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 넣기만 하면 ‘직방’이라는 동해안 파래새우, 전문 매니아들이 즐겨쓰는 알곤쟁이, 일명 ‘홍개비’라 불리는 홍갯지렁이, 야간 대물 벵에돔낚시에 곧잘 쓰이는 청갯지렁이, 최근 조심스레 대중화를 꿈꾸는 식물성 미끼인 파래, 낚시인이 사용하기 편한 분말 떡밥, 치약처럼 짜내어 쓸 수 있는 초보자용 가공 미끼인 튜브형, 잡어에 강하다는 깐새우, ‘오젓육젓’이라 불리우는 서해안의 새우류, 밑밥으로 쓰이고 있는 빵가루, 이밖에 갯바위에 기생하는 소형 갑각류들… ….
이렇게 열거해보면 벵에돔 미끼가 의외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 많은 미끼들 가운데 역시 가장 대중적인 것은 크릴이다. 남극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인 크릴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구매의 편리함, 그리고 크릴의 다양한 사이즈도 크릴 대중화의 일등 공신일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사이즈별로 크릴이 분류되어 보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곤쟁이 크기의 SS(투 스몰)부터 어른 약지만한 대형 크기인 3L(쓰리 라지)까지, 즉 SSㆍSㆍMㆍLㆍ2Lㆍ3L의 6가지 사이즈로 분류되어 대상어나 낚시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다. 심지어 포란(包卵) 크릴이라 하여 알을 밴 크릴까지 별도로 포장해 보급되는 실정이다.
시ㆍ청ㆍ후각 어필에 성공한 크릴 수온ㆍ입질ㆍ수심 따라 크기, 꿰기 달라야
이같은 크릴의 인기는 꾼들보다도 먼저 낚고자 하는 대상어인 벵에돔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크릴은 특유의 몸매와 발광(밤중에 크릴을 커터로 자르다 보면 번쩍이는 인광을 목격했을 것이다)으로 호기심 많은 벵에돔의 시각을 충분히 자극한다. 냉동창고에서 꺼내는 순간부터 크릴은 아미노산으로 빠르게 분해되기 시작하며 벵에돔의 후각을 강하게 타격한다. 냉동이 풀려 살얼음이 맺힐 정도 녹은 상태는 80%, 집어제와 섞을 수 있을 정도 녹은 단계는 90% 이상 분해가 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벵에돔낚시에서 우리는 크릴을 어떻게 사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벵에돔은 수온 변화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어류다. 수온 변화에 따른 반응은 곧 미끼에 대한 반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온 변화에 따라서 예를 들어 수온이 너무 내려가거나 너무 높아지면 활성도가 떨어지고 식욕이 감퇴되는데(참고로 벵에돔의 적서수온은 15~18℃ 정도다), 이럴 때는 두 가지의 크릴 선택법이 있다. 첫째는 아주 씨알이 큰 개체를 골라 수온의 변화로 인해 움직임이 둔화된 벵에돔의 눈앞을 자극하는 것이고, 둘째는 크릴의 머리, 꼬리(경우에 따라서는 껍질까지 벗겨내기도 한다)를 떼어내 한 입에 흡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입질의 강약에 따라서 입질의 강약에 따른 크릴 사용법은 어떤가? 입질의 강약이란 입질시 찌가 내려가는 속도로 체크할 수 있는데 스물스물 내려간다면 미끼가 적정 수심층에 있는 상태로서 입질이 안정적인 것이고,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순식간에 빨려든다면 입질 상태가 극히 불안한 것이다.
적정 수심층에서 크릴은 한 번에 흡입하기 쉬운 약간 작은 사이즈(스몰 사이즈)의 가공하지 않은 온전한 형태의 크릴이 효과적이다. 왜일까? 적정 수심층에서는 깨거나 부수지 않고 사용되는 밑밥용 크릴과 자연스런 동조를 이루며 입질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입질이 불안할 경우의 크릴 미끼 사용법은? 경쟁심 유발과 동시에 동조되어 내려가는 밑밥 속에서 눈에 확 뜨일 수 있는 약간 큰 사이즈의 온전한 크릴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물론 사용하는 밑밥용 크릴 상태가 원형(原形)이 아닌 조각낸 경우라면 조각난 크릴 사이즈와 비슷하거나 약간 큰 사이즈를 고를 필요가 있다.
●수심에 따라서 수심층의 변화에 따른 크릴 사용에 대해서는? 표층과 바닥층을 기준해보자. 고기가 표층까지 떠올라 활발히 입질할 때는 아무래도 여러 번 씹어 삼키는 경우보다 부담없이 흡입할 수 있는 최대한 작은 크기가 유리하다. 온전한 크릴이라면 스몰 사이즈를 골라야 하고, 라지 사이즈라면 머리와 꼬리를 떼어내어 써야 한다. 이는 저수온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 바닥층에서 입질할 때는? 이 경우는 절기가 여름이냐 겨울이냐에 따라 대처가 달라지는데, 만약 쿠로시오 난류의 유입으로 깊은 수심층까지 들여다 보일 만치 물이 맑아지는 여름철엔 표층에서 입질이 활발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맑은 물속에서는 크릴이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의 바닥층 공략시엔 크릴 선택법이 달라져야 한다. 한겨울엔 북서풍의 영향으로 내만의 어두운 탁수가 유입되며 물속 시야가 나오지 않게 된다. 이때는 보다 큰 개체의 크릴을 골라야 하는데 투라지(2 Large)나 쓰리라지(3 Large) 사이즈의 크릴이 유리하다.
사이즈별 다양한 형태의 크릴 상품 출시 기대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벵에돔낚시에 사용되는 크릴은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부드러운 생크릴이 좋은데 국내의 낚시 여건을 감안해 볼 때 크기는 스몰 사이즈가 활용도가 높다고 본다. 하지만 국내의 크릴 회사에서 가공 판매되는 크릴 제품을 보면 아직껏 감성돔용과 벵에돔용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고 일률적인 사이즈로 제공되는 실정이다. 오히려 감성돔과 벵에돔을 ‘겸용’으로 노릴 수 있다고 내세운다. 시장의 미성숙 때문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내 미끼 업체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참고로 바다낚시 매니아들의 증가로 이제 갯바위에서는 잡어가 떠날 날이 없어졌다. 크릴이 제 위치를 찾기도 전에 잡어가 먼저 미끼를 도둑질해버리는 것이다. 이럴 때 깐새우를 활용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지혜다. 다만 이때 깐새우는 통으로 쓰지 말고 스몰 사이즈의 크릴과 같은 크기로 쓰는 게 좋은데, 먼저 세로로 토막 내고 다시 세로로 2~3 가닥으로 찢어 쓰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