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숲이 울창하면서 호젓한 이런 보석같은 산길이 아직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깔끔한데다
조망마저 환상적이다. 아직 생태계도 살아있다. 산행내내 들리는 새소리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숲이 좀 깊다
싶으면 으레 꿩이 푸드덕 날갯짓을 한다.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무당개구리가 숲을 헤치고 나와 춤을 춘다.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그렇다고 험하지도 않다.
초보자와 전문 산꾼 할 것없이 누구나 만족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산행코스 :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원효대~원효사~도선사 입구~소각장~달음산 이정표~달음산 정상 이정표~
달음산 천마산 갈림길~달음산 정상(587m)~달음산 천마산 갈림길~체육공원~삼각점봉(383m)~
천마산 정상(417m)~전망대~치마산 정상(삼각점·458m)~임도~차단기~임도 갈림길~아홉산 등산로 입구~ 아홉산 정상(360m)~차단기~테마임도(웅천 방향)~철마 이곡 방향~황이농장~철마면 이곡리 이곡회관 버스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5시간 정도 걸리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상곡마을 영천 이씨 땅 소유 알림판이 서 있는 공터에서 버스를 내린 뒤 시멘트길을 따라 오른다.
마을은 농가라기 보다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어 깔끔한 인상이다. 정면에 달음산이 보이며, 지도상으론
천마 치마 아홉산이 왼쪽으로 이어진다. 결국 마을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산행하는 셈.
마을 뒤는 명당인지 온통 사찰이다.
대도사 이정표를 따라 간다. 7분 뒤 축봉산 원효대 입구. 다리를 건너지 말고 우측 원효사 방면으로 향한다.
축봉산은 달음산의 또 다른 이름. 이곳에서 만난 한 스님은 "달음산 정상부 암봉을 산아래에서 보면 솔개를 닮아
'솔개 축(鷲)'자를 썼다"고 말했다.
도선사와 대도사 갈림길에서 비로소 '달음산 정상 1.1㎞' 이정표가 보인다.
도선사 입구와 조그만 소각장을 잇따라 지나면 이내 달음산 등산로 입구. 마을 입구에서 30분 걸린다.
10분 뒤 실계곡을 지나면서 본격 오르막. 밧줄에 의지해 된비알을 힘겹게 오르면 주능선 갈림길. 들머리에서 25분.
왼쪽은 천마산과 치마산으로 가는 길, 오른쪽은 달음산 정상 방향. 정면에 이정표 말뚝만 있을 뿐 정작 필요한 팻말은
없다.
산행팀은 달음산에 오른 뒤 이곳으로 되돌아와 천마산 방향으로 향한다.
운치있는 송림과 체육공원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철탑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간다.
정상(587m)은 밧줄을 잡고 조심스레 오른다. 주능선 갈림길에서 15분 거리.
거대한 암봉으로 취봉 또는 무제바위라 불리는 이곳은 예상과 달리 아주 넓다.
일광 임랑 송정 등 탁 트인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주변 봉우리가 생생하게 확인된다.
북으로 석은덤 대운산 시명산이, 남서쪽엔 장산이, 북서쪽은 천성산 그리고 영남알프스가,
서쪽엔 천마산 치마산 문래봉 철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능선 갈림길에서 이번엔 천마산으로 향한다. 외길이라 길찾기는 문제없다.
10분 뒤 우측에 전망대. 공사중인 정관면 뒤로 백운산 망월산 철마산 용천산 석은덤이 확인된다.
침목 내리막길로 15분쯤 걸으면 숲을 벗어나며 안부. 우측은 청소년수련원 가는 길, 돌길로 직진한다.
달음산 줄기가 끝나고 천마산이 시작된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20분 뒤 너른터를 만난다. 천마산 정상(417m)으로 추정된다. 정상석이 없으니 참고하길.
얼마 안가 우측 전망대를 지나면 고개. 우측 정관읍 달산리, 좌측 일광면 대리. 여기서부터 치마산 줄기가 이어진다.
길 곳곳에 둥굴레꽃 옥녀꽃대 큰으아리꽃 족도리풀이 눈에 띈다.
두 번의 갈림길이 이어진다. 잇따라 우측으로 간다. 제법 고된 된비알을 오르면 또 갈림길. 우측 삼각점 봉우리가 치마산 정상(458m). 이 길로 직진하면 곰내재를 거쳐 문래봉 철마산 거문산 종주가 가능하다. 산행팀은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로 아홉산으로 향한다. 주변 발밑에는 하얀 은방울꽃이 보인다. 치마산 갈림길에서 10분 뒤 또 갈림길. 쭉쭉 뻗은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직진하면 곰내재, 왼쪽은 아홉산 가는 내리막길. 10분 뒤 임도. 왼쪽으로 20분 정도 걸으면 또 갈림길. 우측으로 8분 뒤 마침내 아홉산 등산로 입구 이정표. 나무계단으로 오른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만들어낸 숲에 압도당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것도 잠깐. 안타까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시나브로 숲이 망가지고 있었다. 정상(360m)까지는 27분. 북쪽을 제외하곤 조망권이 확보됐으나 불행히도 안개가 짙어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하산은 테마임도 방향. 7, 8분이면 내려온다. 이곳은 재선충 피해가 극심, 숲이 온통 죽은 소나무 일색이다. 곳곳에는 나무를 베어내 훈증처리중이다.
우측 차단기쪽 테마임도로 가 다시 우측 웅천방향으로 간다. 5분 뒤 왼쪽 철마 이곡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황이농장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12분 뒤 이곡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교통편
# 버스 이용 가장 권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기장읍 기장시장 아람마트 앞에서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 가는 '기장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7시10, 8시20, 10시30분, 낮 12시50분에 출발한다. 700원. 20분 정도 걸린다.
기장시장 가는 방법은 두 가지. 해운대 송정을 거쳐 가는 길과 석대 반송을 경유하는 길이다.
좌석버스 142번(서면~양정~시청~수영~해운대역~송정) 239번(부산역~진시장~수영~〃),
183번(부산대~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동래역~안락로터리~석대~반송) 좌석버스가 있다. 1400원.
날머리 이곡에선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입구 팔송행 버스가 낮 12시30분, 오후 4시50, 5시35, 6시20분(막차)에 있다.
노포동지하철역에도 선다.
# 떠나기전에
달음산은 흔히 동해남부선을 타고 좌천역에서 내려 광산마을과 옥정사를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무궁화열차가 폐쇄되어 예전의 운치는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산행팀은 달음산 외에 천마 치마 아홉산을
연결하는 또 다른 원점회귀 코스를 계획했다.
하지만 하산길에 예기치 못한 많은 비가 내린데다, 목장으로 인한 개설된 인위적 임도 등에 초행이라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여서 어쩔 수 없이 테마임도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산길에 만난 아홉산 숲을 보면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더이상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 산꾼들은 현재 훈증처리중인 것을 절대 손대지 말자.
일광산에서 이어지는 아홉산 능선은 테마임도와 목장 조성 때문에 산행의 운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있는 그대로의 산길을 갈망하는 근교산 동호인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산길로 이번 산행에선 제외했다.
이번 달음산~아홉산 종주코스는 아직은 자연 그대로의 산길로 근교산 동호인과 아홉산 취재를 원한 독자에게는
흡족한 산길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