은 장미
정열의 장미
열정으로 만던 작품
샛 빨강 샛 노랑
행여 비에 상하까
비로도 옷감으로 옷을 지었네
태양을 보면 활짝 웃음 짓는 장미
보는 마음이 행복하고
가는 발길에 생동감을
매혹적이 여인 같은 장미
가시로 무장한 장미
은장도를 품은 옛 우리 여인네 같다
장미의 정열을
장미를 닮은 예쁜 모습
장미를 닮은 나이고 싶다
장미 /유소례
까르르....웃는 소리
가슴에 깃발 꽂고
웃어대는 오월의 꽃향기
이른 봄, 실눈 살포시
세상을 열어 본 그 날의 햇살이
곱게 쓰다듬어 주던 첫 사랑으로
못 잊어 키워온 입덧
행여 무너질까
제 몸 스스로 침 두르고
햇볕 속에 만삭이 된 목울대에
그리움을 감아쥐고
우렁찬 외침으로 쏟은 불꽃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리 .
장미와 들꽃 /정연복
장미 덤불 속에
드문드문 들꽃도 피었습니다
가던 길 멈추고
잠시 가만히 귀기울이니
장미와 들꽃이
소곤소곤 대화를 나눕니다.
부러운 눈빛으로 들꽃이
장미를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너는 어쩜 이리도 예쁘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구나.'
장미가 손사래를 치며
들꽃에게 속내를 드러냅니다
'나의 빛나는 아름다움은
네 은은한 어여쁨만 못하지'
남의 아름다움을 시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칭찬해 주는
장미와 들꽃 둘 모두
한층 더 예쁘게 느껴집니다.
장미 /윤용운
터질 듯 터질 듯
오므리는 붉은 입술
열린 듯 열린 듯
꾹 다문 젖가슴
애가 타기는 한가지
그립다 못해
아려해오는 살가죽
피어라
모든 설움 딛고 꽃으로
피어나라
가시에 찔린 꽃이라
상처도 붉은 꽃이다
가슴은 비단결 같은데
내 상처 어루고 달래 줄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몽우리이는 안는데
젖몸살은 언제 하고
내 손 잡아주려나
장미 /초랑(超郞) 윤만주
담장 밑에
숨어 우는
고독의 까치발
꿈을 키우고
빨랫줄에 반바지
그리움을 휘감아
줄기 따라 피는 꽃
장미향이 가렵다.
매혹의 분신 꽃잎 따라
둥글게 둥글게 겹을 이루고
선홍의 립스틱
진하게 바르면
계절의 수정체
홍안(紅顔)으로 몸살 앓는다.
중천의
구름 그림자
해시계를 그리고
울타리를 뛰어넘은 덩굴장미
가시의 독선 앙탈을 부릴 때
청홍의 진선미 오월의 장원(壯元)이다.
장미꽃 연서 /최홍연
보고 싶어요
가슴이 저려
말도 못하고
그리움 삼킨
붉은 심장이
속으로 탄다
하루를 살아도
그대 가슴에
별이 되고파
하늘 땅만큼
커지는 사랑
빨간 장미꽃 /신성호
아름다운 빨간 넝쿨 장미꽃이
담장에 걸터 앉아 세상을 보네
어지럽고 풍파 많은 세상을
어찌하면 좋을꼬 걱정하다가
가슴엔 빨간 멍이 들고
얼굴엔 웃음이 사라져 버렸네
도처에는 지진의 재앙이 오고
어디서는 재난으로 인재가 나니
자연 앞에 살아감이 무력함이여
꽃은 피고 또 떨어짐이 다 인것을
누구라 너 보고 밉다고 하며
가시가 있다하여 보지 않으랴
네가 피는 것과 향기가 없다면
장미란 이름을 간직할 수 있으랴
장미 두 송이 /황금찬
흑장미
두 송이를 샀었네
비엔나 공원에서
한 송이는
모차르트 그 천재의 손에
들려 주었네.
또 한송이는
아직도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슈베르트 무릎 밑에
놓아 주었네.
베토벤을 위하여
장미꽃을 못 산 것도
역시 운명인가 보네
숲 속의 바람은
긴 겨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장미 소고小考 /박희홍
오뉴월의 어둠을 밝히려
온몸을 불사르면서도
연약함을
앙칼진 가시로 감춘 너
반갑고 곱다고
함부로 가까이하려다
상처 입고
망신당하기 부지기수
도도한 물결 속에
각양각색으로 치장해도
가장 멋져 분 것은
역시나 얼굴에 번진 붉음
그 어떤 사랑의 불꽃도
오뉴월을 시뻘게 달군
너의 생기발랄한
연지처럼 붉지는 않으리
장 미 /박유동
담장에 흐드러진 덩굴장미
주먹같이 붉디붉게 피였는데
내가 하도 고와 입을 맞추려다가
내가 너무 탐스러워 살짝 꺾으려다가
그만 가시에 찔려 흠칫 놀랬었네
방금 나하고 키스 해놓고는
고 봐요 장미가 싫어하잖아요?
곁에 이뿐 아가씨 깔깔 웃는 통에
당황하여 화끈 붉어진 나의 얼굴
장미 같다고 또다시 깔깔 웃어대네.
장미 사랑 /장진순
보드라운 비로드
강렬한 색 으로
몸 휘감고
엔게디 나도향보다 은은 향
은밀히 지니고
몸 깊숙이 가시 품은 장미
짙은 화장으로
골목길 환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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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출근길에 다가와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멋진 사내
몇 일째 보이지 않아
속이 타는 장미사랑
장미빛깔 그 입술 /홍수철
봄날 햇빛 따갑던 그 거리 하늘 아래서
한없이 웃고 있던 아름다운
그녀를 처음 보았다네
사람들은 모두 다 제 갈 길 가고 있지만
나는야 그녀 모습 놓칠세라
멍청히 쫓아갔었다네
스커트 사이로 흐르는 다리며
노란 리본으로 묶어놓은 긴 머리
상큼한 미소와 입 맞추고 싶을 듯 그려있는
장미빛깔 그 입술
이제는 말을 한번 건넬까 걱정걱정하면서도
두근두근 가슴만 뛰네
말은 해야겠다고 고민 고민하던 끝에
아가씨 차나 한 잔합시다
사랑이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네
상큼한 미소와 입 맞추고 싶을 듯 그려있는
장미빛깔 그 입술
이제는 말을 한번 건넬까 걱정걱정하면서도
두근두근 가슴만 뛰네
하지만 말을 해야겠다고 고민고민하던 끝에
아가씨 차나 한 잔합시다
사랑이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네
상큼한 미소와 입 맞추고 싶을 듯 그려있는
장미빛깔 그 입술
사랑이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네
상큼한 미소와 입 맞추고 싶을 듯 그려있는
장미빛깔 그 입술
사랑이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네
상큼한 미소와 입 맞추고 싶을 듯 그려있는
장미빛깔 그 입술
장미빛깔 그 입술
장미빛깔 그 입술
가을 장미 /문경기
그 누굴 그토록 그리워하기에
뜨거운 긴 여름 참아내고서
소슬바람 불어오는 이 가을에
외롭게 흔들리며 피어나는가
따뜻한 봄볕 내린 푸르른 뜨락
연초록 새순들이 햇살 맞이할 때
꽃 피울 계절을 주저하며
줄기 속으로 숨어버린 장미의 새싹
얼마나 그리움이 사무치길래
꽃들이 피어나는 오월이 와도
꽃피는 계절을 잊어버린채
꽃망울 접고서 서성이고 있을까
그리움은 마음속에 일렁이는
감정의 고요한 파도이기에
밀려왔다 밀려가는 흐름속에서
스쳐가는 그리운 향기를 찾는데
그 향기 국화꽃으로 스며들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이 오면
그리움을 마음속에 품고서
외롭게 피어나는 가을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