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를 믿는다
온종일 새소리 왁자하고, 와달비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시국이 어수선하다.
푸름 속에 나앉은 나는 열외의 국민인가.
고 3딸은 촛불 시위 참석하느라 공부는 뒷전이더니 6월 모이고사 엉망진창이라고 울상이다.
"엄마는 딸을 믿어?"
"그럼 믿지"
"나 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공부하면 구월에는 잘 볼 수 있을까?"
"당연하지. 너는 공부하는 방법을 아니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 엄마는 믿어. 이미 끝난 것에 연연하지 마라. 탁 접어버리고 푹 쉬어라."
애국하는 길이 촛불시위에 참석하는 것만은 아닐 터. 학생들을 거리로 내 모는 현 정치가 문제지만 그 문제점 해결되긴 어려울 것 같다. 상위 1%에 앉은 사람들 명분과 제 잇속 챙기기에 겁겁한 탓은 아닐까. 하층민은 생활고에 허덕이다 모진 목숨 줄 끊어질 판인데.
그래도 농부는 곡식을 거두고 씨앗을 심는다. 보리 베어내고, 보릿대 태우고, 물 잡아 논 갈아엎고, 무논에서 개구리가 밤 새워 울고 삐익 삐익 밤새 처량하게 운다. 거친 그루터기와 독새 가득 찼던 논이 며칠 사이 파릇하게 모가 자란다. 논두렁 자근자근 밟아 두렁 콩 심고, 자투리땅이라도 호미 질하여 깨도 심고, 호박도 심는다.
촛불 시위하다 연행 되고, 독재정치 때나 있을 법한 강제 진압에 희생당한 사람들 병원에서 머리 싸매고 앓는 사이 벼는 자라고, 과일은 굵어진다. 온종일 땡볕에 비지땀 흘리면서 중노동에 시달리다 밤이 되면 인사불성으로 잠들어도, 끙끙 앓는 소리 문지방을 넘어도 농부는 땅을 놀릴 수 없다.
낮에 파김치 되도록 중노동에 시달리고도 저녁이 되면 촛불 시위에 참석하는 젊은 농군들, 온 가족 참석하여 광장을 빛내는데 어찌 고3 딸이라고 열외로 치겠는가.
‘딸아, 그래도 너를 믿는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단다.’
다만, 딸이 원하는 학문의 길을 갈수 있도록 마음 다해 기도할 뿐이다.
딸을 위하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애틋해서 모셔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