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노래
박강남
광릉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비가
바늘 같은 가문비 나뭇잎에 활을 켜
초가을 소리를 내는 한 낮
나무는 비를 맞아도 가지로 품을 넓혀
쫄딱 젖은 너구리가 쉬어간다
비 그친 뒤
금세 몸이 불은 숲 위로
무지개가 덩그러니 걸려있다
숲속 친구인 긴날개여치 날베짱이 고라니
호랑나비 하늘다람쥐 쓰르라미 물잠자리
오케스트라 가을협연에
사람들 생각은 푸르러지고
수목원은 해가 지지 않았다
친구
며칠 집을 비웠었다
벨소리에 선잠을 깨 전화를 받자
앞뒤 다 자르고
“어디 갔었니?”
“병원에 잠시 있었어”
“ 그랬구나
시를 쓰게하려고 아팠나보다
곱씹어 읽을수록 깊이가 있고
오래 울림이 남는 시를 많이 써 ”
친구는 말을 줄이고
발꿈치를 세워 총총히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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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시 원고방
테마시 숲의 노래, 친구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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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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