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명동 고문님의 85세 기념 인수봉 등반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여의치 않아 팀등반으로 정하고 인수봉 등반에 나섰고 회장님은 알프스 원정훈련을 위해 토요일도 등반 후 야영지를 미리 배정받아 두셨습니다.
인수봉은 '쉼'같은 곳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야영지에 들어서면서 자유를 얻게 되는 그 어느곳보다 편안한 장소가 되어버렸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10여년 전 바름에 입회하여 첫 야영&등반을 접했던 곳이라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시산제를 인수야영장에서 했던지라 비박장비 없이 등반장비만 들고 올라왔다가 야영장위 분위기에 매료되어 도저히 내려갈 수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그 날 재순 전임총무의 우모바지, 호기 형이 내어준 텐트의 곁과 침낭이 아니었다면, 동사했을 날이었죠.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서 '인수산악훈련장'이라 불리고 있고, 머지않아 산악인만의 공간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개방한다고하니 기회가 있을 때 더 많은 추억을 남겨야둬야겠습니다.
2024.06.01. 19:00
조금 늦은 저녁 야영장에 도착하니 '한크랙산악회' 회원 몇 분도 함께 저녁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24년 암벽반 1기 졸업생 등은 기타 사정으로 불참하였는데, 졸업하자마자 야영은 많이 부담스러운 자리이긴 합니다. 당일 등반도 관계없으니 좋은 날 함께 등반할 수 있길 바랍니다.
24.06.02. 08:00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눠 동시에 등반하면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등반하는 모습도 보면서 정상에서 만나는 계획이었지만,
역시 계획대로 안되죠~
"그냥, 올라가보고 사람없는 곳 찾아 등반하자~"로 바뀌었습니다.
대슬랩에서 좌측 동남면 하단 용암슬랩을 지나 크로니길 스타트 지점에서 두 팀으로 나눠 회장님과 함께 리딩을 합니다.
먼저 출발하던 클라이머님들이 계셨는데 길이 겹치지 않게 이름 모를 직상크랙으로 오르다가 아무리 찾아도 볼트가 없어서 좌측으로 트래버스해서 다시 크로니길 1피치 구간으로 오른 후 크로니길 2피치까지 올라 확보를 합니다.
2피치 우측 확보지점에서 후등자 빌레이 중이신 회장님, 회장님은 직상크랙을 올라 마지막 오버행 구간을 가볍게 올라오셨습니다.
크로니 4피치까지 5.8 슬랩구간을 올라 도착하니 보이지 않던 옆 팀 4명의 클라이머들이 크로니 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기 뭐해 우측을 보니 아미동길 앞팀이 3명이고 뒷 팀은 없었습니다.
앞 팀 선등자는 이미 아미동길 2피치에 확보를 한 후라 크로니길은 패스하고 회장님과 의견을 맞춰 아미동길로 우회했습니다(크로니길 4피치 지점 우측으로 약간 트래버스하면 아미동길 1피치 시작지점입니다).
크로니길 1피치를 출발할 때 회장님께 캠 1조를 받아 올라왔지만, 아미동길 1피치 초반 넓은 크랙을 보니 어느지점에 캠을 설치해야하는 고민이었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회장님께 1피치를 양보하고 : ), 회장님의 무브를 감상합니다.
회장님 무브를 생각하며 올랐지만 초반 넓은 크랙은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몸은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고, 밖으로 나오려 몸을 틀면 중심이 흐트러져 쉽지 않았습니다. 꾸역꾸역 힘으로 올라 직상크랙을 시작점 언더 홀드를 잡고 나니 그나마 안심이 되더군요.
이후 좌향크랙부터는 손이 좋아 약간의 째밍을 섞어 어렵지 않게 올랐지만, 회장님이 설치해 둔 캠을 사용한 등반이라 약간의 아쉬움이 남더군요... 여전히 캠을 설치하는 것은 많은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미동의 크럭스는 3피치 슬랩이었습니다. 2피치 크랙이 끝나는 지점부터 3피치 종료지점까지 슬랩 구간인데 3피치 스타트 지점이 많이 까다로웠습니다. 날씨가 도와주어 추락없이 오아시스 지점까지 등반완료!
아미동길은 3피치까지가 끝이고, 인수봉 탑까지는 릿지길 정도의 난이도로 조심히 올라가면 참기름 바위가 나옵니다.
클라이머는 아닌 것 같고, 릿지 등을 하다가 실족을 한 것 같았습니다.
아미동 3피치에서 보는 헬기의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햇살은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바위가 거칠거칠 그립감이 참 좋았습니다.
우측에는 멀리 롯데타워가 보이고,
좌측에는 예봉운길적갑산도 보였어요.
백운대를 배경으로 인수봉 탑에서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이 사진은 인수B를 등반하던 옆 팀 선등자분께서 찍어주셨어요.
우리팀 간 등반하며 이런 사진을 남겨보고 싶었는데 절반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사진을 춘희선배가 찍어주셔서 저 안에는 안계시네요.
뒷풀이 식대는 회장님께서 지불해 주셨습니다.
(늦은 후기, 그래도 6월을 넘기지는 않았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