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후반에 눈소식이 있다 한다.
마지막 설경을 볼수 있으리란 설레임과 조급함에 주변을 일의켜 세운다.
평소 역마살을 붙이고 사는 지인 몇을 꼬드겨 넉넉한 시간을 두고 콧바람을 쏘일 요량으로
느슨한 일정을 계획한다.
코로나정국이 최상으로 격상된 신년 둘째주...
( 지금도 달라진건 없지만...)
낫뜨거운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숨죽여 두드렸건만 하늘이 발목을 잡았다.
해가 바뀐 정초엔 습관처럼 찿곤했던 한라산...
철따라 바뀌는 풍경과 맛,그리고 온갖 애환을 품고 있는 섬...제주도,
삼별초 최후의 항쟁, 광해을 비롯한 왕조시대의 유배지,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찬탈과 좌,우이데올로기의 아픈상흔까지...
제주를 돌다보면 많은 곳에 아픈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언제부턴가 마음에 담고,기회를 봐왔던 알뜨르와 섯알오름...
몇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시간제약으로 송악산에서 멈추곤했던 올레10코스의 남치기...
그곳에서 알뜨르와 섯알의 다크투어를 경험하려 한다.
이번 올레걷기의 테마는 제주 다크투어리즘이다.
올레10코스의 반토막,송악산에서 하모해변까지...
그곳에 우리 선조들의 아품과 애환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일정때문에 정코스를 마다하고 알뜨르비행장,섯알오름을 집중탐색 하기위해 역코스인
하모체육공원에서 올레의 일정을 시작한다.
다크투어리즘이란?
체르노빌원전,아우츠비츠수용소 등...
전쟁이나 테러, 인종 말살, 재난처럼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을 말한다.
몇해전 올레19코스 트레킹때 접했던 북촌리 "너븐숭이 4.3유적지"에 이어
이번엔 제주 다크투어리즘의 성지인"알뜨르비행장,섯알오름,송악산 동굴진지 등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른주말 아침시간,
제주공항에 도착,점심시간에 맞추어 모슬포에 도착한다.
예전에 가파도여행때 맛나게 먹었던 갈치조림이 생각나 덕승식당을 찿았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맛이다.
소주를 반주삼아 맛난 갈치 두어토막을 헤치고,
얼큰한 기분으로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길을 나선다.
식당에서 머지않은 곳에 올레 10코스의 종점인 하모체육공원이 있다.
일행은 역코스로 송악산까지 걷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동네어귀를 벋어나 한적한 농로를 따라 구비구비 돌다가 운진항을 가로지른다.
예전에 조그마한 어촌 선착장이었던 운진항이 지금은 웬만한 큰항구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마라도,가파도 정기여객선 또한 여기서 출발 한다고...
운진항에 인접해 하모해수욕장이 있다.
백사장은 그리 넓지는 않으나 주변과 어우러져 멋찐 풍광을 이루고 있다.
하모해변 잔듸밭에 한가로이 뛰어노는 말의 조형물이...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어 졌던지 마치 실물을 보는듯 평화로운 모습이다.
하모해변을 끼고 솔밭사이로 올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군데군데 적당한 간격을 두고 데크로 만들어진 쉼터가 있어 멍때리거나 잠시 머물다 가도 좋을듯 하다.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야생 백년초가 종종 눈에 띈다.
한겨울을 보냈음에도 싱싱한 손바닥 끝엔 빠알간 꽃을 피우기까지 했다.
운진항과 하모해변을 뒤돌아 보고...
부드러운 육로의 올레길을 걷는다.
날씨가 풀려서 인지 가족단위의 올레꾼들을 종종 만날수 있다.
물빠진 해변엔 검은 현무암이 듬성듬성 얼굴을 내밀고,
멀어져가는 하모해변은 한가하기만 하다.
하모해변을 걷다가 올레표지를 따라 도로를 건넨다.
도로를 거슬러 아직 수확이 끝나지 않은 무우밭과 파랏게 싹을 띄운 보리밭을 사이에 두고
알뜨르비행장을 향하여 길을 잡는다.
알뜨르비행장 전경...
'알뜨르'는 제주말로 "아래 벌판"이라는 예쁜 뜻을 가진 말이다.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군사시설이 있던 곳으로 일제의 끔찍한 극단적인 전술로 유명한 '가미카제'를 위한
조종 훈련을 이곳에서 했다고 한다.
지금도 20여 기의 비행기 격납고가 이곳 주변에 군데군데 남아있고,
비행장을 가운데 두고 섯알고사포진지, 송악산동굴진지,알뜨르 지하벙커, 이교동 군사시설, 모슬봉 군사시설 등이 있다.
알뜨르비행장옆 동굴진지로 가는길...
알뜨르비행장 자하벙커 내부...
콘크리트로 진지를 구축하고 외부엔 흙으로 덮어 작은 동산처럼 위장되어 있다.
알뜨르비행장 관제탑...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이 격납고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비행기를 숨겨두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시설로 지금도 20여기가 남아있다 한다.
격납고 내부의 모습,
격납고 안에는 박경훈작가의 작품인 "애국기 매국기"라는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의 가미카제 폭격기인 제로센을 모형화 시킨 작품으로
사람들의 소망과 평화에 대한 기원의 글들이 모여 형형색색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부에 비치된 방명록은 관리가 되지 않아서 인지 흙먼지만...
알뜨르비행장,제주4.3평화공원 광장...
알뜨르비행장과 4.3평화공원은
서대문형무소,거제포로수용소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이라고 한다
대정읍 벌판에 위치한 4.3평화공원 광장에는 제주도가 주최한 국제미술전인 '제주비엔날레2017'의작품 중 하나인
최평곤작가의 "파랑새"란 대나무 조형물이 우뚝 서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작품인 "파랑새"는
작가가 아픈역사가 담긴 알뜨르와 섯알오름에서 제주의 바람을 느끼며 평화의 메세지를 전하려 했음인 듯...
평화공원 광장에서 잠시휴식을 취하고,우측으로 나있는 섯알오름으로 방향을 잡는다.
섯알오름 양민학살터와 위령비,
한국전쟁당시 정부의 예비검색으로 희생된 양민의 학살터이자 위령비가 세워진 곳이다.
전쟁발발후 4.3사건을 근거로 경찰에 의해 북한군 조력자로 강제검속을 당한 1,000여명의 예비검속자중 250여명의
무고한 양민이 이곳에서 학살되었다 한다.
일본이 패망한후 제주도를 점령한 미군에 의해 폭파된 일본군 탄약고터,
섯알오름 양민학살터를 둘러보고 무거운 마음으로 언덕을 넘으니 철이른 유채꽃이 화사히 반긴다.
유채밭 넘어로 멀리 모슬봉과 우측으로 단산(바굼지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섯알오름 일제고사포진지,
일제는 이곳에서 알뜨르비행장 엄호 했으리라...
이곳을 끝으로 알뜨르비행장과 4.3평화공원을 둘러보고 섯알오름에서의 다크투어를 마무리 한다.
사람은 과거로부터 배워야 할것들이 너무나 많다.
메세지 하나하나가 짠하게 와닿는 알뜨르와 섯알오름의 사연들...
섯알오름을 내려서니 평온한 산방산과 제주의 남쪽해안이 열려있다.
한라산 분화구인 백록담을 엎어 놓은 듯한 형상으로 산방산이,그리고 우로 월라봉과 군산오름이 또렸하고,
뒤로는 구름에 덮인 한라산이,바다에는 앙증맞은 모습으로 형제섬이 떠있다.
송악산 초입 도로를 건너 송악산을 가운데 두고 좌에서 우로 돌기로 한다.
송악산은 "마라해양 도립공원 송악산지구"에 속한다고 했다.
송악산 외륜 일제 동굴진지,
이 또한 우리의 아픈흔적들 이다.
둘레길을 따라 좌,우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수없이 놓여있다.
가까이서 드려다 보았다.
송악산 일제 동굴진지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의 군사시설로서 1943~1945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한다.
송악산에는 이처럼 크고 작은 진지동굴이 60여개소나 설치되어 있으며,
이 진지는 태평양전쟁 말기 수세에 몰린 일본이 제주도를 저항 기지로 삼고자 했던 증거물 중에 하나라고 한다.
대정쪽 송악산 해안절벽,
억겁의 세월동안 수없이 부딧치고 깍여 만들어진 해식절벽일듯...
송악산 두레길을 걷다보면 송이석이 간간히 보인다.
송이석은 약알카리성 성분으로 구성되어 다량의 원적외선및 음이온이 함유된 화산석의 일종이다.
차귀도의 해안절벽에 가면 엄청량의 송이석을 볼수있다.
송악산 해안길 주변에는...
올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얕트막한 구릉에 수국과 종려나무로 조성된 농원(?)이 하나 보인다.
초여름 수국이 필때엔 큰 볼거리를 선물할듯...
물개바위와 두꺼비바위??
마치 둘이 입마춤을 하는것 같이 보인다.
오던길을 되돌아 본다.
아름다운 둘레길...
둘레길 전망터에서 차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뒤로는 송악산 봉우리가 우뚝 서있다.
송악산정상은 휴식년제로 인하여 몇년째 통제중이라고 한다.
송악산 해식절벽위로 아스라이 올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바다건너 넙쭉하니 가파도가 엎드려 있고 ,좌측 끄트머리에 마라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올레길을 따라 해안절벽을 3분의쯤 돌다보니 몇번인가 마주했던 송악산전망대가 나온다.
함께한 동료들과 인증샷을 남기고...
송악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월라봉과 군산오름,그리고 형제섬...
시간이 조금 흘럿음 인지 배가 출출해 진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욕심쟁이할망집에 들러 뿔소라 한접시를 시켜 막걸리 한사발로 요기를 한다.
송악산 해안절벽과 삼방산...
송악산을 내려오다가...
아름다운 풍경속에 감춰진 이곳은...
이곳 또한 아픔이 숨어있는 송악산 해안동굴진지다.
무고한 제주도민의 강제징용으로 인한 아픈 역사의 현장임이 틀림없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춰져 있던,
제주의 슬픔과 상처를 잠시나마 느낄수 있었던 그곳들...
인근 알뜨르와 4.3 유적지가 있었던 섯알오름,그리고 송악산 일대 진지동굴을 같이 보며
일제의 침탈,전쟁 유적지와 우리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엿볼수 있었다.
모슬포에서 송악산까지 이른 탐방을 마치고,
서귀포로 이동하여 만찬이 기다리는 쌍둥이횟집으로 갔다.
실로 오랜만에 찿은 쌍둥이횟집...
코로나 시국임에도 명성에 걸맏게 여전히 만석이다.
시차를 두고 들어오는 코스요리에 맞추어 쉼없이 한라산을 비워댄다.
옆테이블의 손님이 두번 바뀔때까지 계속 마셨다.
숙소로 가는길에 "이중섭 거리"를 들렸다.
대표작품으로 "소"와 당신의 애닯은 사랑 말고는 아는게 없는 이중섭...
그래서 조형물로 남긴 소를 담아봤다.
취기 탓인지 몹시 흔들려 나왔다.
이중섭거리는 올레6코스와 병행하여 조성되어 있다.
이중섭거리가 시작되는 아치기둥 명판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하루를 마감 한다.
오붓하게 함께했던 그길이...
그리고 애환과 안타까움이 배어있는 그날의 아픔이...
반나절의 흔적찿기로는 턱없이 부족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역사를 더듬을수 있는 시간들 이어서 남은 숙제를 내미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