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거사(空門居士)의 오만(傲慢)
모든 것 일체가 공(空)이다.
송(宋)나라 초(初)에 공문거사(空門居士)가 있었다. 그는 모든 불경(佛經)에 통달(通達)한 거사다. 그는 항상 금강경(金剛經)을 수지독송(受持讀誦)하여 일체법(一切法)이 모든것이 다, 공(空)이라고 설파(說破)했다. 따라서 삼세제불(三世諸佛)도 조사(祖師)도 공문(空門)으로부터 출현현현(出現顯現)했다고 보았고, 사생육도(四生六道) 일체중생(一切衆生)까지도 모두가 다 공문(空門)속에서 나왔다고 열변(熱辯)을 토(吐)하고 자신의 호(號)까지 공문(空門)이라고 작명(作名)할 정도이다. 심지어 삼세제불(三世諸佛)과 보살(菩薩)과 조사(祖師)와 일체중생(一切衆生)의 모체(母體)가 바로 공문거사(空門居士)라고 교만(驕慢)을 부리면서 기고만장(氣高萬丈) 호언장담(豪言壯談)을 하고 다녔다. 그 당시 광주 땅에는 휴휴선원(休休禪院)에는 휴휴선사(休休禪師)라는 고승(高僧) 선지식(善知識)이 계셨다. 그런데 어느날 이 공문거사(空門居士)가 볼일이 있어서 휴휴선원(休休禪院)에 휴휴선사(休休禪師)를 찾아가서 친견(親見)하고 인사를 올리면서 자기소개(自己紹介)를 했다. 저는 공문(空門)이라는 사람올시다. 선사도 듣던 대로 그가 공문이라는 것을, 바로 알고 묻는다. 어떤 것이 공문(空門) 입니까? 선지(禪旨)로 묻는 것이다.
모든 법(法)이 다 공(空) 하니, 따라서 공문(空門)입니다. 선사께서 묻기를 그렇다면 모든 법(法)이 공(空) 안에 있습니까? 공(空) 밖에 있습니까? 거사가 대답하기를 공외(空外)는 무법(無法)이니, 공(空) 안에 있습니다. 그의 답(答)이 끝나기도 전에 선사께서 주장자(柱杖子)로 거사의 잔등을 탁하고 후려치면서 말씀하시기를 공(空)이란 내외(內外)가 없는 것, 무법(無法)도 법(法)이거늘 공문(空門)은 어디서부터 나왔는고? 공문(空門) 공도리(空道理)로 안하무인(眼下無人) 교만(驕慢)을 부렸던 공문거사가 말문이 꽉 막혀버렸다. 이때 선사께서 별안간 악! 하고 할(喝)을 하면서 바로 이것이 공문(空門)이니라. 하셨다. 공문거사가 휴휴선사 할(喝) 소리 듣고 바로 언하대각(言下大覺) 하였다. 공문거사 옷깃을 여미고 공손하게 절을 하면서 선사님의 크나큰 법은(法恩)을 무엇으로 갚사오리까? 오직 공부로써 보답코져 하오니, 앞으로 어찌해야 하올지 하교(下敎) 하여 주십시오. 간절히 가르침을 구합니다. 휴휴선사께서 쉬고 쉬어라(休休)고 선사의 법명으로 가르침을 주었다는 선화다. 금강경 공도리로 교만을 부리던 공문거사가 휴휴선사 할(喝) 소리 깨달음을 얻었고, 쉬어라! 는 마지막 법문을 듣고 물러났다는 선화다. 절집에서 교만은 금물이다. 자기가 본 것, 아는 것으로 잣대가 되면 그것 또한 사량계교(思量計較) 덫이다. 불자 중에는 깨치지도 못하고서 깨친냥 설치는 사람들이 많다. 남은 속여도 자기가 자기는 못 속이는 것이 법(法)이다. 그 한 예가 공문거사와 휴휴선사 선화(禪話)다. 불자(佛子)에게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선화(禪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