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좋을 땐 '찰떡 궁합', 결별할 때는'성격탓'? 골프 선수와 캐디의 관계는 참 미묘하다. 성적이 좋을 때면 '찰떡 궁합'임을 목소리 높여 강조하다가도 막상 결별할 때면 '둘이 잘 안맞는다'는 애매한 말만 남기고 싸늘하게 등을 돌린다. ◈ 알짜배기 수입, 캐디 ◈ 누구의 백을 짊어지고 다니느냐에 따라 캐디의 형편도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불세출의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의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 작년 3월 우즈의 선택을 받은 윌리엄스는 작년에만 58만달러를 벌었고, 올해는 지난 7월까지 52만달러를 벌었다. 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프로선수와 비교해도 54위(스티브 페이트)에 해당하는 알짜배기 수입이다. 캐디의 수입은 1주에 1000달러식의 기본급에 선수의 성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게 돼 있다. 대부분 우승할 경우 상금의 10%를 받게 돼 있다. 우승 이외의 성적을 거둔 경우에는 5~10%를 받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 내가 선수들을 고른다! ◈
US여자오픈에서 캐디 때문에 가장 열받은 사람은 펄 신이다. 선수보다 미리 대회장에 나와 준비를 해야 할 펄 신의 캐디가 약속 시간에 늦었던 것. 경기 시작 시간에 임박해 발을 동동 구르던 펄 신은 예선 탈락한 리셀로테 노이만의 캐디를 임시로 빌려 썼고, 자신의 캐디는 곧바로 해고했다. 그러고 보면 펄 신은 캐디 복이 없는 편이다. 자기와 호흡을 맞췄던 캐디 라이오닐 매티척에게 배신을 당한적이 있고, 매티척은 펄 신에겐 “잠시 쉬고 싶다”고 말해 놓고는 “펄 신에게 해고됐다”며 슬그머니 김미현에게로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한때 펄 신과 김미현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김미현과 ‘잘 나가던’ 매티척은 올 US여자오픈을 계기로 김미현과도 결별했다. ‘퍼팅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클럽 선택에서도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매티척은 다시 한국 낭자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고 ‘질긴’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 최고의 곁에는 최고의 캐디가 ◈ 톱 스타들의 경우 캐디와의 ‘동고동락’하는 기간이 대체로 긴 편이다. 골프 황제 잭 니클로스의 경우 윌리 피터슨과 23년을 함께했다. 1959년부터 니클로스의 ‘그림자’가 된 피터슨은 82년 은퇴할 때까지 마스터스 5승을 함께 일궈내며 최고의 캐디로 칭송받았다. 메이저대회 6승을 자랑하는 닉 팔도와 그의 여자 캐디 파니 수네슨도 ‘장수 커플’로 꼽힌다. 여성 편력이 만만치 않은 팔도였지만 캐디만큼은 1990년부터 10년간 수네슨을 고집했다. 오히려 이별을 먼저 선언한 것은 수네슨. 그녀는 작년 말 조니워커 클래식을 마지막으로 “팔도와 예전과 같은 전성기를 다시 맞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제 내가 떠나야 할 때”라고 결별을 선언했다. 닉 프라이스의 경우 ‘명콤비’였던 제프 메들린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빛’을 잃었다. 메이저대회 2승을 함께한 그가 죽자 프라이스는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의욕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실의에 빠졌고, 결국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국 선수 중에는 현재는 결별한 박세리의 캐디 제프 케이블은 장수하는 편이였다. 제프 케이블은 ‘특A급’ 캐디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 하지만 탁월한 감각을 가진 박세리는 캐디의 판단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세리가 지쳤을 때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담벼락’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선수의 사생활은 철저히 함구하고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캐디의 기본 임무를 생각할 때 케이블은 충분히 제몫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성격이 장수의 비결이 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