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관의 「노래의 눈썹」 감상 / 문태준
노래의 눈썹
장옥관
새의 발가락보다 더 가난한 게 어디 있으랴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 햇살 움켜쥐고 나뭇가지에 얹혀 있다
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 노래의 눈썹,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
배고픈 오후, 허기 속으로 새는 날아가고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
가는 발가락 감추고 날아간 새의 자취 좇으며 내 눈동자는 새의 메아리로 번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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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허기 속에 있는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새는 몸이 가냘프고 약하고 가난하지만 노래는 맑다. 새는 그 현존을 통해 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외관을 완성한다. 또 맑은 노래는 나무의 내부와 먼 하늘에까지 거듭 울려 퍼진다. 그리하여 나무는 노래의 얼굴이 된다. 이 시를 읽고 나니 아침에 나목에 와서 울던 새가 생각난다. ‘그것이 맑은 가난의 모습이었구나’라고 뒤늦게 깨닫는다. 장옥관 시인은 최근 펴낸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타다 만 삭정이로 얼기설기 얽은 둥우리로/ 날아든 새/ 핏방울 묻은 한 소절 노래를 부르다 사라진 새// 그가 남기고 간 깃털의 온기를 주워/ 여섯 번째 가난을 엮는다”라고 썼다. 새는 비록 가난하지만 이 세계에 ‘깃털의 온기’를 남긴다는 문장이 동천(冬天) 아래에 사는 나에게 여러 가지를 돌아보게 한다.
문태준 (시인) |
첫댓글 *제목부터가 낮서네요
그러나 내용은 어렵지 않게 공감이 가네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