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편
" 손유라, 요즘 뭐하고 살길래 집이 이꼴이냐 ? "
오늘따라 일찍 퇴근한 오빠의 잔소리다
" 아..저기 그게.."
오늘 오윤성 과 서은기가 집에서 살짝 뒹굴다 가니..이렇게 살짝..어질럽혀져버렸는걸..
" 말했지, 일주일에 2번 청소하는 아줌마가 온다고 해도 , 어느정도의 사람 살만한 집을
만들어 놓고있자 "
회사에서 내준 오피스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보내주는 아줌마가 일주일에 두번씩
우리집에 청소를 하러 온다 , 그 덕분에 청결한 집을 유지할수있긴하다
" 공부는 잘 되가고 ? 아, 학교는 좀 어때 "
오빠는 오른손으로 넥타이를 잡아 풀며 , 과자 부스러기를 주섬주섬 줍는 나에게 말했다
" 뭐..그냥 그렇지.. "
" 네가 여기까지 올라온 이유가 따로 있는줄 아냐, 공부 좀 해 , 광주에서 처럼 놀려고만 하지 말고 "
" 알아알아, 지겨우니까 그만좀해 "
" 이게 오빠한테, 말버릇하곤 "
나를 힐긋 쳐다보더니 , 이네 내가 아무말 하지 않자 ,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내일도 어김없이 등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 오늘도 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어라라라.. 내 수학책이 어디갔지!?! "
3 교시 쉬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 .. 서랍을 아무리 뒤져봐도 수학책이없다 ... 이런..
순간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수학선생님이 등장한다
출석을 부르자 마자 , 책을 펴라는 선생님의 말에..나는 아무것도 없는 내 책상만 뻘쭘히
쳐다보고있을수밖에 없었다
" 손유라 학생, 책 안핍니까 ? "
자신은 학생들을 존중하기 때문에 존대를 쓴다고 말하는 수학선생님이지만 . 저게 존대인지..
무슨 군대에서 나온 훈련소 병장인지 ..
" 아, 집에 놓고왔나봐요 ..죄송해요 "
모든 아이들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됬고..난 참으로 뻘쭘할수밖에없었다
" 친구랑 같이 보십시요 "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건지 , 아무 잔소리 없이 넘어갔다
그렇게 나는 옆에 앉은 주은이와 보기위해 고개를 돌렸으나 , 날 철저히 외면하는 주은 ..
얘들이 워낙 지네들 잘난맛에 살아서 , 정말 은근히 이기적이다
같이보기 귀찮다 이거지 뭐 ..
난 앞에있는 만만한 신후를 콕콕 찔렀다
역시 나는 또 씹히고있었고..
" 야야, 책 같이보자 "
나는 조용히 그녀석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
" 손유라 학생 재빠르게 행동 못합니까 ! "
순간 신후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고있던 나에게 어택을 거는 수학선생님
또다시 많은 학생들에게 시선을 받은 난.. 대답없는 신후의 옆으로 책상을 드르륵 옮겨
신후와 함께 조인하였다 !! (물론 내 멋대로이지만..)
내말을 계속 씹던 신후도 .. 내가 옆에까지 가니, 그냥 귀찮다는듯 내쪽으로 책을 밀어주었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됬고 ...
이렇게 지루할수가 ..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숫자들이 싫다
난 수학책에다 '지루해~' 라고 끄적끄적 적었다
그럼 뭔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거 아냐 ? , 신후는 봤다 분명히 내가 적은걸 봤는데도,
날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했다
이녀석 벙어리 아냐 ? , 난 신후 목소리 들어본적 한번도없어
라고 혼자 생각하며 궁시렁 거렸다
그렇게 여러번 신후와 대화를 해보려 시도했지만...
때마다 실패했고 , 두어번은 선생님께 걸려 , 주위의 이목을 사야했다
" 신후 .. 걔 이상해 "
매점에서 주은이와 피자빵을 사먹으며 내가 말했다
" 걔 완전 싸이코야 , 몰라 ? , 걔에 대해서 아는얘가 아무도 없어, 어느 고등학교에서 왔는지도
모른데.. 선생님들 조차도 걔에 대해선 아무말도없고..아니 말을 피하는건지.."
주은인 사이다를 한모금 들이키며 , 아주 신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그 정도야 ? , 나 걔 목소리 들어본적 한번도없어 ,, 벙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니까? "
" 풋 너 웃겨 , "
" 넌 그럼 들어본적있어 ? "
내가 묻자 주은인 한참 생각하더니 곳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피자빵을 먹으며 난 다짐했다 !!
신후에게 꼭 말을 시켜보고 말겠다고
" 신후야 ~ 피자빵 먹을래 ? "
그 다짐이후로 , 난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런 나의 다짐을 듣고 , 내 몇몇 친구들은 어이가없다는듯이 날 아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난 절대 굴하지않았다
혼자 알수없는 책을 읽으며 , 점심시간을 보내고있던 신후는 내가 말을 걸자 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야 사람 말 무시하는거냐 ~ "
내가 피자빵을 책상위에 내려 놓으며 , 신후에게 말했다
그제서야 신후는 아주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날 올려다 보았다
내가 씨익 웃었고 , 신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책을 돌아보는것이다
나는 순간 내가 왜 이런녀석에게 관심을 갖었을까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혀버렸다
사람을 아무리 무시해도 유분수지 , 정말 너무 한거 아냐 ? 라는 생각을 홀로 하며
친구들곁으로 돌아갔다
" 것 봐 , 내가 쟤 싸이코랬지 ? "
" 푸풉 , 저 더벅머리가 은근히 성깔있는거 같다니까 ? "
" 지까짓게 성격있어봤자 ,, 후훗 완전 전국으로 찐따 당하면서 전학다니는거 아냐 ? "
" 설마 ~ "
얘들은 각기 자신의 의견들을 발표하며 , 신후를 맘껏 비웃었다
그쪽으로 들릴만도 한데 , 신후는 절대적으로 못들은척 책만 바라보았다
" 그만해 , 듣겠다.. "
내가 조심스럽게 얘들을 말렸고..
" 꼴에 들어봤자 어쩔껀데 ? "
나리는 다리를 꼬며, 들으라는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신후에게 꼭 말을 시켜보겠다던 나의 다짐이 순간 이렇게 멍청해보일수가없다
이건 말을 시켜보겠다기보단 , 완전 신후를 바보로 만들어버린셈이였다 ..
은근히 마음의 가책을 받은채 , 조용히 자리에 가서 앉았다
" 저기..미안해.."
내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 04편
" 야야 소문들었어 ? "
" 정말? 그게 정말이야 ? "
" 말도안돼, 걔넨 이미..."
- 탕탕탕
아침 조회하러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출석부로 교탁을 치는 포스에 , 시끄럽던 반은 금새 조용해졌다
" 신후 소식 아는사람 - !! "
선생님의 물음에 , 관심을 갖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신후랑 친한사람 "
또다른 선생님의 물음에 또한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선생님이 아침조회시간부터 신후를 찾는다 ..
이유인즉 , 신후는 4일 내내 학교에 나오지 않고있다
얼마전부터 보이지 않더니 .. 무단결석이였군...
" 이새끼들이, 전학생을 왕따로 만든거냐 ? 어떻게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
선생님은 큰 호통을 한번 치시더니, 이내 반을 한번 쓰윽 돌아본다
앗..이런..나와 .. 눈이 마주쳤다..
난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고..
" 손유라 , 아침조회 끝나고 잠깐 나 좀 보자 "
반이 살짝 술렁였고 , 얘들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는 순간이였다
으어어어.. 왜 신후녀석 문제에 제가 거길 껴야합니까 선생님!!
난 일주일전 신후에게 말시켜보기 작전이후로 후퇴중이였는데 ..
아무말없이 사고없이 혼자 조용히 잘 살고있었는데 말입니다..
난 선생님의 말에 잔뜩 울상을 지었다
아침조회가 끝나는 종소리에 따라 난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직행했다
" 손유라 .. 니가 신후랑 친하다며 ? "
선생님은 책상위에 있던 프린트물을 챙기시며 내게 물었다
" 네? .. "
" 왜, 얘들이 너만큼 친한얘가 없다고 그러던데 ? "
" 누, 누가요 ?! "
" 아냐 ? "
선생님의 카리스마에..차마 아니라고 대답할수도 없었고 .. 신후를 마냥 불쌍한 왕따로도
만들수없었다 ...
" 아무튼, 오늘 방과후에 선생님이랑 같이 신후네 좀 다녀오자 "
" ...선생님 혼자 다녀오셔도 되잖아요.."
내 반발에 선생님은 다시 한번 날 째려봐주셨다..
" 몇시에...뵐까요 ? "
난 억지웃음을 지으며 돌아설수밖에없었다
" 정말 ? "
교실에 들어서 , 내말을 들은 다윤이는 놀랐고 ..
" 응..도대체 누가 나랑 신후랑 친하다고 한거야!~"
" 그야...뭐 너랑 신후랑 말도 잘하구.. 책도같이 보는 그런사이라서..가 아닐까 "
다윤인 방긋 웃으며 내말에 반문했다
나는 그대로 책상위에 앉아 얼굴을 감쌋다
" 아 참참참 그거 알어 ?!! "
갑자기 다윤이가 호들갑을 떨며 내 옆에 앉았다
" 응..? 뭐가 "
난 한숨을 푹 쉬며 , 다윤이를 바라봤고
" 스윗젯!!! 걔네걔네 우리학교온데!!! "
" 스윗젯 ? .. 걔네가 왜 ? "
" 윤성이랑 은기 !!!!! 걔네 우리학교로 전학온데!! "
" 아~ 걔네가 또 왜 .....뭐!?!! 뭐라구!!? "
" 꺄아 - 유라 너도 걔네 팬이였구나!~ 하긴 ~ 걔네한테 안티가 어딨겠니~ 아아 왠일이니 왠일이야 "
" ..말..말도안돼.. 서은기.. 너..!!! "
" 응 ? 뭐라고 유라야 ? "
이게 무슨소리야 ..설마 설마 서은기 그녀석...!! 정말 우리학교로 전학올 생각인가 ..
그렇게 여러 생각에 얽혀서 , 수업에 집중도 하지 않은채 시간이 흘렀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난 핸드폰을 갖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뛰었다
신호가 가고 ... " 서은기 !! " 신호음이 끊기자 마자 난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 저기, 지금 은기 촬영중인데 .. "
매니저의 목소리였다..
" 아아..죄송해요 .. "
" 왜 무슨 볼일이라도 ? , 메세지 남겨줄까 ? "
" 저기..은기요..! ...아녜요.. 그럼 끊을께요 수고하세요.."
난 한숨을 쉬며 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야 이거.. 루머야..사실이야...
은기녀석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
" 저기 혹시 이과담당 김선생님 어디 계신줄 아세요 ? "
방과 후 나는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을 찾았지만, 선생님은 약속하신 자리에없었다
" 아.. 김선생님 , 갑자기 전화 받고 급하게 나가시던데.. 혹시 니가 유라니 ? "
교무실에서 서무를 담당하고있는 언니가 내게 쪽지하나를 건내주었다
" 아까 김선생님이 나가시면서 너한테 전해주라고 하더라 "
" 감사합니다 "
- 유라야 , 선생님이 오늘 바쁜일이 있어 먼저 간다 ..
그러니 신후네는 너 혼자 다녀올수있겠지 ? , 혹시 아픈게 아닐까 걱정이 되서 말야 .. -
그렇게 간단하고 무책임한 쪽지와 함께 신후네 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긴채 선생님은
사라지고 없으셨다
" 무슨일인진 모르겠지만 , 김선생님께서 굉장히 신경쓰시더라 "
방긋웃으며 말하는 사무담당 언니에게 난 그저 함께 방긋웃어줄수밖에없었다
아.. 이게 뭐야..정말..
혼자 잔뜩 인상을 찟푸린채 , 신후네 집으로 향하고있었다
" KG빌라가 도대체 어디야 ? "
학교앞에서 버스를 타고 세정거장 정도 가서 내린후.. 신후네 집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렸지만.. 길치인 내가 신후네 집을 쉽게 찾는건 역시 힘든일이였다
마침 내 옆에 'KG편의점' 이 있었고 ..
오호라.. KG편의점이라.. 그럼 이 근처에 이 KG빌라가 있다는 말인가 ?
난 자연스레 발걸음을 그 편의점 안으로 옮겼고..
바나나우유를 하나 집어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 850원 입니다 "
고개를 들어 계산대 직원을 보니.. 상당히.. 물어보기 겁나게 생겼다...
학생같이 보이는데.. 머리는 노랗게 물들여서..색조화장은 어찌나 시퍼렇게 했는지..
날 은근히 째려보는거같아!!! (혼자만의 착각인가..)
" 저기.. 혹시 KG빌라 .. 아세요 ? "
또 은근히 소심한 나는 바나나우유에 빨대를 꽂으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 네 "
그게..그 계산대 직원의 말이였다.. '네' 라니... 어딘지 알려줘야 할거 아냐..
" 하하.. 혹시 어딘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 "
" 아~ 네네 , 저쪽 삼승아파트 라고 아이보리색 아파트 옆을 그대로 꺾으셔서 공원이 보이면
그 공원 뒤에가 바로 KG빌라에요 "
순식간에 설명을 끝맞친 계산대 직원분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꾸벅 숙인 후 , 편의점에서 나와 , 그 길로 향했다
" 흠..여기군 "
선생님이 적어준 종이쪽지를 꾸기적 펴보며 , 이 빌라가 그 빌라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 308동이라.. "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며 , 308동을 찾았고
" 이얍! 여기야 ~!! "
308동이란 하얀색 글씨를 발견한 그 즉시 혼자 남모를 쾌감을 즐기며 , 빌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녀석.. 3층에 사는군.. 이 앨래배이터를 이용하자니 뻘쭘하고..걸어올라가자니 귀찮은..
이 난감한 층수.....
어떻게 할지 한참 고민하다.. 앨래배이터가 8층에서 끝까지 안내려 오는것에 화가나
계단을 찾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2층에 방금 올라섰는데 다리가 아프다..이 운동부족..
" 어어어 ~!! "
아... 진짜 아퍼.. 갑자기 내려오는 무언가에 부딫혀 , 계단 아래로 구르고 말았다
- 05편
" 아윽.."
정말 아프니까 눈물이 핑 고이네..
" 아..뭐야 "
남자목소리가 들렸고
난 계단 아래로 구르다 무릎부분이 다쳤는지, 그곳이 너무 아파 붙잡고 신음하고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아까 그 남자가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 저기 괜찮냐 ..? "
왜이렇게 아픈지, 대답할 겨를이없었다
" 어디 좀 보자, "
내 앞에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아 나를 보며 말했고
내 교복스타킹은 완전히 다 나간상태였다
" 아 .. 이거 다 까졌네.."
그 남자는 굉장히 귀찮다는듯한 어투로 내 무릎을 보며 건성건성 말하는듯했다
아파서 고개를 푹 숙이고있던 나는 기가 막혀
눈물이 앞을가렸지만 고개를 들어 말했다
" 저기요! 전 굉장히 아프거든요?! "
내가 흥분해서 한 말에 그남자는 순간 당황한듯..
' 아..' 멍하니 잠깐 있더니
그제서야 날 보고 빙그레 웃는다
뭐지 ? 이남자 .. 왜 사람 기분나쁘게 웃는거야
난 어이가 없어 눈물을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또 다시 한마디 해주려고 그 남자를 다시한번 올려다 보았다
' 이런..굉장히 잘생겼잖아 !! ' 라는게 화를내지 못할망정 .. 내 처음 속내였다
" 많이 아프냐 ,, "
내 무릎에선 피가 나고있었다 !! 이럴수가..
" 으..으앗.. 피..!! "
난 아픈것도 잠시 잊은채 시뻘건 피가 내 무릎위를 가득 덥었다는 그 광경만으로도 ..
큰 충격에 휩싸였다
" 일어날수있겠어 ? "
그 남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연한 파스텔톤 푸른 비쥬얼 남방에 , 회색 세미 자켓을 걸치고 , 그 아래론 길다란 다리를 뽐내듯
세미 청바지를 입고있었다 .. 그리고 그 옆엔 그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셀무로된 크로스 백이 놓여져있었다 외출하던 찬라에 나와 부딫힌듯했다
" ..괜찮아요 "
순간 그 손을 덥썩 잡아야 할지 고민하다.. 이건 아닌듯싶어 , 혼자 일어나려고 땅에 손을 집었다
발목을 삐엇나 ...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발목에 고통이 느껴져 다시 주저 앉고 말았다..
" 안되겠네.. 하아..어쩐담.."
그 남자는 곤란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바쁘실텐데 그냥 가 보세요.. 바로 윗층이 친구네 집이라.."
그래 신후는 내 친구야 !! .. 그냥.. 빗대어 표현한것뿐이였다..
" 아..그래 ? 근데.. 혹시 삼층 ? "
" 네 ? 아니 그리구 왜 아까전부터 반말이에요 "
아파서 말 못했지만 , 처음부터 반말이다 이사람
" 아니.. 걸어올라오는거 보니까 삼층인가 싶어서.."
내 말을 무시하네..
" 맞아요 "
" 풋, 친구라 ... 신후 집에 없을껄 ~ ? "
" 어? 신후 아세요 ? "
" 응 , "
그 사람은 피식 웃었다
" 신후 어디 갔나요 ? .. 요새 학교에 통 안보여서 .. "
" 그래서 니가 신후 여자친구라도 되는거냐 ? , "
" 에엣?! 아니요~ !! 전 그저 .. "
" 아무튼 너 ... "
내가 무슨말을 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더니 ..
갑자기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나를 들쳐 안았다
" 으앗, 뭐하는거에요 !! "
" 너 일어나지도 못하잖아.. "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 이내 아까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낯선 남자 품에 그대로 안기다니 , 얼굴이 계속 화끈거려 미치는줄알았다
비밀번호 장치로 된 문을 열더니 , 자연스레 집안으로 들어가는 그 남자 ..
" 저..저기요 "
난 어디로 가는지 몰라 그 남자를 불렀고
아무말 없이 그 남자는 , 거실에 놓여져있는 쇼파에 날 눕혔다
방에 들어가 전화를 하는건지 ..
" 여보세요 , 나 오늘 좀 늦을거 같다고 전해 , " 이 한마디를 뒤론 아무말도 듣지 못했다
신후네라.. 정말 아무도 없네 ..
그냥 굉장히 깨끗한 집이였다 가구도 굉장히 심플했고 ..
거실에 그 흔한 가족사진 액자하나 걸린게 없었다
멀뚱멀뚱 침대에 누워 주위를 돌아보고있었는데..
그 남자가 통화를 끝냈는지 , 방에서 나왔다
" 저기 죄송해요.. 저 때문에.. 나가시지도 못하고.. "
내 말에 그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 다가오더니 ..
거실 탁자 서랍속에서 하얀 구급상자를 들고왔다
" ..무릎에서 피가 좀 많이나는데 ? "
그 남자는 구급상자에서 소독약을 꺼내들며 말했다
" 그리고.. 이 스타킹 좀 어떻게 해봐라 .."
민망하다는듯 머리를 긁적이는 그 남자
" 상처 주위를 물로 씻어내야 소독을 하지 ... "
" 죄송해요.. 발목이 삔거같아요 .."
그냥 처음 본 사람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것 보니 나쁜사람같진 않아보인다..
자기 약속도 있을텐데.. 날 챙겨주니 더더욱 미안해진다..
아무리 그 사람이 초면에 반말이라 하여도..
갑자기 또 아무말도 없이 일어나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
" 이거 발목에 대고있어 "
주방에 다녀온건지 , 얼음팩을 내게 가져다 주었다
" 고마워요.."
" .. 스타킹 좀 벗어 보던가 "
" 에에??.. "
난 깜짝놀라 되물었고
" 아까도 말했듯이 .. 스타킹 때문에 소독약을 바를수가 없잖아 "
" 그냥 가위로 잘라요 ! "
난 당황해하며 , 그냥 그 스타킹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라고했다
날 한번 쳐다보더니 , 구급상자에서 붕대를 자르는 가위를 꺼내들어 대충 잘랐다
" 아앗, "
소독약을 바르는데 정말 아프다
" 어디 연락할때 없냐 ? "
소독약을 바르고 , 연고를 발라주더니 고개를 들고 내게 물었다
" .. 잘 모르겠어요 .."
내 말에 , 어이없다는듯이 날 쳐다봤고 ..
" 없어요 .. 부모님은 시골에 계시거든요 .. 그리고 오빠는 회사에 있구.. "
내 말에 .. 그 사람은 한숨을 푹 내쉰다
" 근데..신후 어디 갔어요 ? , 당신 누구에요 ? "
갑자기 생각났다 ,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신후를 만나러 온건데..
" 걔 .. 아파서 병원에 있어...그래.. 병원.. "
" 네!? 정말 어디가 아픈거에요!?.. "
난 놀란 토끼눈으로 그 사람에게 물었다
" 자세한건 모르겠다 .. "
" 그럼 당신은 누군데요 "
" 나.. 신후 사촌 형 "
" 근데 왜 여깄어요 ? "
" 신후랑 같이 살아 "
" 정말요 ? 둘이만 사는거에요 ? "
" 어 "
" 학교에서 걱정하고있어요 ,, 전화라도 해주지.."
" 아.. 너 그럼 학교에서 보낸거구나 ? "
살짝 미소를 지으며 , 내게 말하는 그 사람..
그 사람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몰라 .. 생각하던도중
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 표시에 '은기' 의 이름이 떳고 ..
" 어 , 은기야 "
" 손유라 전화했었다며 , 근데 너 어디야 "
" 응?.. 아 나..지금.. "
내 통화엔 별 관심이 없는듯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있는 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통화를 이어나갔다
" 친구네 집이야 .. "
" 아..그래 ? .. 집으로 전화했는데 안받더라 "
" 응.. "
" 그 친구한테 ,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되겠네 "
그 사람은 구급상자를 들고 일어서더니 , 전화를 받고있는 나에게 말했다
" .. 옆에 누구야 ? "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나보다 ,
" 아..그냥.. 음..은기야 지금 안바쁘면 ... 이리로 좀 올수있을까.. ? "
은기..항상 바쁜거 내가 잘 아는데.. 이런 부탁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도 어쩔수없다..
계속 여기 있을수도없구..
" 왜 무슨일 있어 ? "
걱정스럽게 묻는다
" 아..저기..그게..내가 좀 다쳤거든.. 그래서 움직이질 못하는데..오빠랑도 연락이 안되구...."
" 뭐 ? 다쳤어 ?! 거기 어디야 "
은기가 꾀 놀랐나보다 , 난 집 주소를 불러줬고 , 이번 스케줄이 끝나는 데로 오겠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내게 말했고, 그때 매니저가 부르는 바람에 금방 전화를 끊게 되었다
" 남자친구 ? "
내 옆에 앉더니 날 쳐다보지도 않은채 물었고
" 아니에요 "
난 얼음팩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내 대답에 그 사람은 피식 웃었다 ,, 기분 나쁘게 시리..
" 그나저나 이름이 뭐에요 ? 우리 통성명도 안했네 , 난 손유라에요 "
" 난.....신..민.."
" 그쪽도 이름이 외자 구나 "
뭔가 사람이 말을 했으면 이어나가는게 있어야지 , 항상 내가 말을 꺼내고 말을 맞친다..
" 되게 달라요 .. "
썰렁한 분위기에 내가 또 다시 말을 꺼냈고 ..
그사람..신민은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 그냥요 .. 둘 분위기가...뭐 말없는건 닮았네요, 사실 신후 목소리 들어본적이 한번도 없지만요~ "
내 말에 그저 그남자는 피식 웃어보이곤 말았다
" 음..뭣 좀 먹을래 ? "
신민은 부억을 향하며 내게 물었고
" 아녜요..괜찮아요 "
난 어색하게 상처난 무릎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신민은 센스없게도 되묻지도 않고선 내 옆에 다시 와 앉았다
한동안 집안에 정적이 흘렀고...
" 그나저나 신후는 어디가 아픈거에요 ? "
" 글쎄... "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쪽턱을 괴고 쇼파에 앉아 대충 대답하는게 눈에 보였다
" 글쎄라뇨 , ! "
" 아아..미안..뭐라고? "
역시 딴생각을 하고있었던 거야 저사람
" 신후요..신후 어디가 아프길래 몇일동안 학교에도 못나오고 병원에만 있는거냐구요 "
" 아... 신후녀석... 흐음...어디가 아프더라.."
" 저..이봐요 .."
난 어이없단 표정으로 그 사람을 쳐다봤고
그 사람은 정말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 몰라, 그 새끼 아마 밤새 공부하다가 코피터져서 쓰러져서 빈혈로 병원에 실려갔을껄 ? "
" 에에!?! "
내가 놀라자 그 남자는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고 ,
" 요샌 시험기간도 아닌데... 무슨 공부를 그렇게 해요? "
" 아... 그런가.."
정말 이 남자 ... 알수없는 사람이다
" 근데 그쪽 몇살인데 자꾸 나한테 반말이에요 ? "
" 흠... 23살 "
" 굉장히 동안이시네요 "
" 동안이 아니라 미남이지 "
참 뻔뻔스러울 정도다 ..
나이는 내 또래정도 되보이는데.. 23살이라니 ..쳇
" 그나저나 니 남자친구는 언제쯤 온데냐 ? ... "
" 남자친구 아니라니까요!? "
" 지금 다들 나 찾느랴 난리난거 안보여 ? "
신민은 자신의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내게 내밀었다
' 부재중 통화 11건 ' 이라는 파란색 글씨가 내눈에 비춰졌다
" ..바쁘면..그냥 가보던가요.."
내 말에 신민은 한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자세를 낮추어 쇼파에 눕듯 기댔다
얼마나 지났을까 ..
내 핸드폰이 울렸고 , 은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나 거의 다 도착했어, "
" 빨리오네, 바쁜데 나 때문에.."
" 아냐아냐, 기다려 금방 갈께 ~ "
그러곤 전화가 끊겼다
" 제 친구 금방온데요 .."
핸드폰을 마이 주머니에 넣으며 내가 말했지만,..... 또 무시당했다
10분이 채 되지않아,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 신민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 06편
" 실례합니다만, 혹시 손유라씨 안에 있나요 "
반가운 은기의 목소리가 멀찌감치 들려왔다
" 들어오세요 "
" 은기야 ~ "
방송중에 온건지 끝나고 급히 온건지 , 평소답지않게 블랙정장으로 쫙 빼입고온 녀석이다
역시 연예인은 좋은거야..협찬..협찬....
아무튼, 은기가 나타나자 이제서야 안심이 된다 .. 정말 이대로 어쩌나 싶었는데...
" 괜찮아? 어디가 다친거야 , "
내가 보이자 마자 은기가 급히 달려와 날 살폈고
" 아.. 그냥 계단에서 좀 .. "
" 아우, 역시 손유라 칠칠맞긴,, 이거 어쩔꺼야 .. 무릎에 상처가 제대로 났네.. 일어날수있겠어 ? "
은기가 내 어깨를 감싸안아 올리려 했지만, 발목이 삐어서 역시..불가능이였다
" 저기.. 발목이 삐끗해서.. 못일어나겠어 "
" 정말~ 칠칠맞구나 너~ ? "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서 쳐다본 곳 엔, 은기와 비슷한 디자인의 정장을 빼입은 , 오윤성이 서있었다
" 농담이야 농담 뭘 그렇게 째려보냐 ~ "
" 병원 가봐야 겠다, 윤성아 종철이 형한테 어디가지 말고 현관앞에 차 대기시켜 놓으라고 해 "
" 아~예 그렇게 합죠 ~ "
저런 짖궃은 말투 .. 아무나 할수있는게 아닐텐데..참..
그렇게 그녀석은 현관을 나섰다
" 아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 "
" 뭐가 미안하냐 자꾸 .. "
은기가 웃으며 날 들어 안았다
" 아 이 정장 진짜 불편하네 "
혼자 중얼거리며 현관으로 향했고
" 신세를 졌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
옆에있던 신민에게 은기는 살짝 목례를 하며 말했다
" 잘가요 손유라씨 ? "
잊고있었던 내 책가방을 내게 내밀며, 작은 미소를 짓는 그 사람 ..
방금까지 쓰던 반말은 어디가고, 손유라 씨 라니.. 하하 ..
그렇게 책가방을 받아든 후 ,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현관문을 빠져나왔다
" 아까 그 사람은 누구야 ? "
앨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중 은기가 아무표정없이 내게 물었고
" 아... 친구 사촌 형이래 "
" 사촌형 ?.. 그 집엔 왜 갔었어 "
" 그냥..뭐..친구끼리 집도 못찾아 가나 ~ "
선생님이 시켰다고 말할수도있었지만, 그냥 긴긴 이야기 대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금방 일층에 도착했고, 멀지않은곳엔 검은 벤이 보였다
" 벌써 어두워졌네 ... "
내가 혼자 중얼거렸다
" 그러게 말이다 "
" 형 , 가까운 병원으로 가요 "
벤 안엔 내가 생각했던것과 달리, 오윤성과 매니저분밖에 없었다
" 아..안녕하세요 "
은기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은 내가 매니저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냈고
" 반가워요, 말로만 듣던 손유라씨군요 ~ "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답하는 매니저 아저씨 , 첫인상이 굉장히 좋았다
내가 차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자, 앞자리에 매니저 아저씨와 같이 앉아있던 오윤성이 뒤를 돌아보며
" 다른 얘들은 먼저 숙소로 돌아갔어, 왜 은근히 기대했었구나!! "
어쩜 내 생각을 그리 잘알았는지
오윤성이 실실 쪼개며, 날 약올렸다
" 넌 피곤하지도 않냐 "
은기가 내 옆에서 눈을감고 앉아 윤성을 나무랬다
" 근데 넌 왜 온건데 ? "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오윤성을 쳐다보며 말했고
" 나야 ~ 우리 은기가 가는곳엔 언제나 ~~ "
두손을 홀로 마주잡으며 짖궂게 웃는 오윤성
" 시끄럽다 , 오윤성 "
두눈을 감고 인상을 짓푸리며, 말하는 은기
" 하하, 얘 너 다쳤다고 하니까, 재밌겠다면서 따라온 녀석이다 "
매니저 아저씨가 웃으며 내게 말했고
" 내 그럴줄 알았어~ "
내 말에 혀를 내밀며, 얄밉게 돌아서는 녀석 ..
" 은기야 너 많이 피곤하구나 ? "
내 말에 아무대답없는 은기...
혼자 뻘쭘해 그냥 나도 눈을 감아버렸다
" 계단에서 굴렀다고 하셨죠 ? , 그냥 근육이 살짝 놀랬네요, 오늘 저녁 찜질 푹 해주시고
자면 내일 학교에 가는것도 무리 없을것같네요, 하지만 운동은 피하시구요 "
은기가 올라오면 괜히 또 소란스러워질것같아, 매니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아저씨와 함께 병원에 와 진찰을 받았다
그렇게 다시 벤으로 돌아가자, 오윤성이 또 혼자 신나게 떠들어대고있었다
" 어? 금방 왔네 ? "
나를 보고 오윤성은 또 난리를 쳐댔고,
" 방금 유한 형 이랑 통화가 됬었는데 , 오늘 야근이란다 "
은기가 날 부축해 자리에 앉치며 말했고
" 아 오빠라는 작자는 항상 필요할때만 없어요 ~ "
" 형이라고 뭐 야근하고 싶어서 하겠냐, 니가 이해해라 "
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도 다행이다 나 이제 스케줄 없거든 "
" 왜 ~ ? 그렇게 바쁘더니 , "
" 아, 우리 이제 2집 활동 마무리 하고있거든, 그래서 스케줄 계속 줄이고 있는 중이야 "
" 오~ 마무리 하면 , 이제 시간 좀 나겠네 ? "
" 밀린 학교도 다녀야 하고, 공부도 좀 해야지, 또 다음 음반 녹음 하려면 완전 또 죽음이다 "
" 큭큭.. 하여튼 서은기 완전 바쁘네 "
은기랑 내가 이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우리 집앞에 금방 도착했고
오윤성은 뭐가 그렇게 피곤한지, 우리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도 보지 못한채 졸고 또 졸았다
" 그래 서은기 이따 전화해라 , 데리러 올께 "
매니저 아저씨는 친절한 미소를 지어준 뒤 우리를 배웅해주셨다
" 괜찮겠어 ? "
은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쩔뚝 걸을음 하는 나를 보고, 안쓰러운 눈으로 은기가 물었다
" 괜찮아 괜찮아, 의사선생님이 별로 심한것도 아니라고 했어 "
앨리베이터에선 쓰레기를 버리고 오시는 어느 중년의 아주머니와 함께 타게 되었다
" 혹시 학생 TV에 나오는 ..그 연예인 아녀 ?! "
캡모자를 눌러쓴 은기에게,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삿대질을 하시며 재촉하신다
" 아닌데요 "
은기는 고개를 더욱 숙이며, 대답했고
" 아니긴 뭘 아녀, 우리 딸이 허구언날 그그 N.MET 인가 그거 틀어놔서 나도 보는구먼 "
" 하하, 아주머니~ 아니에요 , 연예인은 무슨 , 그래도 ~ 얘가 좀 잘생기긴했죠 ? "
나는 은기에게 기댄채 방글방글 웃으며 아줌마에게 아니라고 손을 가로저었다
" 그런겨~? 오해해서 미안하구먼, "
" 아..아닙니다 "
그리곤 곧 바로 앨리베이터가 멈추었고, 은기랑 나는 서둘러 내렸다
" 요즘엔 아줌마들한테도 인기 폭팔이네 ? "
쇼파에 앉아 꺌꺌 대며, 은기를 놀려먹었다
" 웃지마 ,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 "
은기는 머그컵에 물을 따르며, 내게 투정을 부렸다
" 뭐~ 좋구만 "
나는 끝까지 낄낄 거렸다
" 아..약먹기 전에 먼저 뭐라도 좀 먹어야지, 얼음팩 여깄어 좀 대고있어 , "
약봉지와 물이담긴 머그컵 그리고 얼음팩을 가져다 주며 은기가 말했다
" 집에 먹을꺼 없을텐데 , 라면이라도 먹을까 ? "
" 야, 아픈얘가 무슨 라면이야 , 정말 아무것도 없냐 ? "
은기가 전기밥통을 열어보았지만, 정말 텅텅 비어있을게 뻔했고, 냉장고에도 반찬이라곤 없었다
" 뭐 먹고싶은거 없어 ? "
정말 먹을게 없다는걸 확인했는지, 은기는 돌아서서 내게 물었다
" 만~두 !! 김치만두 고기만두!!! "
얼마전부터 정말 만두가 먹고싶었던게 사실이다
" 난 그럼 김밥 !! "
은기는 냉장고에 붙여져 있는 분식집광고 자석을 발견했는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시켰다
" 20분 정도 걸린데 - "
은기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쇼파에 털썩 앉았다
" 정장 안불편해 ? , 들어가서 갈아입고와 "
" 귀찮아, "
쇼파에 기대 누우며 은기가 조용히 말했다
순간적으로 방안에 정적이 흘렀고 ...
" 근데... 아까 그 사람 .."
은기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 아아아.. 신민 이라고.. 내 친구 사촌형이래 "
내가 요란스럽게 박수를 쳐대며, 큰소리로 말했다
" 근데 니가 혼자 왜 거길가있어? "
" 아..친구..친구가 아프다고해서 , 병문안갔었지~ "
" 혼자 ? "
은기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 아주 엄청 친한 사인가보네 ? "
비비꼬듯 은기가 말했고
" 왜..왜 그렇게 말해 "
" 내가 뭘 ~ "
마냥 어린얘 처럼 입을 삐죽 내미는 녀석
" 그게..사실 선생.."
선생님이 시켜서 억지로 갔단 소린 차마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 어찌됬건.. 그래도 다음부턴 남자얘 집에 혼자가고.. 그러지마 "
은기가 나긋한 목소리로 날 타이르듯 말했다
" 아니 그게 아니라 .."
내가 말을 하려던 순간 , 현관 초인종이 울렸고
" 어, 벌써 왔나 보다 "
은기가 지갑을 챙겨, 현관으로 나갔다
" 오~ 떡볶이도 시켰네!! 서은기 센스~ "
나는 좋아라 하며 , 점심이후로 아무것도 못먹은 허기를 열심히 채웠다
" 채하겠다 천천히 먹어 "
김밥하나를 집으며 은기가 말했고 ,
" 어, 누나 "
무슨소린가 싶어 은기를 쳐다봤더니, 어느새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하고있었다
" 아~ 알았어, 잘 접어서 곱~게 보관해두겠습니다~ 네~네~"
금새 통화를 끝내더니,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내가 입에 만두를 물고 쳐다보자, 은기가 피식웃으며
" 옷~ 코디 누나가 , 옷 잘 보관해 두란다, 내일 반납해야된다고 "
은기는 자신이 입고있는 정장의 옷깃을 한번 들춰주더니, 씩 웃으며 방으로 향했다
- 07편
' ~ ♬ '
" 흐음.. "
핸드폰이 미친듯이 울려대는군 ... 침대에 누워 손을 뻗으니, 핸드폰이 금방 잡혔다
" ..여보세요"
갈라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 이럴줄 알았어, 손유라 아직도 자고있냐 ? "
" 어? .. 은기야 왠일이야? "
" 지금 몇신줄 알고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따가 보자 ~ "
" 응? 뭐라구 ? 야야야 "
은기는 이따가 보자는 말만 남긴채 전화를 끊었고...
생각없이 바라본 시계는 벌써 ..............헉..오전 7시30분?!..
잽싸게 샤워를 하고, 준비를 대충 하고
토스트 한조각을 입에 문채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대략 어제 은기 가는것도 못보고, 혼자 먹다 잠든듯 한데 ...
은기가 내 방까지 날 데려다 놓은듯 싶다 ..
젖은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며 얼려고한다 ..이런..
바빠서 다 못말리고 나왔는데, 으슬으슬 굉장히 춥군...
다행이 어제 다친 다리가 밤새 호전됬는지,
살짝 저는걸 빼면 걸어다닐만 했다
오늘따라 교실이 유난히 시끌벅적하네 ..
" 유라야 , 진짜래~!! "
" 강정은 너 갑자기 왜그래 , 하하 야 무섭다 "
교실에 들어온 나의 팔을 잡곤, 갑자기 호들갑을떠는 정은이
" 우리 윤성이랑 은기!! 오늘 우리학교 오는거 맞데!!!! 오늘 아침에 주번이 교무실에서
정확히 봤데, 몇몇 더 본얘들도 있는데, 지금 얘들 다 장난아냐!!! 난리났어!! "
" 뭐...뭐라고?!! "
" 풉, 손유라 뭘 그렇게 놀라냐 ~ 근데 어차피 와봤자, 걔네 바빠서 학교도 제대로 못나올게
뻔한걸..그리고 학교에서 걔네 위한답시고, 되게 지랄할게 뻔한데 오히려 귀찮아질수도있잖아 ?
않그래 ? "
언제왔는지 주은이가 사물함에 기대혼자 중얼거리고있었다
' 누가 재벌집 딸내미 아니랄까봐 싸가지는 더럽게 없어요 '
정은이가 조용히 내게 중얼거렸다
' 풉.. '
난 동조의 뜻을 보내펴 피식 웃어보였다
그것도 잠깐...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 은기 ' 라고 액정화면에 이름이 떳다
" 아직 종 치려면 시간 좀 있지 ? "
내가 정은이에게 묻자 , 정은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핸드폰을 갖고, 복도로 향했고
" 야!! 서은!!..."
은기의 이름을 크게 부르려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수화기를 더욱 가까이 댔다
" 아 벌써 들킨건가 ? "
" 너..너 지금 장난할때야 !? 그 소문 정말 사실이야?? "
" 그게 소문이냐 , 니네학교 진짜 시끄럽다 , 완전 여고가 따로없네 "
" 너 거기어디야!! , 누가 잘다니던 남고 때려치고 이리로 옮기래!? "
" 뭘 그렇게 화를내 , 풉,, "
" 후..아무튼 , 하나만 약속해 .. "
" 응? 뭔데 "
" 절대 나 아는척 하지마!! 오윤성 한테도 전해 !! "
" 야..너무 한거 아냐 ? "
" 너 진짜 내가 광주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면!!! "
" 아아~ 알았어 알았어, "
" 수업들어갈게, 빨리 끊자 "
난 전화를 딱 끊고,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다시 시끄러운 교실로 들어갔다
" 어? 신후왔네? "
" 너 걔랑 무슨 썸띵 있는거 아냐 ? 큭.."
주은이가 내게 오더니 내 옆구리를 쿡 찔렀고
" 너는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을 하냐 ~ "
정은이가 어이없단 표정으로 주은이를 바라보았다
신후는 이 시끄러운 교실에서도 혼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있었다
" 아무튼, 오늘 오윤성,서은기 온다고 해서, 이사장이 특별히 납신댄다~ "
주은이가 마이 주머니에서 립글로즈를 꺼내며, 중얼거렸다
" 우리학교 이사장이 ? 왠일로 학교엘 다 오냐~ 역시 연예인이 온다니까 풋 "
" 그러게..그 바쁘고 귀하신몸이,, "
정은이와 주은인 연신 수다를 떨다, 종이 치곤 자리로 향했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 안녕~ "
내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신후에게 인사를 했고,
신후는 날 사뿐히 무시해주었다
" 나 어제 니네집에 갔었는데~ "
역시 아무반응이없다
" 정말이야~ 너네 사촌형..맞아 신민 그사람도 봤었어 , 진~짜 잘생겼드라~"
날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녀석 !!
" 야 신후 너무한거.."
내가 신후에게 화를 내려는 그 순간, 조회를 하러 들어온 선생님이 책상을 탁탁 침과 동시에
내 말은 중단되었다
" 자자, 다들 왜이렇게 시끄러워!? "
" 에이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
말하길 좋아하는 선영이가 대표로 나서 선생님에게 말했고
선영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생님이 출석부로 책상을 치며 말했다
" 들어와 "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갑자기 교실이 술렁이기 시작됬고
내 등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설마..설마....아니되어요!!...
교실 문이 열리자 .. 교실은 완전... 난장판이 되었다..
꺅꺅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났고, 완전 뻥져서 넋이 나간 얘들도있었다
남자얘들중에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얘들 그리고 환호하는 얘들이 대부분이였다
그 와중에도 난 차마 고개를 들수없어 완전 온갖인상을 쓴 채 고개를 숙일수밖에없었다
" 조용조용!! "
선생님이 또다시 출석부로 책상을 두번 쳤고, 금새 교실은 조용해졌다
" 인사해 "
선생님은 그 새로운 전학생........오윤성 군에게 .. 말했다
그렇다... 그 난리법석 요란한 말많고 성격..진짜 별로인...그 오윤성이..우리반에 배정되버렸다...
" 안녕 , 오윤성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요 "
오윤성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귀여운 방송용 미소로 반 여자얘들의 마음에 불을 질살랐고
그 후 반 여자얘들의 반응은 완전 과관이였다,
" 흠..빈자리가 없구나 "
교실을 쭉 둘러보던 선생님이 말했다
" 손유라! "
선생님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불르신다..헐..나...나날..조용히 가만히 있는 날 왜!!!
" 옆반가서, 책상 남은거 있으면 달라고해, 없으면 옥상가서 하나 가져오고 "
" 네?.."
그런걸 왜 저한테 시켜요? 저기 건장한 사내녀석들이 얼마나 많은데...
" 니 뒤에 자리가 비었잖냐.. 오윤성이 니 뒤에 앉을껀데, 니가 가져다 줘야지..그치? "
난 선생님에게 찍힌건가..어제 신후네 집에 혼자 다녀온것도 모잘라서
이젠 오윤성 책상까지 나보고 나르라고하다니..
울상이 되어 옆반 선생님께 여쭤보니, 남는 책상이 있다며 ,
그 반의 건장한 남학생을 시켜, 우리반까지 옮겨주었다
역시 천사같이 예쁘고 착한 미술샘~
얘들은 전혀 수업에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오윤성..오윤성..
아무리 연예인이라곤 하지만.. 하긴 나도 처음봤을때 굉장히 신기해 했었지
지루한 수학시간... 뒤에서 볼펜이 내 등을 콕콕 찌름이 느껴진다..
하지만 돌아봐선 안돼.. 안돼...
더이상 참지 못하고 난 조용히 인상을 쓰며 돌아봤고
나를 본 오윤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난 그런 그 아이를 외면해주었다
' 아는척하지 말라고 그리 부탁했거는... '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며 말이다..
솔직히 내가 이렇게 과민반응하는데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광주에 살던 시절...
은기가 그렇게 서울로 떠나고, 아이돌 스타로 급부상할때, 은기의 출신학교로 우리 중학교가
네티즌들로부터 곽광을 받던 시기가있었다, 그래서 또한 많은 팬들이 은기의 중학교시절과
어린시절을 궁금해했고,
은기랑은 가족들끼리도 친하고, 어려서부터 쭉 함께 지내왔던 사람인..내가 제일..유독..
학교에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정말 하루에도 수십명씩 내게 질문공세를 펼쳤고, 나중엔 은기와 나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도
퍼졌던적도있고, 은기와 내가 함께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여러장 돌아 다니기도했었다
말그대로 정말 끔찍했던 시간들이였다
아무튼 고등학교도 새로 올라왔는데, 이젠 더이상 그런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서은기 녀석 무슨 생각으로 우리 학교에 전학왔는지 이해할수없다
거기다 오윤성 녀석까지 달고 말이다
" 내일 체육시간에 호루라기 가져오래 ~ 안가져오면 수행 -20% "
체육부장녀석은 솔선수범하며 온 교실을 지발로 걸어다니며, 항상 저런 짓을 하곤한다
수행 - 20% 라니..말이 되니!?! 협박을 어쩜 그렇게..
" 웃긴다, 구라를 쳐도 어쩜 저렇게 생각없이 쯧쯧.. "
소라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이였나보다 ,
4교신 자습시간이였다, 영어선생님이 아프다나 뭐래나 ...
잔뜩 내준 숙제를 홀로 앉아 하고있는데, 뒤에서 또 찌른다 ...
난 이마에 힘을 팍 주고 뒤를 돌아 말했다.. 아주 작게..조용히.....소심하게 .. ' 찌르지마 ! '
이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오윤성은 미소를 머금고, '왜?' 라는 입모양을 지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오윤성이 쪽지하나를 건내주었다
나는 다른얘들이 볼까, 잽싸게 받아 돌아앉았다
' 은기가 점심은 조용한 곳에서 먹고 싶다는데, 그런데 있냐 ? '
못난 글씨체 하고는..쯧쯧..
' 자꾸 아는체 하지마 ㅠ .. 얘들이 너랑 나랑 아는 사이인거 알면 , 나 곤란하거든?! 그리고 점심은
두분이서 알아서 드셔염~ '
난 보라색 펜을 꺼내들어, 대충 휘갈겨 쓰고, 뒤로 넘겼다
' 와 ~ 손유라 정말 냉정하다~ 어떻게 이럴수있어!! ㅠㅠ 학교지리라곤 하나도 모르는 우리 둘을
내팽겨치다니!! '
받아드는순간 .. 정말 이걸 확 !!
어디서 앙탈이야, 이게
' 아~ 몰라 , 그럼 점심시간에 티 안나게 나 따라와 .. 너 그 체육부 얘들이 보디가드 해준다며 '
' 그러게 얘들이 심하게 앵기면 해준다고 하던데, 학교내에서 외부인 못쓰잖냐 ..'
' 잘났어요 ~! 암튼 쪽지 그만 보내세염~ '
" 아아 진짜... 장난아니다 "
사관 옥상에 올라선 두 녀석은 가쁜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점심시간은 완전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다들 이 두녀석을 보러 몰려서, 교실을 빠져나온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 풉..
녀석들 누가 연예인 아니랄까봐, 교복도 CF찍는것처럼 어찌 저렇게 잘 맞춰 입었는지 ...
참,, 내 눈만 호강하는군...
" 뭘 그렇게 봐 ? "
오윤성이 또 시비다
" 아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 "
은기가 양손에서 도시락을 꺼냈고
" 그게 다 뭐야 ~? "
내가 놀라 물었더니 ,
" 종철이형이 학교가는 첫날이라고 도시락을 이빠이 싸줬어~!! "
은기가 어린아이 마냥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시락을 풀었다
색색가지의 반찬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센스있게 김밥과 유부초밥이 메인메뉴로 들어있었다
" 우와~ 완전 요리사다 요리사!! "
내가 눈이 동그래져 환호성을 쳤고
" 우리가 매니저 하난 잘뒀어 ? "
오윤성이 실실 쪼개며 장난을쳤다
배부르게 먹고, 내가 준비해온 커피우유까지 마시고 나니 기분이 꾀나 업됬다
" 그나저나 , 서은기씨 이제 설명 좀 해보시지 ? "
내가 팔짱을끼며 인상을 확 쓰며 은기에게 다가갔고
" 어?..어? 뭘 ~ "
" 갑자기 잘 다니던 학교는 때려치고, 이 학교로 온거냐구! "
" 아니.. 그게 ... "
" 내가 오자고했어~ "
갑자기 오윤성이 끼어들었다
" 정말 내가 오자고했어, 왜~ 이 학교 좋잖아~ 우리가 다니던 학교, 구려구려~ 또 남자얘들만
득실거리는 학교 뭐가 좋다고 댕기냐~ , 아무튼 이 학교가 유명하고 또 잘 알아주니까
대학가기도 쉽고~ 하하하 뭐 그런거지 인생 뭐 있나~ "
..저 저 자식이..말이라고 !! 정말 잘 나불대네,,
" 서은기 너도 알잖아 내가 광주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알잖아 너도.."
힘이 빠진다.. 어떻게 이렇게 온얘들을 다시 돌려보낼수도없는거고
나 때문에 온것도 아니고, 지내가 좋아서 왔다는데,,
내 말을 들은 은기가 입을 열었을때,
" 야 종치겠다, 빨리 가자 "
시계를 보며, 오윤성이 은기의 팔을잡고 호들갑을 떨었다
" 그래 늦겠다 빨리 가자 ~ "
은기의 굳은 표정을 뒤로한채 서둘러 뒤돌아섰다
- 08편
정말 따분하게도 점심시간 이후엔 이사장님의 기나긴 연설이 있었다
뭐 대략 길게 표현 안해도 , 연예인 둘이 저절로 굴러 들어와 학교 흥보에
더 도움이 됬다 이 말이였지만...
그 연설이 있은 후엔, 촬영이 있다며 , 오윤성은 그 많은 여학생들을 뒤로 한채 핸드폰 카메라
디카 세례를 받으며 은기와 벤을 타고 사라졌다
" 책상 깨끗히 비워 , 연필 지우개만 남겨라 , 시험이다, "
한가득 적어놓은 노트를 지우더니 갑자기 큰소리 치는 물상샘이다
순간 얘들의 표정이 싸늘해 졌고,
항의하는 몇몇 아이들이 보였으나, 그런다고 달라질 기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시험이라니!! ..
작은 쪽지시험이라고 하며 나눠주지만, 그렇지 않아 보였다
노트 적을때도 졸고만 있었는데, 내가 이걸 잘 볼리가 있나...이런..
앞에 신후녀석은 잘 도 적고있겠지? 저 범생이 녀석.. 컨닝하고싶은 욕구가 불타올랐으나
전혀 보이지 않았으므로, 할수없었다
" 자 뒷사람이 걷어와 "
15분이 정확하게 지나자, 선생님이 소리쳤고 ,
모두 그대로 손을 놓을수밖에없었다
그 시험지들을 선생님이 랜덤으로 아이들에게 나눠줬고
채점에 들어갔다
얘들끼리 누가 채점했는지 모르게 하려고 하는듯 싶다
아무튼.. 내가 받은 시험지의 주인공은 신후 녀석이였다
내가 낄낄 웃었고, 당연히 빽빽하게 무언가를 써내려갔으리라 믿고 바라본 그곳은
앞 뒤 올 백지였다 ...
뭐..뭐야 이녀석... 범생이 티는 혼자 다 내놓고, 답을 하나도 안적다니..
객관식 조차 찍지도 않았어 ..
장난하나.. 밤새 공부하다 코피터져서 빈혈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녀석이!!!
(뭐 다 신민의 말이여서..100% 확신이 가는건 아니지만..)
" 답 부른다 , 1번 … "
선생님이 답을 부르기 시작했고 , 난 채점 할 필요도 없었다
" 뒷사람이 걷어와 "
그렇게 시험지는 또다시 선생님의 손으로 모조리 넘어갔고
" 김전상 , 유진태 , 송강석 , 강안나 , 서소라 , 손유라.. 흠..그리고 장은희 앞으로 나와 "
모두 죽을상을 하고 앞으로 나갔고 ,
" 수업시간에 노트 했으면 최소한 50% 라도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 , 바보야 ? "
선생님의 길고 긴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 너네들은 수업 들을 필요도 없어, 당장 다 나가 ,!! "
얘들이 구차한 변명이라도 늘어놓을세 없이 나를 포함한 여러 녀석들이 밖으로 쫓겨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밖으로 나가라는 뜻은 교감실 직행 이란 뜻인데..
교감선생님과의 알찬 1:1 상담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것도 안되면 부모님 모셔오긴데..
아무튼 ... 체벌이 없는대신 참 복잡하다
" 아 진짜 짜증나 완전 작정을 했어요, 작정을 하고 처음부터 들어온게 뻔해 "
" 쪽팔려, 아우 ,, "
대략 50점도 못받은 아이들이 교감실로 향하며 내뱉는 말들이였다
순간 암울한 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뭐야... 신후는 0 점 일텐데... 왜 이름을 안부른거야 ??..
이런 나의 고민도 잠깐, 교감실에 들어섰을땐 나비모양의 뿔테 안경을 쓰신
아주 까탈스럽게 생긴 교감샘이 앉아계셨다
그 후로의 기억은 생략하겠다 ...
" 아 심심해 ... "
" 그렇게 심심하면 티비 끄고 들어가서 책이나 봐 "
학교가 끝난 후 집에서 뒹굴거리며 놀고있는 나를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오라버니
" 오빠는 오늘따라 왜이렇게 일찍와서 난리야? "
" 어제 무리 해서 야근했더니, 몸상태가 별로네 "
" 풋, 동생이 아파서 병원까지 갔는데 오빠는 야근이라니!! "
" 내가 누구때문에 뼈빠지게 일하는데 ? "
" 뭐..그게 나 하나 때문인가 ? 쳇 "
오빠와의 말싸움에선 본전도 못건진다 ..
" 아 맞다 호루라기 사야해!! 오빠 천원만 "
" 너 용돈으로 써 "
" 에이! 용돈은 용돈이고 , 학교 준비물은 별개지~"
난 실실 쪼개며, 내일 체육시간에 필요한 호루라기 값 .. 그 천원을 받아내기 위해
오빠에게 손을 내밀었다 , 결국 여기선 오빠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 오백원짜리 두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주었고, 그것을 받은 나는 ' 땡큐 ' 를 외치며, 집을 나섰다
" 으헤헤, 호루라기는 300원이면 사고~ 남은 돈으론 떡볶이나 사먹어야지 "
추리닝에 점퍼 하나를 걸치고 나온 나는 홀로 궁시렁 거리며, 학교 앞 문구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오호, 서울 호루라기는 뭔가 좀 다른데 ? ! "
별것도 아닌것에 혼자 신기해 하며 , 문구점을 나와 호루라기를 관찰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지는 탓에 , 학교앞은 가로등의 빛으로만 의지해 밝혀지고있었다
"..X발.. 그만 두라고!!!! "
" 병신이냐!? "
갑자기 큰소리가 난 턱에 뒤를 돌아보니, 저~기 학교 교문 골목 끝 에서
어느 시커먼 무리들이 윽박을 질러대고있었다
" 개신후!!!!! "
그런 소리에 위협감을 느낀 내가 얼른 집에가려고 앞을 향하는 순간
다시한번 큰 소리가 울려 퍼졌고..
헉..뭐? 개신후?? ... 신후 ??... 우리반 범생이 ??
또 어디에서 불타오르는 호기심인지 의리감인지 정의감인지 모를 그 어떤 묘한 감정에 이끌려
어느새 내 발은 서서히 그 골목 끝쪽으로 향하고있었다
나는 학교 옆 주차되어 있는 차들의 뒤를 통해 샤샤샥 발걸음으르 옮겼고
말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지금 장난하냐!?!!! 니가 없으면.. !! 아우!!..진짜..."
" 야 그만해..하.."
저 대사는..저번에 그 우리학교 깡패놈들이 신후녀석에게 돈을 뜯을때
했던 대사들과 흡사하지 않은가!!!!
대여섯 명의 ...다른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뱅그르 누군가를 둘러싸고있었고
난 그게 신후라고 틀림없이 확신하고있었다
그런 내 확신을 믿고.. 난 덜덜 떨리는 내 손에 있던 호루라기를 입에물고
크게 불었다
" 아 X발 뭐냐 , "
" 몰라 걸리면 골치 아파 , 그냥 빨리 가자 "
한명이 확인하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무리들이 서둘러 가자는 말에
그 대여섯의 무리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역시 내가 확신한데로.. 그 무리가 사라지고 난 곳엔
신후가 홀로 바닥에 앉아있었다 ..
" 신후야!! "
난 호루라기를 주머니에 손에 든채 급하게 신후에게 뛰어갔고
" 괜찮아? 괜찮아? 어디 다친데 없어? "
난 신후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안쓰러운 눈으로 그아일 쳐다보았다
신후는 나의 호들갑에 한번 나를 쳐다보더니, 그 다음엔 나의 손에 들려있는 호루라기를 쳐다보았다
" 헤에.. 그냥..니가 또 당하고있는거 같아서...
호루라기를 힘껏 불어줬지! 어때 나의 센스적인 순발력 !! "
난 방긋 웃으며 말했지만, 그런 날 완전히 무시한채 , 아니 그것보다 더하다
신후 녀석은 나를 보며 , 피식 웃었다 ..
아니 감히 저녀석!! 내가 지를 도와줬더니, 피식 웃어!?! 날 비웃어!?!!
내가 한참 어이없어 하려던 때
신후는 알아서 자리에서 털고 일어섰다
그리곤 옆에 놓여져 있던 닌자거북이 가방을 한손에 들어 어깨에 매더니 , 나를 지나쳐
가기 시작했다
" 야!! 넌 고맙단 인사도 안하냐!?! "
내가 신후녀석의 등 뒤에 대고 큰소리 쳤고
그래도 그녀석은 아무 말이 없었다
" 야!! 신후!!! "
난 완전 혼자 열이 받아 , 고래고래 소릴질렀고
그러자
녀석은 뒤돌아선채로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주 크게 ,,
" 그래~! 고맙다!! "
내가 원했던 그 말을 나에게 해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들었다 신후의 목소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