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_울트라
#울트라여행_2015_성지순례
클래식이 흐르는 울트라 여행
마이웨이 울트라의 세계(51)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중 전주곡과 <순례자의 합창>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중 라다메스의 아리아 등
#앤드류_웨버 뮤지컬 영화 <오페라의 유령> OST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겸허한 모국어로 기도하는 순례자>
2012년 7전 8기 끝에 완주의 감격을 맛본 나는
2013년에는 추위에 떨다가 양근성지에서 화롯가의 온기에 녹아내렸고
세월호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달린 2014년에는
초반 오버페이스로 인해 복원력을 잃고 145키로 세월리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2015년 심기일전 연초부터
주1회 산악달리기를 거의 빠트리지 않고 소화하며 준비를 하여
나름 완주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한강주로에서 탈진하며
제한시간을 1시간 30분이나 초과하는
시간외 완주라는 성과를 얻는데 그쳤다.
내 스타일대로 표현하자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울트라 교향곡 대신
인간의 희로애락이 질펀한 한편의 오페라를 연주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쉬움에 지난 달리기를 곱씹으며 문득 떠오른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음미하다가
새로운 나의 닉네임을 갖게 되었다.
*
여기서 모국어는 시인에겐 시의 언어가 될 터이지만
울트라 러너인 내겐 몸이 말하는 육체의 언어가 될 것이다
내게 있어 울트라 마라톤의 본질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고 극복하며 희열과 성취감을 맛보고
한편으론 자신의 한계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그에 순응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본질적으로 창조주가 만든 창조질서에 따른 한계가 있다.
흔히 말하는 마라톤의 벽이 있고
오버 페이스를 할수록 에너지 고갈은 빨리 오고
에너지를 보충하지 못할 때는 탈진이 오고
잠을 자지 않고 달릴 때는 데자뷰를 비롯한 이상증상이
그리고 무리하게 되면 불청객인 부상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 모든 한계는 우리를 본질적으로 겸허하게 만든다.
창조주는 우리의 몸에 이와같은 겸허한 모국어를 새겨넣은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 창조질서에 순응하여
겸허한 모국어로 기도할 수밖에 없는 순례자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창조주의 보너스 선물이 있으니
바로 지구력의 비밀이다.
아마도 창조주께서 한평생이라는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우리에게 그 지구력을 선물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앞으로만 내달리면 쉽게 지치고 탈진이 오지만
조금만 페이스를 늦추어도 기대이상으로
우리는 긴 시간동안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지구력의 비밀
그러니 욕심을 내려놓고
겸허한 모국어에 귀를 기울이며
기도하는 자세로 순례를 해야 하리라.
*
뜨거운 탄천주로에서 좀 힘들었고
예년에 비해 다소 늦은 시간에 남한산성 CP 컷오프를 통과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완주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 컨디션이었다.
천진암 CP를 떠나 막 우산야영장으로 들어서다가
반가운 바오로 형님을 만났다.
형님은 앵자봉에 올라 경기지맹 주자들을 다 먼저 보내고
나를 기다리다 지쳐 내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무언의 약속을 한다.
반드시 완주하라고...반드시 완주하겠다고....
형님과 난 연초부터 주1회 산악 달리기를 하며
이 대회를 준비해왔고 또한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대회 출발 전 형님이 내게 준 화두는 진인사대천명
열심히 땀 흘리며 훈련을 해왔으니 이제는 최선을 다해 달리고
그 이후는 하늘의 뜻에 맡기라는 의미가 아닌가!!
형님은 홀로 떠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순례의 길을 계속 가는 나의 뒷모습을 앵글에 담아주셨다.
나는 당시 마재성지 33시간 컷오프 제한시간에 쫓기며
무리한 페이스로 중족골 피로골절 부상을 당했고
이후 한강변에서 오버페이스와 졸음에 속수무책 무너지며
제한시간을 1시간 30분 초과하는 시간외완주에 그쳤다.
절뚝거리며 들어선 마재성지에서 몸을 추슬러 다시 달렸지만
190키로 구산성지를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이미 기력이 다 떨어진 모습이다.
나는 이 사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제한시간을 넘겨 시간외완주를 해서만은 아니다.
컷오프에 몰릴수록 내 페이스를 지켜야하는 데도
욕심이 앞선 나는 무리한 페이스로 부상을 당했고
이후 계속해서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대회가 끝나고 혹시 완주패를 신청해도 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흔쾌하게 된다는 답변에 신청하여 받은 이 시간외완주패는
그 어떤 완주패보다 내게는 소중한 기념품이다.
완주사진도 없는데 어떤 사진을 패에 넣었을까 궁금했는데
아직은 팔팔했던 수리산 성지 인증샷을 넣어 보내왔다.
나는 이 완주패를 볼 때마다
<겸허한 모국어로 기도하는 순례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곤 한다.
<탄호이저 전주곡과 순례자의 합창>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전주곡은
경건한 세계를 상징하는 순례자의 합창 주제와
관능의 세계를 상징하는 베누스베르크의 음악이 대비되어
두 세계에서 방황하는 탄호이저의 갈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순례자의 합창>은 로마로 갔던 순례자들이 돌아올 때 부르는 합창인데
베누스베르크의 세계에 몸담았던 것을 속죄하기 위해
탄호이저도 로마로 순례여행을 함께 떠났지만
그 순례자들의 무리에 탄호이저는 없다.
로마로의 순례가 그를 속죄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순결한 엘리자베트의 희생으로
탄호이저가 구원받는다는 것을
바그너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서곡]
The Cleveland Orchestra
George Szell
https://youtu.be/WALIy7dZECw
[순례자의 합창]
Wagner - Tannhäuser: Pilgrims' Chorus & Finale
https://youtu.be/COhLnFwGaT0
<베르디 - 오페라 아이다>
이 오페라는 <돈 카를로>를 끝으로 오페라 작곡을 그만 두고
고향에 은거하며 지내던 베르디가
카이로 운하 개통을 축하하는 오페라를 의뢰받고 또 한번
마지막 창조력을 불태우며 작곡한 베르디 오페라의 최고 걸작일뿐만 아니라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곡이다.
이 오페라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타이틀 롤을 맡고 있는 '아이다'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예기치 않게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끝내는 지하무덤에 생매장 당하고 마는 라다메스 장군에
감정이입이 되는 편이다.
감격의 완주를 했을 때 뿐만 아니라 도전했지만 실패했을 때도
나는 늘 성지순례222 울트라를 한편의 '교향곡'으로 여겨왔으나
2015년 한강주로에서 처절하게 무너지며
오히려 '오페라'에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오페라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야말로
각본없는 휴먼드라마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라다메스 장군이 호기롭게 <청아한 아이다>를 부를 때,
그가 에티오피아 원정대장으로 선발되어
온 이집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정'할 때,
그리고 당당히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행진곡'이 울려퍼질 때
그가 지하무덤에 생매장당하리라고 그 누가 예측했으랴!!
<청아한 아이다>
Giuseppe di Stefano
Celeste Aida. Aida. Verdi
https://youtu.be/QcKbWTKBuNw
<출정장면>
[HD] Alto cagion v'aduna ... Su! del Nilo al sacro lido
La Scala. 2006
https://youtu.be/lhxxpYTT81k
<개선행진 장면>
Verdi Opera Aida
Gloria all' Egitto, Triumphal March - HD
https://youtu.be/JXMdei-UTfw
<지하무덤 장면>
[HD] Tomb Scene
Roberto Alagna, Violeta Urmana & Ildiko Komlosi
https://youtu.be/U_zUB3SoPXA
<오페라의 유령>
프랑스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에 발표한 소설을
앤드류 L. 웨버(Andrew L. Webber, 1948~)가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1986년 10월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고전적 선율에 의지하여
극 전체의 구성을 오페라의 형태로 끌어가는 오페레타(Operetta) 형식이다.
이 뮤지컬은 초연 직후부터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2000년 이후에야 제작에 들어갔고 2004년에 개봉했다.
뮤지컬과 영화는 각기 특장점이 있기 때문에 우열을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음악만큼은 언제 들어도 몰입할 수 있고
특히 타이틀곡은 들을 때마다 오페라의 세계인지 유령의 세계인지 모를
심연으로 끌어들이는 그 매력은 어디에 비할 바가 없다.
언제였던가?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관객석 천장에서 진짜(?)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퍼포먼스에
짜릿한 현장감을 느껴보기도 했었다.
희로애락 질펀한 오페라가 끝나고 나면
감정의 응어리들을 박박 긁어 풀어헤치는 첼로의 향연이 나는 좋아
Prague Cello Quartet의 버전으로 듣곤 한다.
The Most Popular Songs From The Phantom of the Opera Phantom of the Opera
https://youtu.be/_IJ-Dqm9E-8
The Phantom of the Opera - Prague Cello Quartet
https://youtu.be/qpbX7SbXOtU
#바그너_오페라_탄호이저_서곡
#바그너_오페라_탄호이저_순례자의_합창
#베르디_오페라_아이다
#사운드트랙_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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