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신문과 잡지를 읽는 이유는?
지난 호에서 나는 정보의 폭발이라는 현대의 특성에 대처하려면 독서 능력의 배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책보다 신문과 잡지 등의 대중 매체를 통하여 정보의 대부분을 얻고 있다. 신문과 잡지는 성격상 책과는 다른 방법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신문과 잡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구체적인 방법론은 보다 전문적인 책자의 소개로 대체하기로 하고 먼저, 신문과 잡지를 왜 읽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첫째, 정보화 시대의 대비이다. 정보를 가장 저렴하게, 그리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인쇄물이 바로 신문이다. 또한 잡지는 대응 속도가 신문보다는 늦어도 책에 비하면 월등히 빠른 매체이다. 정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신문과 잡지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음이 국제화 시대를 위한 준비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요한 추세인 국제화는 갈수록 강화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외국어 실력 못지 않게 상대방에 대한 적극적 관심 내지 호기심이 중요하다. 신문과 잡지를 통해서 이에 대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외국(어)의 신문과 잡지를 읽는 일이다. 정기 구독은 못해도 중대한 사건이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외국(어) 신문과 잡지가 어떻게 언급하는가를 살펴보고자 노력한다. 많은 경우 이 외국어는 주로 영어이겠지만, 여타 외국어를 전공하거나 아는 경우라면 해당 외국어나 그 나라의 신문과 잡지를 자주 접하도록 한다. 사실 어느 특정 지역의 전문가란 기본적으로 그 지역의 신문과 잡지의 꼼꼼한 독자이다. 마지막으로 졸업 이후를 대비한다는 점이다. 대학원은 학부와 달리 전문 학술지를 읽는 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전문 학술지를 미리 읽어보는 일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좋은 준비가 될 것이다. 한편 사회로 진출할 경우는 자기가 관심을 지닌 분야의 업계지, 또는 해당 업체의 사보 등을 보는 것이 좋다. 정기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이들 업계지나 사보를 본다면 그 분야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구체적 실상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취직 시험이나 고시(考試) 등에 대한 아주 좋은 대책이기도 하다. 취직 시험을 대비해 시사 상식 문제집을 읽는 후배를 흔히 보는데, 문제집에 수록된 '시사 상식(時事 常識)'은 사실상 '구사 상식(舊事 常識)'인 경우가 많다. 문제집만으로는 결코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없다. 평소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이에 대비하도록 한다. 또한 고시의 경우에도 시사 상식은 매우 중요하다. 고시는 기본적으로 법학자나 정치학자 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도 시사적 감각을 소유했는지 여부를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다.
펠리칸이 바다로 간 까닭은
배용균 감독이 '동쪽으로 간 달마' 때문에 유명해졌다면, '바다로 간 펠리칸' 때문에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차렸겠지만 바로 존 그리샴이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The Firm)』「야망의 함정」이라는 제명의 영화로도 소개되었던 이 소설로 그리샴은 무명의 보잘 것 없는 변호사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 다음 작품이 『펠리칸 브리프』이다. 다시 내놓은 것이 변호사의 세계를 잘 묘사하고 있는 『의뢰인』. 내가 여기서 그리샴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가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변신한 과정의 한 계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커서는 작가를 지망했지만, 그의 처녀작은 출판사 수십 군데에서 퇴짜를 맞았고, 겨우 자비 출판을 했으나 그것도 몇 백 부나 팔렸을까?(대부분 아는 사람들이 산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잡지에서 '서스펜스 소설을 쓰는 법'이라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영화를 보듯이 장면 장면이 후딱 후딱 바뀌면서 대사가 많고 지루한 사설은 최소한으로 절제되어 있는 소설. 그래 이거야! 이 말이 정답이네! 그래서 그는 바로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를 썼다. 이후 순풍에 돛단 듯 승승장구 베스트셀러 작가의 길을 달리고 있다. 사실이지 신문이나 잡지에서 우연히 본 기사 하나가 한 개인의 인생 행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은 그리샴에게만 일어난 보기 드문 현상만은 결코 아니다. 십여 년 전에 컴퓨터에 관한 기사를 보았기 때문에 남보다 일찍 컴퓨터 산업에 투신했다는 기업인이 있다. 또한 하늘을 나는 기구에 관한 잡지 기사를 보고서 열 기구를 이용해 동독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 일가족도 있다. 나는 지난 호에서 독서가 사람과의 만남이기도 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잡지 특히 자신이 평소에 접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의 특수한 잡지를 보는 일은 새로운 분야와 이질적 개성의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이발소나 미장원, 은행 등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평소에 접하지 않는 잡지를 본다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로는 (학교) 도서관의 정기 간행물실이나 대형 서점의 잡지 코너에서 다양한 분야의 잡지를 섭렵한다면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잡지에 관한 몇 가지 잡담
잡지는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잡다한 내용물을 편집해 제본한 간행물'이다. 신문과 비교하면 간행 간격이 다르고, 시사성이 적으며, 제본이 되어 있고, 장기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회가 전문화되고 다양화되면 그만큼 잡지의 수도 증가하고 내용도 다양해진다. 그런데 잡지는 시의성이 크기 때문에 시기가 지나면 그만이다. 버리기 아까운 내용도 많겠지만, 매달 몇 종의 잡지를 읽기란 힘들 뿐 아니라 학생의 경우 경제적으로도 무리이다. 따라서 월간지는 매달 말 경 신문에 실리는 잡지의 목차 광고를 통해 관심 있는 분야만 도서관을 이용해 골라 읽는다. 또한 기획, 특집, 연재 등으로 묶여 있는 종합 기사는 가급적 읽는다. 특히 시사 잡지의 경우 시사 전망이나 인물 인터뷰는 매우 중요하다. 목차 광고를 따로 스크랩하여 학기나 또는 연도별로 다시 보면 각 기간의 주요 시사 쟁점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자기 전공이나 관심 분야의 전문 잡지라면 목차를 복사해 파일을 하도록 한다. 특히 1년간의 총목차나 과월호의 목차를 기재하는 잡지는 이를 파일로 만들어 두도록 한다. 만일 잡지를 샀으면, 우선 30분이나 1시간 등 가급적 짧은 시간에 한 권을 전부 읽는다. 심지어 잡지 속에서 곧바로 읽어야 하는 부분은 5분 안에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우선 잡지의 기사를, 곧바로 읽어야 할 기사, 나중에 읽어도 되는 기사, 읽지 않아도 상관없는 기사 등 3단계로 분류한다. 당장 읽어야 하는 기사만 먼저 읽고, 나중에 읽어도 되는 기사는 뜯어내어 스테이플로 찍어 둔다. 불필요한 기사는 버린다. 이러면 방 안에 잡지를 쌓아 두는 일 따위는 애시당초 사라질 것이다. 한 잡지에서 꼭 필요한 기사란 대개 1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읽고 싶은 기사의 여부로만 구분해도 정리가 쉬워질 것이다. 잡지는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보는 경우가 드물다. 자료로서 가치가 있을 경우, 그 자리에서 메모하거나 페이지를 뜯어라. 그리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보관한 후 가치가 있는 자료만 골라서 스크랩한다. 잡지는 필요 없는 자료만 쌓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일정한 시간 보관 기간을 거친 뒤 스크랩하는 것이 좋다. 계절이나 시기에 민감한 특집 기사, 역사, 건강, 문화 등의 기사는 일년 주기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잡지의 스크랩과 관련해 특히 주의할 것은 복사(copy)이다. 흔히 잡지의 기사나 논문을 복사해 놓고 이를 다 읽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복사는 어디까지나 복사다. 복사를 한 뒤 바로 읽고서 내용을 정리하도록 한다. 복사만 해 놓고 읽지도 못한 채 분실하는 일도 흔하니까.
잡지와 관련해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안내한다. 여의도 여의도 백화점 3층에 있는 '매거진 월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입잡지 전문서점이다. 약 200평 규모의 매장에 4천여종의 수입잡지를 취급하고 있는 곳이다. '성암 잡지도서관'은 일제 시대에 발간된 희귀한 잡지로부터 현재 국내외에서 발행되고 있는 잡지에 이르기까지 6만여종의 잡지를 소장하고 있는, 말 그대로 '잡지의 도서관'이다. 서울 명륜동에 있는 이 도서관의 이용 시간은 평일은 9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 토요일은 13시까지이며, 공휴일은 휴관한다. 한국잡지협회에서 운영하는 잡지회관은 매월 잡지 뉴스를 발행하고 있고, 잡지 편집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2층 전시장에 납본된 잡지들을 전시하고 있다.
신문을 잘 읽는 법에 대하여
먼저 신문을 잘 읽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신문소프트』(두박, 1993)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제1부 신문을 열 배로 활용하는 기술, 제2부 큰 정보, 제3부 작은 정보, 제4부 신문을 내 정보로 만드는 법, 제5부 300원의 정보 전쟁 및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짧은 시간에 최대의 정보력을 얻은 신문 독서법'과 '전문 정보 수집 포인트'를 말한다. 제2부에는 ' 파워 게임과 향후 정국 읽는 법', '사회 동향 10분 점검법', '경제 동향 쉽게 잡는 법'등이 있다. 제3부에는 주식 정보, 부동산 정보, 과학기술 정보 등 '전문 정보를 비전문가가 읽는 법'과 상담 안내, 이벤트, 문화, 날씨, 스포츠 등의 '생활 정보를 얻는 법'을 다룬다. 제4부는 '스크랩의 감칠맛', '스크랩의 기본과 기교', '스크랩의 무기', '실전 스크랩'을 통해 신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법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제5부는 '뉴스와 신문', 신문을 선별하는 '신문 선구안'을 말한다. 목차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신문 읽는 법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지난 호에 언급한 애들러와 밴 도랜의 『독서의 기술』과 함께 『신문소프트』 또한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흔히 학생들은 경제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경제와 관련된 학과의 학생조차 현실의 구체적 경제 현상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적다. 경제학의 이론과 지식이 있더라도 현실 경제를 모른다면 살아 있는 경제학이 못된다. 살아 있는 경제학을 배우기 위해서는 경제 기사를 읽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이 습관은 시사 상식만이 아니라 면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신문의 경제 기사는 다른 면에 비해 어렵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먼저 '시사경제연구회'편의 『경제 기사를 읽는 법』(거름 출판사, 1992)이다. 이 책은 서장에서 경제 기사를 읽을 필요성과 그 주요 내용,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말한다. 그리고 모두 92항목으로 된 6개의 장에서 각기 다음의 기사를 읽는 방법과 그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다루고 있다. 1장 국내 경제의 종합적 움직임에 관련된 기사, 2장 세계 경제의 국제적 움직임을 다루는 기사, 3장 화폐나 금리에 관련된 금융 정세의 기사, 4장 국가 경제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재정 정책의 기사, 5장 경제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증권 시장과 물가 시세에 관한 기사, 6장 기업 경영과 관련된 기사 등이다. 또한 '경제 기사 직독 직해를 위한 책'이란 부제의, 곽해선 지음 『경제 기사 소프트』(사계절 출판사, 1993)도 있다. 전 10장의 이 책은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1장 경제 기사를 왜 읽는가, 2장 경제 기사 독해 테크닉, 3장 경제의 짜임새, 4장 경기 관련 기사를 읽자, 5장 물가 관련 기사를 읽자, 6장 금융 관련 기사를 읽자, 7장 증권 관련 기사를 읽자, 8장 환율 관련 기사를 읽자, 9장 상품 시세를 읽자, 10장 재정 관련 기사를 읽자. 이상의 두 책을 비교해 본인에게 적합한 것을 골라서 참고한다면 딱딱한 경제 관련 기사를 나름대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 읽기와 관련해 최근 출간된 『신문 읽기의 혁명』(개마고원, 1997)을 더 소개한다. 오랜 편집기자 생활을 거친 저자(손석춘)가 신문의 편집 과정과 그 과정 속에 교묘하게 내재되어 있는 편집 의도 등을 예리하게 갈파해 내면서 '비판적 신문 읽기'를 위한 여러 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활자화된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신문에 실리는 '사실(事實)'과 그 행간에 녹아 있는 '진실(眞實)'을 구별해 내는 안목을 우리에게 전해 준다.
마지막으로 알아두도록 권하고 싶은 것이 국회 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 기사 색인』이다. 이 색인은 국회 도서관에서 국내의 각종 정기 및 축차 간행물, 그리고 학술 잡지 등의 기사에서 정책 자료 및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연구 논문들을 분야별,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다. 현재 격월간으로 나오는데, 도서관의 참고 열람실이나 정기 간행물실에 비치되어 있다. 우리 나라는 아직 전문적인 색인이 발달되지 못하여 분야별 색인이 부실한 편인데 이 『정기 간행물 기사 색인』은 학부 시절에 자주 접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성과 패기 1994년 7·8월호에서】
네번째, 대중문화의 바다를 헤엄치기 위하여
이념에서 문화로
1980년대가 '이념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에는 '문화'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1990년대의 문화는 자본과 테크놀로지의 복합체로서 통상 '대중 문화'라고 불린다. 현대인의 일상 생활에 대중 매체와 이를 통한 대중 문화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근 연세대 앞에 있는 서점 '오늘의 책'(332-8334)에 우연히 들렸더니 '대중 문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기획 도서전을 개최하고 있었다. 그 안내문에는 대중 문화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책들이 주제별로 소개되어 있다. 이 글의 중점은 어디까지나 대중 문화의 이해와 활용에 있으므로 대중 문화의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이해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그 안내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먼저 『문화 생활 소프트』(좋은세상, 1994)를 소개한다. 전문 필자들이 10가지 분야에 걸쳐 여가를 활용하며 문화 생활을 누리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① 책이 만드는 또 하나의 세상, ② 쉽고 재미있는 미술 찾기, ③ 선택에서 감상까지(비디오), ④ 사진의 이해, ⑤ 스포츠를 두 배로 재미있게 즐기는 법, ⑥ 비판적인 신문 읽기, ⑦ 생활 속의 연극 그리고 창조적인 관객, ⑧ 영화 속의 세계, ⑨ 음악, 어떻게 들을까, ⑩ 가자! 저 넓은 PC의 세계로 등이다. 단순한 개괄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이고 유익한 내용들이다. 대중 문화란 대중 매체(Mass Media)를 통해 전달된다. 따라서 대중 매체의 이해는 대중 문화의 수용에서 중요하다. 『대중 매체의 이해와 활용』(한나래, 1993)은 대중 매체를 매체별로 분류해 특성과 고유한 기능을 설명하면서 효과적 활용 방법, 비판적 독해의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1부 「현대 사회와 대중 매체」는 서론이다. 각론인 2부 「대중 매체의 이해와 활용」에서는 신문, 잡지, 출판, 보도 사진, 만화, TV, 라디오, 노래, 영화, 비디오, 광고, 뉴미디어를 다루고 있다. 결론인 3부는 수용자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각 장마다 좀더 참고가 될 만한 논저를 소개하는 친철함이 눈에 띈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소비 대중문화로 해석하면서 우리 사회 여러 문화 현상을 분석하고 있는 강준만의 『고독한 대중』(개마고원, 1996)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시네마 천국을 찾아서
영화에 관련된 책자에 대해서는 독서 정보지 『뿌리와 날개』 1994년 5월호에 「스크린 뒤보기, 영화 제대로 읽기」라는 제목으로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가 쓴 글이 있다. 보다 자세한 것은 그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먼저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가지 것들』(한울, 1991)을 소개한다. 영화의 기본 용어, 영화사에서 작가와 장르, 제3세계 영화에서 홍콩 영화까지 다양한 주제와 다채로운 내용이 날카로운 해설로 채워져 있다. 『영화 이야기 주머니』(녹두출판, 1994)는 문화 생활로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영화 평론가인 저자가 영화를 보는 방식과 상식에 대한 필요한 내용을 재미있게 쓰고 있다.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가지 것들』이 자유 분방하다면, 『영화 이야기 주머니』는 체계적이라 하겠다. 보다 학술적이고 체계적인 영화의 기본 교과서로 다음의 책들이 있다. 먼저 『영화의 이해』(현암사, 1987), 『영화 예술』(이론과 실천, 1993), 『영화 보기와 영화 읽기』(제3문학사, 1991)는 『영화 이야기 주머니』의 저자가 책을 쓰면서 참조했다는 기본 텍스트이다. 『영화 어떻게 읽을 것인가』(혜서원, 1993)와 『영화학, 어떻게 할 것인가』(열린책들, 1993)라는 좀더 상급(?)의 개설서도 있다. 영화에서 차지하는 감독의 비중을 감안한다면 10명의 감독이 지닌 작품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영화를 좀더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영화, 이렇게 보면 두 배로 재미있다』(들녘, 1993)도 매우 유용하다. 또한 이효인이 펴낸 『한국의 영화 감독 13인』(열린책들, 1994)은 인터뷰, 감독론, 감독 연보, 작품 연보를 통해 우리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상은 통상적인 영화 읽기에 관한 책이다. 이에 비해 『마이너리티의 헐리웃』(한울, 1993)은 '영화로 읽는 미국 사회사'라는 부제에 걸맞게 할리우드의 영화로 미국을 보고, 미국의 이민사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를 이해하도록 해 준다. 그에 비해 『김성곤 교수의 영화 에세이』(열음사, 1994)는 미국 문명의 정신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을 통해 영화가 한 사회를 이해하는 텍스트로서도 활용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의 정치학과 이데올로기'라는 부제의 『카메라 폴리티카 상, 하』(시각과 언어, 1996)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 변화가 영화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영화 예술이 하나의 이데올로기 전파 장치로써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드러낸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영화로 읽는 여성의 삶』(서울YMCA, 1993)은 여성의 현실과 관련된 8개의 주제를 이와 관련된 영화를 통해 조명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이나 문제를 영화를 통해 깊이 이해하는 것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는 대학생으로서 가능한 영화 감상법이라 하겠다. 흔히 접하기 힘든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으로서 이른바 '시네마 테크'가 있다. 이에 대해서 『라벨르』 1994년 8월호의 안내문(은행에서 발견!)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런 '시네마 테크'와 외국 문화원에서 하는 영화 상영의 스케줄을 보고 싶다면, 매달 발행되는 영화·연극·문화 생활 정보지 『서울 스코프』(743-7784)가 있다. 영화 전문 서점으로는 동숭 아트 센터 지하 1층의 '키노(KINO)'(745-1838)가 있는데, 관련 서적과 포스터, 엽서, 테이프 등을 취급한다.
비디오는 '니' 친구?
비디오 관련 서적으로는 먼저 『영화저널』 편집부가 엮은 『비디오는 내 친구』(서해문집, 1993)가 눈에 띈다. 주제별 비디오 모음을 근간으로 하여 비디오 프로 선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기획·출판된 이 책은 간혹 중복도 있지만, 그리 큰 흠은 아닐 것이다. 영화와 명감독에 대한 간단하고도 유용한 소개가 군데군데 있다. 『비디오 여행』(문예마당, 1994)은 건강한 직장 생활과 문화 생활을 위한 비디오 안내서이다. 비디오에 대한 기본 지식(1-2장), 지역별 영화 현황과 대표작(3-6장)을 소개한 뒤 비디오로 보는 역사, 현대인의 삶, 가족 영화, 여성 영화 등의 내용별 소개(7-10장)에 이어 부록으로 감독, 남자배우, 여자배우별 비디오 출시 현황이 정리되어 있다. 『비디오로 만나는 좋은 영화』(제3문학사, 1992)는 애정 영화, 사춘기 영화, 영화의 영화, 새로운 영화, 고전 영화들로 나누어 영화를 소개하는데, 서문에서 언급하듯이 동양권 영화가 누락되고 비디오로 출시되지 않은 작품들도 많다는 점이 아쉽다. 『영화 보기의 은밀한 매력 : 비디오드롬』(삼호미디어, 1994)은 70여 편의 비디오에 대한 '검시 보고서'인데, 영화의 계보학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부록의 베스트 영화 리스트가 눈에 띈다. 비디오와 관련해 알아둘 만한 것은 YMCA의 좋은 비디오숍 체인인 '으뜸과 버금'이다. 『영화 보기의 은밀한 매력』에는 최근까지의 각 체인점의 주소와 전화 번호가 정리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또하나 지난해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영화에 관련된 서적이 다수 출간되었는데, 이들을 참고하는 것도 영화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참을 수 없는 만화의 유혹
신문을 볼 때면 나는 항상 시사 만화부터 본다. 그뿐만 아니라 연재 만화의 수준으로 매체의 질을 판단하기도 한다. 예컨대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일요신문』은 연재 만화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화! 내사랑』(지인, 1994)은 한겨레 그림판의 박재동 화백이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만화사를 조망한 뒤, 장르별로 각 분야 만화의 역사와 현황을 소개한다. 만화 가게 주인의 아들이었던 저자의 만화 예찬이라고도 하겠다. 『만화 보기와 만화 읽기』(한나래, 1994)는 한국 만화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서이다. 1부의 개괄적인 논의에 이어 2부에서는 주요 작품의 구체적 분석을 통해 박봉성, 강철수와 이현세, 고행석, 허영만을 다룬다. 3부는 1980년대의 일반적 흐름과 1990년대의 추세 및 과제를 논한다. 『한국 만화산업연구』(글논 그림밭, 1995)는 열악한 우리 만화 산업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연구서라 할 수 있는데, 일본 만화의 하청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 만화계의 실상을 살펴보고, 우리 만화 발전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만화가 55인』(프레스빌, 1996)은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 만화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한국의 만화가들과 그들의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세계의 만화, 만화의 세계』(미진사, 1991)는 세계 각국의 만화 현황, 만화의 여러 분야, 만화의 상식과 우리 만화계의 문제점 등 다양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만화가 진지한 주제나 소재도 전달하는 효과적인 매체라는 점은 『만화 세미나 일본 경제 1, 2』(소학사)나 이원복 씨가 그리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특히 『현대 문명 진단』(조선일보사, 1994)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현대 문명의 이해를 위해 훌륭한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채지충의 고전 만화도 동양 고전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이해를 과시한다. 동아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현대 과학의 세계』와 사회과학을 중심으로 한 오월의 만화 시리즈, 그리고 최근 출간되기 시작한 『이두 아이콘 총서』 등도 빠뜨릴 수 없다. 『중국 100년사(상, 하)』(지영사, 1992)는 중국 특유의 만화 형식인 연환화로 그린 것이다. 최근에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다룬 만화로서 퓰리처 상을 받은 아트 슈피겔만의 『쥐』(아름드리, 1994)도 번역되었다. 또 만화는 영화화되거나 오락화되기도 한다. 홍콩 영화의 경우 기억나는 것으로 『공작왕』, 『시티헌터』, 『루안살성』, 최근의 『스트리트 파이터』 등이 있다. 헐리우드 영화에도 『슈퍼맨』, 『배트맨』, 『딕 트레이시』, 『아담스 패밀리』, 최근의 『트루 라이즈』, 『플린스톤』 등이 있다. 만약 만화 영화를 좋아한다면 디즈니의 『환타지아』는 반드시 보기 바란다. 획기적인 작품이다. 만화 영화가 어린이용만이 아니라는 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보면 충분히 알 것이다. TV용 만화 『미래 소년 코난』을 통해 친숙한 그는 『이웃의 토토로』, 『하늘의 성 라퓨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붉은 돼지』 등 다채로운 작품이 있다. 만화 영화와 관련해 저패니메이션(Japanimation; Japan+Animation)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본 만화 영화의 태두격이라 할 수 있는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 세계를 담은 『아톰의 철학』(손상익 옮김, 개마고원, 1996)도 번역되어 있다. 끝으로 만화 애호가라면 알아둘 만한 '만화 도서관'(02-374-6073)도 있다.
문학의 위기 또는 변용: 대중 문학의 세계
오늘날은 바야흐로 '추리물'의 시대로 순수 문학에도 추리 기법이 가미되고 있다(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등). 추리 소설에는 존 그리샴(법정 추리), 로빈 쿡(의학 추리), 마이클 크라이튼(과학 추리), 톰 클랜시(첨단 무기가 주인공이 되는 테크노 스릴러)처럼 세분화된 전문 영역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전문 정보를 얻는 가외의 소득도 있다. 『이상우의 추리 소설 탐험』(한길사, 1991)은 "추리 소설이라는 광대한 숲으로 인도하는 조그마한 오솔길"이다. 1부의 「총론」에서는 추리 소설의 특징과 역사와 종류를, 2부 「구조와 작법」에서는 추리 소설의 규칙, 구조, 기법, 게임의 규칙 등을 다룬다. 아울러 셜록 홈즈를 비롯한 탐정들의 신상 명세서, 추리 게임의 규칙 등을 언급하는 '추리 소설 소백과'라고 할 만한 책이다. 『추리 소설 쓰는 법』(보성사, 1987)은 미국의 대표적 작가들이 그들 자신이 겪은 문학 수업의 체험과 추리 소설의 여러 측면을 관례를 들면서 자상히 서술한다. 런던 베이커 거리 221-B에는 관광 명소인 셜록 홈즈의 하숙방이 있다. '셜록 홈즈 실존론자'를 '셜로키'라고 하는데, 홈즈 연구 전문 서적이 십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도 두 종이 있다. 먼저 『셜록 홈즈의 추리학』(새길, 1994)이 있다. 사건 현장에서 펼쳐지는 홈즈의 활약상에서 하나의 단서를 통한 가설과 추론, 논리 플러스 상상력이라는 홈즈의 추리 비법의 단서를 찾고 있다. 이와 달리 『셜록 홈즈 정보 테크닉』(고려원미디어, 1994)은 사람을 정확히 판단하고 포용하기 위한 정보 활용에 중점을 두는 처세술을 셜록 홈즈에게서 배우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추리 소설에 대해 언급할 것은 최근의 중복 출판이다. 저작권 가입 이전의 책이 제명을 달리하여 출판되기도 하므로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 과학 기술은 그야말로 '일신 우일신'(日新又日新, 나날이 새로워짐)하고 있다. 추리 소설에 비하면 과학 소설은 아직은 미개척이나 다름없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 관심이 늘어났다고 할 것이다. 'SF를 읽는 즐거움'이란 부제의 『멋진 신세계』(현대정보문화사, 1992)는 과학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소개와 함께 과학 소설이 걸어온 길, 작가와 작품,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과학 기술의 발전상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부록으로 역대 휴고상·네뷸러상 수상작 목록이 있다. 『SF의 이해』(평민사, 1993)는 먼저 SF의 역사, 여타 매체와 SF의 관계를 말한 뒤, SF에 영향을 끼친 과학 분야의 역사적 발전을 개관하고서 SF의 형식과 주제, 열 편의 대표적 소설에 대한 간략한 해석을 다루고 있다. 『멋진 신세계』가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라면 이 책은 진지한 연구서다. SF하면 아이작 아시모프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아시모프에 관심이 있다면,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이미경 옮김, 작가정신)을 참고하기 바란다.
『무림백과』(서지원, 1993)는 「무협 소설의 어제와 오늘」부터 「무림고수의 비애와 '반무협 소설'」에 이르는 45장에서 무공과 초식, 무기, 문파 등의 배경 지식과 김용과 양우생의 문학 세계 등 무협 소설의 이모저모를 고금에 걸쳐 종횡무진 언급한다.
『연애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여성사, 1993)는 '페미니즘 시각에서 본 명작 소설'이라는 부제처럼 당대 사회의 여성 문제에 대해 작가가 어떤 문제 의식을 안고 어느 정도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여성 문제의 해결을 어떤 식으로 추구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중심으로 일곱 편의 명작 소설을 분석하고 있다.
바로 보는 바보 상자: TV를 읽자!
텔레비전이 지니는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연구나 비평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먼저 『TV : 가까이 보기·멀리서 읽기』(현실문화연구, 1993)는 텔레비전의 이데올로기에서 프로그램 비평, 뮤직 비디오까지 비평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TV를 바로 봐야 세상을 바로 보죠』(내일을 여는 책)는 중·고교생을 위한 '신나는 특별 활동'의 TV 모니터반을 위한 지침서이지만, 요령 있고 알기 쉬운 서술로 도움이 된다.
Who'll stop the rock!
록앤롤의 탄생에서 멀티 미디어 시대의 록까지 다루면서 그 성장과 죽음을 적어 내려가는 『록, 젊음의 반란』(새길, 1993)은 '록의 정치학'이라고도 할 만하다. 국내에서 입수 가능한 음반을 정리한 부록은 매우 유용하다.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대륙, 1994)는 인물로 본 록과 팝의 역사이다. 1부 「'저항'의 가수, 그 가치와 유산」은 밥 딜런에서 퍼블릭 에니미에이르는 저항의 흐름을 연대별로 정리한다. 2부 「'순응'의 가수, 그 신화와 허실」은 프랭크 시나트라에서 NKOB(남궁옥분의 약자가 아님)에 이르는 흐름을 정리한다. 3부는 「팝 뮤직에 대한 몇 가지 성찰」이다. 『뮤직 비디오 이야기』(우리문학사, 1993)는 "대학 4년간 무위도식하고도 졸업은 제때 했으며, 현재 미국에서 뼈 빠지게 팝 뮤직을 공부하는" 저자가 뮤직 비디오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건강을 위해 지나친 오락을 삼갑시다
게임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롤 플레잉 게임(이하 RPG)이다. 이에 대한 책으로 『RPG 환상 사전』(제우미디어, 1993)이 있다. 1부 「이해를 돕기 위한 기초 지식」은 보드판 RPG, RPG의 배경이 되는 중세 이야기와 고대의 신화, 캐릭터, 규칙, 마법, 무기 등의 관련 지식을 전해 준다. 2부 「몬스터 매뉴얼」은 몬스터에 대해 그 유래를 중심으로 해설한다. 3부에서는 RPG의 원조인 보드 게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아르비옹' 게임을 수록하였다. 『환상 사전』에서도 언급하듯이 RPG 게임은 어떤 면에서 톨킨의 『반지 전쟁』(예문, 1993)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행히 이 『반지 전쟁』은 번역이 되어 있다. 서구의 환상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톨킨의 작품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초의 보드판 RPG인 『드래곤 랜스』(열린길, 1994)도 번역되었다. 덧붙여 하나 소개하고 싶은 책이 『그림으로 본 세계 문화 상징 사전』(까치, 1994)이다. 이 책은 1,500여 개의 표제어를 다루고 도판도 450여 개나 되는 훌륭한 사전인데, 그 자체로 훌륭한 읽을 거리라 하겠다. 더불어 아서 코트렐의 『세계 신화사전』(까치, 1995)도 참조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지나친 오락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지성과 패기 1994년 9·10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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