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주사진입니다. 쩝.. 제껀아니구 동호회 동생껍니다

[Martin]

제주도 일주를 생각했던 것은 4월 초가 아니었던가 싶다. Destination Speed라는 Salomon社의 동영상을 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디 메츠거, Mr.더블푸시 파스칼 선생 등등의 데몬들이 해변을 팩을 지어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어찌나 그 모습이 자극적이었던지.... ^^; 그러다가 나를 인라인의 세계로 이끌고 챙겨준 목자, 우협이형님을 만나게 되었다. 제주토박이라니,,, 그때부터 제주일주에 대한 꿈은 무럭무럭 커졌고 드디어 이번에 일주여행을 지르고 말았다.

이번 일주에는 원래 나를 포함해서 3명이 참가하기로 굳게 약속을 하였으나, 각자의 사정이 생겨서 나혼자 떠나게 되었으며, 외롭고 힘들거라는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한가롭고 여유있는 여행이 되었음을 미리 말하고 싶다. 혼자 하는 여행은 그 나름대로 좋다. 그것은 마음맞는 사람들과 떠나는 왁자지껄한 즐거움과는 또다른 한가로움을 통한 즐거움이다.

대강의 여정은 다음과 같았고, 처음 생각했던 것과 거의 변동사항이 없었다. 내심 흡족해 하고 있다. 그만큼 계획대로 열심히 달렸다는 것이니까,, ^^

30일

0시 12분 수원발 목포행 열차 - 5시 17분 목포 도착 - 목포해양대학교까지 로드

목포해양대학교내 로드 - 여객 선착장까지 해안도로(약 5Km)로드

씨월드 9시 목포발 제주행 여객선 탑승 - 제주항 2시 10분 도착

세면 식사 등을 마치고 3시 40분 제 6부두에서 로드 시작 - 4시 용두암 도착

4시 30분 12번 국도(일주도로)를 탐 - 대정(모슬포) 7시 도착

^{수원역 올라가는 계단에서 한 컷. 굳게 다문 입술을 보라~ ㅎㅎ}

^{목포해양대의 실습선 앞에서,, 한 때 마도로스를 꿈꾸던 시절이 생각났다.}

목포에 도착하고 역에서 걸어나오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이것이 안개 때문인지 진짜 비가 내리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만큼 비의 양은 미미했지만, 로드하기에는 도로가 좀 미끄러웠다. 나중에 배에서 만났지만, 어떤 외국인 여자의 말이 기억난다. 'It's Smog or Rain?' 속으로만 I wish Being Smog 라고 말해줬다. 영어를 좀만 잘했어도,, 사실 그 여자는 꽤 이뻤다. ^^

아무튼 비 때문에 기분이 꿀꿀하여 해양대까지 가는 동안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왠지 여행에서 첫사진을 비오는 것으로 남기면 내내 비오는 것만 찍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난 공자와 달리 괴력난신을 말하고, 또한 잘 믿는다^^)

^{해양대에서 여객선 선착장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로드中. 아직 잠이 덜깬 듯 ^^}

^{선착장에 도착해서 씨월드 여객선 앞에서 한 컷}.

여객선 선착장 앞의 범해촌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아침식사를 하러 그 곳으로 갔다. 그리고 매생이국이라는 것을 먹었는데,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매생이라는 머리칼같은 미역맛 나는 해초와 조개, 고동 등을 넣어서 끓여주는데, 맛이 훌륭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먹고 싶다.

^{갑판위에서 한 컷. 바람이 강해서 생각보다 항해시간이 길어졌다.}

^{목포에서 제주가는 길은 섬 사이를 지나가는 항로라 섬구경은 원없이 하게된다.}

^{만일 사유지라면, 언젠가 이 섬을 사서 한가롭게 지내고 싶었다.}

^{배에 파도가 부딪혀서 포말을 만들어 내는데, 참 이뻤다.}

^{어느덧 제주도가 눈앞에 보였다.}

^{제주항에 들어서는 여객선}

^{제 6부두 앞에서 세면과 간단한 식사후, 일주 준비태세 완료!}

^{용머리 바위. 이걸 찾으려 헤매다 시간을 꽤 잡아먹었다. 투자만큼 흡족하지 못했음}

^{공항가는 길. 길가로 코스모스가 끝없이 피어있다. 제주도로가 거의 이런 수준}

^{이호해수욕장 입구. 날이 더워서 이 길로 들어가 물에 뛰어들고 싶었다.}

^{달리다가 문득 왼쪽을 봤을 때, 한라산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는 한라산의 나라}

^{하귀가는 길. 업힐이 짜증나지만, 그 이상의 다운힐로 보상해줬던 코스~!}

^{잠시 어느 이름모를 초등학교에서 휴식 후, 한 컷!}

^{업힐 중 짜증나서 한 컷. 제주도로는 갓길에 자전거 도로를 거의 확보해 있다.}

^{협재해수욕장 부근에서 어느 마을나무 아래 휴식中, 표정이 서서히 망가져 감.}

^{일주도로는 이렇게 화단으로 도로와 자전거와 농업용 차량을 위한 길을 구분}

^{그림자가 꽤 길어질 무렵 용당리 어느 평상 위에서 쉬는 中}

^{여기서는 꽃향기가 너무 좋았다. 약초냄새같기도 한 향기로 체력을 Recharge~!}

^{대정에 거의 다와서 어느 구멍가게 앞에서 일몰과 함께 한 컷~!}

^{모슬포에서의 낙조.}

모슬포의 사우나장 근처에 옥돔식당이란 곳에서 보말국이라는 것을 먹었다. 보말이라는 고동과 비슷한 것을 미역과 된장을 풀어서 끓여 주는데, 참 맛있었다. 나중에 먹었던 해물 뚝배기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미각을 자극시키는... 아무튼 굉장한 맛이었다.

나는 모슬포에서 굉장히 운이 좋았다. 잘 곳을 찾아서 헤매다가 대정읍사무소에서 현관이나 복도에라도 잠을 청해볼 생각으로 찾아갔었는데, 어느 직원 분의 호의로 읍사무소에서 샤워랑 빨래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분은 자신의 댁에 재워주시기까지 하셨다. 정말 고마워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십번은 한 것 같다. 한사코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셨던 그 직원분의 어머님 덕분에 사진으로 남겨오지는 못했지만, 그 인심에 감동을 받았고,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못하겠다.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서 보답을 하고 싶다.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신 분이다.

31일

7시 기상 - 세면 간단한 식사후 7시 20분 대정출발 - 서귀포 8시 50분 도착

9시 월드컵경기장 구경 - 죽도록 업힐 후, 강창학 경기장 도착 9시 40분

남원지나서부터는 시간체크 없이 간 관계로 시각표시 생략!

남원지나고 표선가는 구간에 공사로 도로가 끊긴 관계로 도보로 4Km 전진

죽도록 간 후, 함덕해수욕장 도착, 훌륭한 식사와 훌륭한 민박에서 훌륭한

휴식을 취하고 야밤에 훌륭한 해변을 훌륭히 걸음 ^^

^{고마웠던 그 댁을 나와서 근처의 초등학교에서 이를 닦는 中}

^{제주만의 특이한 오름들, 그리고 하늘에 물결이 치는 듯한 구름 모양}

^{중문 초입길, 사람잡는 업힐과 짜릿한 다운힐이 있는 곳이다. Good~!}

^{월드컵 경기장 앞의 공원에서}

^{경기장 관중석에서,, 이날은 동쪽으로 가느라 태양빛 때문에 비장의 무기 장착!}

^{강창학경기장 근처 어느 교회. 이뻐서 찍어놨는데, 우협이형님이 설계하셨다는... 어쩐지 ^^;}

^{강창학 롤러 경기장의 보조 트랙}

^{헬맷 이젠 왠만하면 쓰시죠??}

^{주경기장 트랙. 코너부근이 울렁거려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주경기장 두 번째 사진, 잘보면 바다가 보인다.}

31일 내가 저지른 최악의 선택이 2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강창학경기장을 보러 죽어라 업힐을 한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서귀포에서 최악의 순두부 찌게를 먹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12시간을 달린 이 날, 체력이 후달리는 것을, 수 없이 느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듯이 소문난 경기장이 생각만큼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맛없는 음식을 돈 받고 팔아 먹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죄악이란 생각을 했다. 강창학경기장까지의 업힐과 그 맛없는 식당에 빳빳한 가운데 손가락을 찔러넣어주고 싶다.

^{남원가는 길에 어느 한약방 앞의 평상에서 잠시 휴식. 표정 별로 안좋음}

^{남원을 지나 표선 가는 길. 4~5Km구간이 공사중이라 어쩔 수 없이 걸었다.}

^{이길도 공사 덕분에 큰 트럭들이 많았고, 갓길이 없어 일단 걸었다.}

^{태흥리를 지나 어느 해변에서. 제주의 해변 바위들을 다들 검다. 현무암질 화산암}

^{표선해수욕장 근처}

^{성산지나는 길. 뒤에 보이는 바위산이 성산 일출봉, 표정 많이 안좋아 짐}

^{세화지나면서 한 컷, 표정관리 정말 안되기 시작.}

^{평계초등학교 앞에서 모래밟고 넘어짐. 길 게 패인 것은 나의 사고 현장}

^{함덕해수욕장 입구의 한일기사식당에서 환상의 해물뚝배기를 먹는 中, 이놈이 자꾸 쳐다봤다.}

^{민박집으로 가는 도중에 노을이 너무 이뻐서 찍었다.}

1일

8시 20분 함덕출발 - 8시 50분 제주교육대학교 도착 - 일주 완료

^{아침에 민박집에서 찍은 사진, 3칸이 다 내꺼고, 여기에 욕실과 화장실, 세탁기도 있다.}

^{아저씨가 스카이라이프를 깔아줘서 좋았다. 아저씨랑은 저녁에 한 잔 ^^}

^{저녁에 술먹고 TV보고 늦잠자고 아직 잠이 덜 깬 상태}

^{함덕해수욕장을 나서는 길. 아자~! 제주까지 이제 12Km~!!}

^{제주교육대학교 도착. 미모의 여학생에게 접근했으나 작업실패... ㅠ.ㅜ}

^{교대근처의 제주국립박물관에서...}

그렇게 염원하던 일주를 했는데, 가슴이 벅차오르고, 희열에 젖고 한 기억은 없다. 땡볕을 맞으며, 맞바람을 받으며 달리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업힐의 끝에서 숨을 몰아쉬고, 무거운 배낭과 오랜 로드로 어깨와 발바닥이 쓰라리고, 혀가 돌아가서 발목에 맞닿는 부분에 살이 까져서 피가 나도, 갈증이 나도 물을 구할 곳이 보이지 않아서 타는 목에 침을 삼켜서 갈증을 달래고,,, 그렇게 힘들면서도 무엇에 홀려 버린 듯 달렸던, 달렸다고 하기에는 민망하게, 허우적 댔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달리면서 과연 목표지점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들 만큼, 상당히 고통스러웠지만, 이 순간을 성실히 꾸준하게 푸시를 치면서 달리면 목표한 지점까지 꼭 도착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되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큰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믿고 순간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꼭 해낼 수 있다라는 믿음, 혹은 자신감 같은 것을 얻었다고나 할까??(오바인가요? ^^)

그리고 짜릿한 다운힐을 위해서는 고통스런 업힐은 필수라는 사실도 배웠고, 살아가면서 힘든 업힐을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간에 힘들다고 얍삽하게 빠져 버린다면, 업힐 넘어에 펼쳐질 환상의 다운힐은 영영 못보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아무튼 이번 여행에서 도움을 받았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일주의 꿈을 꾸게 해 주신 우협이형님 스페셜하게 감사하고, 문자로 응원해 준 우리 동호회 회원분들께도 정말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젊은 날 재밌는 추억하나 남기게 되서 스스로 너무 기쁩니다. 기쁜 만큼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일주 정리를 마치고자 합니다. 나중에 다른 분들도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길 바라며.... ^^

[이쁜쭈우 ~♥]

우와~ 정말 대단하시네여~ 그리고 파도치는 사진...넘 멋있꽁...암튼 저도 인라인을 배워볼까..하고 아직은 생각중인데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암튼 일주축하드려요!

[단풍나무숲]

와~~ 대단하군요. 덕분에 고향사진도 보게 되었네요. 보말국 맛있죠??