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들 녀석의 귀가
2024년 5월 28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사월 스무하룻날
엊그제 비가 내린 후,
어제 아침나절에는 세찬 바람이 몰아쳤다.
그 바람에 장작집 뒷편 어닝천을 이용하여
비가림막을 가설재 클립으로 고정을 시켜
놓았는데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불었으면
단단한 클립이 튕겨나올 정도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드문드문 클립을 채워놓아서
바람의 저항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른 아침에 부랴부랴 클립 12개를
가져다 빈 공간에 모두 채워놓았다. 바빴다.
조급한 마음에 날씨 챙기는 것도 잊었다.
일을 마친 후 온도계를 살펴보니 영상 6도,
어쩐지 공기가 서늘하다 싶었고 철사로 된
클립 고정핀의 촉감이 차갑게 느껴진 것을
그제서야 왜 그랬는지를 알았다. 이 정도의
기온이면 서리가 내렸을 텐데 다행히 서리는
내리지 않고 대신에 이슬이 내려 촉촉하다.
어제 늦은 오후 봉평장에 나가 미리 주문을
해놓은 모종용 고구마순 100개, 노각 모종
6그루와 손상된 브로콜리 2주를 서비스로
받아와 밭에 심었다. 아내와 함께 심다보니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 이내 다 심고 물을
듬뿍 주었다. 이제 6월 중순쯤에나 심게 될
들깨를 제외하고 모두 심어 밭을 다 채웠다.
이제부터는 잘 자라길 바라며 아침, 저녁은
물론이고 시도 때도 없이 촌부의 발걸음은
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가을걷이가 끝날
때까지 촌부의 놀이터는 밭이 될 테니까...
중앙통로에 데이지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며칠전까지는 꽃망울이 맺혔구나 싶었는데
엊그제 내린 비가 단비였었고 약이 되었는지
이내 활짝 피었다. 하얀색 꽃이 예쁘긴 하다.
워낙 번식력이 강해 심어놓은 꽃밭을 벗어나
길은 물론 주변은 온통 데이지가 점령을 한다.
개체수 조절이 너무 어려운 꽃이라 그냥 둔다.
둘째네가 관리하는 두 군데, 우리가 관리하는
두 군데 밭에 자라고 있는 명이나물(산마늘)이
꽃을 피웠다. 잎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오고 그
끝에 자잘한 꽃이 뭉쳐 피어서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 꽃모양은 대파, 마늘처럼 생겼으며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재밌다. 얼마후 씨앗이
생겨 잘 익으면 씨앗 채종을 하여 심고자 하는
밭에 곧바로 뿌려놓아야 발아가 잘 된다.
어제 오후 일을 마칠 무렵쯤에 아내가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갑자기 무슨일 있는가
걱정되어 "왜 전화를 하셨는고?"라고 했더니,
"아들이 왔어! 사흘간 휴가라고 집에 왔다네."
라고 했다. 안봐도 비디오다. 아내의 모습이...
얼마나 좋았으면 들뜬 음성에 목소리는 힘이
팍팍 들어가 씩씩했다. 하나뿐이 자식이라서
아내는 늘 객지에서 혼자 지내는 아들 생각을
하곤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에
거의 같은 시각에 안부 전화를 하는 아들이다.
이 버릇, 이 습관 하나는 촌부가 제대로 물려준
같다. 우리가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다. 예전
부모님 살아생전에 주말 저녁이면 안부 전화를
드렸다. 거의 한 주일도 빠짐없이 그랬던 것을
아들 녀석이 스스로 보고 배워 지금 대를 잇는
것이다. 나름 좋은 버릇, 좋은 습관을 물려준
것 같아 흐뭇하고 뿌듯하다.
아내는 아들이 왔다고 녀석이 좋아하는 음식,
옛날식 돈까스로 저녁상을 차렸다. 좋아하며
싱글벙글하는 모자(母子)의 모습을 보며 함께
하는 저녁식사가 너무 즐겁고 좋은 것은 촌부
또한 더없이 좋았다. 쏘맥도 곁들여 더 그랬다.
아들은 어릴적 구월동 경양식집 하나궁, 조금
먼 곳 송도의 고급 레스토랑 스몰시티가 생각
난다며 좋아했다. 그 당시는 광고회사 근무를
하던 시절이라 그땐 주말에 자주 외식을 하곤
했었다. 하나뿐인 자식이라고 나름 기를 살려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아비와 어미의 그 마음을
지금껏 간직하고 헤아려주는 것 같아 고맙다.
아마도 그때 우리가 그렇게 한 것이 지금 모습,
뚱뚱이로 만든 원인이 아닌가 싶어 한편으로는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다. 어미, 아비는 날씬한
홀쭉이인데 아들 녀석만 뚱뚱이로 키웠으니...
후식은 지엄마가 생크림 케익을 좋아한다면서
사가지고 와서 둘째네를 불러 함께 나눠먹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 세 집(세 자매) 자식은
아들 녀석과 조카 딸내미 둘 뿐이다. 고맙게도
녀석들은 친남매 이상으로 의좋게, 정답게 잘
지낸다. 처남네 아들 두 녀석과 함께 사촌끼리
모임을 만들어 지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서
밥을 먹는 시간을 갖고 있다. 부모로서 자식들
의좋게 지내는 것을 보는 우리들 마음은 너무
대견하고 뿌듯하다. 오는 7월까지 캐나다에서
유학중인 처남 둘째 아들이 귀국할 때까지는
모임이 잠시 중단 되었단다. 오늘은 가는 길에
원주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여동생하고 저녁을
먹고 가려고 약속을 했단다. 조카 딸내미 또한
외동이라 13살 위의 오빠를 잘 따르고 아들도
여동생을 잘 챙기는 것이 너무나 보기가 좋다.
이또한 우리들 대를 잇는 정겨움 아닌가 싶다.
녀석들이 정말 장하고 든든하고 대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